[단편] 십자가는 악마의 딜도라던데요? [71]

잭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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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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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더든







1.



악마는 늘 교회 안에 산다. 항상 거기 있었고, 유구한 역사 속에서도 예외는 없다.

금속 십자가가 주조되고 하늘로 솟구쳐 오르기 전에도, 그러니까

원시의 그때도. 흙바닥 위에 얼기 설기 쌓아 올린 조잡한 건물이 최초의 신앙적 성격을 띈 이래로,

늘, 악마는 거기 있었다. 그리고 요셉은 늘 기도실 안에 있었다.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오직 신만 아신다.



아무 소리가 나지 않을 때도 있었고, 간헐적으로 뺨맞는 소리가 들려올 때가 있었다.

오늘은 후자였다. 맞는 소리가 들려오고 난다음에는 항상 입술이 터져 있었다.

입술에 핏기를 묻히고 나온 요셉은 놀라우리만큼 침착한 표정이다. 항상 그렇다.



아프다는 찡그림도, 기분이 좃같다는 말도, 언젠간 이곳을 벗어나고 말 거라는 다짐도 없이

그냥 무표정이다. 나는 아직도 그 무표정이 두렵다. 읽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요셉은 손가락을 총 모양으로 세워, 쏘는 시늉을 나에게 해보였다.



목사에게 맞고 나면 늘 저런다. 아무런 말도 없이, 나에게 제안을 걸어오는 것이다.

기분도 더러운데, 한판 쏘러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따라 나선다.



‘한 판 쏘러 간다’ 는게 무슨 의미인지, 이 조그만 어촌 마을의 주민들은 절대 모를 것이다.

주말마다 찾아오는 이 게딱지만한, 다 녹슬어가는 교회의 목사 아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절대 모를 걸.



요셉은 스스로 개조한 공기총을 가지고 있었다.

어디있는지는 나와 요셉만 안다. 교회 본관 안에 하도 오래되어 헐거워진 널빤지 바닥 아래에,

그 어설픈 장총이 조용히 숨겨져있다.

다 부서질 것 같은 그 조잡한 나무 장총이 어떤 위력을 내는지, 보지 못한 사람은 믿지 못할 것이다.



해안 절벽위에 세워진 교회를 따라, 삼십분여를 걸어가다보면 나오는 야트막한 동네 뒷산에는

멧비둘기들이 모여 살았다. 간혹은 꿩도 나왔다. 꼬리가 긴 숫놈과 짧은 암놈도.



요한의 취미가 언제부터 지속되었는지는 내가 알 수 없다. 물어보기도 뭣 하잖은가.

언제부터 아버지한테 뺨을 맞으면 멧비둘기를 쏴죽이기 시작한거니?

그 질문은 언제부터 아버지한테 뺨을 맞기 시작한거니? 로 귀결될 거고, 그런 질문은 끝이 없다.



때 투성이인 교회 공동 샤워실에서 씻으며 본 요셉의 몸에는 폭력의 흔적이 가득했다.

꼬집었나? 두드려팼나? 아니면 뜨거운 걸로 지졌나? 어느 질문도 필요 없었다.

물어볼 법한 모든 폭력의 방법이 다 동원된 것 같았다.

처음 요셉의 몸을 본 순간, 멍하니 못박혀 선 내게 요셉은 아무렇지도 않게 제 몸에 비누칠을 하고,

거품으로 몸을 가렸다. 나를 흘끗 쳐다보는 눈은 ‘뭘봐? 대수롭잖게?’ 라고 되묻는 것 같았다.



아무튼 그렇다.

뒷 산에 도착하자, 요셉은 준비해온 비둘기 먹이를 뿌리기 시작했다.

여러곳에 넓게 골고루. 그리고 멀찍히 물러선 나와 같이 담배를 물어피우고 불을 붙였다.



담배를 두대 연달아 다 태우자, 푸덕 소리와 함께 멧비둘기들이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했다.

천연덕스럽게 모이를 쪼아먹기 시작한다. 매번 똑같다. 참말로,똑 같다.



“저렇게 멍청하면 좋았을텐데”



요셉이 멍하니 비둘기를 쳐다보다가 말했다.



“학습능력이 없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아무것도 모르고 말이야.

얘넨 자기가 왜 죽는지도 모를걸”



요셉이 공기총의 압축 프레스를 당겨 장전했다.

그가 찬찬히 비둘기 무리 속으로 걸어가는데도, 멧비둘기들은 요지부동이다.

모이를 쪼는데 여념이 없다. 그가 가장 살찌고 큰 놈으로 타깃을 골라잡았다.

멧비둘기들이 아무런 불안도 없이, 주변 놈들을 밀치고 바닥을 쪼아 올리는데만 열중이다.



피슛- 소리가 들려온다. 소음이 크지 않다. 일부러 저렇게 개조한 것일까.

한발을 필두로 여러번의 공기 찢는 소리가 퓻퓻 정신없이 시작된다.

자신이 쪼아먹는 모이가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임을, 한참 늦게 깨달은 멧비둘기들이

요란하게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요란한 날개 푸드덕거림이 잦아든 요셉의 주변으로 너덧마리의 비둘기들이 덜찢긴 몸을 가누며

제자리에서 빙글 빙글 돌기 시작한다. 벌써 고개를 땅으로 처박고 날갯짓 한번 못해본 놈들도 보인다.



제자리에 선 요셉이 그 쓰러진 비둘기들에게 다시 공기 총을 쏘기 시작한다.

깃털과 살점이 공중으로 팍팍 튀어올랐다.



뒤돌아보며 요셉이 천사같이 웃었다. 정말로, 티하나 없이 맑은 웃음이다.



“너도 쏴볼래?”



항상 요셉이 묻는 말이다. 내 대답도 정해져있다.



“아니, 나중에”



요셉은 고개를 갸우뚱- 하며 대답한다.



“그래, 알았어”







2.







내가 이 기도원에 오게 된 건 정확히 삼개월 전 일이다.

이름도 모를 할아버지는 젊었을 적, 이 기도원의 전도사였다고 했다.



스물여덟까지 백수로 사는 내게, 전화온 기도원의 여자는 먹여주고, 재워주며, 월급까지 주겠다고 했다.

노가다로 열흘 일하고, 방세를 내고 스무일간 할일 없이 멍하니 한달을 채우며 지내는 내게 그야말로 천국 같은 조건이었다.

무슨 일을 하면 되는 건가요? 물어보는 내 질문에 더없이 친절한 상대 여자는

‘신도들만 관리해시면 됩니다’ 라고 나긋나긋하게 대답했다.



신도들을 관리한다라. 교회는 태어나 평생 근처도 가본적 없던 나는 무슨 일인지 쉬이 짐작도 가지 않았다.

아버지랑 싸우고 집을 나온 이후, 학교를 졸업하고도 변변한 직장하나 잡을수 없었던 내게는, 마치 은총 같은 소리였다.



신도들만 관리하시면 됩니다.



집안이 개차반인 까닭에, 할아버지가 전도사였다는 사실도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집 안만 들어서면 폭군으로 변하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렇듯 고매한 직업의 소유자였다는 사실도.





해남에 있다는 기도원을 찾아, 고시원의 짐을 조촐히 꾸렸고, 그날로 출발했다.

교회랑 기도원의 차이도 모르던 나는 도착해서야 둘의 차이를 알았다.

숙박시설이 갖춰져있고, 부지가 넓으며, 그 외에는 일반적으로 보던 교회랑 동일한 구조라는걸 안것도,

도착하고 나서였다.



기도원은 해안 절벽 끝에 있었다. 고속 버스를 타고 내리고도 택시를 타고 한참을 더 들어가야했다.

거기가 어디요? 내 첨 들어보는 교횐데… 라고 중얼거리며 운전을 시작했던 기사가 도착 직전까지 내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토록 구석인줄 자신도 몰랐었을테지.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딴데 교회도 있나? 내뱉는 기사말대로- 뻘이 군데 군데 드러나고, 못쓰는 고깃배들이 항만 위로 덜렁 덜렁 올려져 있었다.



더는 못들어가니 여기서 요금주쇼, 라고 내뱉는 기사에게 돈을 주고

내려서 시뻘겋게 녹이슨 배들을 따라 걸었다. 바닷바람이 내심 상쾌했다.



시골 어촌이 그렇듯, 지금은 배가 드나들지 않은지 오래 되어보였다.

생업때문에 나이들어서도 바다를 타는 다 쭈그러든 늙은이 몇이 담배를 물고 퉁퉁 거리며 배를 타고 나가는게 보였다.



썩어가는 동아줄, 떨어진 낚시 바늘과 떡밥이 지린내를 풍기며 삭아들어가고 있는 바닥으로

내가 걸음을 옮길때마다 조각난 항구 바닥으로 요란하게 기어들어가는 엄지 손가락만한

갯강구들이 가득했다.



절벽을 한참 걸어올라가는 내내, 땀이 비오듯 흐르고 숨이 헐떡거렸다.

정말 지독히도 멀었다. 절벽위로 다다르자, 저 아래로 멀찍히 보이는 조그마한 읍내와

고깃배들, 숨어든 소라게처럼 옹기 종기 모여있는 판자집들이 보였다.



조금더 올라가니, 다 쓰러져가 사람이 있을까 싶은 벽돌 건물들이 보였다.

한참 전에 세워진듯 기도원은 붉으칙칙한 벽돌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거대한 철책문이, 무성하게 자라난 잡초들 사이로 우뚝- 기도원을 막고 있었다.

칭칭 동여맨 쇠사슬과 우람한 자물쇠가 조용했다.



망설이다, 철책문을 흔들기 시작했다. 오분여를 흔들었을까, 저 멀리 십자가 아래 기도원 본관 문이 열리고,

조그만 여자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여자가 천천히 내게로 걸어왔다.

철책 앞에 이르자, 목걸이를 목에서 벗겨낸다.

그리고 나는 그게 목걸이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옷 앞섶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열쇠뭉치들이 드러났다.

목걸이인줄 알았던 그 작은 체인 아래로 무척 오래되어 보이는, 둥근 열쇠뭉치들을 꺼내

몇번 뒤적이더니, 키 하나를 골라 철책 문 열쇠를 찾았다.



지금은 쓰이지 않을법한 거대한 열쇠로 자물쇠를 열고, 칭칭 뱀처럼 감긴 자물쇠를 걷어내자 철책문이 끼이익- 요란하게 열렸다.



내게 전화를 돌렸던 여자임이 분명했다.

뿔테안경을 낀 아담한 미인이었다. 단발 머리를 자를 대고 자른듯, 길이가 일정하게 치렁거렸다.

유행이 조금 지난듯한 플레어 스커트는 발목까지 떨어져내렸다. 검은 색이었다면 수녀가 입는 옷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뻔한 디자인이었다. 짙은 검정색 대신 천을 채워넣은건 팔십년대 다방의 커튼으로나 쓰면 딱 맞을 듯한 패턴 무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장없는 민낯은 내 눈을 잡아끌었다. 흰 피부에 가는 선, 이마의 둥근 윤곽에서 코로 떨어져내리는

곡선이 아름다웠다. 이런 촌구석에 왜 이런 여자가 있을까. 저런 형편없는 스커트를 입고?



여자는 마치 날 이제야 봤다는 듯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김 전도사님 손자 되시죠? 이쪽으로 오세요”



잡초가 듬성 듬성 자란 관리되지 않는 정원을 그녀가 가로질렀고, 나는 따라 걸었다.



뒤를 따라 걷는 내내 치렁치렁한 그녀의 스커트 뒤로, 감춰져 보이지 않을 다리와 엉덩이의 윤곽을 상상하는 탓에

순간 우뚝 멈춰선 그녀와 부딪힐 뻔 했다.



허겁지겁 멈춰선 내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표정으로 그녀가 또박 또박 말을 이었다.



“목사님 먼저 뵙고, 그 다음 쓰실 방으로 데려다 드릴게요, 기도원이 조금 크니까, 어디가 어딘지 빨리 익히시는게

길을 덜 해매시게 될 거에요”



그녀를 따라 목회하는 방을 중앙으로 가로질렀다.

뻔한 교회 풍경이랑 똑같다. 길쭉하게 여럿이 앉을 수 있는 목제 의자들.

다른게 하나 있다면 다들 지독하게 낡아서 앉자마자 삐걱 삐걱 소리를 토해낼 것 같다는 점이다.

바닥도 마찬가지로 목제였다.



녹슨 못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낡은 교회안은 그 안에 공기마저 같이 낡아간듯 지독한 나무 냄새로 텁텁했다.

어릴때 키웠던 햄스터가 죽은 것도 모르고, 내내 방치했다가 뚜껑을 열었을 때의 그 톱밥냄새랑 유사하다.



회랑을 쭉 따라걷던 내게, 그녀가 이윽고 검은색 문이 커다랗게 막아선 한 방 앞에서 멈췄다.

얇은 손으로 문을 미는게 힘겨워 보였다. 검정 문은 보기와는 달리 커다란 쇠문이었다.



천천히, 문이 소리도 없이 열리자,



믹스 커피와 물 끍이는 기구, 그리고 플라스틱 의자가 몇개 있는 넓따란 기도실이 눈에 보였다.

사무용 데스크가, 방과는 어울리지 않게 웅장했다. 질 좋은 목재를 넉넉히 쓴 거대한 책상이었다.

플라스틱 의자가 덜렁 앉아있는 회의실 책상과는 영 딴 판이었다.

거대한 책상 뒤로는 갈색 가죽 의자로 덮힌, 마찬가지로 거대한 회전식 사무용 의자가 보인다.

책상 위에는 나전칠기로 마감된 명패가 침침한 전구에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목사님?”



단발머리 그녀가 조용히 부르자, 큼직한 손이 잠시만 기다리라는 듯, 허공으로 잠시 뻗어올라가 정지한다.



“ちょっと…”

잠시만 …



일본인인가?

저 책상이 있는 부분만, 거대 빌딩의 멋진 회사에서 오려온듯 빛이났다.

그 주변에 자질구레하고 정리안된 풍경이 기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뒤돌려져 있던 의자가 천천히 빙글 돌아 내게 앞을 보였다.



사람 좋아보이는 인자한 인상의 중년이었다. 풍채가 좋다.

정장도 깨끗하다. 품이 잘떨어지고 마감이 좋은걸로 보아 맞춤 정장인것 같았다.

단정하게 빗어넘긴 머리도 염색이 잘 되어있었고, 적당히 바른 포마드가 그런 사람좋음을 더했다.



“아이고, 먼 길 오시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첫 말과 달리 아주 유창한 한국말이었다.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중저음의 중년이 번쩍 일어나 내 앞으로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김 전도사님 손자라고 하니, 다른 사람이 생각이 나야지요.

마침 기도원 관리해주시던 분이 그만두시게 되어서요. 부지불식간에 전화를 드렸는데, 이렇게

흔쾌히 와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말 뒤에 껄껄 웃는 호탕함이 자연스러웠다. 판매실적으로 전설을 올린 영업팀 부장같기도 하고,

수제 정장점의 성공한 주인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런 해남 끝 촌구석의 기도원 목사같아보이지는 않는다.



이래 있을 법한 신앙이 있느냐, 하는 따라올 질문을 예상하던 내게 목사는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먼 곳 오셔서 피곤하실텐데, 우선은 쉬실 방으로 안내해드리지요.

하는 일이 궁금하실텐데, 별 일 없습니다. 그냥 청소 조금해주시고, 사람들 안내해주시는게 전부에요.

일이 너무 쉬워서 따분하실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일찍 쉬시고, 내일부터 하실 일을 안내해드릴겠습니다. 미스 리?”



미스리, 하는 지독히도 촌스러운 호칭으로 불인 뿔테안경의 그녀가 고개를 까딱, 한다.



도로 웅장한 가죽 의자에 앉은 목사는, 서류를 들여다보며 내가 나갈때까지 고개 한번 들지 않는다.

뿔테안경의 그녀가 어서 나오지 않고 무얼하냐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자,



허둥지둥 고개를 숙여보이고 그녀를 따라 기도실을 나섰다.







본관 옆을 따라 무성한 잡초를 밟으며 오분여를 걷자,

기도원과 똑같은 붉은 벽돌로 지어진 숙소들이 눈에 드러났다.



일제 시대때 지어진 건축물인 듯 했다. 서양 양식이 어설프게 섞인 구조가 그러했다.

부동산이 제일 비싼 작금의 건물과는 다르다.

공간이 넉넉히 쓰이고, 한층과 한층의 사이가 유독 넓다. 벽돌도 두껍고, 튼튼해보인다.

충분히 공간을 사용하고 둥근 기둥들이 완만한 반원 구조를 가지고 드문 드문 튀어나와 있다.

이상하게 생긴 건물이다.



첫번째 숙소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지금은 쓰이지 않는 목제 계단 손잡이들이 똑같이 시커멓게 때가 껴있었다.



“이층을 쓰시면 될 겁니다. 따듯한 물은 오후에만 나오고요. 불편하신게 있으시면,”



여자가 방까지 나를 안내한 후, 다시 의례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편히 쉬세요”



여자는 지었던 미소가 사라지는 것 만큼 빠르게 사라졌다.





슬쩍 방에 들어가니, 사람 한명 간신히 누울법하게 좁았다. 이전에 지내던 내 고시원 방과 별 다를게 없다.

티비도 없고, 연식 오래된 벽걸이 에어컨이 작동될까 의심될만큼 누추하게 달려있었다.



욕실에 들어가니, 물을 켜자 한참 끓는 소리를 내다가 둔탁하게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보였다.

녹 슨 물이 세면대에 흐르다가, 잠시 뒤 투명한 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흐르는 물을 잠시보다가, 짐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담배를 입에 꺼내물고, 피울만한데가 어디있나- 살펴보는데 내가 걸어나왔던 숙소 현관으로

나랑 동년배인 남자 한명이 걸어나오는게 보였다.



그가 바로 요셉이었다.



기도원이니까 흡연은 안되려나, 하고 멈칫 하는 찰나에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와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는 것까지-

이곳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게 요셉의 첫인상이었다.



“왜요, 기도원이니까 담배는 안되겠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천역덕스레 물어오는 통에 어설프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마저 웃어오는 폼이 퍽 친근했다.



“맘껏 피워도 되요. 대신 목사 꼰대랑 미스 리한테만 걸리지 말아요. 잔소리 심하니까. 알겠죠?”



꼰대 목사라니,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실소를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자

요셉도 씨익 웃어보였다.



“이 지루한데는 뭐하러 오셨어요? 진짜 아무것도 없는데. 담배도 한달에 한번 생필품 사러갈때 사야되요.

몰래 사야되는건 덤이고… “



“돈 준다던데요. 신도 관리하고… 하는거 없는데 월에 백만원씩 준다길래 왔죠”



“아하”

요셉이 담배를 손에 들고 알았다는 표정을 해보였다.



“그 전도사님 손자라던 분이시구나”



이름도 모를 할아버지가 나오는 통에 나는 대답하기가 퍽 애매해졌다. 물론 맞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도

아니라고 하기에도 뭔가 복잡한 기분이다.



“주말 빼곤 퍽 한가해요. 가끔 기도하러오는 일행 있으면, 밤에 술마시나, 아니면 나와서 담배피거나 하는거 감시에요”



주변을 휘휘 둘러본 요셉이 가까이 다가와 낮게 덧붙였다.



“그리고 섹스하는 것도요”



내가 벙쪄있자 요셉이 피식 거리며 말을 이었다.



“웃기죠? 술담배는 그렇다쳐도, 부부간이나 연인끼리 오는 목회자들이 밤에 떡치나 안떡치나 그것도

감시해야된다 이말이에요. 명색이 기도원이라 이건데, 참 좃같은 소리지”



말을 끝낸 요셉이 찡그린 얼굴로 담배를 빨아들였다.



“많아요. 그런 사람들. 기도회오면 각 방쓰는게 원칙인데. 방 가봤죠? 혼자 자기도 좁을만큼 좁아터졌다고요.

그런데도 그렇게들 해대요. 그럴땐 그냥 잠자코가서 문만 두드리면 되요. 웃긴건, 그렇게 새벽녁에 노크를

하면 귀신같이 조용해져요. 방금전까진 세상아 떠나가라 들리던 신음소리나 뭐 그런게 뚝 끊긴다고요.

그거 해보면 참 웃겨요”



요셉은 말을 재미있게 했다. 뭐하는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나같이 여기 식객으로 머물면서 신도관리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직원일까. 신자일까.



직원으로 보기엔 숙소 앞에서 피워무는 담배가 영 아니었고, 기도회까지 와서 못참고 섹스를 해대는 사람들에 대해

개구지게 품평을 하는걸 보니 신자로 보기에도 무리였다.



주머니를 까뒤집어 담뱃재를 털고 있는 요셉에게, 내가 물었다.



“뭐하는 분이세요? 저같은 관리원?”



요셉이 재를 털면서 무심하게 덧붙였다.



“저요, 목사 아들이에요”







3.





요셉과 멧비둘기 죽이기를 하고 올때면, 매번 똑같은 주제로 토론이었다.

심심찮으면 가서 쏴죽이는데도, 저렇듯 모이만 뿌리면 몰려오는 이유가 뭘까?



“동물적인 본능도 없을까? 매일 모이뿌리는 왠 놈이 마지막에는 돌변해서 쏴죽이는데 말이야”



“뭘, 사람들도 별 다를거 없는데”



“무슨 소리야 그게?”



요셉은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잘 들어봐. 매일 뉴스만 켜면 자동차 사고, 혹은 지하철 사고, 스케일이 좀 크면 비행기도 떨어지고…

매일같이 뒈져간단 말씀이야. 그런데도 어때? 매일 아침 출근길이면 버스며 지하철이며 미어터진다고.

휴가철에는 비행기 예매하기 힘든 건 말 할 것도 없고. 그런데도 매일 탄단 말씀이야. 나는 아니겠거니, 안일한거지”



생각해보니 그럴듯하다.



“모이 뿌리면 몰려드는 새새끼들이랑 우리랑 다를게 없다는 증거지. 쟤넨 알곡 쪼아먹으러 오고,

우리는 월급타러 나가잖아. 그 와중에 죽을수도 있다는거? 다 알아. 그건 유치원생도 안다고.

그래도 나가야돼. 모이 안먹으면 뒈지는 저 새들처럼 말이야”





난 요셉의 저 발음이 좋았다. 뒈-진다. 뒈진다는 말의 그 기묘한 요셉만의 억양이 있었다.

요셉의 입을 통하면 철학자가 머리를 골싸버릴 문제도 너무나도 간단해진다.

우리는 모이를 좇아 모여드는 저 새새끼랑 다를바 없다는 자칫 기분 나빠질 문제들도.



꽁초를 들며 요셉이 마무리를 지었다.



“우리도 폐암이란 공기총을 앞에 두고 있단 말씀이야. 근데도 우린 이 모이쪼기를 그만두지 못하지”



기분이 이상하다.











기도회는 종파가 없었다.



한마디로, 사이비였다.

그리고 어촌 구석 끝의 사이비 교회로 얼마나 많은 신도가 몰리는지, 나는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진 짐작도 못했다.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내내 예배였다.

평일내내 사람 하나 없이 잡초만 우거진 이 기도원으로, 주말만 되면 바닷 바람에 쪼글쪼글해진 늙은이들이 가득 가득

몰려들었다.



기도회가 사이비임을 알게 된 후로, 묘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할아버지가 그럴듯한 곳에서 전도를 했을리 없지, 하는 이상스런 퍼즐이 맞추어진 까닭일까.



성경도 있었고, 십자가도 있었다. 그리고 휴일마다 몰려드는 늙은이 신도들도 있었다.

구색맞춰 잘 흘러가는 교회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특이점도 찾을 수 없다. 음울하게 낡아빠졌다는것 말고는.



목사는 힘이 넘쳤다.

늙은이들을 앞에두고 마치 왕이라도 된 듯 호령했다.

설교는 내가 들어도 다음 설교문을 대신 써낼 수 있을 정도로 뻔했다. 좋고, 또 좋은 구절들 뿐이었다.



낡은 목제 의자를 가득매운 늙은이들 앞에, 녹이 슨 십자가가 매달린 교단에 서서

우렁 우렁 목소리를 토해내는 목사의 멋들어진 옷차림과 머리는 꽤 기이한 풍경이었다.



첫 예배날, 얌전히 앉아 경청하는 시늉을 하던 내게

요셉이 가만히 다가와 앉았다.



“지겹죠?”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보이는 내게, 요셉이 장난스런 표정으로 덧붙였다.



“놀라지 말아요. 이제 꽤 재밌는걸 보게 될테니까”



어리둥절하는 사이, 그 일이 벌어졌다.



“흑흑흑… 아흐흑”



“히야아아아…!”



“어어어아아!”



이상한 소리들이 낡은 교회안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흐느끼는가 하면, 마구 쏘아붙이며 외치는 고성같기도 했다.



늙은 어부들, 바닷바람에 그을린 피부에 곱게 분을 바른 점잖은 복장의 할머니들, 그리고

중년의 아줌마들, 머리칼이 희게 세어간 아저씨들이, 눈을 까뒤집고 흰자를 드러낸채 부들 부들 떨었다.



마구 터지는 방언 사이로 요동치는 그들의 손들이 보인다. 혼절할듯 울음을 터뜨리고,

기도하듯 손을 모아잡고 주륵 주륵 눈물을 쏟는 사람들의 얼굴도 보인다.



만세를 외치듯 손이 높게 들어올려지기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조아리며 두손을 연신 흔들어대는 사람들까지.

교회 안은 순식간에 여호와가 재림한 것 같은 환희와 울음의 교성이 가득했다.



나까지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었다.

집단 트랜스? 무의식을 모조리 서툰 바느질로 할로윈 헝겁 인형처럼 이어버린 것 같았다.

소름끼침이, 이해할수 없음이, 두려움이 한군데로 엮여져 하나가 되어 너울 너울 춤춘다.



힘이 여전히 넘치는 목사가 무어라 교단을 향해 마구 외치고 있었다.

내뱉는 말은 넘치게 메워진 신음과 교성 때문에 들리지 않는데도, 신도들은 감읍해 마지않는다는듯

울음을 터뜨리고 또 터뜨렸다.



모골이 송연해진다.

손바닥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정신이 나가버릴 것같은 기묘한 악다구니 속에서,

나는 요셉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멍해졌다.



내 옆엔, 우스워죽겠다는 듯이 끅끅 거리는 요셉이 있었다.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요셉은 입을 틀어막으며 웃어대고 있었다.



웃음이 멎을랑하면, 누군가가 어김없이 다시 괴상하고 소름끼치는 방언을 내질렀고,

그때마다 요셉은 손으로 입까지 틀어막으며 그렇게 웃었다.

눈에는 눈물까지 맺힐듯이 그렇게.



기도원이, 회랑이, 사람이 끓을듯이 넘치는 이 정경이 점점 괴리되어 갔다.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공간에 뚝 떨어진 것 같다. 이 울음과 비명에 도저히 익숙해지지 못할 것만 같다.

그리고, 내 옆에는 마치 앨리스를 구덩이에 밀어넣은 짓궃은 토끼처럼 요셉이 낄낄대고 있는 것이다.



요란한 그 광경 속에서, 나는 또 하나 무언가를 더 본다.

목사가, 요셉을 노려보고 있었다.

섬뜩했다. 사람좋음이 마치 한때의 거짓말처럼 싹 사라진 목사의 표정은 뒷덜미를 서늘하게 할 만큼

소름을 달아오르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깔끔한 정장이, 포마드가, 마치 그 소름돋는 무언가를 가리기 위한 구실 좋은 껍데기처럼 보일만큼,

직선으로 굳어진 그 두 눈동자는 악다구니 속에서 차갑고 단단하게 요셉에게 못박혀있었다.



못마땅한 시선을 거둔 목사가 한 손을 높이 연단 위로 들어올린다. 그래도 멈추지 않자, 그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おしまい ! "

그만 !



저번에도 들었지만 생경하다.

일본어? 외국어를 익힌적 없는 나도 분명히 알 수 있을 법한 자연스러운 발음이며 외침이었다.

목사도 공부를 많이 해야한다던데, 사이비 기도원 목사라도 마찬가지라 그건가. 신학교를 일본에서 나오기라도 했나?



서서히 비명과 신음이 잦아들고, 방금까지 있었던 아비규환이 거짓말처럼 음소거되자,

눈을 까뒤집던 신도들이 언제그랬냐는듯 차분하고 점잖은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목사도 사람좋은 웃음을 호탕하게 터뜨리던 그 사람으로 되돌아온다.



방금 생각났다는 듯, 사람 좋은 웃음을 띈 목사가 말을 잇는다.

“요셉아, 이따가 잠시 기도실로 오련?”



요셉의 표정이 굳는다.



“예”



그러나 대답은 간결하고 명확하다.







신도들이 서서히 자리를 일어나, 다시 생활의 터전으로 돌아가는 동안, 나는 아직도 괴리를 떨치지 못하고

회랑 의자에 앉아있다. 점잖게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나이든 할머니들 부축하며 조심 조심 자리를 뜨는 한명 한명에게

도대체 어디에 그토록 소름돋는 울음의 언어가 숨겨져 있는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이윽고 신도들이 모두 자리를 떠나자, 멍하니 의자에 앉아 요셉을 기다리는 나만 남았다.



묵직한 기도원 검정 쇠문 안으로 들어간 목사와 요셉을 기다리는 내내, 낡은 회랑의 공간이 어제와 오늘 있을 모든 소음을

한번에 소모한 것처럼 지독한 정적이 감돌았다.



그리고, 짝- 짝- 가죽 채찍을 휘두르는 듯한 조용한 단말마의 소리가 쇠문 너머로 들려왔다.



나는 벌떡, 일어나 조심스레 쇠문 앞으로 다가갔다.



조금씩, 그러나 점차로 선명해지는 채찍 휘두르는 소리가 명백히 쇠문 안에서 밖으로 실낱같이 끊이지 않았다.

가까워질수록 뚜렷해지는 소리에 내가 움찔 거리며 쇠문에 다다르자,

예고없이 웅장한 쇠문이 활짝 열렸다.



목사가 숨을 몰아쉬며 넥타이를 조절하며 기도실에서 걸어 나왔다.



“아, 오늘 예배가 처음이시라 놀랐지요? 성령에 감읍하셔서 방언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나도 놀라실 것 없어요”



더할 것 없이 완벽했던 포마드 아래로 머리카락이 몇 가닥 흘러내려있다.

넥타이를 마저 정리하며 붙이는 말이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말 뒤로는 껄껄거리는 호탕함이 다시 번졌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목사가 뚜벅 뚜벅 교회 회랑을 나서고,

요셉이 핏물 섞인 침을 나무 판자 바닥에 퉤- 뱉으며 걸어 나온다.

부어오른 입술이 선명한데도, 놀랄만큼 침착하다.

손을 총모양으로 만들어 보이며, 쏘는 시늉을 해보인다.



“저랑 총 쏘러 가실래요?”







4.





요셉이 목사의 친아들이 아니란 것을 알게된건, 기도원 생활이 막 한달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어떻게 된거야?”



“네살배기일 땐가, 기도원 앞에 버리고 갔다나. 기억도 안나 나는”



대꾸하는 요셉에겐 털끝만큼의 아련함이나 향수도 없어보였다.



“그 뒤로 우리 인류애에 불타는 ‘꼰대’ 목사께서 날 거두신거지”



낄낄 거리며 담배를 무는 요셉은 역시 모든걸 간단하게 만드는 언변을 본인의 과거사에게까지 적용했다.



“엄마는? 기억 안나?”



“엄만지, 아님 뭐 줏어다 떠맡길 요량이 있던 다른 아줌만지 알게 뭐야.

거적데기 같은 가디건을 입고 있던 파마머리는 기억나. 얼굴은… 하나도 기억 안나고”



어쩌면 저렇듯 순수하게, 해맑게 버려졌다는 이야길 할 수 있을까.

순수한 감탄이 잠시 마음 속에 일었다.



부러 센척하는 것도 아니고, 씩씩하게 굴어볼 요량으로 없는 가면을 쓰는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요셉에겐 정말로 ‘본인이 유기된 일 따위’도 멧비둘기 모이 쪼기 정도의 무게를 가지는지도 모른다.





기도원은 정말로, 늙은이 밖엔 없었다.



내 나이 또래라곤, 요셉과 나, 그리고 미스 리 밖에는.

예배에 참석하는 신도들중 가장 젊은 축이라곤, 서른 후반에 이른 아줌마 아저씨들이었으니까. 더 덧붙일 필요가 없다.



건물조차도 낡아빠진 마당에 몰려드는 사람마저 늙은이들이라니.

어쩌면 요셉과 내가 그토록 빠른 시일에 스스럼없이 가까워질 수 있었던 이유는,

연식 오래된 것들 사이에 놓인 유일한 어린 것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 점이 크게 작용했을것이다.



매일 같은 일상. 잡초를 뽑고, 썩어가는 목조 건물 구석 구석을 기름걸레질하고,

예배 시작과 종료 후 공손하게 손을 모아 신도들을 마중하며, 방문객이 있을때마다 철문의 육중한 자물쇠 쇠사슬을

여닫는 일. 틈틈이 요셉과 담배를 피우는 일.

하품나올 정도로 쉬운 일을 하면서도, 내 통장엔 틀림없이 백만원이 입금되었고,

다달이 나가는 담뱃값 정도를 제외하면 돈 쓸 일도 없었다.



“기도원, 이렇게 사람 많을줄 몰랐지?”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요셉과 뽑은 잡초 더미 위에 드러누워 영 한가했다.

풀 독 오를 염려따윈 개나 줘버린 둘 위로 짙은 풀 꺾인내가 진동했다.



“그러게, 돈 백만원씩 따박 따박 꽂히는거 보니까, 성금도 꽤 될 것 같은데”



벌떡 일어나 앉은 요셉이 무척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꽤 된다고? 너 이새끼. 진짜 세상을 한참 모르네”



“뭘 모른다고?”



혀를 끌끌 차며 요셉이 나를 끌고간 곳은, 기도원 중앙 교회 뒤쪽에 있는 임시판자로 지어진 가건물이었다.

생각해보니 한번도 와본적 없던 곳이다.



비를 막기위해 지어진 어설픈 판자들이 툭 치면 무너질 것처럼 아슬 아슬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마치 대충 엎어놓은 갈색 박스 상자처럼.



그리고 거긴 먼지낀 회색 방수포대로 무언가가 덮혀있었다.



“자 봐라”



요셉이 포대를 벗기자, 도저히 이 낡아빠진 다 녹슬어가는 기도원에는 어울리지 않는

품위있는 녹색 스틸이 빛을 뿜었다.



세단이었다. 은은하고 어두운 녹색이 품위있게, 조용히 웅장했다.

재규어였던가? 내 궁금증을 마치 요셉이 미리 읽어내듯 대답했다.



“재규어야, 이거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고. ‘성금 꽤 되는’ 기도원 목사가 몰기엔 조금 거창하지, 안그래?”



과연 그랬다. 세상에. 재규어라니.

목사가 돈을 그렇게 버는 직업이었던가. 물론 대형 교회들은 종종 탈세 혐의도 받고, 돈 많은 기업가들의

돈세탁 수단도 된다고 뉴스에서 봤지만, 저 세단은 이 시골 어촌 기도원의 구석에 콕 박히기엔 과하잖은가.

그런 의문을 담아 요셉에게 묻자, 요셉은 의례 그렇듯 막힘없이 설명해주었다.



“수협조합 사장, 고깃배 하나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현금을 얼마나 처박아 두고 있는지 잘 몰라서 그래.

너 살던 도시로만 나가도 은행장이니, 기업가니 하는 사람들이 힘있는 사람들이지만 여긴 안그래.

귀촌해서 여기 발붙이고 살려면, 지역 유지들 눈밖에 한번 나면 절대로 못살아.

저 꼬질꼬질한 할배 할매들이 생선 비릿내나는 돈 뭉치가 얼마나 썩어나는지 넌 절대 모를거다”



방언을 제 정신이 아닌 것처럼 토해내던 그 사람들이, 현금뭉치까지 토해내고 있다니.



“우리 꼰대 돈 많아. 너 달달이 백만원 꽂아주는건 일도 아닐걸 아마.”



요셉은 다시 방수포대로 재규어를 덮었다.







기도원에 온 이후로 발기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전과 같으면 고시원 구석에 있는 구식 컴퓨터로 포르노를 틀어놓고 자위를 했겠지만, 이곳은 마땅치 않다.

하릴없이 성기를 만지작 거리다 부풀어오르면 흔들어대고 사정한 뒤, 닦아내기 전 잠시 멍하니 공상한다.



나도 모르게 경건해진 자위라니. 퍽 웃기는 노릇이다.

횟수가 줄어들자 자연히 일어서는 수가 늘어난 거겠지.



“요즘 자주 꼴리고 그렇지?”



어떻게 알았을까. 그렇다고 대답하기도, 아니라기도 민망한 기분에 그냥 잠자코 있었더니, 요셉이

짓궃게 웃었다.



“내가 전에 이야기했잖아, 기도원만 오면 그렇게들 해댄다고.

하지 말아야한다는 괜한 금기가 남자든 여자든 더 그렇게 만드는거야.

아저씨들이 교복에 환장하는거랑 같은거지. 하면 안되잖아? 근데 그러니까 더 하고 싶은거야”



요셉의 말이 맞다. 눈요깃거리 하나 없는 이곳에서, 사정의 직전의 순간이 되면

뿔테 안경을 낀 단발머리의 미스리가 흠칫 흠칫 떠오르는게 그 증거 아닐까.



기도원에 있는 미스테리한 우리 연배의 그 소녀. 금단이라기엔 어감이 무겁지만, 자위의 대상이라고 터놓기엔

아무리 요셉이라도 꺼려지는 그런...



펄럭거릴 법한 유행지난 옷이, 그녀의 몸 어느 한부분도 노골적으로 윤곽을 드러내지 않음에도,

나는 하얗고 가느다란 그 목덜미를 생각하며 마찬가지로 흴 그녀의 다리와 엉덩이를 떠올리게 된다.

볕 좋은 날이면 더울법한 날씨에서도, 그녀는 항상 발목까지 오는 치렁한 스커트만을 입었다. 묘하게 아쉽다.



늙은이들 가득한 이 기도원에서 요셉과 너무나도 빠르게 친밀해진 것과는 영 딴판으로,

미스 리와는 말 한마디 나눌 수가 없었다. 쭉 동향을 보아하니, 미스 리는 우리와 같은 기도원 숙소에

머무르는 것도 아니라 기도원 본관 위에 딸린 작은 다락을 제 방으로 삼고 거기서 지내는 듯 했다.



이 궁벽지고 갯강구 가득한 썩어가는 항구에, 젊은이라곤 딱 셋이다.

가끔 오는 , 예배가 아닌 숙박 기도를 제외하면 아마도 우리 또래를 볼 일은 없어도 좋다 하겠지.



“조금만 기다려”



쳐다보자 요셉이 천사같은 웃음을 또 지어보이며 마저 말했다.



“야동같은거랑은 비교도 안되는거 보여줄게”







요셉의 말이 무엇인지 알게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하릴없이 같은 일상을 보낸지 열흘 정도 되었을까, 내가 기도원에 입실한 이후로 처음-

숙박기도를 신청한 사람들이 찾아왔다.



입실 기간은 총 일주일로, 다른 교회에 속한 사람들이었다.

부근 교회에서 마땅한 기도 시설을 찾지못해 임시로 이곳을 대관하는 느낌이었다.

열명 가량의 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속한 교회의 전도사의 인솔을 받아 봉고차에서 우 내렸다.

청년부들이다. 마뜩찮은 눈빛으로 삐걱대며 부식되어가는 기도원이며 좁아터진 숙소를 돌아보는 눈이

모두들 영 불만스러워보였다.



“와이파이 없어요?" 그게 첫 질문이었다.



눈썹을 갈매기처럼 힘주어 그린 진한 화장의 여자애였다.



“그런건… 없는데요”



내가 어물어물 대답하자, 눈동자에 짜증이 어리는게 명확히 보였다.



“야, 와이파이는 무슨 와이파이야. 딱봐도 전도사가 핸드폰도 다 걷어가게 생겼구만. 하...”



머리를 빡빡민, 그 나이 치고 험상궃게 생긴 남자애 하나가 말을 받았다.

그리고 그 남자애 말이 맞았다. 한없이 무기력한 표정의 전도사는 속한 청년부 열명의 핸드폰을 모조리 수거했다.

아마 작은 개척교회를 다니는 아이들인듯 싶었다. 전도사가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부르며

일일이 핸드폰을 걷는내내, 툴툴거리면서도 반항하거나 거부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아마 서로간에 어릴때부터 쭉 보아온 것 같다.



저 아이들에게,

뭘 기도하란 것일까.

무엇을 기도하든, 굳이 꼭 이런 해남 땅 절벽 위까지 와야만 하는 것일까.

나야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백수니 타박 타박 들어오는 소득이 아쉬워 이 공간에 눌러앉았다치지만,

십대 후반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저 삐딱한 무리들이 여기서 열흘을 얌전히 보낼 수 있을까.



요셉이 누구보다 멀쩡한 얼굴, 표정 그리고 목소리로 기도원 내에서 지켜야 되는 몇가지를

수련원 교관처럼 조목 조목 주의를 주는 동안, 열댓명의 청년부 아이들은 내내 부루퉁한 표정이다.



“… 그러니까, 핸드폰 몰래 반입하시면 안됩니다. 어차피 해안절벽 주변이라 핸드폰 가지고 있어도

인터넷도 안되실 거구요. 당연하지만 기도원 내에서 요양하시는 동안에는 술, 담배같은거

절대로 안됩니다. 예배, 성경토론, 주일 기도, 나머지 스케줄은 교회에서 하시던 거랑 얼추 비슷할겁니다.

어려운 일 없고요. 자의로 오셨든 타의로 오셨든, 일단 여기 오셨으면 각자 나름대로

얻어가는 것이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역시 퍽 달변이었다. 멀끔하고 유연한 요셉의 언변을 듣는 동안, 몇몇 여자애들이 흥미가 동한다는듯

흘끗 흘끗 요셉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 하는 표정으로 해산하려고 하던 아이들을 요셉이 다시 불러모았다.



“웃기는 말이지만, 이 안에서는 애정행각도 절대로 금지입니다. 주님에게 하는 것 빼고요”



마지막 말에 아이들이 푸핫, 실소를 터뜨렸다.



“늘 드리는 주의사항이지만 연배있으신 분들보다, 젊은 청년부니까 더 신신당부하는 겁니다. 아셨죠?”



여지껏 쭉 보아온 느낌에- 요셉이 ‘애정행각 금지’를 맨 마지막에, 그것도 덧붙여 언급하는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요셉의 표정이란, 공기총을 들고 멧비둘기 모이를 뿌리는 눈빛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요셉의 마지막 주의사항이 끝나자 묘하게 가라앉는 아이들의 눈빛과 빠르게 이루어지는 그들만의 시선교환이

그러한 내 생각을 더 굳혔다.



과연 그 첫날밤, 요셉이 말했던 ‘야동이랑은 비교도 안되는’ 것을 목격하는 일이 터졌다.











5.



밤중에 자고 있는 나를 흔들어 깨운 요셉은 실실 웃는 얼굴이었다.



“…뭐야”



덜깬 눈이 슬슬 감기는데, 요셉은 내 얼굴에 대고 손전등을 탁- 껐다 켰다를 반복했다.

강한 불빛이 안구에 쏟아져내렸다가 어두워졌다가를 번갈아하는 통에 눈이 얼얼해지는 기분이었다.



“아, 그만해"



“일어나, 얼간아. 재밌는거 보러가자”



“…재밌는거?”



“얼른”



눈을 비비며 따라나서자 요셉은 경쾌한 걸음으로 숙소 옥상으로 올라갔다.

낡은 계단은 요셉과 내가 올라가는 걸음을 조용히, 삐걱대는 소리로 받았다.



옥상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낮이면 덥다고 할 정도로 따듯한 날씨였지만, 바닷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오는 까닭에 밤은 늘 쌀쌀한 곳이었다.

팔뚝을 비벼대며 몸을 웅크리고 따라올라간 곳에서, 요셉은 잠시 바닥에 손전등을 비추고 무언가를

찾는 기색이었다.



“뭘 찾는거야?”



요셉은 대꾸없이 손전등으로 한 부분을 가만히 비추더니, 이윽고 손전등을 입으로 물고 손으로 무언가를 들어올렸다.



뭐…야?



나는 손전등 불빛 아래로 드러난 뻥 뚫린 어둠을 말을 잊고 쳐다보았다.

문인가? 지하로 통하는건가? 아니, 여긴 옥상인데?



손전등으로 비춰도 간신히, 한두발자국 앞에 계단 두어칸만 보일정도로 짙고 새카만 어둠이었다.

비로소 이 기묘한 양식의 기도원 건물들이 새삼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어설픈 서양양식과 일본풍 벽돌 건물들, 층계 사이가 이상하리만큼 넓어서 공간 낭비가 심한 것같은 이 건물.



비밀통로 따윈 구시대 전설, 그 안에서도 유물 취급받을만한 현대에서- 실제로 그런 것을 목격하자

묘하게 가슴이 두근거리는게 느껴졌다.



웅장하진 않았다. 사람 한명이 간신히 걸어내려갈 법한 좁은 크기의 석제 계단이다.

요셉이 손전등을 손에 다시 쥐어잡고, 따라오라는 듯 내게 고개를 까딱 움직여보인다.

먼저 쑥 그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그를 보고, 나도 여러번 왼발을 내디뎌 앞 디딜 곳을 가늠한다.



계단은 짧았다. 층계와 층계 사이의 일미터 남짓한 공간을 이렇게 계단으로, 복도로, 그리고 또 계단으로

전 층계 사이에 걸쳐 뚫어놓은듯 했다.



몹시 퀴퀴한 냄새가 났다. 죽은 쥐 시체라도 있는 것일까. 일미터가 못되는 높이의 통로에서 걷기 위해

요셉과 나는 몸을 잔뜩 구부리고 오리걸음처럼 걸어야했다.



석회가루, 떨어진 나무판자, 돌부스러기. 내 위치가 어딘지 가늠이 전혀 안될 정도로 어둡고 텅 빈 공간을

요셉은 마치 제 집 드나들듯 너무도 자연스럽게 척척 자리를 옮겨가고 있었다.



오리걸음을 지속하는 그 순간, 아… 하는 교성이 어둠을 뚫고 내 귓속에 가만히 파고들었다.



“여기다”



목소리를 한껏 낮춘 요셉의 말이, 조용해서 더 선명하게 들렸다.



요셉이 멈춘 곳 바로 앞에서, 미미하게 형광등 불빛이 쏟아져들어오는게 보인다.

괴이하다. 빛이란 항상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는 것만 보아왔는데,

우린 지금 아래에서 뿜어져 올라오는 빛을 보고 있다.



빛이 들어오는 구멍은 바로 환풍구였다.

구색만 낸 그 듬덩듬성한 구멍 앞으로, 요셉과 나는 가만히 간격을 좁혔다.



우리 둘의 시선이 낙하하는 그곳으로, 오늘 낮에 보았던 고등학생 둘이 몸을 나누고 있다.

좁은 침대에 구겨지듯 섞인 둘이, 마치 기름과 물처럼, 비중이 다른 액체처럼 섞이기를 시도하며

끊임없이 출렁거렸다.



얼핏보면 흥분할 만한 광경이 아니다.

환풍구는 좁고, 구도도 형편없다. 실제로 고등학생의 정사란 것이 묘하게 자극적으로 와닿지만,

어두침침한 이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바라볼만큼 유혹적인 광경은 아니다.

소녀의 외모도 빼어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성기에 피를 몰리게 만드는건,



불과 이미터도 되지 않는 곳에서 실제로 타인이 섹스를 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는 신선함이었다.

카메라를 거친 것도 아니다. 연출된 포르노도 아니다.

짓궃은 농담처럼, 나는 그저 담담히 일어난 두 사람의 섹스를, 지독히도 침착하게 관찰하고 있다.



마법이 아니라면 불가능할, 바로 지척에서 섞이고 있는 남녀를 바라보고 있다는건 흔치 않은 경험일 것이다.

둘이 교성을 지르며 섹스를 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내가 헛기침만 해도

내가 이곳에 있다는걸 당장에 알아차릴만한 거리다. 그 가까움이, 의도된 연출이 아님이, 나를 흥분하게 했다.



침 삼키기도 조심스럽다. 좁은 기도원 방을 생각해볼때, 내가 누워있었을 때 천장까지의 거리를

머릿속으로 가늠해볼 때, 나는 과장삼아 팔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것이다.



요셉이 다시 손전등으로 내 얼굴을 비추는 통에, 나는 환풍구에서 시선을 떼고 요셉을 쳐다본다.

공포 영화의 클리셰처럼 자신의 얼굴에 손전등을 비춘 요셉이, 천천히 입모양으로만 말한다.

뚫어져라 쳐다보고 나서, 요셉이 무엇을 말하는지 입모양으로 유추한다.



‘기다려’



손짓과 함께 입모양이 더해진다. 바닥을 가리켜보이는 손짓이 명확하다.



‘여기서’



나는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뭘 하려고 하는걸까?



오리걸음으로 다시 돌아온 길을 걸어나가는 요셉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환풍구 구멍으로 시선을 떨어뜨린다.

나 혼자 공간을 차지하는 통에 아까보다 더 잘보였다.



둘의 움직임이 점차 격렬해진다. 나도 마른침을 삼키며 조용히, 그러나 열기를 가지고 그 둘을 관찰한다.

서로를 향해 치닿는 움직임이 정상을 앞둔 시점에, 텅빈- 조용한 기도원 복도 사이 사이로

문득 문득 악물린 신음이 새어나가는 그 순간,



노크 소리가 들린다.



요셉이 말했던 것이 뭔지, 명확히 한순간에 이해할 수 있었다.



열기가, 소음이, 신음이, 움직임이- 그야말로 한순간에 멎어버리는 광경.



끝으로 치닫는 뜨거움이 순식간에 빙해 속으로 처박힌 것처럼, 꽁꽁 얼어붙어버리는 광경을

다른 곳이 아닌 천장에서 내려다보는 이 순간, 나는 마치 내가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리모콘을 가진

전능한 존재가 된 기분이 들었다.



섹스의 끝, 사정의 끝, 오르가슴의 끝. 한순간에 멈춰세워지는 것에 대부분의 세상사가 익숙하지 못하겠지만,

생동감이 끓는 체온처럼 사방으로 비산하는 교미의 마지막이, 뒷머리를 잡아채이듯 강제로 멈춰세워지는 장면에

나는 잠시나마 전율 비슷한 것까지 느꼈다.



가만히, 요셉의 목소리가 천장 아래 문 앞에서 나지막히 들려오는게 들렸다.



“아침에 주의드렸죠. 그만둬주세요, 다 들립니다”



무미건조한듯 하지만, 나는 어감에 희미하게 묻어나는 요셉의 웃음기를 느낄 수 있었다.

분명 거기엔 웃음기가 묻어 있었다.



두 어린 남녀는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하지 않는다.

교성이 가득채우던 방과 복도들을 이젠 침묵이 무서운 기세로 들어차기 시작했다.



또각, 또각-하고 요셉이 방 앞을 떠나는 소리가 들려와도

둘은 미동도 하지 않은 자세 그대로 못박혀있다.



머리를 민 험상궃은 남자애는 아쉬운 모양이었다. 천천히, 자신에 아래에 깔린 소녀에게로 시선을 옮기는게 보인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하… 좃같네, 진짜로…”



“어떻게해? 너 빨리 나가, 얼른… 니 방으루 가 빨리…”



“얼마 안남았는데…”



“말 못들었어? 빼, 얼른”



달아오른 물건을 천천히 수습하는 남자와 누가 쳐다보기라도 하듯 이불로 몸을 서둘러 감싸드는 여자까지

이것이 요셉이 말한 ‘재밌는 것’ 일까? 재밌는지는 몰라도, 쉬이 할 수 없는 경험이라는 건 분명하다.

누가 남녀의 섹스를 지근거리에서 이렇게 관찰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누가 질주하는 기관차를

일시에 멈춰세우는 저 장엄함과 측은함을 목격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오리걸음으로, 다시 옥상으로 올라오자 숨이 넘어갈듯이 낄낄거리고 있는 요셉이 보인다.



“봤어?”



요셉은 웃느라 정신이 없다.



“절정의 순간에, 꼭 그때 노크를 해야된다고. 그게 재미거든.

남자든 여자든 호흡이 거칠어지고 소리가 높아질때, 딱 두드리는거야. 봤지?

귀신같이 조용해지는거…”



“무시당하거나, 몰매 맞은 적은 없어?”



“돌았냐. 여기가 밖이라면 그럴수도 있겠지. 근데 기도원이야. 지들도 그걸 무의식적으로 뼛속까지 안다고.

물고 빨고 떡치고 그럴데가 아니라는거 아는거야. 못참고 선을 넘은건 자기들이다… 잘못한건 우리다…

희한하게들 그렇게 생각을 해. 사실 떡 좀 치면 어때? 여기선 안되고 밖에선 되나?

그런데도 다들 항변 한마디 못해. 자 봐봐, 쟤네 내일이면 우리 눈도 못마주치는 아주 순한 양이 된다고.

차있는 중년 부부같으면 짐싸서 다음날 나가는 경우도 왕왕 있고”



담배를 물고 라이터를 켜는 요셉의 천연덕스러운 얼굴을 들여다보니, 의문점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한다.



“근데 이거 뭐야? 왠 비밀 통로야? 이거 너 빼고 다 알아?”



요셉이 뚱한 표정으로 나를 마주 쳐다보며 대답했다.



“너 여기가 원래 뭐하던덴지 모르지?”



고개를 끄덕이자 연기를 길게 내뱉으며 요셉이 말을 이었다.



“여긴 말이야, 원래도 기도원이었어”



“…”



“한국은 총기 밀제조에 민감해. 내가 그 공기총을 어디서 얻었겠어?

주웠단 말씀이야, 여기 처음 들어오던 날"



시시껄렁한 농담인가 싶어서 요셉을 쳐다보는데, 표정이 진지했다.



“알지 모르겠는데, 이 건물 양식보면 옛날 드라마같은거 안떠올라?

이거 일제시대때 지어진거야. 왠 돈많은 지주가 지은거라고. 십자가 하나 박아놓고,

숙소 차려놓고 본관차려놓고. 존나 거창하고 뜻깊은 이유가 있지.

만주나 상해로 무기 밀수, 폭탄 밀매하던 독립군 숨겨주려고 그랬다 이말이야”



매일 조금씩 썩어가는 이 건물이 그런 그럴듯해보이는 연유로 지어진 거라고 생각이 도저히 들지 않았다.

늙은이들이 정신나간 울음과 웃음을 교대로 질러대고, 재규어 세단을 모는 괴상한 목사에,

잡초가 우거진 뜰을 가진 이곳이 그런 유서깊고 고상한 이유로 만들어졌다니.



“숙소, 기도원 본관. 다 층계 사이가 어정쩡하게 남아도는 이유가 그거라고”



“본관도 그래?”



“그래, 거기도 여기랑 비슷해. 암튼”



“암튼?”



요셉이 길게 담배를 빨아들였다. 대답이 지체되는 동안 나도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내 한개비 물었다.



“여기서 먹이고 재우고 하다가 순사들 뜨면 잽싸게 층계 사이 이 쥐구멍으로 숨고 그랬던거야.

근데, 어느날인가 누가 처신을 잘못했는지 몰라도, 여기서 먹고자고 하던 한국 군인들이 죄다 일망타진당했대”



“건 왜그랬을까?”



“모르지. 그런데 생각해봐. 우리가 본 환풍구처럼 각 방을 훔쳐볼 수 있게, 부러 그렇게 해놓은거라고 내 생각엔.

그런데도 그렇게 죄다 잡혀들어갔다는건 뻔한거 아냐? 누가 꼬바른거지 뭐. 난 그거 사진으로 봤어.

여기서 지내던 반일 인사들, 한국 군인들, 수십명이 죄다 귀랑 코가 베여서 형무소 앞에 머리가 주렁주렁 줄로 엮어놓은 사진.

꼭, 과일 나무 같이.”



얼핏 얼핏 교과서에서 보았던 것 같은 그 일본의 만행이 이미지로 떠오를듯하다.

담배를 필터까지 다 태운 요셉이 멀찍이 꽁초를 집어던졌다.



“옛날에 역사대백과였나. 아마 해적판이었을거야. 애들도 보라고 만든 책에 그런 사진을 버젓히 출판해놨을리가 없지.

누렇게 뜬 종이에서 봤단 말이야. 잘린 머리가 주렁주렁한 그 형무소 앞 풍경을.

그 때, 순사들이 닥쳤을 때, 기분이 어땠을까?”



요셉이 나를 쳐다보며 빙그레 웃었다. 역시 천사같은 웃음이다.



“이런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데는 이유가 있어.

당시에 이곳 지게꾼으로 일했던 석쇠라는 노비가 있었어. 나중에 다마루라는 이름으로 개명하고,

일개 지게꾼이었던 주제에 전도사가 되고, 나중에 기도원을 운영하는 목사가 되어버려”



기분이 이상해진다.

요셉이 빙글 빙글 웃으며 말을 잇는다.



“지게꾼에서 대형 기도원 목사로 인생 역전을 한 그 다마루라는 남자가, 바로 우리 꼰대의 아버지 되시겠다 이말이야.

난 항상 궁금했어. 독립군 대거 축출때, 당시에 이 기도원을 지었던 목사도 잡혀갔거든. 주도자가 멀쩡할리 있겠어?

그 사람도 목이 잘렸단말이지. 근데 그 이후로 일본 토지조사원은 비천한 노비 지게꾼이었던 석쇠, 다마루에게

이 기도원의 운영을 맡겨버려. 아주 파격적으로”



상상이 일기 시작한다. 만석꾼인 주인이 독립군을 불러 먹이고 재우고 숨겨준다.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니

국적 잃고, 고향 잃고, 그저 돈 있으면 그만일 것 같은 분위기에- 때마침 대일본제국의 적을 지붕 아래 숨겨주는 놈이 있습니다.

한 마디면 인생이 확 뒤집힐 것 같은 어느 지게꾼 노비의 머릿속이, 상상에 선명해진다.



“우리 꼰대는 말이야. 줄을 잘 타. 본인이 어디 서야할 줄 아주 잘 알아. 아마 그렇게 같은 동포 팔아먹고

신세고친 그 다마루라는 남자의 핏줄이 분명하다 싶어.”









5.







꿈을 꾸었다.



기도원 주변에 있는 을씨년스런 죽어가는 나무들한테서, 도저히 열릴리 없다고 생각하던 과실들이 주렁주렁한 꿈.

물론 그건 잘렸다던 독립투사들의 머리들이었다. 꿈인 까닭인지, 나는 두려움 없이 나무 아래로 다가갔다.

틀어잡힌 머리카락들이 줄기라도 되는 듯 가지마다 억세게 묶여 있었다. 희한하게도, 단 과실 향이 가득했다.

과당 넘치는 과일들이 그러듯 단물이 떨어져 내리듯했다. 그리고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핏물들이 방울씩 떨어지고 있다.

가장 가까운 가지에 묶인 찡그린 표정의 머리가 ‘안녕?’ 하고 인사했다.

갑자기, 주렁주렁 매달린 수십개의 머리들이 동시에 눈을 뜬다. 그리곤 다같이 무어라 소리쳐 내뱉기 시작했다.

목사의 주도아래 예배를 시작했던 신도들이 내뱉던 기묘한 방언들이었다.



어떤 머리는 낄낄 거리고 어떤 머리는 흐느꼈다. 괴성을 지르는 머리도 있고 조용히 중얼거리는 머리도 있다.

마침내 나는 그 기묘한 과일 나무에게서 뒷걸음치기 시작한다.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넸던 머리가, 얼굴을 찡그리며 재차 말을 건낸다.

‘안녕?'



안녕, 하고 답하는 사이, 잠에서 깼다.



식은땀이 흐르는 채 좁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새벽 세시쯤 되겠다, 싶었다.





몸에 흐르는 찬 땀기를 닦는 내내 나무 아래서 쏟아지던 핏방울들이 떠올라 선뜩했다.

수건으로 정신없이 몸을 훔쳤다.



그리고, 내 방 중앙에 달린 환풍구에 눈이 가 닿았다.



어두컴컴한 방이지만, 깜깜함에 익숙해진 눈은 한부분만 더 시커먼 그 구멍을 어려움없이 식별해낸다.

뻥뚫린, 눈알이 도망간 눈구멍 같은 구멍이었다.

누군가 있어도, 숨소리 죽이고 있으면 모를 그런 구멍. 내가 그 고등학생의 정사를 훔쳐봤을 때처럼.

여느 관찰자가 나를 소리없이 내려다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요셉의 말로는 비밀 층계를 아는건 기도원 안에서 자기 뿐이라고 했다.

어릴때부터, 놀거리 하나 없는 이 거대하고 칙칙한 기도원을 이곳 저곳 쏘다니던 그만이

이곳에서 이런 저런 잡다한 것들을 꿰고 있다고, 했다.



어린 요셉이 저 홀로 잡풀 우거진 기도원 뜰과 숙소, 본관 건물을 오가며 이곳 저곳을 탐험하는 광경이 상상되었다.

담배를 몰래 필 곳을 찾아 구석 구석 뒤졌겠지. 요셉은 담배를 중학교 시절부터 피웠다고 했다.

신도들 몰래, 그리고 심심하면 기도실에서 자신을 두들겨패는 꼰대 목사 몰래.



매번 멧비둘기를 쏴죽이기전에 심심찮게 있는 폭력을 담담히 알고 있음에도, 나는 아직까지 목사가 두렵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내게 보이는 모습은 항상 정돈되고, 깔끔하며, 기운 넘치는 중소기업 사장 같은 모습 뿐이었다.

나는 요셉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같이 분개하지도, 이 사실을 멈추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지도 못했다.

아니, 그럴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사는게 버거워 월 백을 받으러 해남땅 촌구석으로 빌빌 기어든 자신이 무엇을 바꿀 수 있단 말인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런 폭력을 일상처럼 받아들이고 살며, 우연히 찾아온 또래가 그것에 관해

걱정이나 분노 어느것도 보이지 않는데도 스스럼없이 친구가 된 요셉마저도, 기도원 밖에서 정의하는

‘정상적인’ 사람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나도 그렇다는걸, 그때마다 자각하고 이상한 안도감에 빠졌다.

기도원 전도사였다는 할아버지의 존재가 불편하다가, 이곳이 사이비라는 걸 알고는 기묘한 안도감을 느꼈던 것처럼,

세상이 요구하는 쓸모있는 사람의 발끝에도 이르지 못하는 나라는 사람이 속해있는 이 공간의 이상함이란,

비틀리고 이상하다는 느낌보다는 아늑하고 편안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래, 내가 있을 곳이란 ‘이런 곳’이지… 하는.



매번 발길에 걷어차이면서도 도망갈 생각 자체를 떠올리지 못하는 시골 개처럼.

그럼에도 주인이 오면 꼬리를 흔드는 그 불쌍하고 멍청한 짐승들처럼.

요셉과 나는 닮았다.





젖은 몸을 대충 수건으로 닦아내고 옆으로 수건을 집어 던졌다.

눕자, 빨려들듯 어두운 그 구멍과 시선이 정면으로 맞닿는다.



잘린 머리들의 단편적인 이미지들이 눈 앞에서 떠다녔다. 순사가 들이닥치기 전,

저 구멍으로 방의 동향을 살피고 있었을 과거의 그들이 떠오른다.



잘린 머리의 입이 움직이며 하는 ‘안녕’이 다시 머리에 떠오르자, 나는 그 구멍을 계속 마주보지 못하고

벌떡 몸을 다시 일으켰다.



담배라도 한대 피워물고 와야겠다 싶었다.



반팔에 반바지 차림으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뜰로 걸어나오자, 항상 그렇듯 쌀쌀한 밤공기가 다리에

닭살을 돋아올렸다.



불을 켜고 연기를 뿜는동안, 지대가 더 아래에 있는 본관이 어슴푸레 보였다.



순간 담배를 든 손이 우뚝, 정지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일순 심장을 두근 뛰게 만들었다.



미스 리. 본관 윗 다락에 살고 있는 미스 리.

요셉의 말로는 모든 건물이 동일한 숨겨진 층계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럼 본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저 멀리 보이는 낡으칙칙한 붉은 벽돌이 점차 뚜렷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밤바다에 끼는 해무 때문에 어슴푸레해 보이는 그 구조가, 눈 앞으로 달려들듯 선명해지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자고 있을 것이다.

얌전히 담배나 피고 내 방으로 들어가자. 허튼 짓 하지 말자. 식객으로 얹혀 허드렛일 하는 주제에

사고라도 치게 된다면 말없이 여길 떠야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목덜미와 손, 발목 말고는 칭칭 싸매어 드러내지 않는 뿔테낀 차가운 표정의

그녀가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가 계속해서 궁금해져왔다.

잘때도 그렇게 긴 옷을 입을까? 얌전히 누워잘까? 아니면 여느 사람들처럼 팔다리를 내던지고

편하게 잘까? 어쩌면 속옷만 입고서 잘지도 모른다.



상상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동안 손에 쥔 담배개비가 속절없이 다 타들어가 길게 늘어졌다.



숙소로 향하는 뜰을 익은 눈대중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발에 종종 걸리는 잡초 무더기를 그대로 헤치고 걷는 통에 종아리가 거친 풀에 쓸려 쓰라렸다.



단순히 걸음을 옮기는동안, 내딛는 한걸음마다 마음 속 흥분이 불쑥 불쑥 자라는게 느껴진다.



본관 건물이 가까워질수록 그런 요동이 더 심해졌다.

무릎이 후들 후들 떨리며 몸에 힘이 스윽 빠져나가는 듯 했다.



옥상이겠지. 문은 거기있을 것이다.

예배하는 곳으로 쓰이는 본관 1층, 그리고 작은 셋다락같이 생긴 2층, 그리고 가끔 빨래를 널어말리는 3층.

3층에 올라가 요셉이 했듯 바닥 문을 찾아열면, 그 일미터 남짓한 비밀 층계가 드러날 것이다.



옥상으로 올라가, 발치로 여닫는 문을 더듬어 찾았다.

새벽중에 일어나 이짓거리를 하고 있는 나도 결코 정상은 아니다. 뼈저린 자아성찰이다.

상식으로 납득이 가지않는 온갖 행동이 점철된 이 기도원에서 나도 결코 빠지지 않는다고.



발문에 미묘한 높낮이의 철책이 덜컥- 걸려든다. 손을 더듬어보니, 과연 바닥과 색이 비슷한 육중한

쇳문이다. 아래위로 여닫는 모양새가 숙소에 있던 것과 꼭 같았다.

들어올리자, 생각보다 큰 소음이 쇠를 긁는 모양새로 커다랗게 울려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잔잔히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드러난 뻥뚫린 어둠을 보자, 생각지도 못했던 일말의 망설임이 드는게 느껴졌다.

그러나 망설임은 생각보다 짧았다. 손전등도 없는 지금, 나는 저번에 요셉과 함께 했을때보다

훨씬 더 주의를 들이며 발을 찬찬히 내디뎠다.



숙소에 있던 층계참보다 훨씬 작았다. 아래로 진입하자 야트막하고 좁은 것이 눈에 찬찬히 들어왔다.

구석즈음에 아래로 내려가는 작은 소층계가 보였다. 기도원 본관 위로 통하는 층계일 것이다.

자극 없는 기도원에서, 자위의 대상으로 떠올리던 여자의 위에 서있다. 아무도 몰래.

저리듯이 손발이 미미하게 떨려왔다.



환풍구가 어디지?

컴컴한 까닭에, 그리고 불 하나 켜있지 않은 까닭에 어딘지 쉽게 파악이 되지 않았다.

기척을 죽이고 찬찬히 바닥을 훏는 동안, 이윽고 다른곳보다 아주 약간 더 밝은 작은 구멍을 발견할 수 있었다.



침을 삼킨다.

천천히, 소리를 죽여 다가가는 동안 심장 고동이 점차로 더 요동치기 시작한다.



이윽고 그 작은 구멍앞에 다다랐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쉼호흡을 했다.

내려다본다.



작은 쪽창이나마 있는 숙소를 훔쳐볼 때보다 더 어두웠다. 그야말로 깜깜하다.

조바심내지 않고, 눈이 어둠에 익기를 기다린다.



삼분여가 지나자, 서서히 다락에 있는 것들의 어슴푸레한 실루엣들이 동공에 담기기 시작했다.

넉넉한 방이다. 내가 있는 신도 숙소 따위보다 훨씬 넓다. 나무 마루들의 선이 하나 하나 식별되기 시작하고,

세면대, 어울리지 않는 둥근 바닥카펫, 작은 소파, 옷걸이 행거, 그런 것들이 점차 보이기 시작했다.

소파에 이르자 내 동공이 한층 더 커지기 시작한다.

흰 매트리스에 흰 천이다.



그런데… 누워있는 실루엣이 이상하다.



둘이다.



어째서 둘이지? 싶은 생각에 눈에 더 힘을준다. 부릅뜨고 누워있는 형태를 파악하기 위해 용을 쓴다.



남자다. 그리고 여자다.



여자는 미스리일 것이다. 남자는 누구지? 이 외간 기도원에 남자란 별로 없다.

매번 방문하는 신도들은 예배가 끝나면 죄다 빠져나가고, 나 혹은 요셉 아니면 목사 셋 뿐이다.

숙박 기도를 하고 오는 일행들을 제외한다면.



예상이 맞아 떨어지며, 침대에 대자로 누워있는 풍채좋은 남자의 모습이 분간되었다.

목사다. 깔끔하게 빗어넘긴 머리와 품 좋은 정장을 벗어던지고, 사각 속옷만 입고 오르락 내리락 뱃구레를

움직이며 잠에 빠져 있다.



싱글이라기엔 크고, 더블이라기엔 작은 애매한 침대다. 공간을 죄 차지한 목사 옆에 작은 선처럼 다소곳한

그녀가 눈에 들어온다. 다리부터 훏어 나가는 내 시선이 흔들린다.

신비롭다면 신비로웠던 기도원의 그 작은 새같던 소녀의 옆에 누워있는, 사이비 기도원의 목사가

내 생각을 온통 붙잡고 흔드는 거대한 파문을 일으키는 통에, 진정이 되질 않는다.



하얗고 가느다란 다리다. 마찬가지로 흰 속옷이다.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 다리와 허리로 이어지는 그 천조각이,

쉬이 식별되지 않을 정도로 흰 몸이다.

치렁치렁한 원피스 스커트로 감싸인 몸이, 이 작은 다락에서 온전히 드러내어져 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희디 흰 허벅지에서 직선의 보랏빛 선 몇개를 발견한다.

흰 빛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가느다란 보라색 선들이었다. 뭘까, 저게?



시선이 계속 위로 오른다.

차마 장기가 다 들어가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가늘고 흰 허리를 지나, 내 시선이 브래지어로 이어져간다.

침 삼키는 것도 조심스러울 정도의 관찰이다. 내 시선과 그녀의 피부가 맟닿아 스쳐올라가는 내내 숨소리 하나 내쉴수 없다.

그리고, 그자리에 심장이 멎을 것만 같은, 충격이 내 관찰을 산산히 부숴놓는다.



그녀와, 내가 눈이 마주쳤다.





6.



어둠에 익은 눈이, 단발 머리로 감싸인 그녀의 눈동자가 이 환풍구 구멍으로 뻗어오는 것을,

명확히 드러내 보인다.



새벽에 두 눈을 명확히 뜨고 환풍구 구멍을 뚫어져라 쳐다볼 확률이 얼마나 될 것인가.



나신을 꼼짝도 하지 않고, 드러난 몸을 가릴 생각도 않고, 그저 차가운 시선이 내 눈동자로 쏘아져와 박힌다.



숨이 가빠져온다.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을 아는 것일까? 어떻게?



산중에 호랑이와 마주한 사냥꾼이나 심마니들은, 몸이 굳어진 것처럼 그 산주인들 앞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지.



어둠속에 미미하게 빛을 발하는 그녀의 흰 눈동자와 천장을 사이로 마주한 내내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차가운 시선이었다.



경멸하는 것 같기도 했고, 비웃는 것 같기도 했으며, 동정하는 것 같기도 했다.

실제로 벗고 있는 것은 그녀이지만, 반대가 된 기분이다.

온 몸이 벗겨져 사람들이 가득한 시내 한복판으로 쫓겨난 기분이었다.



얼른 이 층계를 벗어나 니가 자고 있던 숙소로 돌아가! 머리속 이성이 쉴새없이 명령을 내렸지만,

나는 정말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벗은 몸이며, 팬티며, 브래지어며, 흰 피부며, 내가 간절히 원했던 다른 부분으로 향할 시선의 여유따윈 조금도 없었다.

나는 그 날카로운 시선에 못박힌 것처럼 미동도 하지 못하고, 환풍구 너머로 그녀와 눈을 마주했다.



움직여, 움직여, 얼른 움직여 이 머지리같은 놈아.



가위에 눌린 것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여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순간, 잠이 덜깨인 목사의 몸이 뒤척인다.

아주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돌아선 풍채좋은 중년의 남자가, 손을 그녀의 팬티 속으로 밀어 넣는다.

마치 엄마의 젖을 찾아 쥐는 어린아이의 잠투정처럼.



그리고 그 상태로 미동없이, 다시 잠 속으로 빠진다.



까슬한 음모의 감촉이 내 손으로 느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목사의 일련의 동작 중에도, 서슬퍼런 그녀의 시선은 환풍구를 마주하고 있다.

무서울 정도로 아무 미동도 없이.



두려움이 든다. 정신을 차리자.

힘겹게, 아주 힘겹게, 발을 뒤로 움직여 환풍구 앞에서 뒷걸음질을 한다.



머릿속을 꿰뚫어보는 듯한 그 시선이 걷히고, 참았던 호흡이 일순간 폭팔하기 시작한다.

폐가 잊었던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기 시작한다. 뒷덜미에 땀이 선뜩하게 흐른다.



그럴리가 없다. 요셉이 말하길 그 밀폐 층을 알고 있는 것은 자신 뿐이라고 했다.

게다가 설령 그 층계의 존재를 안다한들, 그 어둠 속에서 기척하나 없이 있는 자신을 어떻게 꿰뚫어 본단 말인가.



정신없이 오리걸음으로 왔던 길을 더듬어 나오고, 옥상에 올라와 철문을 도로 닫는다.

잡초 우거진 뜰을 다시 정신없이 헤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불안하게 요동쳤다.



다리에 닿는 잡풀들이 다리를 잡아채는 손처럼 죄다 불안하다.











“너지?”



“뭐?”



“시치미 떼지마, 머저리새끼야”



토요 예배가 끝난 뒤, 담배를 피우러 뒤뜰로 돌아나가는 찰나, 요셉과 미스리가 대화하는게 들려왔다.

왜였을까, 나도 모르게 우뚝- 담벼락 너머에 멈췄다.



“아직도 그러고 있냐? 왜 그래 진짜? 그냥 죽어. 한심하니까. 넌 스스로 한심하지도 않니?”



“… 뭐라는거야. 또 왜그래?”



이상하다. 달변인 요셉이 저렇듯 어눌하게 쩔쩔매는 것도, 표독한 표정 하나 지을줄 모를것 같던

미스 리가 저렇듯 경멸의 목소리로 상대방을 깔아뭉개는 것도.

둘 사이에 뭐가 있었을까? 그러고보니,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내가 오기전까지, 어린 사람이라곤 둘 밖에 없었을텐데. 요셉은 내게 한번도 미스리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없다.



미스리가 요셉을 몰아붙이는건,

어젯밤 일 때문일 것이다. 초조해진다. 흰 나신과 차가운 눈빛이 생각난다.

내 착각이 아니었던 것이다. 미스리는 어젯밤 환풍구 너머에 서있던 것이

요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안그래도 사는거 구질구질하고 좃같아. 너까지 안그래도 충분히 좃같다고. 알아?”



“말 한마디 안섞다가 뜬금없이 무슨 짓인데? 뭐때문에 이러는건지 짐작 한개도 안가니까

설명해주고 욕을 하던가 해…. … 화나려고 하니까”



요셉의 목소리가, 기도원에 온 이후로 처음으로 흔들리고 동요한다. 뺨을 얻어맞아도 변함없던

톤과 억양에 화가 담긴다.



“넌 진짜… 최악이야.”



그 말을 끝으로 미스리가 내가 있는 쪽으로 휙 돌아 걸어 나온다.

어쩔줄 모르고 엉거주춤 얼어있는 나를 발견하고 주춤, 걸음을 멈춘다.

차갑고 차가운 눈이다. 흘끗 나를 쳐다본 그녀가 그대로 냉기어리게 나를 스쳐지나간다.

어젯밤 그 눈동자 그대로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담배를 든 손으로 요셉이 서있는 뜰로 걸어들어가기도, 모른척 숙소로 돌아가기도…



“뭐해, 담배 피러왔으면 피우고 가”



깜짝 놀라고 만다. 담벼락 너머에서 주춤주춤 요셉이 있는 쪽으로 걸어들어간다.



“...무슨 일 있는거야?”



죄책감이 마구 심장 아래 언저리를 찔러대는 기분이지만, 모른 척 요셉에게 말을 건넨다.



“글쎄, 모르겠네… 원래는 소닭보듯 하고 지냈는데… 나한테 말 안한지 한참 됐거든…”



“둘이 싸웠어?”



말없이 연기를 들이마시고 뱉는 요셉을 보는데, 이상한 감정이 든다. 뭐지? 이게?



“여긴 정상이 없어”



요셉이, 기도원에 온 이후로 내내 무의식적으로 반복해서 생각해온 말 그대로를 정확히 꺼낸다.

맞다. 여긴, 정상이 없다.



“정상이 없는 곳에 멀쩡한 사람이 들어오면, 못 견디는게 당연한거야.”





순간, 내가 들었던 이상한 감정이 무엇인지, 불현듯 캐치해냈다.



갖고 싶어 마지않았던 것을 다른 사람이 별다른 노력없이 손에 쥐었을 때, 그걸 지켜보던 심정.

질투다. 이건 질투야.



희한하다고 생각한다. 체념하고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동안, 결코 들어본 적이 없던 기묘하고 생경한 감정이다.



그런데,

말을 아끼는 요셉과, 방금 전에 있었던 미스리와 요셉의 대화가 내포하고 있던

악연으로 헤어진 연인같았던, 서로간의 혐오가 담긴 애증이- 내게 질투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총 쏘러 갈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셉이 목사한테 얻어맞지 않고 제안해오기는, 처음이었다.









둘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내내 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목사가 팬티 속으로 손을 밀어넣던 내 또래의 그 비밀스런 소녀와, 기도원에 묶인 천덕꾸러기 개처럼 사는 요셉이,

그들의 과거가, 점차로 궁금해졌다. 온갖 추측과 추리가 내 머릿속을 떠돌았다.

이상스런 분위기와 일견 혐오하는 듯하지만 과거에 서로에 감정을 나눴던 것 같은 그들의 대화가

내가 모르는 언어로 쓰인 짝사랑 상대방의 일기장처럼 내내 생각 속을 떠나지 않았고, 나는 그것을 해독하고 싶었다.



방법은 꽤 간단했다. 열흘에 한번씩 읍내로 나가 생필품을 살때, 나와 요셉은 항상 같이 파란색 트럭을 타고 갔다.



담배를 한보루씩 사들고, 라면이며 락스며 자질구레한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가득 사서 돌아오는게 일과다.



요셉이 잠시 슈퍼 화장실을 간 사이,

나는, 몰래 사비를 들여 소주를 여러병 샀다.

안주로 삼을 오징어도 샀다.



담배는 여러번 같이 피웠어도 술을 같이 마셔본 적은 없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뻔뻔히 캐묻기에 위해서는, 같이 취기가 오르면 보다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늘 그렇듯 담배보루를 숨기는 좌석 아래 부분에, 사놓은 소주병과 오징어 몇마리도 같이 숨겨넣었다.





생필품을 정리하고, 내 방으로 소주와 안주거리를 숨겨놓은 다음 나는 내내 기회를 엿보았다.

술을 터놓고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려면 새벽녁이 적당할 것이다.







요셉은 대취했다.



그는 술도 잘마셨다.

새벽녁에 깨우자, 졸린 눈을 떠올리며 의아하다는 표정이었지만 옥상에 차려놓은 조촐한 술상을 보자

함박 웃음을 지었다. 역시, 천사같은 웃음이었다.



“너랑 술 한잔 할 생각을 못했네. 미안해, 이 그지같은 곳에 있다보면 이런 술자리 한번도 퍽 쉬운게 아니거든”



요셉은 내가 내미는 종이컵을 마다하고 그대로 병째 들고 시간을 들여 소주를 마셨다.

쓰다는 표정 한번 없다. 간간히 어설프게 구워진 오징어 다리를 씹는 것 말고는 유쾌한 표정으로 술을 들이켰다.



물어볼까, 물어볼까, 타이밍을 재다가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요셉말대로 ‘이 그지같은’ 곳에 살면서도 괴이한 낙천성과 유쾌함을 잃지 않는 그가,

내게 한번도 말을 꺼내지 않던 미스리에 대해서 물어보려면 아직은 아니다. 그가 좀 더 취했을때, 물어보기로 한다.



요셉은 내게 술을 억지로 권하지도 않았다. 세병을 거푸 마시고서야 조금 눈이 풀리는게 보였다.



“야아… 기분 좋다. 나도 종종 마셨는데… 늘 혼자마셨거든. 동갑내기 친구랑 마시긴 처음이다…

혼자 먹다보니까 먹을 요량도 생각도 안났는데. 이제 종종 마셔도 되겠다. 기분 좋다.”



내가 잠자코 있자, 요셉이 기분좋게 웃으며 말을 덧붙여왔다.



“말해”



“…뭐?”



“뻔하지. 담배 하나 피우기도 눈치보던 니가 먼저 술상 차려놓고 나 부를정도면 뻔하잖아.

뭐 하고 싶은 말 있어서 부른거 아닌가, 싶었지.”



요셉은 날카롭다. 둥글 둥글 웃는것 같으면서도 찌르는데가 있다.

이 기도원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얻은 것들일까. 어른스러우면서도, 징그럽게 조숙한 아이같기도하고.

종잡을 수 없다.



“그… 얼마전에… 미스 리랑, 말이야.”



“아, 그거”



그가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인다.

요셉이 품을 뒤진다. 낡아빠진 카키색 미군 바지속에서, 꼬질꼬질한 스냅사진을 꺼내 내게 건넸다.

…그녀다. 요셉과 미스리가, 얼굴 맞대어 붙이고 환하게 웃고 있다. 누가 보아도 영락없는 연인이다.

내 짐작이 맞았던 것이다. 사진 속 둘은 지금보다는 더 어려보인다.



“지금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게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요셉이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짓는다.

기독교 아동부 담당 전도사가 아이들을 앉혀놓고 하는 구연동화같이, 과장된 목소리와 나긋나긋한 톤으로,

명확하고 천천히, 말하기 시작한다.



“옛날 옛날에, 이상한 기도원에 요셉이라는 남자아이와 미스리라는 여자아이가 살았어요”



진부한 시작부터 소름이 돋기 시작한다. 아름답게 끝나지 않을 것을 확신하는 동화책을 펴드는 아이처럼,

나는 떨며 요셉의 말에 빨려들어가기 시작한다.



취한 요셉이 왼손과 오른손에 소주병을 한개씩 집어든다. 마치 왼손과 오른손에 인형을 하나씩 끼우는 복화술사처럼.

알록달록한 헝겁인형이 아니라, 다 마셔서 비워진 소주병이라는 것만 다르다.



“둘은 이상스런 기도원에서, 서로 처음만나자마자 반했어요”



마른 침을 삼키며 요셉을 쳐다본다.

금지된 동화를 꺼내서 읽는 아이처럼.



“미스리는 엄마가 아팠어요.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집을 나와버리고 나서는 남겨진 엄마와 어린 여자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어요.

생활비도 막막한 상황에, 엄마까지 덜컥 아파버리니까. 미스리는 막막했어요.

어린 여자애가 뭘 할 수 있었겠어요?

할 수 있는 온갖 아르바이트를 닥치는대로 해도 엄마 병원비를 벌기엔 막막했어요”



요셉이 한쪽 소주병을 들고 가만히 흔들어보였다.



“근데 그때 맘씨 좋은 아저씨가 한명 나타났어요.

엄마가 입원하고 있는 병원의 주주 중 한명이었던 목사님이었어요.



엄마 치료비를 지원해줄 수 있다고 했어요.

학비도 벌어야되고, 엄마가 나은 다음에도 훌륭한 사람이 되어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선

공부도 해야한다고 했지요. 꿈같은 이야기였어요.

미스리는 돈을 벌기 위해 고등학교까지 중퇴했기 때문이었지요. 돈 벌기에 목매느라

꿈도 꾸지 않았던 공부까지 해야한다고 말해준 어른은 처음이었어요.



‘아저씨가 일하는 기도원에 와서 허드렛일이라고 거들련? 치료비는 걱정말거라.

월급도 줄 수 있단다’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 아니겠어요?"



천역덕스러운 요셉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어내는 듯이 억양의 높낮이를 다루는것이 퍽 자연스럽다.



“이상스런 기도원에 온 소녀는 너무나 행복했어요.

감당하기 어려웠던 병원비가 수납 데스크에서 매달 꼬박 꼬박 지불될때마다, 목사 아저씨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점점 커졌어요.

기도원에서 신도들을 안내하고, 잡무를 도맡아하면서도 너무 너무 행복해하고 감사했어요.



아줌마 아저씨 신도들이 방언을 내지르고, 해안 절벽 끝에 콕 처박혔지만 무슨 상관이겠어요?



기도원은 지옥같던 삶에서 바야흐로 처음 펼쳐진 낙원같은 거였으니까요”



요셉의 목소리가 여전히 꾸밈없이 밝았고, 소주병 두개를 나누어 쥔 양손이 너울 너울 춤추듯 흔들리가

소주병 두개를 부드럽게 이어 붙여보였다.



“요셉이라는 아이는 버려진 고아였고, 역시 마찬가지로 천사같은 목사에 의해 구원받은 아이였지요.



세상에서 도려내듯 버려진 둘은 처음부터 동질감을 느꼈어요.

기댈곳 하나 없는 세상에서 마치 둘 만이 서로를 알아보듯 강한 무언가를 느꼈어요.

비맞은 개처럼 살아오던 요셉에게 소녀는 마치 따듯한 데운 담요 같은 것이었어요.



둘은 수줍게 서로 감정을 토로했어요. 아무도 없는 절벽 끝 기도원이 순식간에 사람이 북적거리는 것처럼

따듯하고 소란스러운 곳인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흡족하고 흡족했어요”



요셉이 이어 붙였던 소주병들이, 서서히 균열이 일듯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느날 목사 아저씨가 기도실로 미스리를 불렀어요.



‘너는 내 첫사랑을 닮았단다’



참말로 그렇다면, 목사 아저씨가 그토록 헌신적인 친절을 베푼 것도 짐작이 되지 않을까요?

목사는 소녀를 자기 옆자리 앉히고, 더듬기 시작했어요.



그만하세요… 그만하세요…



미스리는 가엾게 빌고 빌었지만, 목사는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어요.

도저히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려는데, 목사가 나지막히 말했죠...



“네 엄마를 생각해!”



쩔그렁!



나도 모르게 들고 있던 소주병을 떨어뜨렸다. 멍하니 요셉을 쳐다보았다.

요셉의 입에서, 목사의 기운 넘치는 목소리와 똑같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흉내낸 것 같은 어설픈 느낌이 아니다. 녹음해놓은 목소리를 그대로 틀어놓은듯, 소름끼치도록 똑같은 목소리였다.



얼어붙은 내 앞에서 요셉이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미스리는 납득하고 말았어요.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도 생각했어요. 그 비싼 치료비를 다달이 부담하며, 월급까지 주는 이곳으로

자신을 데려온 이유. 나가서 몸을 팔더라도 해결할 수 없는 그 금액이 시원스레 해결되는 이유.



자기 혼자 참으면 되는거니까요. 그냥 그러면 되는거니까요.

그렇게 기도원은 또다른 지옥이 되었어요.



미스리는 아주 느린 자살을 선택했어요.

엄마를 살리는 대신, 자기 영혼은 아주 천천히 죽어가기로… 그렇게 생각한거에요”



요셉이 소주병을 완전히 떨어뜨려, 양팔을 쫙 벌렸다. 두 소주병이 더 이상 떨어지지 못할 정도로

떨어뜨려 놓겠다는 듯이, 손이 바르르 떨릴 정도로 쭉 양팔을 벌려 그렇게 떨어뜨려 놓았다.





“소년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묶여있는 개처럼 살아와서 도망가는건 엄두도 못냈죠. 소녀를 설득할수도 없었어요.

병원비는요? 영화 ‘졸업’의 벤저민과 엘레인이 도망가는건 너무도 요셉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그는 미래가 두려웠어요. 목줄이 풀리는게 두려웠죠.



멧비둘기를 쏴죽이면서, 담담히 하루안에 포함된 화를 삭히며 살아가는게, 어린 소년 요셉이 선택한 길이었어요.



미스리와 요셉은 둘 다 타협했어요.

둘이 만나 심장이 졸아들듯 서로 나누던 비밀스런 시선도 없어지고,
새벽중이면 몰래 나와 찬 바닷바람 속에서 손을 잡고, 해무 속을 거닐던 조촐한 데이트도 사라졌어요.



어느날부터, 미스리는 요셉을 ‘머저리’ 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 멧비둘기 새끼말고, 목사를 쏴죽이기 전까진 넌 영영 머저리야!”





소름이 돋는다. 손가락이 벌벌 떨렸다. 요셉의 입에서 나온 건… 너무도 흡사해, 아니 흡사한 것을 넘어

내 뒤에서 미스리가 내뱉는 것같이 흠잡을데 없이 똑같은 그녀의 목소리였다.

그 멧비둘기 새끼말고 목사를 쏴죽이기 전까지 넌… 영영 머저리야…



요셉이 양쪽 소주병을 별안간 바닥에 던져 박살냈다. 요란하게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요셉은 요모양 요꼴로 살다가… 어느날 동갑내기 친구를 만나게 되고…

술을 마시다 이렇게 동화 한편을 들려주게 됩니다.”



요셉이 고개를 떨구었다.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요셉 주변의 공기가, 데워지고 끓는 그 공기가,

그가 울고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만지면 데일듯 뜨거워보이는 눈물이 숙여진 고개 아래로

조용히 선명하게 그어졌다.



요셉이 펼쳐낸 구연동화가 가지는 디테일들은, 아마도 그가 직접 보았기 때문이리라.

그는, 요셉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7.





다음날 일어난 요셉은 마치 아무런 일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 기억을 못하는게 아닐까, 생각해봤지만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쾌활하고 담담한 원래의 모습이었지만, 어젯밤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속내를 짐작할 수 없는 그의 천사같은 웃음이, 내가 더 알지못하는 어떤 어둠들을 가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그를 알 수 없어졌다.



지독한 관음의 나날이었다.



요셉과 술을 마신 이후로, 아니- 미스리의 속옷 속으로 파고드는 목사의 손을 본 이후로

그날 기도원 본관에 있는 그 빌어먹을 환풍구 아래를 내려다 본 이후로-



나는 비틀리고 기괴한 연극을 홀로 관람하는 관람객이 된 기분이었다.

홀로 어둠속 객석에 앉아, 관객 따위는 의식하지 않고 무대 위에서 덜그럭 거리는 배우들을 보는 기분.



쾌활한 요셉도 그러했고, 아무일 없이 일을 처리하는 미스리의 차가운 표정을 봐도 그러했다.



세달여의 시간동안, 이 곳에 깊이 매몰되었다고 생각한 나의 자리가

사실은 아주 보잘것 없음이 점차로 깊게 와닿았다.

나는 이곳에서도 내 자리를 제대로 찾아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인이었음이 분명한 둘의 대화없음이 사실은 그 무엇보다도 분명한 질량을 가지고

이 기도원을, 뜰을, 낡아가는 해안 절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 지금, 나는 괴로웠다.





그럼에도 시간은 잘갔다.



가열찬 섹스를 나누었던 청년부 모임이 떠나고, 또다른 가족이 숙박기도를 신청했음에도

나는 시큰둥했다.



무엇이든 당분간은 열의를 가지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런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병약해보이는 한 인상의 소녀가 양 옆에 부모를 대동하고 기도원으로 들어섰을땐 호기심이 동했다.



목사는 사람좋아보이는 웃음을 연신 지어보이며, 부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부탁드립니다… 얘가 통 뭘해도 열의도 없구… 말걸어도 대꾸도 않구요… 자꾸만 이상한 소릴합디다...

고약한게 씌인 것이 분명하다니까요. 예… 예…”



“걱정마십시오 어머님 아버님. 저희 기도원에서 심적으로 아픈 사람들이 완전히 호전되어 나간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간 고생 많으셨죠? 마음 푹 놓으시고! 일주일 뒤면 따님이 확연히

나아진 것 눈으로 확인하실 수 있을겁니다!”



누구라도 의지하고 싶어질 만큼 듬직하고, 편안한 음성이었다. 목사는 여자아이에게 말을 건넸다.



“그래, 고등학생이라구 했지요? 그간 힘들었을텐데. 공기 좋고 조용한 곳에서 한 일주일 푹 쉬신다고 생각하면 될거에요.

얼마전에 청년부 아이들도 다녀갔답니다. 제 아들놈이랑 직원 한분, 그리고 경리직 비서 한분 이렇게

세 분이 필요한 것 있으시면 다 도와주실 거에요”



창백한 표정의 여자아이는 티 안날 정도로 고개를 살짝 끄덕여보였다.

직선처럼 깔끔하게 떨어져내린 생머리 위로, 흰 조개같은 머리 빗이 검정색 속에서 유독 하얬다.



미스리가 마찬가지로 무표정한 얼굴로, 따라오라며 말을 건넸다.

따님은 청년부 숙소를 쓰시면 됩니다. 깨끗하고 조용한 방이고요.

기도원 내 제반사항들만 지키면 되고 어려울 건 없습니다. 이런 저런 주의사항을 듣는 내내

무표정한 두 소녀가 기이하리만큼 닮아보였다. 이십대 중반과 십대 중반의 소녀 둘.

전혀 다른 얼굴인데도, 무감동한 그 얼굴이 얼핏 두 소녀를 자매같이 보이게 했다.

무언가 결여된 것들은 항상 닮아있다.









요셉은 전혀 관심이 없어보였다.

하기사 매번 오는 숙박 기도때에 섞여 있는 여자애들한테도 조금의 흥미를 표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한창 피가 끓는 나이에 시골 구석에 처박혀 있으면서도 신기하리만큼 그랬다.



그게 미스리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불쑥 저 아래에서 뻗었지만, 티 내지 않기로 한다.



“이번에 온 애, 이쁘게 생기지 않았니?”



“그런가”



그 날 이후로도 어투며 생활하는 패턴은 바뀐 것이 없는데, 무언가 공허감이 느껴진다면 그것이

오롯이 내 착각일까? 그는 여전히 쾌활하고 여전히 친절했으며 여전히 재미있었지만,

나는 무언가 모를 거리감을 느꼈다. 미스리에게 느끼는 정체불명의 내 연심과,

이해할 수 없었던 그의 낙천적임에 느꼈던 내 동경이, 과거의 베일이 걷히기 시작하자

조금씩 바뀌어가는게 느껴졌다.



그래, 남자가 이야깃거리를 꺼낼때 여자만한게 없는 법이지. 미스리의 이야기는 요셉에게는 금기일 것이고,

나는 기도원에 방문한 그 고등학생 소녀에 대해 과장어리게 요셉에게 떠들어댔다.



피식 피식 웃으며 내 이야기를 경청하는 내내 담배를 피워무는 요셉의 얼굴이 묘하게 나를 안도하게 했다.



“그래서, 고백이라도 하시려고?”



“고백은 무슨… 그냥, 신기하단 소리야. 예쁘장하게 생겼는데, 부모가 무슨 일로 데려왔을까, 싶어서.

청년부도 아니고 그냥 가족 동반은 희한하잖아. 그리고… 대충 주워듣기로 부모가 딸한테 귀신이 들렸다고 하더라고”



“귀신?”



요셉이 대화중 처음으로 흥미를 드러냈다.



“그래, 귀신 들렸다고 하던데. 이상한거 보고, 이상한걸 듣는다고. 부모랑은 대화도 잘 안하나보더라고”



“귀신, 귀신이라”



그때였다.



담배를 물어피는 우리 둘 사이로, 발소리가 들려온다.



혹여나 미스리인가 싶어 담배를 급하게 비벼끄는 나와 달리, 요셉은 한손에 타들어가는 담배를 들고

요지부동이었다. 야, 뭐해…? 라고 운을 띄려는 찰나에, 발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흰 조가비 머리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오늘 기도원에 온, 내가 한창 열을 올리며 이야기를 꺼내는 그 소녀였다.



창백하고 조막만한 얼굴이 조용히 나와 요셉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나와 요셉은 아무말도 않고 가만히 그녀를 마주 보았다.

그녀가 불쑥 입을 열었다. 무표정한 얼굴에서 입술만이 홀로 움직였다.



“오빠한테 피냄새 나요”



나말고, 요셉을 쳐다보며 한 말이었다. 피냄새? 무슨 소릴까?

...요셉은 오늘 목사한테 맞지 않았는데?

그리고 여자애가 말을 이었다.



“뭘 그렇게 많이 죽이셨어요? 새 깃털이 숨도 못쉴만큼 오빠 몸에 붙어있어요”



멧비둘기. 공기총에 찢겨져나가는 멧비둘기들, 내 표정이 어땠을까. 경악한 얼굴이었을까.

말을 잇지 못하는 요셉과 나 사이로 여자애가 뚜벅 뚜벅 걸어들어온다.



“살아있는거 죽이면 죄 받아요”



목사 아들에게, 이름모를 창백한 소녀가 건네는 말이 묘했다.

요셉이 도전적인 얼굴로 말을 받았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피냄새라고요?”



소녀가 배시시 웃었다. 창백하고 무표정하던 소녀가 비로소 그나이때 소녀같이 보였다.



“네, 코가 떨어져나갈 것 같아요. 오래 살고 싶으면 그만둬요. 그거”



담배 연기를 손으로 휘휘 저어 떨쳐낸 소녀가, 말을 마치고 배정받은 숙소 쪽으로 단정히 걸어갔다.





저 멀리 멀어지는 소녀를 쳐다보며 요셉이 말했다.



“뭐야? 저거…”







요셉의 말이 맞았다. 거친 말을 되도록 쓰지 않는 착실한 ‘목사 아들’인 그가 욕지거리를 섞었을때부터 기묘한 일이었다.

일상처럼 녹아들었던 멧비둘기 사냥에 요셉도 찜찜함을 느꼈던 것일까?



그 소녀는 과연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내게도 말을 걸어온 날, 나도 그것을 느꼈다.



“오빠, 여긴 머리가 왜이리 많아요?”



“머리요…?”



“네, 상투튼 머리도 있고, 옛날식으로 단정하게 빗어올린 머리도 있고… 근데 죄다 잘려 있어.

여기 무슨 일 있었죠?"



그날의 꿈이 생각나 표정이 굳었다. 과실처럼 매달린 머리들이 내게 인사하던 꿈.

소녀가 천천히 다가들었다. 내 코앞까지 머리를 가져다대고, 귀엣말을 이었다.



“그 머리들이, 죄다 목사아저씨만 나타나면 무섭게 노려봐요. 그거 참 웃겨요 킥킥…”



귀신들렸다. 이 소녀의 부모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귀신들렸다… 이상한걸 본다.



“그런게 보여요…?”



“어릴때부터 그랬어요. 울엄마랑 아빠는 내가 미쳤다고 그래요. 근데 보이는걸 안보인다고 할수는 없잖아.”



소녀는 한가롭게 콧노내를 흥얼거리며 주위를 서성였다.



“기도하고 나면 이런게 안보일까요? 나, 무당한테도 데려갔는데. 내림굿 받으라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부모님이 기겁하고 데리고 나와서 여기 기도원으로 온거에요.

맨날 죽은 사람 보인다고 하니까, 학교에서도 왕따였구요. 덕분에 자퇴하고 온갖데를 다갔어요.

대순 진리교도 갔었구요. 신천지에도 갔었어요. 그리고 이젠 여기네요.”



완전히 사이비 순회 탐방을 했구만… 이라고 생각을 하는 내게 소녀가 빙긋- 웃어보였다.

일견 미스리와 닮은 차가워보이는 이 고등학생 소녀는 생각보다 잘 웃었다.

귀신들렸고, 죽은 사람 이야기를 해대고, 그러는 통에도 일주일 뒤면은 이곳을 떠난다는게 살짝 아쉬워질 정도로.





요셉과 그 소녀와의 사이가 묘하게 틀어지기 시작했다. 신경전 같았다.

기도하러 온 이들과는, 금지된 섹스를 할때 노크 몇번으로 주의를 주던 요셉임에도, 그 소녀와 이야기를 할때면

감정적으로 동요했다.



“목사님 뭐하는 사람이에요?”



요셉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뭐하긴 뭘해요. 목사죠. 그러니까 기도원에 온거아니에요?”



“목사라기엔 사람을 너무 많이 죽였는데요?”



단순히 호기심이 이는 나와 반대로, 표정이 딱딱해지며 험악해지는 요셉의 얼굴에 나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 너 뭐하는거야? 무슨 소릴하는거야? 너 뭔데? 알고있는거 있어?”



“목사님 보면요. 수갑같은게 보여요. 길쭉한 나무 판도 보이고요. 비명도 들려요.

그리고 몇명은 매일 목사님을 따라다녀요. 그 사람들, 파란색 수의를 입고 있어요”



요셉이 먹고 있던 급식 판을 소리나게 멀찍이 밀쳐놓고, 소녀를 죽일듯이 쳐다보았다.



“어디서 미리 알아내고 장난질하는거면 가만 안둬요. 뭐하는 건데요 지금?”



소녀가 감정없는 표정으로 가만히 요셉을 마주 쳐다보았다.



“보이는거 보인다는데, 화내네. 오빠도 우리 부모님이랑 똑같구나”



요셉이 말없이 화를 억누르는듯 했다.

한참 화를 삭히는 듯 하던 요셉이 내뱉듯이 말했다.



“어떻게 알았는진 모르겠는데,

여기 목사, 옛날에 공안 형사였어요.

이제는 목사고요.

일제 강점기에서 독립되고 제빨리 제 살 길 찾아들어간게 그거였어요. 회개한 종교인.

그래서 사람패고 괴롭히는거 하나는 끝내주는 사람이에요.

민주화 되고 나서 할아버지가 운영했던 이 기도원 찾아들어서 번개같이 과거 세탁 해치우고

목사 노릇하면서 떵떵거리면서 사는 중이고요. 내가 감히 충고하겠는데- 뒷조사하고 장난질하는거면… 그만하시고.

정말로 그런거 보이면 그냥 모른척하고 지내요. 나불나불 다 떠들어대지 말고요.

괜한 소리 계속 덧붙이니까 이 지랄같은 기도원으로도 끌려온거잖아요. 맞죠? 그냥… 조용히 지내요.

그게 더 편하게 사는길일 거니까요”



소녀가 아, 그렇구나 하는 듯이 고개를 선선히 끄덕여보였다. 그러나 조용히 살라는 요셉의 말에 수긍한건 아니었다.



“괜찮아요. 오래 살고 싶은 생각 없거든요”



무슨 뜻이지?







무슨 뜻인지 알게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전 예배가 끝날 무렵, 숙소 청소를 하던 내가 그 애의 방에서 왠 종이를 발견하기 전까지.



세상 모든 소녀들이 그런건 아니지만, 침대 아래가 세간의 비밀 공간이라는 퍽 진부한 공식을

그 귀신보이는 소녀까지도 따를 줄이야.



아무튼 내가 발견한 그 종이는 유서였다.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뻔하고 뻔한 유서다. 부모님께 미안하다. 더는 이렇게 살기 싫다. 저 두 문장을 이렇게 저렇게 엿가락 처럼 늘린 유서.



처음 발견하고는 기가막힌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잘린 머리며, 비둘기 깃털이며, 피냄새며… 이것 저것 주워섬겼던 그 이상한 소녀는,

요셉과 내가 또라이 아니야? 라고 의견을 나눌만큼 기이했지만, 도저히 자살을 염두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 둘이 공식적으로 인정했듯, ‘또라이’ 스럽기 때문에 그렇듯 자살을 계획에 두고도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이었을까.



아무튼 나는 요셉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그 애의 침대밑에서 유서를 발견했노라고.

요셉은 혀를 끌끌 차며 기도원 이틀차에 이토록 대담무쌍한 계획이며 트러블을 일으키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조금도 심각해지지 않는 요셉은 역시나였다. 타인의 자살계획을 듣고도 이토록 담담할 수 있다니.



아무튼 그 유서에 따르면, 소녀는 기도원을 떠나기 하루 전날 본인의 계획을 실행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되어 있다.



“어떡하지?”



“뭘 어떻게해. 미리 알려서 소란스럽게 할 것 있냐. 그 하루전날 꼰대 목사한테 말하고, 걔네 부모님한테 말하고,

그전까진 너나 내가 알게 모르게 따라다녀서 전담 마킹해야지.”



요셉의 계획에 수긍하고, 나는 그 엿가락같은 유서를 다시 조심스럽게 그 침대 아래에 가져다 놓았다.

원래 있던 위치 그대로, 그 먼지낀 공간에 가만히.



요셉이 그렇게 심드렁한 까닭도 내가 캐묻자 대충 이해하게 되었다. 본래 기도원이란 곳이

살기 힘들고 퍽퍽한 이들이 많이 찾는 까닭에, 저렇듯 유서를 남기는 퍼포먼스가 그렇게 드문 일만은 아니라고 했다.

물론 그렇게 유서를 쓴 사람이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는 손에 꼽듯이 드물었고,

그런 연례행사를 몇번씩 경험한 요셉은 미리 알려서 온갖 번잡스러운 일을 벌리기보다

조용히 붙어다니며 살피다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바로 꼰대 목사에게 알리는 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죽어도 나가서 뒈지라이거지. 기도원에서 사람 죽어나가면 소문이 어떻게 되겠어?

실리적인 우리 꼰대 목사도 이런 일처리를 좋아해. 아주 흡족해한다고”







자살을 염두하고 있는 소녀를 티 안내며 관찰하는 건 쉽게 하기 힘든 경험임에 분명하다.

언제 죽을것인지 날짜까지 카운팅해놓은 사람을, 모르는척 쳐다보는 일을 누군들 해보았겠는가?



그렇게 밥을 먹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조용히 절벽 부근을 거니는 십대 중반 소녀를 보면서

그녀가 왜 그렇게 죽음에 초연한가를 점차 명확히 젖어들듯 깨닫게 되었다.



저 소녀에게, 죽음은 끝이 아닌것이다.



온갖 죽은 것들이 보이는 상황에서, 자기 목숨을 내던진다는 행동의 개념이 나나 남들과 똑같을 수 없다는건 자명한 일이었다.



티 안내도 지쳤을 것이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것에서,

무리와 섞이지 못한다는 것에서- 남들은 평생 한번도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는 죽음에 관한 고찰이

저 작은 소녀의 삶 속에서는 일상처럼 발 곳곳에 채이듯 보이는 거니까.



부모를 설득하기도, 자신의 특이점을 버리고 조용히 살아가기도, 귀신보인다는 것을

고쳐보겠다고 이곳 저곳을 순회공연하는 이 삶에도- 지친 것이다.

그런 와중에, 죽음은 끝이 아니라는걸 매일 같이 눈뜨고 확인하는 하루속에서 산다.

그런 소녀에게 다른 자살 기도자에게 보이는 엄숙함이나 무거움 따위가 보이지 않는건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이 생각보다 가깝다는 생각은 내게 묘한 느낌을 주었다.

왕년에 잘나갔다던 공안형사였다는 목사, 죽어가는 어머니를 둔 미스리, 매일 멧비둘기를 쏴죽이는 요셉

그리고 잘린 머리들을 보는 저 귀신보는 소녀.

내게도 저당잡힌 죽음이 있을 것이다. 한번도 의식적으로 생각해 본 적 없는 그 생각이 명확해졌다.



겁많고 소심하며, 이 기도원 사람들에 비하면 ‘그래도 일반적인’ 나라는 사람은, 소녀의 말 이후로...

요셉이 종종 권했던 비둘기 사냥을 응해본 적 없다는게 가장 먼저 든 안도스런 생각이었다.

속물은 어디가지 못한다.

그래도, 피냄새를 풍기며 깃털 범벅이 되기는 싫다.



그런 생각을 조심스레 품으며, 총기를 손질하는 요셉을 가만히 쳐다본다.

요셉의 일과중 하나였다.



일주일 중 하루, 여느때처럼 몰래 공기 장총을 꺼내와서 숙소에서 기름천과 긴 작대기로 총을 닦는 것.

병기수입이라면 군대 안에서 신물나게 해보았지만, 대충 대충 닦아내고 거치대에 처박는 그런 손질과는 달랐다.

꼼꼼히, 그리고 천천히. 그게 총을 손질하는 요셉의 구도자적인 자세를 설명하는 두 모토다.



말많고 유쾌한 요셉이 그때만은, 손질이 끝날때까지 조용하다.

이 기도원에서 유일하게 종교적인 무언가를 봤다고 한다면,

그건 그 정신나간 방언이 쏟아지는 예배도 아니고, 본관 꼭대기 시뻘겋게 녹슨 십자가도 아니다.

바로 요셉의 총기 손질이다.

그만큼 경건하다.



“끝났어?”



요셉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빈 총구를 눈으로 들여다본다.



“정말로 신기하단 말이야”



“뭐가?”



“총. 한번만 대충 손질해도, 다음에 쏠때 다르거든”



“뭐가 다른데?”



“소리. 제일 큰건 소리가 다르지. 부드럽게 뿜어져나가다가도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들거든.

발사될때 반동도 다르고.”



“총기 전문가 납셨네”



내 말에 킥킥대며 웃던 요셉이 덧붙였다.



“너도 쏴보면 알거야. 나한텐 그만큼 중요한 일과라고”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거리가 뭔가를 죽이는거라는건 참 복잡하다.

그 살상의 행위 전에 경건해진다는 거, 묘한 일이다.



노리쇠를 닦고, 내부를 조각낸 헝겁으로 쓸어내며, 기름친 거즈로 속을 솎아내는 과정들.

무수히 반복되어 동작에 배어버린 리듬들이 경쾌하다.









가끔씩 되돌아 생각해보면, 그 귀신보이는 여자애가 기도원으로 오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들이 종종, 강하게 떠오를때가 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고 했던가, 고대 희극이나 비극 연극에서 마지막에 신이 등장해

모든 것을 해결해버리는 결말을 뜻하는 단어였다. 지금 극작과 학생들이 가장 주의해야할 실수이기도 하고,

교수들이 가장 혐오해마지 않는 서사 기술이기도 하다.



아, 한가지는 정 반대다.

그 귀신소녀가 기도원에 등장한 이후로, 모든 것이 해결되긴 했다.

다만 그 해결은 파국이라는 성질을 띄었다. 평화는 없었다.

그래도 해결은 해결이니까. 이제 그때 그 순간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미스 리와 눈을 마주친 이후, 그리고 요셉에게 목사와 그 소녀와 얽힌 과거의 뻔하지만 추잡한,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 옥상 비밀문 근처도 가까이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내 방에 누워 환풍구를 쳐다보는 순간에도, 나를 서늘하게 쳐다보고 있던 그 미스리의 시선이 떠올라

불현듯 도망치고 싶은 기분에 젖어들곤 했다.



온갖 비겁함과 패배의식에 사로잡힌 훔쳐보기의 행각을, 그녀는 비롯 요셉의 짓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 그때 그 경멸의 시선을 받아낸 건 바로 나였다. 마음에 둔 여자에게 경멸의 시선을 받아본 남자는 알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남자의 용기를 송두리째 도려내는지, 얼마나 비참한 기분인지.



그렇기에 다시는 그 비밀 층계에 갈 생각도 시도도 하지 않던 내가 그곳에 다시 들어가게 된 건,

바로 그 소녀 때문이었다.



그녀의 유서에 씌어진 자살의 날짜가 이틀 남았을 때였다.



영 태연한 요셉과는 달리 나는 점차 안절부절 못해지기 시작했다.

죽으면 그만이지, 무슨 상관이람- 이런 태도의 요셉과는 달리, 혹여나 내가 눈여겨보지 못한 사이에

덜컥 죽어버리면 어쩌나 이런 걱정이 스멀스멀 자라난 것이다.



죄책감? 그래 그렇게 부를 수도 있겠다. ‘편하고 빠른’ 일처리를 위하여 자살전까지 꼼꼼히 마킹을 하다가

일이 틀어지기전에 아이의 부모나 목사에게 알리는 것.

그런 '업무적인 실리'와 십대 중반의 '소녀의 목숨'이 가지는 무게가 평형을 이룬다는 것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무튼 죽어버리면 그 사실을 알고있던 나도 잘못 아닌가? 그땐 그런 생각이었다.

찜찜해지기 싫다, 아마 이런 판단이 강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귀신을 보는 그 소녀의 괴이한 기벽도

내게 그런 찜찜함을 더했다.



‘알고 있었으면서, 한번 말려보지도 않아?’ 이렇게 소리치며 달려드는 소녀 귀신의 생각이 종종 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상상하는 자살 방법에 따라 그 소녀귀신은 물에 퉁퉁 불어있기도, 손목에 피를 줄줄 흘리고 있기도했다.





그런 안절부절함 속에서, 그녀가 덜컥 사라졌다.



요셉이 홀로 시내로 생필품을 사러나갔을 때였다.



본관, 숙소, 잡초가 우거진 뜰, 그 어느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예배당에 앉아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걸 아까 분명히 보고 나갔는데, 잠시 뒤에 돌아오자 감쪽같이

사라져있는 것이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어쩌지? 목사에게 알려야하나? 미스리에게 알려야하나?

그런데 뭐라고 말해야하지?



자살 결심자가 사라졌다는 말을 꺼내기가 두려웠다. 말했듯이, 그때 나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그런 두려움이

강하게 들었다. 이거, 이대로 정말 자살해버린거라면 이거 다 내 잘못아니야?

그런 연유로, 나는 요셉이 생필품을 사러 돌아오기전까지 그 소녀가 발견되지 않으면

같이 목사에게 말하러간다는 핑계 겸 목적을 가지고 기도원 이곳 저곳을 발빠르게 부지런히 뒤졌다.



해가 져갈 무렵에도 소녀가 발견되지 않자, 나는 온갖 방법의 자살로 널브러진 그녀의 시체를

발견하게 될까 이곳 저곳을 뒤지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다가 문득, 아무도 모른다던 그 비밀층계가 생각난 것이다.



요셉과 미스리, 미스리는 어떻게 알았는가 내가 알수는 없지만 아무튼 그 둘밖에 모를 그 비밀스런 곳이

생각난것은 왜였을까.



별별 것이 다 보이는 그녀라면 아무도 모르는 그 비밀장소에 있어도 이상스러울 것이 없겠다는 무의식의

판단이었을까. 아무튼 그것은 옳았다. 왜냐면 그 소녀가 거기 있었으니까.



숙소 비밀 층계를 먼저 뒤지고 허탕을 치고 난뒤, 나는 얼씬거릴 엄두도 못냈던 그때의 그 본관

비밀 층계로 다시 걸어들어갔다.



그때의 일이 생각나 가슴이 불쾌하게 두근거렸다. 괜찮아, 이번엔 뭔가를 훔쳐보러가는게 아니니까.

미스리 방을 훔쳐볼 것도 아니고, 그냥 그 소녀가 없어졌으니까 나는 관리인으로써 당연히 찾아보야하 하는 거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옥상에 다다랐다.



그 날 밤의 일을 복습하듯이 다시 바닥에 깔린 철문을 들어올리고, 쉼호흡을 하고 층계로 구겨지듯 걸어내려들어갔다.

새벽이 아닌 오후 석양이 지는때라 그때보다는 덜 어두웠다.



옥상 바로 아래, 그러니까 다락방 위층에 층계에 도달해 주위를 살폈지만, 그곳은 텅 비어 있었다.

지레 포기하려는 찰나, 아랫 계단- 그러니까 기도원 1층 바로 윗 층계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음이 들여왔다.

오리걸음의 방향을 돌려 층계를 한층 더 걸어 내려가자,



나는 거기서 쪼그리고 앉아있는 그 귀신보는 소녀를 드디어 발견해냈다.

어둠 속에서 은은히 흰 빛을 발하는 조개 머리핀이 그녀임을 분명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나를 도왔다.



“여기서 뭐해요 대체! 얼마나 찾아다녔는 줄…?”



그녀가 조용한 얼굴로 쉬잇- 하고 손가락을 입술 위로 가져다댔다.

분명 화를 내 마땅한 상황인데,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닫고 조용히 굴었다.



대체 저 계집앤 이곳을 어떻게 알아내서 들어온거지? 아, 요셉의 말이 맞다. 저 여자아이가 온 이후로,

며칠만에 기계적이고 반복되던 이 기도원의 모든 것이 온통 얽히고 꼬이고 어지럽게 흩날려버렸다.

나는 목소리를 낮추어 다시 말했다.



“하루 종일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요? 당장 나가요. 여긴 어떻게 알고 들어온거에요?”



“잘린 머리 아저씨들이요오… 그 사람들이 말해줬어요오…”



소녀는 흰 얼굴로 장난스런 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내 귓가에 속삭였다. 귀가 간지럽다.



“아, 알겠으니까. 아무튼 나가자고요. 저도 그쪽이 없어져서 하루종일 돌아다녔단 말입니다.

당장 나가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몰라요… 슬슬 미스리랑 목사가 저녁 일 지시할 시간이란…”



소녀가 조용히, 손가락으로 환풍구 구멍을 내려다보인다.



“괜찮아요. 그 둘, 지금 바빠요…”



불과 며칠전에, 미스리와 눈을 마주치고 자기 혐오와 두려움에 빠진지 며칠만에,

나는 떨리는 고개를 숙여 환풍구를 바라보았다.

역시, 한층 더 아래인 이 비밀 층계는 기도원 본관, 그러니까 예배당과 기도실이 있는 곳이었다.

나는 지금 기도실 위에 있다.

첫날 기도원에 도착한 이후로 들어가본 적 없는 곳. 요셉이 늘상 목사에게 얻어맞는 그곳이다.



나는 말을 잊고 말았다.



강렬한 풍경이, 시각과 촉각, 그러니까 눈에 보이는 것과 피부로 와닿는 열기와 습기가 느껴질 정도로

생생한 여느 장면들이 그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건, 첫날 미스리의 안내에 의해 들어갔을 때 본 조잡한 플리스틱 의자들과 낡은 테이블이다.

그리고 목사의 웅장한 목제 사무용 데스크, 거대한 가죽의자, 나전칠기 명패가 반짝- 하고 빛을 튕겨내는 것이 보인다.

스윽, 시선을 이동하는 와중에- 나는 한덩어리로 뭉쳐있는 그것을 보고 시선이 정지하고 말았다.



거대한 가죽의자에, 혁대를 끌러내고 바지를 내린 목사가 가랑이를 좍 벌리고 앉아 있었다.

그 앞에, 다소곳하게 무릎을 꿇고있는 미스리가 보인다.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임에도, 모든 행위의 목적과 움직임이 적나라하게 눈을 거쳐, 뇌리에 충격적으로 꽂혀 들어온다.



그녀의 뿔테안경, 그리고 천천히 앞뒤로 흔들리는 단발머리가 보인다.

무릎을 꿇은 그녀의 자세 위로 곱게 주름져 얹힌 그녀의 촌스러운 원피스도 보인다.

앞뒤로 조심스럽게, 그러나 같은 각도와 완만함으로 반복해서 오고가는 희디 흰 목덜미도 보인다.

미스리는 목사의 성기를 입에 넣고 정성스레 왕복운동을 계속한다.

어떤 표정도, 어떤 의미도 없는 그 무표정한 얼굴이 나를 미치게한다.

마치 본인이 하던 사무적인 업무의 일종이라는 듯, 별다를 것 없이 자기가 맡은 업무라는 듯,

침을 이용해 부드럽게 목사의 성기를 적시고, 삼키고 내놓기를 반복하고 있다.

정말로, 무표정이다.



감정이 담기지 않은 미스리의 행동과 움직임과는 대조적으로,

삼키고 내뱉어짐이 반복될 때마다 목사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어깨를 들썩였다.

가만히 단발머리의 소녀를 내려다보는 포마드 발린 깔끔한 머리가, 와이셔츠 아래로 발바벗겨져있는

정장 바지와 어우러져 기이한 느낌을 주었다.



“さあどうぞ”

계속해



나지막한 목사의 목소리가 환풍구를 뚫고 조용히 귀에 와닿았다.

열에 달아오른 거친 목소리다.



그리고 미스리는 말 잘듣는 아이처럼, 하던 것을 계속한다.



이런걸, 이런걸 보아서는 안돼. 생각이 들지만 멈출수가 없다. 배덕감, 흥분, 자기혐오, 분노… 다양한 감정이,

어느 하나로 설명하거나 대표될 수 없는- 온갖 감정들이 가슴 아래에서 끓어올라와 내 이성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미스리가 왜 요셉을 벌레보듯 하는지, 왜 처음에 가졌던 호감의 감정이 순식간에 증오로 완벽하게 바뀔 수 있었는지…

차마 짐작만을 할 수 있었던 그간의 모든 행적들과 생각들이 완벽히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오답 노트를 보는 수험생처럼 나는 그 장면을 면밀히 쳐다본다.



목사가 오른손을 내밀어 미스리의 머리를 잡았다. 익숙하게, 이리저리 돌리거나 각도를 바꾼다.

미스리 역시- ‘익숙하게’ 목사의 손짓에 맞춰 하던 행위에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넣었다.

사탕을 핣아내리는 것처럼, 고드름을 빨아올리는 것처럼, 혹은 부드러운 뭔가를 잘근잘근 앞니로 물어보는 것처럼-

말 한마디 없이도 다양한 구도와 방법을 여러차례 바꾸어가며, 그녀는 목사를 ‘만족’ 시켰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없는 협업의 동작에서 목사가 미스리에게 요구하는 '어머니 살리기’의 누적된 오랜 시간을 볼 수 있었다.



점차로 숨이 빨라지고 격렬해지던 목사가 이윽고 미스리의 머리칼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흰 얼굴 위로 단정히 빗겨져있던 그녀의 단발이, 두툼한 주먹속에서 잡아채여져 이리저리 실낱같이 튀어나와있다.

기계처럼 반복적이던, 소극적이만 능동적이던 그녀의 움직임이,

강도가 변칙적인이고 폭력적인, 수동성을 띄었다.

찔러넣어지는 내내 변함없는 그 무표정이 두렵다.

점차 빨라지는 움직임과 벌겋게 달아올라가는 목사와의, 그 냉정한 대비가 무섭다.



구역질을 할 법 한데도, 미스리는 그러지 않았다.

떨어지는 침망울이 턱 아래로 길게 맺히는 중에도, 이윽고 절정의 순간을 맞아

성기를 찔러넣은 그대로 사정을 시작한 목사의 당겨쥔 완력에도,

그녀는 한없이 무표정이었다.



목사의 움찔거림이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순간에도 미스리는 얌전히 무릎을 조아리고 꿇은 상태 그대로

정지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긴 숨을 몰아쉰 목사가 열기가 덜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삼켜”



그러나 성기를 빼내자, 미스리는 조용히 받아들이던 폭력을 처음으로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녀는 조용히 입을 아래로 향하고, 담겨진 것들을 입에서 비워냈다.



목사의 이마 핏줄이 불끈거렸다. 그러나 손에서 얼굴로 날아드는, 매번 요셉에게 행해진 그런 폭력은 없었다.



“또 시작이구나. 이리 앉으렴”



매번 반복되는 상황인듯 했다.

미스 리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꿇었던 무릎을 추슬러 일어나더니 그대로 웅장한 목사의 목제 데스크 위로

올라갔다. 그녀의 가마구멍이 보일듯, 일어섰다가- 이내 다시 책상 위에 그대로 무릎을 꿇고 앉았다.



“치마 걸어올리렴, 혼나야지”



미스리가 책상 위에서, 허벅지 위에 덮여진 원피스자락을 걷어올렸다.



흰, 그리고 보랏빛, 그리고 다시 흰- 여러개의 시퍼렇고 검은 긴 멍들이 선명하게 드러나보인다.



“꼭 마지막에 그러는구나. 왜 버릇을 고치질 못하니? 착한 아이처럼 굴어야지”



목사는 일어나 바지를 추스리고 혁대 버클을 잡아당겨 바지에서 빼냈다.

반으로 접어 길이를 맞추고, 한손으로 그러잡는다. 다음에 행해질 행동이 뻔히 예상되지만,

나는 눈을 돌릴수가 없다.



악어 가죽 벨트가, 빳빳하고 단단한 비늘로 뒤덮힌 그 임시채찍이,

하얗고 가느다란 소녀의 허벅지 위로 공기를 가르는 소리를 내며 날아와 달라붙었다.

모진 매질이다.



꼭, 열 대였다.

나와 그 귀신보는 소녀가 가만히, 그 장면을 훔쳐보는 적막 사이로

살을 찢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정확히 열번 시간을 두고 울렸다.



보는 남자조차 타는 피부 느낌이 연상될 만큼 날카롭고 쓰린 채찍질에도, 미스리는 미간을 찡그린채 아무말이 없었다.

벨트를 다시 풀러내어 바지에 두르는 목사가 가벼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미스리, 언제까지 긴 치마만 입으려고 그래? 날도 점점 더워지는데 왜 그렇게 모자라게 굴어? 응?”



미스리는 말없이, 핏방울이 맺힌 허벅지를 도로 긴 원피스 자락으로 덮고, 책상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공손히, 목사에게 인사를 하고는 기도실을 나섰다.

때맞추어 귀신들린 그 여자아이는 나가자는 고갯짓을 하며 내 팔을 잡아 끌었다.







옥상을 나와, 여자아이가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가는 동안

나는 멍하니 그 뒤를 따랐다.

콧노래는 반복적인 멜로디였는데, 우울한것 같으면서 경쾌한 것 같기도 하고 종잡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저런 광경을 보고 콧노래를 부를 수 있는지, 아니 그전에 저 숨겨진 비밀층계는 어떻게 알고 기어들어간건지,

상식적으로 묻고 따져야할 당연한 질문들은 내가 방금전 목격한 광경들에의해

의식 저 아래에 짓눌려친채 떠오르지 못하고 있었다.



“저 언니, 살이 껴있어요.”



“…살이요?”



“네, 주변 사람이 죽을거에요. 누군진 모르겠는데 가까운 사람이에요”



“미스리 가족이라면 어머니 밖에 없는데요… 병원에 있는”



“병원에 있고 혼자에요? 그러면 볼 것도 없겠네. 엄마가 죽을거에요”



무심하게 내뱉는 어조가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새삼 지금 무엇인들 충격적이랴.



여자애는 콧노래를 다시 이어부르며, 해안 절벽쪽으로 걸었다.

위험해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경쾌한 걸음걸이에 경고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죽으려고 유서를 써놓은 사람에게 실족에 대해 경고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본인이 죽는건 못봐요?”



내 물음에 소녀가 빙글 몸을 돌려 의아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무슨 말이에요?”



“유서써놨잖아요. 죽겠다고. 침대 아래에서 봤어요. 본인이 죽는건 못보느냐구요.

미스리 주변 사람이 죽는다면서요. 자기 죽는건 어떤데요. 이틀 뒤에 죽어요?”



그러자, 그 귀신보는 소녀가 천진난만하게 깔깔깔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종종 짓는 미소가 아니라, 정말로 웃기다는듯이 그렇게 꺄르르 배를 구르며 웃었다.



“그거 읽었어요? 내 유서?”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갑자기 조금 우울한 표정이 되었다.



“무슨 생각했는지 맞춰볼게요. 죽겠다고 유서쓴거치고는 너무 밝고, 죽을거라는 티가 안난다… 이렇게 생각했죠?”



또 내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는 용기는 없는데요... 멋도 없고. 근데 참 솔직하네요”



내가 적당히 대꾸할 말을 찾는 동안 소녀가 계속 말을 이었다.



“그 유서, 거짓말이에요”



“거짓말이라고요? 그럼 안죽어요?”



“아니, 죽는다는건 진짜. 그런데 그거 말곤 싹다 거짓말이에요.

귀신보이는거 그렇게 짜증나는 일 아니에요. 그러니까, 오빠가 예상했듯이

내가 자살하기에 지나치게 밝아보이는건 정답”



“그럼… 뭐 때문에 죽으려고해요?”



소녀가 절벽 부근에 위치한 소나무 아래 바위에 앉았다.



“되게 뻔한 얘긴데.”



“죽으려고하는데 뻔한 이유가 어딨어요”



소녀가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어보이더니, 나를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이자, 이윽고 그 아이가 대답했다.



“진짜 뻔한 이야긴데. 이 기도원 왔을때, 내가 예전에 다른 오빠랑, 오빠 같이 있을때 이야기했죠?

나 이상하다고 부모님이 별별 군데 다 데리고 간거… 부산이었나?

엄청 용한 무당이 있대요. 엄마 아빤 또 그걸 믿고 날 거기 데리고 간거야. 영안을 떼어준다느니,

무당, 무수리 팔자를 일반인으로 뜯어고쳐준다느니… 거기에 혹한거에요.

근데 거기서 당한거지. 사흘 치성기도를 드려야되는데, 부정타면 안된다고 나만 있어야한다고 했거든요”



말을 잊지 못하는 나를 앞에 두고 주르륵 주르륵 소녀가 이야기를 계속한다.



“거기서 그 늙은 무당이, 담근 제사주를 엄청 먹였어요. 내가 뻗어서 기절할때까지요.

그리고 인사불성이 되있는데, 내 옷을 벗기고 자기걸 집어넣더라고요. 근데, 내가 자살하려는건 이거 때문이 아니에요”

내가 그때 본게 있거든요”



“뭔데요?”



“그 제사주가 뭔지 모르겠는데, 묘했어요. 몸에 힘이 빠지고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는데, 또 의식이 날아가진 않았거든요.

그러고보면 그 무당, 이런게 한두번이 아닐거에요 아마. 아,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그렇게 날 올라타고 헐떡거리고 있는 무당 너머로, 처음보는 남자 귀신들이 잔뜩 몰려들어서 무당이 그 짓거리 하고 있는걸

쳐다보고 있는거에요”



그 광경을 상상해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았다.



“동정으로 죽은 남자 영들이요. 침을 꼴깍 꼴깍 삼키면서 그걸 쳐다보고 있는데, 그때 죽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대체 뭣 때문에요? 강간 당한 것 때문이 아니라면, 어느 포인트 때문에 죽겠다고 생각이든 거에요?”



“욕망 때문에요”



“예?”



소녀가, 언뜻 음울해보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살아서도, 무당이라는 이 늙은 남자의 욕망에 이렇게 채이고 있잖아요. 그런데, 죽어간 귀신들도

별반 다를게 없는거에요. 살아서도 사람은 뭔가에 끌려서 움직이잖아요. 그게 돈이거나 여자거나 명예거나 하잖아요.

근데, 죽어서도 산 시점의 욕망에 묶여있는 그 죽은 사람들을 보는데, 맥이 탁 풀리는거에요.

이쪽이나 저쪽이나… 별로 다를게 없구나 하고”



말을 마친 소녀가 자신의 머리에 단정히 꽂힌 조가비 머리핀을 만지작거렸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저 소녀가 내게 전달하려는 말을, 내가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았으니까.



“강간당한거, 몸서리 쳐지도록 싫었어요. 그 늙은 무당은 내가 몸을 가눌수 있을때쯤 나보고 신딸로 들어오라고 했어요.

집을 나오라고, 도망치라고. 팔자는 피할 수 없다고. 내가 부모를 떠나서 자기 정액받이가 되었으면 한다, 그런 개소리를

뻔뻔하게 떠들어대는 꼴을 보는데 너무 너무 웃겼어요. 그때는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그렇게 크지 않았어요.

분노가 더 컸지. 그런데 그 날부터, 내가 당하는걸 쳐다보는 그 총각귀신들 영을 본 다음부터,

하루하루 꾸준하게 살겠다는 의욕이 줄어들어갔어요. 내 자살은 충동적인게 아니에요 오빠.

수능을 준비하는 고삼들처럼 계획적이고 냉정한거지. 슬픔에 못이겨 죽겠다는게 아니야.

죽음이랑 삶이 다른점이 없다는거, 이걸 어떻게 이해시켜요? 그러니까 그 유서는 가짜.

자기 딸이 왜 죽었는지 모르고 통탄해할 우리 부모님에게 납득을 주기 위해서 쓴 가짜!

귀신을 보는 그 삶이 너무 끔찍해서 갔구나, 하는 그런 이유요”



말을 마친 소녀와 나 사이로 적막감이 흘렀다.



그때, 올라온 해안 절벽 아래로 파란색 트럭이 천천히 기도원 부근으로 오는게 보였다.

요셉이 돌아온 것이다.



요셉은 내가 오늘 보았던 광경을 이미 봤으리라. 몇번을 봤는가는 알 수 없지만,

술을 마셨던 그날밤에 요셉이 구연동화를 읆으며 미스리의 목소리로 외쳤던 그 말,

‘그 멧비둘기 새끼 말고, 목사를 쏴죽이기전까진 넌 영영 머저리야!’ 그 소름돋던 목소리가,

실제 미스리가 요셉에게 표독스레 외쳤을 말이라는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간의 사정이 어떻게 되는지를 내가 일일이 헤아릴 수는 없다.

그러나, 우연찮게 목격하게 된 그 짧은 시간의 이미지가,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둘 사이에 던져진

문제의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기도원으로 걸어내려오자, 홀로 생필품을 나르고 있는 요셉이 보였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다녀오고 나면 으레 내게 활짝 천사같은 미소를 지어보인 다음, 혼자서 다녀오느라

너무 심심했노라고 운을 트고 수다를 시작하는게 보통의 경우 요셉이 보인 반응이다.



생수를 나르기 위해 다가가자 요셉의 얼굴이, 참담할 정도로 일그러져 있는걸 발견한 나는 우뚝 멈춰섰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묻는 말에도 요셉은 대답이 없다.

재차 캐묻기도 주저될 만큼, 요셉의 일그러진 얼굴이 무겁고, 또 무서웠다.

늘상 웃음밖에 지을 줄 모르는 묶인 개가, 불현듯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 거릴때 멈칫- 하게 되는 것처럼.



한참동안 침묵을 지키던 요셉의 입이 떨어지는 순간, 나도 멍해졌다.



“미스리, 엄마 죽었대”













8.







소식을 전해 들은 미스리의 얼굴은 의외로 담담했다.



침통함이나 울음, 오열 같은 것은 없었다.

목사도, 요셉도 아닌 부고를 전한 것은 바로 나였다.



너무도 담담하게, 알았어요- 하고 납득하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니, 이것 저것 짐작할 수 밖에 없었다.



오늘 내일 하셨나?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이미 마친 상태인건가?



...아니면 내심 엄마가 죽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병원비를 내주는 대신, 목사의 변기처럼 살아가던 인생을 청산하고 떠날 소망을 꿈꿔왔을 수 있다.

아마 그럴 가능성이 꽤나 높겠지, 라고 생각한다.





부고를 전해듣고는, 울음에 허덕이는 여자를 어떻게 달래야할까, 고민하던 내가 머쓱해지는 느낌이다.

나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리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다독이는 내 모습을 상상했던 것이다.

어쩌면 내게 안겨올지도 몰라. 이런 고민들. 단한순간에 쓸모없는 생각을 했음이 드러나자,

의연한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던 나는 멍하니 엉거주춤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알겠어요. 볼 일 보셔도 되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황급히 돌아나오는 내내 민망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소녀도, 미스리도 죽음 앞에 너무나 초연하다.



귀신을 본다는 것과, 불치병에 걸린 엄마를 두었다느 것. 얼핏 전혀 다른 성질을 띄는 두가지 인생에서

커다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건, 바로 그날 저녁이었다.









처음 기도원 본관 십자가에 목 매달린 여자를 보았을 때는,

그 귀신들린 소녀가 마침내 일을 저질렀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충격은 동아줄에 매달린 사람형체를 본 첫순간만 강하게 뇌리에 부딫혀왔다.

이후엔, 빨라진 심장박동만이 명확히 느껴졌다. 어떤 감정, 생각이 드는지는 죄다 흐릿해졌다.

저걸 어쩌나, 싶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시체를 멍하니 쳐다보는데, 굉장히 낯익은 원피스의 패턴이 서서히 눈에 익었다.

그리고 자를 대고 자른듯한 단발머리도.



미스리다.



저길 어떻게 올라갔을까? 하는 의문이 떠오르는 것이 이상했다. 왜 죽었을까? 라는 질문은,

내가 이곳에 와서 보고 겪었던 몇달동안의 일들이 너무도 일목요연하게 왜 그녀가 자살했을까 하는

궁금증따윈 들지도 않을만큼 명확한 답을 주고 있었으니까.



모녀가 하루 차이로 세상을 등진 것이다.



내가 멍하니, 그 광경을 쳐다보는 내내 기도원을 걸어나오는 목사가 나를 발견하고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본관 입구에 서서, 내가 십자가를 쳐다보는 광경을 의아하게 쳐다본 후, 목사도 천천히 내 시선을 따라 고개를

기도원 십자가로 치켜 올렸다.



그 표정이다. 요셉을 때릴때의 그 표정. 짐승같은 주름과 눈썹의 휘어짐, 눈빛이 순식간에 낯좋은 얼굴을 찢고

튀어 나왔다.



“이런 망할년이…”



그게 목사의 첫마디였다.



“야, 뭐해 새꺄. 저거 안보여?”



“예…예?”



“왜 얼타고 있느냐고! 저거 내려야될 것 아니야!”



사람 좋았던 존칭이, 순식간에 바닥에 처박히고 살기등등했다. 사람을 자연스레 움츠러들게하는 목소리였다.



“창고 가서 사다리 가져와, 얼른!”



내가 허둥지둥 창고로 달려가, 철제 사다리를 가지고 오는 동안 발을 헛디뎌 나자빠지는 모습을,

그 살기어린 얼굴로 목사는 내내 쳐다보고 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나동그라지는 내 모습을 보며 목사는 또다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 다음의 일들은 꿈같이 흐릿하다.



나는 손발을 벌벌 떨며 뾰족한 기도원 입구 철상으로 기어올랐다. 손이, 발이, 자꾸만 헛디뎌 떨어질 것 같았다.

그리고 시체를 정면으로 마주한 그 순간도.

땅에서, 매달린 시체를 올려다볼때와 정면으로 마주할 때의 갭이 얼마나 큰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단단히 옭아맨 굵은 동아줄을 시신에서 벗겨내려고 시도하면서, 동시에 나는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으려

갖은 애를 썼다. 자연히 여러번 미끄러져 떨어질 뻔 했다.



이윽고 미스리가 입던 원피스의 목부분을 늘여뜨리고, 단발을 헝클어트리는 서툰 손짓이 여러번 더해진 끝에,

그녀를 동아줄에서 빼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무게를 추스르지 못한 나는 그 시신을 놓쳤다.

데굴 데굴 뾰족한 첨탑 아래로 굴러떨어져 내리는 시신을 보며, 나는 살던 순간의 모든 충격스런 장면을

모조리 합쳐놓은 것보다 더한 큰 각인에 찍혔다.

나는 덜덜 떨며 떨어진 미스리의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이 시신이 하늘을 보는 사람처럼 기도원 앞에 엎어졌다.

그리고 나는 뜨인 그 눈을 보며, 평생 이 순간을 잊지못할 것임을 직감했다.

몰래 미스리의 다락 위로 숨어들었던 그날처럼, 아래에서 위로 쏘아붙여지는 그 시선이,

내가 죽을때까지 내 주변에 숨어서 서성거릴 것임을 깨닫는 순간,

나는 의식을 잃으며 사다리를 놓쳤다.











내가 내 숙소에서 깨어났을땐, 이미 새벽 밤중이었다.



물을 찾기 위해 몸을 반쯤 일으키자, 어두컴컴한 방에 누군가가 내 옆에 앉아있음을 깨달았다.

흠칫놀라, 눈을 가늘게 뜨고 누군지 식별하려는 찰나 목소리가 들렸다.



“고생했다”



요셉이었다. 어두컴컴한 좁은 방안에서, 나지막히 울려퍼지는 그의 목소리를 듣자

기절한 이후로 어떻게 된 것인가 캐묻고 싶어졌다.

내가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는 찰나, 목에 잔뜩 가래가 끼기라도 한 것같이 쉰 소리만 흘러나오는걸 느끼고 놀라서

말하기를 멈추었다.



“떨어지면서, 네가 이곳 저곳에 부딪혔어. 목울대 부근을 사다리 다리에 부딪혔나봐.

억지로 말 하려고 하지마”



예민한 요셉은, 마치 내 속마음을 짐작하기 라도 한 것같이 이어서 말했다.



“미스리, 네가 내렸다며?”



내가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 괴로웠을까?”



무어라 대답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죽을때 아팠을까? 아니면 홀가분하다고 생각했을까?

…나를 원망했을까? 애꿏은 새새끼만 잡아 족치는 머저리같은 새끼라고…

기도원오고… 우리가 처음으로 입 맞춘 다음날 바로 자길 강간한 목사 아들이라는 놈이,

한번도 그 공기총으로 목사를 죽여버릴 요량 한번 내지 못했다는거… 곱씹고 원망하면서 죽었을까?”



컴컴한 어둠 속에서, 내 매트리스 옆에 바로 앉아았을 요셉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울렸다.

여기있겠다, 싶은 위치를 가늘게 뜨고 쳐다보아도 그의 얼굴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이만 끝내야겠어"



요셉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정확히는, 검은 그의 실루엣이 내 옆에서 벌떡 일어났다고 느껴졌다.

그의 검은 실루엣이 묘하게 일렁이는 느낌이었다.

달빛 한 조각 들여올 틈 없는 낡은 숙소 방안에, 점차로 거칠어지는 요셉의 숨소리가 메워지기 시작했다.

좁은 방안이 악의로 가득차는 것이 느껴진다.



그가 자리를 떠나자, 나는 따라 일어섰다. 아니, 일어서려고 했다.

왼발을 땅에 딛고, 나는 비명을 지르며 도로 엎어졌다.

기절했을때 다리를 다친 모양이었다.

얼핏 손으로 더듬자, 오른발의 두배가까이 부어오른 발목이 만져졌다. 뜨거운 고무튜브 같았다.

왼발을 설딛으며 조심스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요셉이 뭔가 일을 저지를 것 같다.

말릴 요량도, 깜냥도 나지 않지만 지금 그를 따라나서야했다. 그런 느낌이 든다.



겨우 숙소 복도로 나오자, 저 멀찍이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는 요셉이 보였다.

한 걸음 한걸음 욱씬거리는 통증이 나를 잡아먹을듯 발목을 죄였다. 나는 이를 악물고 요셉을 좇았다.





기도원 밖에 이르니 한결 수월했다. 나는 꿈에서 잘린 머리들이 걸려있던 과일 나무들을 지지대로 삼아

나무와 나무 사이를 힘겹게 걸었다. 저 멀리서 요셉이 걸어가는게 보였다.

‘같이가’ 따위의 말을 할 법도 하지만,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요셉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를 악물고 내내 좇는 와중에, 그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서서히 머릿속에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해안절벽이다. 목사가 미스리를 체벌하는 것을 본 이후, 귀신보는 아이와 함께 올랐던 그 높은 해안절벽.



늦은 밤이다. 새벽중에 끼던 해무가 꼈다. 오늘은 더 일렁이듯 짙었다. 넘실거리는 새벽 안개 너머로

멀찍이 걸어가는 요셉의 뒤를 계속 좇는다.



한참 숨을 헐떡이며 도달한 곳에서, 요셉이 우둑하니 멈춰서있는게 보인다.

부지런히 걷던 그가, 미동없이 서있는 그 광경을 보며 나는 계속 가파른 절벽길을 허덕이며 올랐다.

위로해야할지, 아니면 같이 목사를 욕해야할지, 경찰에 알리자고 해야할지,

두서없이 그에게 건네야 할 말들의 목록을 추스르고 어림하며 나는 아픈 발목의 통증을 참았다.



그렇게 요셉이 서있는 곁으로 대단히 힘들게 도착하자, 그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나도 목격하게 되었다.



그 소녀다.

어두운 밤 하늘을 매운 해무 사이에서, 이상할 정도로 희게 빛나는 그 머리핀이 이리 저리 춤춘다.



아, 오늘이 그 유서에 적힌 죽음의 그날이었던가? 실천의 그날이던가?



소녀는 맨발로 절벽끝 젖은 둥근 바위 위를 마치 발레리나처럼 천천히 거닐고 있다.

반발자국만 헛디뎌도 암초 위로 일렁이는 절벽 아래 바다로 곤두박질 칠 것이다.





흘끗 옆을 쳐다보고, 나는 또 멍하니 굳어지고 만다.

천사같은 웃음을 짓던 요셉은 없다. 목사에게 보았던 찡그린 짐승의 얼굴이, 한없이 맑게 웃던

내 동갑내기 친구의 얼굴에 똑같이 드리워진 것을 본다.



그리고 나는 그 다음 광경이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픈 다리에 힘이 빠져,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 나를 두고 요셉이 소녀에게 다가선다.



어두운 밤 해무 사이를 나긋나긋한 움직임으로 가르던 그 아이가, 다가오는 요셉을 발견하고 멈칫, 정지한다.

그리고 요셉이, 우악스러운 손짓으로 손목을 잡아 절벽 위 수풀로 소녀를 내던졌다.



비명… 이 들렸던 것 같다.



흰 옷가지들이 찢기고, 한번도 본 적없던, 멧비둘기를 죽일때도 침착하고 고요하던 요셉이 거친 손짓으로

옷가지를 조각 조각 발겨내고 있는 것도 보인다.



말려야한다.



발을 믿고 일어서려다 나는 다시한번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가파란 능선을 따라 올라온 내 부어오른 발이, 힘을 딛으려는 내 동작을 거부하고 있었다.

일어나, 일어나…! 애꿏은 허벅지를 내내 내리쳐보지만 몸은 내 말을 듣지 않는다.



수풀 사이로 엎어진 둘이, 몸싸움을 벌이는 소리가 땅에 처박힌 내 귀로 드문드문히 들려왔다.



소녀의 비명이 들리고, 호흡을 거칠게 몰아쉬는 요셉의 소리가 들린다.

두 소리가 마치 화음이라도 되듯 일정한 간격을 거쳐 순서대로 반복된다. 때로는 같이 울린다.

무기력한 내가 다리를 끌어보며 일어서려는 동안,

소녀의 비명이 이윽고 흐느낌으로 바뀐다. 요셉의 센 호흡은 헐떡임으로 바뀐다.



거친 싸움의 소리가 끝나고, 흐느낌과 헐떡임으로 이어진 그 억겁같은 시간동안

나는 땅바닥을 기어보려고 애썼다. 마치 다리가 잘려진채 버려진 풍뎅이 같았다.

몇번을 그자리에서 빙글 빙글 돌았을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짐작이 가지 않고 흙 냄새 위에서 분투하는 내게로, 요셉이 다가왔다.



그 어느날, 자신의 뺨을 마구 후려치고 기도원에서 나온 원장처럼, 흐트러져 땀에 젖은 얼굴이

묘하게 사나웠다.



내 앞에 서있는 요셉의 등뒤로, 간헐적인 흐느낌이 오래된 전축 노래처럼 간간히 들렸다.



“너어… 뭐…”



잔뜩 쉰 목소리로 내가 말하려는 찰나, 요셉이 나를 번쩍 들어올린다.

나는 두려움에 몸부림친다. 뭘 하려고? 강간 목격자인 날 죽이려고?



그러나, 다음 순간 요셉은 나를 들쳐메고 번쩍 업었다.



그리고 조용히 올라왔던 길을 그대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므어… 한 거..야?”



“바로 기도원 떠나”



“므어…?”



“떠나라고. 저 여자애, 강간했다고 바로 자수할거야”



“너… 그럴거면… 그냥…”



“그냥, 바로 미스리 죽은걸로 경찰에 찌르지그랬느냐고?”



나를 번쩍 안아들고 내려가는 요셉은 전혀 무거운 기미가 없어보였다.



“내가 정말로 아무것도 안하고 시간 죽이고 있는거 같았어?

내가 그런 시도 안해봤을것 같아? 찔렀다가 나나 미스리가 얼마나 죽을듯이 얻어맞았는지 알아?

내가 말했지. 여기 사람들 눈에 겉돌면 여기서 못산다고. 재규어 끄는 저 목사한테,

경찰 고위간부 정도 되는 신도 한명 없을 것 같아?”



“저… 얘는… 므슨 죄…”



나를 업고 내려가는 등으로 요셉이 이를 사려문 채로 대답하는 것이 들린다.



“그럼, 미스리는 무슨 죄야? 쟤는… 쟨, 어차피 죽을 애였어. 유서까지 써놨잖아?

지금 가서, 바로 그 유서 찢어버리고, 이쪽 말고 외부에 있는 공공서같은 곳에 바로 자수할거야.

그러니까, 넌 바로 떠나. 괜히 얽히지 말고. 혹시 연락와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



계획적이지 않다. 냉철한 요셉이 아니다.

누가보아도 허술하다. 그리고 목사 아들인 그가 누군가를 강간하고 자수해버리면,

분명 목사에게도 수사의 마수가 뻗지 않을순 없겠지. 그렇지만, 과연 이걸로 목사의 행동이 멈출까?



책상 아래에서 펠라치오를 하는 소녀나,

자신에게 개처럼 얻어맞으며 체념하는 소년이나,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런 사고의 오류, 헛점을 지적하지 않는다.



나를 업고 내려가는 내내 울음을 억누르며 미미하게 떠는 요셉의 등이 느껴져 더욱 그러했다.

그 비탈을 내려가는 요셉의 등에 업힌채 나는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너덜거리는 흰 옷을 입은 소녀가 보인다.

나를 보는 것인가 싶다. 나신이 드문 드문 드러난 흰 옷과 흰 몸이 가만히 이쪽을 보고 있다.



젖은 바위 위로 오르면서도, 조심스럽게 발을 디디면서도 이쪽을 본다.



그리고, 그 젖은 바위 위에서, 몸을 훌쩍 뒤로 던졌다.

내가 무어라 우는듯한 소리를 지르자, 요셉이 잠깐 몸을 우뚝- 세웠다가 다시 비탈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시신은 열흘이면 발견될거야. 그정도면 심하게 부패 안 되는한 질 내에서 내 정액이 검출되겠지.

나는 전부터 이런 일이 있었노라고, 나뿐만 아니라 목사도 성적 착취를 했다고 말할거야.

간혹 어망에 걸려서 죽는 어부들도 열흘쯤이면 항만 안쪽으로 흘러들어와 방파제에 걸리니까,

해경들이 시체를 발견하고 일파만파 사건이 커지겠지”



요셉은, 내게 말하는 것인지 스스로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게끔 중얼거리며 비탈을 계속 걸어내려갔다.



눈물이 났다.

비로소 눈물이 난다.



업혀 있는 사람과 업은 사람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비탈을 내려가는 광경이 내게 제3자의 시선처럼

적나라게 객관화되었다.



우리 눈물은 뭘까, 참회일까? 아니면 죄책감?



뭘까?













소녀가 사라지고, 요셉이 그녀의 방에 있던 유서를 찢어버리고,

그 소녀의 부모들이 난리가 나는 것까지, 나는 멍하니 정지된 것처럼 그렇게 흘려보냈다.

요셉은 생필품을 나가는 때를 노려, 차를 이용해 교외로 나가 온갖 시민단체, 방송국,

교외 경찰에 자신의 폭로극을 펼칠 계획이었다.



목사는 진땀을 흘리는 표정이었다.

미스리의 자살 건으로 찾아든 경찰에게, 부모가 얼마전에 죽었노라고 납득할만한 사인을 주어

돌려보낸지 근 하루만에, 숙박 기도를 하던 여자애가 사라진 것이다.



“예, 간혹 그럴때가 있습니다. 워낙 답답해서 오는 사람들이 많은 곳인지라…

밤바다 보면서 훌쩍 그냥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러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 편이에요.

조만간 연락올테니까,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부모님들은”



두서없는 저 변명에, 경찰도 그 소녀의 부모도 납득했다.

그게 목사가 가진 저 그럴듯한, 멀쩡한 외향의 힘일까, 아니면 이 지역 유지도 굽실거린다는

헌금상자의 현금의 힘일까. 나는 알 수 없었지만.

소녀의 부모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찍어내며 어디로 간거니, 어딜 간거니 목사를 붙잡고 울음을 터뜨렸다.

조사를 온 경사는 꾸벅, 눈 인사를 해보이고 기도원을 나섰다. 목사는 인자한 웃음으로 답했다.



어딜간거니, 울음을 토하는 소녀의 부모가 계속 눈에 밟혔다.



그 뒤에 조용한 눈빛으로 서있는 요셉을 쳐다보는 내내,

나는 올라오려는 구토와 구역질을 억지로 눌러 참았다.

토해선 안돼. 참자.



예배전까지 의자정리, 연설문 정리, 그리고 정문 열어놓기 등 잡다한 할 일이 많았다. 참자. 오늘 내일 중으로 여길 뜨는거야.

미식거리는 속을 힘겹게 다잡으며 나는 머릿속으로 되뇌고 또 되뇌였다.

그러나 나는 결국 그날, 토해버리고 말았다.

예배 시간이었다.









여느때처럼, 나와 요셉은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여느때처럼 그 기이한 방언 기도들이 터지기 시작할 때였다.



내 옆에 있던 요셉이 굳은 시체처럼 몸을 뻗뻗히 긴장하는게 보였다.

무슨 일이지…? 내가 왜 그러냐는 의문의 눈초리로 쳐다볼 그 순간-

요셉의 입에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엄마!”



몇몇 신도들이 방언을 멈추고 요셉을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정신나간 읆조림에 집중하고 있다.

그때, 요셉이 거푸 외쳤다. 생생한 여자 목소리였다.



“엄마! 엄마! 나 죽었어요! 나 죽었어! 맘 아파하지 마요! 나, 엄마 아빠 가슴 아파할까봐 그게 무서워!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미안해요! 먼저 가서 미안해요!”



그 순간에, 나는 예배당 아래 의자에 요란하게 구토를 했다.



귀신보는 소녀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요셉의 목울대를 타고 번지는 순간이었다.



성인 남자의 목소리에서 고등학생 소녀의 음성이 튀어나오는 광경에, 모든 신도들은 말을 잊고 요셉을 쳐다보았다.

당일 예배에 끌려오듯 참석한 귀신 보는 소녀의 부모가, 떨리는 눈을 감추지 못하고 요셉에게로 서서히 걸어왔다.



“너… 미희니? 미희야…?”



“응, 엄마… 미안해요. 나 먼저가서 미안해. 슬퍼하지 말아요. 그러지마 제발. 엄마 아빠 울면 그 소리가 너무 크게 울려요.

나 내가 선택해서 갔어요. 그래서 갔어요. 그러니까 슬퍼하지 말아요 엄마. 너무 힘들어서 그랬어”



무어라 기묘한 짐승의 울음같은 것을 토해내며 그 소녀의 엄마가 요셉에게 매달렸다.

활자로는 설명될 수 없는 울음이었다. 비명이었다. 요셉의 얼굴에서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흐러내렸다.



“울지마요 엄마. 울지마요”



혼절하듯 주르륵 미끄러지는 소녀의 아버지 앞에서, 요셉을 끌어안은 그녀의 어머니가 연신 손을 더듬거리며

요셉을 꼭 부여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목사가 당황한 표정으로 요셉을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너어… 이게 무슨…”



처음으로, 강경하거나 친절하거나- 둘 중 하나의 음성이 아닌 당황한 음성이었다.

당황스럽겠지. 죽은 아이의 목소리가 의붓 아들의 목울대를 타고 생생히 터져나오는 광경이.

그러나 나는 내가 잘못생각했음을 깨달았다.



“자아, 여러분!”



요셉을 껴안고 한덩어리로 부둥켜 동동거리는 그 광경 앞에서, 목사가 목에 핏줄을 잡으며 손을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여러분! 여러분의 진심어린 기도와 마음들이, 성령이 이곳에 접선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의 전도사 요셉군에게! 성령이 깃들었단 말입니다! 영혼이 접선을 했어요!

자아 보십시오! 죽음은 끝이 아닙니다! 성경에 나와있듯이, 사후에도 우리가 살아가야할 영적 세계가 있다는 것을

지금 여러분이 목격하고 계십니다!”



소녀의 부모와 요셉이 한 덩어리로 뭉쳐 울음을 뱉는 무리 주변으로,

다시 혼이 빠질듯한 방언이 시작되었다. 너도 나도 무아지경이었다.

하느님, 하느님! 외치는 소리와 감격했다는 듯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는 사람들까지,

지옥의 어느 부분을 오려와 이 기도원 내부로 바꿔친 것처럼,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사람들의

기괴하고 소름돋는 향연이 점차 클라이막스로 치달아갔다.



“천국에 가실 수 있습니다! 천국에 가실 수 있어요!”



목사는 마이크를 부여잡고 본인 조차도 감읍했다는 듯, 거푸 외쳤다.



아… 내가 도대체 어디 와있는 거지?















녹취록 1 /







자 다시 차근차근하게 질문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만으론 수사서류에 그대로 기재할 수가 없어요.

귀신이니, 방언이니 하는 말 빼고요. 남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라 그겁니다.

지금 이대로 가면 당신 정말 큰일 나. 그대로 기소해버리면 죄다 덤탱이쓰는 수가 있어.

검찰쪽 가서 지금 했던 말 그대로하면 빼도 박도 못한다고. 심신미약 노리려는 고약한 놈인줄 알고

자근 자근 밟아줄 겁니다 아마. 그러니까, 다시 시작하십시다. 녹취 테입 돌고 있어요.

그 날,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정말 모르겠습니다. 요셉이, 그러니까 여자애 목소리로 말을 하고, 교회 안이 난리가 났었어요.

거기까지는 정말 제가 본 그대로입니다. 여자애 부모가 요셉을 껴안고 난리가 아니었다고요.



빙의, 뭐 그런거에요? 신들렸다?



/그런것까지는 제가 모르죠. 그런데, 제가 기억하기로 요셉은 원래 남의 목소리 흉내를 잘냈어요.



흉내를?



/예, 전에 무슨 이야기인가를 하다가- 목사랑 그… 죽은 미스리라는 여자애 목소리를 요셉이 아주 똑같이 따라한 적이 있어요.



성대모사 같은거 말예요?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이번 일이랑?



/제 생각은요. 그게 진짜 신들린건지, 아니면 요셉이 강간한 여자애 목소리를 일부러 흉내낸건지 모르겠다는 거죠.



… 그래요. 그 요셉이라는 남자가 그 죽은 여자애 목소리를 흉내냈다고 칩시다. 왜 그런일을 한거요 그러면?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요셉은 그 여자애가 떨어져죽고 난다음, 교외로 나가서 이 기도원의 실체에 대해

폭로하려고 했어요. 사이비 교회에서 괴상한 목사가 횡행하고 있다, 이렇게요. 일을 부풀리려고 했을까요?

그런데, 그런것치고는 그때 요셉이 흉내내는 목소리가… 너무 섬뜩했어요.



… 그런 말은 당신한테 아무 도움이 안되요. 지금 목격자가 당신밖에 없는 판국이라고.

그리고 그 목사라는 사람, 공안형사였다던데. 욕은 꽤 들어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지역에서는 아주 평판 좋던 사람이던데.

발전기금도 통크게 내놓고, 그래서 심층취조 들어가니까 마을 사람들이 죄다 좋은 소리밖엔 안해요.

당신 주장대로, 그 미스리라는 사람한테 성적인 추행을 했다는 증거도 전혀 없고.



/요셉의 몸을 보셨어요? 지진 자국이며 얻어맞은 자국이며 몸이 엉망이었는데. 그거 못봤어요?



봤죠. 부검해보니까 꽤나 어릴때부터 지속되어온 흉터들이랍디다. 그런데 그거 아쇼?

그 지역주민들, 그리고 병원 관계자들이 당신말이랑은 전혀 반대되는 증언을 하고 있다 이겁니다.

어릴때 버려진 상처 때문에 자해를 했대요. 목사는 그럴때마다 극진하게 병원으로 데려갔고요.



/형사님이 못보셔서 그래요. 매주 예배때마다 뺨 때리는 소리가 얼마나 컸는데!



지금 뺨 맞은게 대숩니까! 사람이 몇이 죽어나갔는데!

똑바로 기억해서 말씀하세요, 정말 심각하니까!



/정말… 신 들린게 맞을거에요. 지금은 저도 헷갈리지만,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을 보면 그게 맞을거에요.

못봐서 그래요 형사님은. 거기서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요!



...





/













쉰 목소리로 겨우 짜내어 말을 건넨다.



“너 기억 하나도 안나?”



“어, 뭐 말하는거야?”



영문을 모르겠다는 요셉의 얼굴을 보는데 더 캐묻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다.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니가, 그… 막 여자애 목소리로 말하고, 죽은 여자애 부모님한테 미안하다고… 괜찮다고…

정말 난리도 아니었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고?"





“내가?”



아귀모음같던 방언 예배가 끝나고, 요셉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그 얼굴로 돌아와

본인을 중심으로 파문이 번진 그 아수라장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둘러보았다.

내가 끌고나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저렇게 대답한 것이다.





계속 요셉에게 안겨붙으려는 여자애의 부모를 목사가 추슬러 기도실로 데려간 이후,

나는 우리가 담배를 몰래 피워물던 숙소 뒤껸에 서서 요셉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뭘 그렇게 심각하게 봐?”



“정말, 그게 하나도 기억 안난단 말이야? 너 그거 같았다고. 마치 신들린것 같았다고”



그제서야 요셉이 무언가 심각한 낯빛을 띄었지만, 그것은 금방 사라졌다.



“기억이 하나도 안나”



기억이 안난다는 일을 채근해서 어쩔 것인가. 그래도, 나는 그때부터 무언가 의구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술을 먹던날, 목사며 미스리의 목소리를 그대로 재현해보이던 요셉의 그 기묘한 재주가,

이것이 혹여 다 연기가 아닐까 싶은 의심을 내게 가지게 했던 것이다.



“내일 떠나. 오늘 저녁에 내가 생필품 사러 갈때, 너 고속 버스 터미널 쪽에서 내려줄게

그대로 너 살던 곳으로 가서, 이런 머저리같은 기도원따위 다 잊고 그냥 살아. 알았지?”



고개를 끄덕였다.

머저리같아.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비겁하고 졸렬했지만, 솔직한 생각으로 하루를 두고 사람이 두명씩이나 죽어나간

이 공간을 서둘러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그 무엇보다도 절실했다.



앨리스의 토끼같던 요셉이 내게 그것을 종용하고 있었다. 이만 이 구덩이를 떠나.

그렇지 않으면 영영 못 벗어날지도 몰라.

시간이 너무 지나면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걸. 이 괴상한 구멍에 오래 머무르면,

너도 괴상해질거야.

나는 응할 것이다. 기꺼이.



그 탈출이 그토록 처참한 실패로 끝날 줄은, 그때는 알지 못했다.











녹취록 2 /







그런데 그게 왜 그렇게 된겁니까. 대체, 짚이는 곳이 전혀 없잖아요.

방금 당신 입으로 말했잖아. 이 기도원에 대해서 나가서 죄다 폭로해버리겠다고 했다면서요.

그런데, 갑자기 그런 사람이 왜 자살한단 말입니까?

왜 연거푸 자살 퍼레이드가 일어나냐고요… 당신 주장대로라면, 미스리라는 여자는 어머니의 죽음, 목사의 성적착취,

귀신을 본다던 그 여자애는 무당 팔자에 비관자살, 자살한 요셉의 강간- 뭔가 딱 떨어지는 마지노선이 있는데,

밖에 나가서 폭로까지 하겠다고 벼르던 요셉이 대체 왜 자살했느냐 이 말입니다, 내말은.



/몰라요… 저도 모른다고요.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는데 형사님도 곧이 듣지 않잖아요.



… 좀 상식적인 선에서 이야기 하자고 좀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귀신이니, 빙의니… 이런걸 조서에

어떻게 적습니까? 설령 당신이 말 한 그대로 적어도 나만 탈탈 털리고 조서 수정하라고 욕밖에 더먹어요?

심신미약 판정 받기 힘들어요. 당신 형 감량해주려고 이렇게 붙어서 도와주고 았는데 계속 이러면 곤란해.



/제가 정신 나간 척해서 뭐하겠습니까 형사님. 정말 본 것 그대로 말씀드린거에요



…하… 그럼 요셉이 자살한 부분부터 다시 짚고 넘어갑시다. 그 부분 다시 말씀해보세요.



/수십번도 넘게 말씀드렸잖아요… 그때 요셉이 생필품을 나가기 전이었어요. 포터에 시동을 걸다말고,

두고 온것이 있다고 저를 불러내서 저도 따라 나갔지요…





/







부어오른 발목이 아직도 뻣뻣한 고무튜브처럼 느껴졌기에, 다시 여자가 자살한 해안절벽을 오르는

요셉을 따라가기 벅찼다.



대체 거기 뭘 두고 왔다는 것일까.



자기가 강간한 것조차 그대로 알리겠다고 했는데, 대체 뭘 두고 왔다는거야.



얼른 이곳을 뜨고 싶은 마음이 점차 절박해지기 시작한터라, 이 와중에 절벽을 오르는 요셉의 등이

새삼 크게 야속하게 보였다.



꼭대기에 다다르자, 숨을 헐떡이는 날 두고 요셉은 여자애가 발레같던 춤을 추던 그 바위곁으로 다가섰다.

가만히, 맨들 맨들 해무에 젖어있는 그 둥근 바위를 내려다본다.



“곧 시체가 발견되겠지”



중얼거리던 요셉이, 문득 허리를 숙여 무언가를 주워들었다.



… 머리핀이었다.



그 소녀의 머리핀. 하얀 조가비 뒤에 접핀을 꽂아 만든 그 머리핀이었다.



“가자”



“뭐야, 그게 두고 온 거였어?”



“응"



“그게 여깄는 줄은 어떻게 알았고, 지금 대체 그게 왜 여기까지 올라와서 챙겨야할 물건인데?”



“그냥, 그냥… 챙겨야 돼. 이만 가자.”



터덜 터덜 내려가는 요셉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도저히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다.

내 신경이 언젠가부터 이렇게 예민해졌는지를 떠올리다,

목을 맨 시신을 끌어내리고, 면식있던 여자가 강간당하는 것을 보고, 심지어 그 여자가 투신사하는 것까지

목격한 와중에 제정신인 사람은 장담컨데 많지 않을거다- 라는 울분섞인 자기 변호가 머릿속에서 따라붙었다.



나간다. 나간다 이곳을. 요셉도, 이 사이비 기도원도, 인간같지 않은 목사도, 모든걸 다 내팽개쳐 집어던지고, 난 나간다.







포터에 타고, 국도 쪽으로 빠지고부터 뭔가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걸, 깨닫기 시작했다.



운전 중에, 요셉이 발작을 일으켰다.



한적한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던 포터가 순간 얕은 방파막을 뚫고 바다로 떨어질 것 같이 요동치다,

길다란 스키드 마크를 남기며 급정지했다.



요셉이 눈을 까뒤집고 부들 부들 떨고 있었다.



간질 발작 환자처럼 사지를 요동치며 내던지던 요셉의 목소리에서, 다시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깔깔깔 거리는 목소리가, 이십대 중반 남자의 목울대를 타고 생생히 퍼진다.



“끝내고 가야지, 이대로 가게? 오빠들 이대로 가려구?”



손이 부들 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흰자를 드러내고 온 몸을 요동치는 요셉의 신체와 달리, 그의 입술은 나지막하고 또박 또박한 죽은 소녀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멀쩡한 요셉의 목소리가 또 튀어 나오는 것이다.



“미안해, 미안해…!"



“아니, 아니지. 이렇게 도망치면 안돼 오빠. 그 누나는 얼마나 원통하겠어? 깔깔깔...

나 말고 그 언니한테 사과해야잖겠어? 깔깔깔"



사방으로 떨고 비산하는 몸과, 정지된 듯 나지막히 여성의 목소리를 읇는 요셉의 입술이,

그 옆에 앉아있는 것이 간절히 거짓말이길 바랄 정도로- 비현실적임과 동시에 두려웠다.

나는 덜덜 떨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요셉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요셉의 입술에서 내가 익히 알던 요셉의 목소리가 다시 튀어나왔다.



“미안하다… 내가 너한테 그런 짓을 한건, 정말… 정말로 미안하다. 미안해”



저러다 죽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요셉이 몸을 비비꼬고 팔다리를 사방으로 내던졌다. 포터 운전석이 들썩이며 흔들린다.









녹취록 3 /









그러니까, 요셉이 운전 중에 또 다시 그 여자 목소리를 냈다고요?



/예… 그러고선, 정신을 차리고 식은땀을 잔뜩 흘렸어요. 그리고 차를 돌렸죠. 기도원으로요.



폭로하러 도망친건데, 갑자기 왜 기도원으로 돌아갔을까요?



/저도 말을 걸 엄두를 못냈지요. 생각해보세요. 발작을 일으키고, 눈을 까뒤집고, 죽은 여자애 목소리를

내뱉는걸 지켜보는데, 저도 제정신이 아니었다고요. 그리고 첫 발작때 차가 전복될뻔 한걸 보고서는,

요셉을 자극하면 당장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무말도 못했어요.

내가 한마디 말을 더하면, 또 발작을 일으켜 핸들을 옆으로 꺽어버리지 않을까… 무서워서요.



그래서, 기도원으로 돌아갔고요. 요셉이 자살하는걸 목격했다고 했지요?



/자살일까요 그게…?



제 발로 해안절벽에서 뛰어내렸다면서요. 그게 자살이 아니고 뭡니까 그럼… 떠밀기라도 했어요?



/아뇨, 저는 요셉이 다시 거기로 올라가는 동안에도 말 한번 못붙였어요



왜그랬어요? 초기 진술서보면, 요셉이 불안정해보였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렇게만 나와있는데,

같이 기도원을 떠나다가 도로 돌아왔는데 서로 말 한마디 안나눴어요?



/올라가는 내내, 요셉에게선 자기 목소리랑 자살한 그 여자애 목소리가 번갈아 튀어나왔어요.

마치 대화하듯이요.



대화요?



/예… 그 죽은 여자애 목소리로 지껄이다가, 다시 요셉으로 돌아와서 정신없이 사과하다가…

계속 그러면서 올라갔어요 거기를요.



그리고 자살했다?



/말씀드렸잖아요. 모르겠어요. 모르겠어요, 전. 그게 자살일까요…?





/







“오빠, 언니가 그 목사 쏴죽이지 않으면 오빤 영영 머저리래. 듣고있어? 영영 머저리래! 깔깔깔!”



울었다, 가가대소 웃었다가를 반복하며 요셉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그 절벽으로 걸어 올라갔다.



“그만해줘… 내가 다 잘못했어. 지랄같은 것만 보고 자라나서 나도 지랄같은 짓을 저질러버린거야.

미안하다… 미안해…”



“나말고 언니한테 사과해 오빠! 언니가 오빠 무섭게 노려보고 있어! 혹시 보여? 깔깔깔깔!”



“그만해줘. 그만둬 , 제발. 부탁이야…. 날 내버려둬”



남녀의 목소리가 요셉의 목울대를 번갈아 통과하는 그 일련의 과정을, 나는 부서질듯 떨리는 몸을

매번 억지로 가라앉히며 지켜보았다.





소름끼치는 일인이역을, 혹은 한몸에 든 두 영혼을,

나는 규정하지 못하고 혼란스럽게 마주보고 있다.



“… 지친다…”



화들짝 정신을 차려보니, 초췌해지고 눈물로 얼룩덜룩 엉망이 된 헝클어진 머리의 요셉이 보인다.



“너…대체 왜그래… 왜그러는거야, 미쳤어?”



“그 얘… 그 얘가 나한테 자꾸 말을 걸어. 몸이 말을 안들어…

그만 끝내야한대. 영영 끝내야한다는거야”



“제발 좀 그만둬. 무서워죽겠단 말이다. 너... 너 목소리 흉내 잘내는 것 알고 있어.

그렇지만 내 앞에서까지 그럴 필욘 없잖아. 우리 기도원 나가서 너는 폭로하고, 나는 내 인생으로 돌아가기로 했잖아.

왜 자꾸 그 여자애 흉내를 내는건데? 그만둬 제발”



요셉이 숨을 고르게 가라앉히려 노력하며, 죽은 여자애가 뛰어내린 그 바위위에 힘없이 걸터 앉았다.



“… 부탁하나만 하자”



“부탁?”



“응, 부탁. 꼭 들어줘야해”



요셉의 눈빛이 더없이 진지하다.



“그래, 들어줄게. 뭔데?”



“내일, 날 좀 도와줄래?”



“그래 도와줄게, 무슨 일인데?”



요셉이 기운빠진 동작으로 고개를 저어보였다.



“내일, 꼭 도와준다고 약속해”



불길한 전조가 온통 피부를 감싸고 돈다. 빠져나갈 수 없게된 앨리스처럼,

나는 대답하고 만다.



“그래, 꼭 도와줄게”











녹취록 4 /







그 뒤로, 요셉이 뛰어내렸다고요?



/…예. 정확히 말하면, 뛰어내린건 아니에요. 앉은 자세 그대로 몸을 뒤로 기울였고, 깜짝 놀라서

제가 가까이 갔을땐 이미 절벽 아래로 떨어진 뒤였어요.



자살하는거, 세번이나 목격했네요? 이것참, 신통하다고 해야될지, 이걸 믿어야 하나…



/거듭 말씀드렸잖아요. 뭐하러 거짓말한답말입니까!



그래요 아무튼. 그렇게 요셉이 절벽으로 떨어지고 나서 뭐했습니까?



/처음엔 바로 포터를 타고 그냥 여기서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솔직하게요.

그런데… 아마 그래서 요셉이 그렇게 말하고 간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짐을 씌우고 가지 않으면

제가 부리나케 도망갔을거라는 걸 짐작하고서 말이에요. 반년정도지만 요셉은 그동안 절 너무나 잘 파악하고, 알았으니까.



그래서, 그대로 숙소로 내려갔다?



/예. 뭘 도와달라는건지 짐작도 가질 않았어요. 하나도요. 그런데 마침 다음날이 예배날이었어요.

전에 말했지만 이 사이비 기도원에는 금토일 내내 신도가 왔어요. 그 괴상한 소름끼치는 방언기도 내지르려고요.

솔직히, 무얼하다기보다는 요셉이 말한 내일, 그 내일만 지나면 당장 도망쳐버리자.

그런 생각이었던것 같아요.



사람이 절벽으로 뛰어내린걸 보고, 그냥 그대로 숙소로 내려갔다고요



/제발, 절 좀 이해해주면 안됩니까? 형사님 말씀하신 것처럼 이상하게 들릴거라는 건 압니다.

근데 그 짧은 몇일 동안 제가 누구 죽는거 본것만 세번입니다. 전요, 용감하거나 의연한 그런 인물이 못되요.

요셉이 포터를 기도원으로 돌렸을때 두려워서 말은 못꺼냈지만, 처음으로 화를 내고 싶을 정도로 미웠어요 그가.

나는 빨리 여기서 도망쳐야되는데… 빨리 여길 떠야되는데… 그 생각뿐이었단 말입니다.



근데 그렇게 못했고요.



/예… 요셉이 남긴 그 한마디가 덜덜 떨면서도 숙소로 걸어내려가게 만들었어요. 반쯤 제정신이 나가있었지만,

그렇게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죠. 저도 어쩌면 뭔가에 씌었을지도 몰라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이상하니까요.

왜 당장 도망치지 않았을까… 그때, 도망쳤더라면…



/









요셉의 부탁이 무엇이었는지 알게된건 그날 저녁이었다.

죽어가는 사람의 유언은 평생을 옭아매는 족쇄가 된다.





저녁 예배 시간이 되자, 나는 기계적으로 신도를 맞아들이기 위해 본관 자물쇠를 열었다.

육중한 쇠사슬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 차가운 사슬뱀을 다루듯 나는 동여얽힌 그 사슬을 풀어내어

기도원 쇳문 바로 옆에 떨어뜨려 놓았다.



땅거미가 질 무렵부터 예의 그 점잖고 멀쩡해보이는 중년과 노년의 신도들이 꾸역꾸역 해안 절벽 위로

서서히들 찾아 모이기 시작했다.



나는 쇳문 옆에 서서, 그들이 망자의 행렬처럼 길다랗게 풀길을 따라 올라오는 광경을 쳐다보았다.



정장, 면바지, 품위있는 치마와 구두들…



서로간의 손을 잡고, 밀어주며 높다란 절벽 끝 기도원으로 모이는 그들을 잠자코 바라본다.



쇳문에 다다른 신도들 몇명이 내게 꾸벅 인사를 해보이며 문을 통과해갔다.

아무런 반응없이 멍하니 서있는 내게 이상하다는 눈빛을 보내오는 노인도 있었다.



서른여명 정도 되는 그 긴 행렬의 끝을 마치고, 나는 도로 쇠문을 닫아 쇠사슬을 걸었다.

칭칭, 동여맨다. 철커덩 철커덩 내 손짓에 흔들리는 쇠문이 오늘따라 을씨년스럽다.







예배당 안쪽으로 걸어들어가, 맨 뒷쪽에 자리 잡고 앉아 기다렸다.

본래는 요셉이 앉아있었을 내 옆자리가 비어있는것이 순간 순간 섬뜩한 기분을 가져왔다.



잠자코 헐거워진 마룻바닥을 쳐다보는 동안, 요셉과 나만 알고있는 그 공기총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때였다.



끼이익, 예배당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신도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번지기 시작한다.



뭐지?



고개를 들자, 웅성거림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있는 예배당에 가득찬 신도들이,

뒤를 돌아보며 경악해하는 것이 보였다.







녹취록 5 /





목사였다고요



/예, 목사였어요. 문을 열고 천천히 걸어들어왔어요



그런데, 꼴이 이상했다죠? 어떻게 이상했다는건지 말씀해주세요



/그러니까, 그게…



/









처음에 눈에 들어온건, 일본 가부키 화장과도 같은 새하얗게 덕지 덕지 분칠이 된 얼굴이었다.



입술에는 새빨간 루즈가 발려있었다.



그리고, 대체 저것이 어떻게 저기 있을까?

귀신을 보던 미희라는 여자아이의 흰 조가비 핀이, 도무지 어울릴 수 없고 겹쳐질 수도 없는 간극을 뚫고

목사의 엉망이 된 머리 위에 얌전히 꽂혀 있었다.



마치, 엄마의 화장품을 손댄 서툰 일곱살짜리 여자애의 화장같았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과는 정반대의 극으로 치닫는 느낌이었다. 우스꽝스러움이란, 공포와 소름과 딱 종이 한장차이라는 것처럼.

광대를 보면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처럼. 비대한 덩치의 중년 남자가 화장을 하고 들어서는 광경.

그 기이함은 나를 질리게 했다.

나는 도망쳐야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러나 꼼짝할 수 없다.



목사의 오른손에 길게 늘어진 그것을 보고, 섣불리 움직여선 안된다고 내 머릿속에서 쉼없이 경고를 내보냈다.



그것은 요셉의 공기총이었다.



주름 사이 사이가 패여 드러난 살색의 낯가죽이, 치덕 치덕 칠해진 흰 분 사이에서 유일하게 남은 목사의 옛 얼굴이었다.



얌전하게 포마드가 발렸던 목사의 머리는, 듬성 듬성 부풀어오른 엉망진창의 산발이었다.

드문 드문 실핀으로 머리를 고정시키려 시도했던 듯 했다. 실핏줄이 돋아오른 눈이,

예배당 입구에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수십명의 시선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하나, 하나.



경악스런 목사의 등장과 얼굴에 빼앗겼던 시선이, 비로소 아래로 타고 내려갔다.



아, 나는 익숙한 원피스를 발견하고 만다.



죽었던 미스리, 촌스런 다방 침대커튼 같은 유행지난 구식 스커트가, 육중한 목사의 몸에 꽉 죄어질듯

불안하게 입혀져 있다.



죽어간 셋이 돌아온 것 같이, 이곳에서 목숨을 스스로 끊어낸 셋이 남긴 물건을 몸에 지니고,

옛 이야기에 나오는 어떤 살인마 광대처럼- 목사는 숨을 조용히 몰아쉬며 예배원 안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모, 목사님… 대체 이 꼴이… ?”



늙은 어부가, 정장을 말끔히 빼입었지만 거친 피부가 여실히 드러나는 그 어부가

떠듬거리며 목사 쪽으로 걸어갔다.



“이게 무업니까?…”



다음 순간 내가 본 것은, 구멍이 뻥 뚫려 뇌수를 쏟으며 쓰러지는 그 어부의 뒤통수였다.



요셉이 멧비둘기를 쏠 때 들렸던 작은 소음이, 은은하게 예배당안에 매캐히 부유하며 흩어졌다.



어부가 바닥에 쓰러지자, 분칠을 한 하얀 얼굴과, 꽉 죄인 원피스에 피가 튄 목사가 만면에 웃음을 짓는 것이 보였다.



젖는 소리가 들리며 얼굴에 구멍이 뚫린 어부의 몸에서 피가 꿀럭꿀럭 흘러 낡은 예배당 판자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명이 시작되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녹취록 6 /





화장을 하고 나타났다고요?



/예, 얼굴에… 그… 일본 기생들이 하던 화장 있잖아요… 그런것처럼 온통 희게 분칠을 했어요.



총도 들고 있었고?



/요셉이 평소에 멧비둘기를 쏘던 그 총이었습니다. 제가 매번 봐서 알고 있어요.

그 총, 낡은 목제로 만든 것 같이 보여도, 굉장히 위험한 그런 총이었어요… 그걸로 요셉이 새를 쏴죽이는걸 몇번이나 봤고요.

그런데, 제가 처음에 든 의문은 그거였습니다. 그 총이 숨겨져 있던 곳은 저랑 요셉밖에 몰랐어요.

근데… 근데 목사가 대체 어떻게 그 총을 들고 있는거지?



…그래요. 아무튼 그 총으로 목사가, 예배당안에 신도들을 쏴죽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말했죠?



/오래 걸리지도 않았어요. 서른명 남짓한 사람 모두가 죽이기까지, 정말 오래 걸리지도 않았어요.



예배당 구조가, 들어와서 나가는 문이 하나였죠?



/예… 그래서 처음으로 총에 맞아 죽었던 사람이 나오고 나서도, 뿔뿔이 도망을 쳤지만 아무도 밖으로 나가지는 못했습니다.

목사는 문을 닫고, 그 문을 등지고 서서 침착하게 한명 한명 사람을 쐈어요. 이리 저리 도망치면서 고함을 치는 사람들을,

아무런 동요도 없이요. 예배실 의자 위로, 아래로, 연단으로… 정신없이 뛰어 피하려는 사람을 좇아서

천천히 총구를 조준하기만 했어요.



그런데, 거기서 말입니다. 조금 이상해요. 그렇게 한명 한명 모조리 쏴죽이던 목사에게서 당신은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그 부분이 이상하단 말이에요. 다시 설명해줄래요?



/목사가, 가만히 앉아있던 나를 빼고 도망치던 신도를 모조리 쏴 죽인 다음이었어요…





/





내 얼굴에도 피가 튀었다. 비릿한 냄새가 사방에서 비산했다.



목사가 돌아다니며, 숨이 덜 끊긴 사람들을 찾아 머리에 다시 한발씩 총알을 박아 넣었다.

점차, 간헐적인 신음도 끊기고 쇳내같은 피비린내만 남았다.



나는 흐르는 핏방울이며 뇌수를 닦아낼 깜도 내지 못하고, 그냥 덜덜 떨며 앉아있다.



초점이 이상하다. 어느 한 시체가 명확해보이는가하면, 바로 예배당 낡은 의자가 명확해보이기도 한다.

확대와 축소가 반복되며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의자가 들썩이는 느낌과 함께, 거친 숨소리가 바로 곁에서 들려온다.



나는 가누기 힘든 고개를 억지로 옆으로 돌렸다.



피투성이가 된, 가부키 화장의 목사가, 내 옆에 앉아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도와줘서 고마워”



한번더 굳어지고 만다.

나는 멍하니 목사를 쳐다본다.

아니, 요셉을 쳐다본다.



흰 가부키 화장의, 엉망이 된 머리에 흰 조개 핀이, 꽉 죄이는 원피스가, 아직도 끝에서 미미하게 화약 연기를 피우는 공기총이,

그 모든것을 넘어서 환하게 미소짓는 목사의 그 얼굴에서, 나는 요셉을 떠올려버리고 만다.



요셉의 목소리다. 친절하고, 친절하던- 내 동갑내기 친구 요셉의 목소리다.



“우리가 해야만 했어. 우리가 끝내야만 했어”



소녀의 목소리에 이어,


“왜냐면 이짓을 안하면 나는 영영 새 새끼나 쏴죽이는 ‘머저리’를 못 벗어날거거든”



미스리의 목소리가 말을 맺는다.





나는 덜덜 떨며, 간신히 말을 한다.



“너… 누구야…?”



목사가, 아니 요셉이 환하게 웃는다. 어쩌면 미스리가, 어쩌면 자살한 그소녀가 웃는것 같기도 하다.



목사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총구를 돌렸다. 얼굴에 총구를 가져다 댄 목사가, 다시 나를 향해 요셉의 목소리를 낸다.

손잡이를 천천히 내게로 내민다.



너무도 익숙한, 몇번이나 들어왔던, 요셉의 멧비둘기 사냥이 끝날 무렵처럼, 목사가 그 말을 건넨다. 건네고 만다.



“너도 쏴 볼래?”



나는 눈물을 흘리며 대답한다.



“그래, 쏴 볼게”







녹취록 7 /







그래서, 목사를 쐈단 말입니까?



/예… 쐈어요. 내게로 내밀어진 손잡이를 잡고, 방아쇠를 당겼어요. 소리도 크잖고, 반동 같은 것도 없더군요.

그렇게 목사는 자살했어요.



자살? 방금 당신이 방아쇠를 당겼다면서 그게 어떻게 자살입니까.



/형사님, 나는 내가 쏜게 누구인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목사였을까요? 요셉이었을까요? 아니면 미스리?

자살한 그 여자애? 그렇다면, 나는 대체 몇명을 죽인걸까요? 예?… 그게 요셉이었다면, 자살이었겠지요.

내게 총 손잡이를 넘겨준게 그니까. 그게 목사였다면, 타살이겠지요. 몸을 빼앗겨 남에게 저를 죽이라고

총을 넘겨준 거니까요.



(형사가 담배를 권한다)



간추립시다… 내 종교는 없지만, 그래서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당신 살 길부터 터야할 것 아닙니까.

그 공기총에는 확실히 당신 지문이 있고, 그건 빼도 박도 못해요.

갑자기 미쳐서 기도원내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목사에게 신변 위협을 느껴, 몸싸움끝에 총기를 빼앗아

우발적으로 얼굴에 쏴서 사망- 그게 당신이 살길이요.

목사가 가면쓴 성착취범이든, 요셉이 그 고등학생 여자애를 강간했든, 미스리가 실제로 성적착취를 당했든,

요셉이라는 그 남자가 목사에게 학대를 받았든… 이 사건 포인트는 그게 아니거든.

자살자들의 이유도 이유지만, 삼십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어요. 그것도 총으로! 이 한국땅에서 이만한 스캔들이 없거든.

그 옛날 우순경 총기 난사 사건 이후로 이정도 사람이 총에 의해 죽어나간건 처음이란 말요.

귀신, 빙의, 한사람에게서 나오는 여럿의 목소리… 그딴거 다 잊어요. 내가 말한대로 하쇼. 아시겠습니까?





……



/











9.







얇은 담요에 덮여, 구치소 바닥에 누워있다.



창문에서 달빛이 흘러들어온다.



빛이, 희다.



미스리의 피부처럼. 그 여자애가 꽂고 있던 조가비처럼.





아, 하는 동작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단단하고 작은, 그것이 만져진다.



만지작거리다 꺼내자, 흰 빛에 더욱 하얗게 빛을 발하는 조가비 머리핀이 보인다.



해안 절벽의 해무가 보이는 것 같다. 그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조개 핀을 귀에 가져대 대어 본다.





오빠-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너무 오래걸렸네요

이번 글도 잘부탁드립니다.

* 컨텐츠 출처 : 창작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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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 1
    rkgnl99
      2017-06-14 18:08:25 78 0
    솔직히 여태 공게에서 본 글 중... 문체나 구성, 소재, 표현, 모든 게 이 정도로 완벽한 글은 처음 봄... 등단한 작가라고 해도 믿을 정도. [1]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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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사왔음뎁혀왔음
      2017-06-15 00:24:48 34 0
    우와.. 엄청 긴글인데도 쉬지않고 몰입해서 읽었네요 순간 소름이 확 돋는 공포만 좋아했었는데 이런 긴글에 몰입하는것도 괜찮은것같네요 잘보고갑니다!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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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큰흑인
      2017-06-13 20:37:48 2 0
    ㅇ웃대에도 올리셨구나!! 오유에서 글 너무 재밌게 잘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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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잭더든
      2017-06-14 01:06:33 0 0
    핫 ㅎㅎ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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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얌푸른
      2017-06-13 22:38:27 8 0
    세상에 1시간 넘는 퇴근길 내내 엄청 몰입해서 읽었네요ㅜㅜ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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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잭더든
      2017-06-14 01:06:45 2 0
    아이고ㅜ제가 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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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CATESSA
      2017-06-14 01:08:14 4 0
    올리시는 사진의 여배우들 저도 개인적으로 므흣하는데... 우린 여자 보는 눈도 비슷한가요? (괜히 친 한 척)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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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CATESSA
      2017-06-14 01:09:40 2 0
    소설은 아직 읽지 않고 추천부터 ㅋㅋ 지금은 일하는 시간이라 이따 밤에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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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잭더든
      2017-06-14 02:59:13 0 0
    제 뮤즈들입니다 ㅎㅎ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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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전한대학
      2017-06-14 03:51:05 6 0
    와.... 이 새벽에 완전 집중해서 읽었어요 와.. 글 진짜 잘 쓰시네요 정말 소설 한편 읽은 느낌... 잘 읽었어요! 짱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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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우산
      2017-06-14 03:54:27 5 0
    와 미친꿀잼이다;; 길어서 안보려고했지만 읽어서 다행이다;; 요셉이 그런 식으로 복수할줄 상상도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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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우산
      2017-06-14 03:57:15 3 0
    진짜 개잼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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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상괴담
      2017-06-14 06:05:40 12 0
    앗! :) 선추천 후감상입니다. 제가 축전을 개최한 이유는 사실 이런 글들에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이 주어지길 바랬기 때문이죠. 오래오래 공게에서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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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구름다람쥐
      2017-06-14 09:24:46 11 0
    와..미쳤다 보는내내 온몸에 소름돋고 내가직접 저 이야기안에 들어가있는것같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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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구름다람쥐
      2017-06-14 09:25:46 0 0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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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복이
      2017-06-14 11:47:51 2 0
    아 너무재밌다 진짜 덕분에 월급루팡 잘하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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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CATESSA
      2017-06-14 15:08:23 4 0
    영화 한편을 본 것 같네요. 읽는 내내 영화"곡성"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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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CATESSA
      2017-06-14 15:08:52 0 0
    정말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어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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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대를연대
      2017-06-14 16:14:35 2 0
    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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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kgnl99
      2017-06-14 18:08:25 78 0
    솔직히 여태 공게에서 본 글 중... 문체나 구성, 소재, 표현, 모든 게 이 정도로 완벽한 글은 처음 봄... 등단한 작가라고 해도 믿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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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잭더든
      2017-06-19 19:16:58 0 0
    너무 큰 과찬이세요.. 재밌게 보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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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nol
      2017-06-14 19:06:49 2 0
    와... 지리고 갑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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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FTFIRE
      2017-06-14 20:39:52 3 0
    대 작 추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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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낙파파
      2017-06-14 21:21:46 2 0
    추천이용~!!!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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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사왔음뎁혀왔음
      2017-06-15 00:24:48 34 0
    우와.. 엄청 긴글인데도 쉬지않고 몰입해서 읽었네요 순간 소름이 확 돋는 공포만 좋아했었는데 이런 긴글에 몰입하는것도 괜찮은것같네요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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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항밖물고기
      2017-06-15 06:01:02 2 0
    지렸습니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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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은냥
      2017-06-15 08:05:15 0 0
    아 시험끝나고 읽어야겠네요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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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농o
      2017-06-15 11:18:54 2 0
    개띵작... 오져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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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살아요
      2017-06-15 13:17:08 3 0
    진짜..이렇게 몰입해서읽은거 오랜만이네요...너무잘쓰십니다. 앞으로도 명작 많이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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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력한무기
      2017-06-15 14:09:37 3 0
    개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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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뉼라
      2017-06-15 18:56:43 4 0
    와... 진짜 잘 쓰세요 소름돋음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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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는아마도
      2017-06-16 00:07:37 4 0
    아 정말 영화한편 본 기분이네요 기묘한 기분이 드는 글이 오랜만이라 기쁩니다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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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놈발작하네
      2017-06-16 02:41:10 7 0
    아 진짜 소름이네요 무서워서 소름이 아니라 작가님 필력이.. 소설짜임새가 소름입니다.. 댓글 안남기는데 작가님께 뭐라도 해드리고파서 감사의 댓글 남깁니다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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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사람은죽는거죠
      2017-06-16 07:45:10 3 0
    영화 한편 본거같아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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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미리
      2017-06-16 14:05:13 4 0
    와 진짜 영화한편본듯... 장면 장면들이 자꾸 머리에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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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버코트
      2017-06-16 15:26:28 2 0
    죽음 뒤의 세계가 있다면 순간순간을 충실히 살 수 닜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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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봉동딸잽이
      2017-06-16 17:39:44 3 0
    정말 잘 봤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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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찌찌가마솥
      2017-06-17 06:00:50 2 0
    ㅁㅊ 개재밋다.... 읽다가 밤샛음 ㅠㅠㅠ 그 나무에 머리 걸려있는 꿈 부분 부터 소름이 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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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밈밈몬
      2017-06-17 14:54:11 4 0
    미친..... 이게 조그만한 책으로 있었다면 난 당장 샀었을거예요. 너무 재밌네요 시간가는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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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잭더든
      2017-06-19 19:15:40 2 0
    너무 기분 좋네요 나중에 각본가가 되면 꼭 드라마도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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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nus0201
      2017-06-17 15:52:17 9 0
    목사 : 곽도원 , 요셉 : 강동원 , 주인공 : 박해일 , 여자배우는 내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잘모르겠다. 이거 영화로 만들어도 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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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잭더든
      2017-06-17 22:05:27 0 0
    보기만 해도 행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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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덜익은라면
      2017-06-17 20:45:23 4 0
    공게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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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잭더든
      2017-06-17 22:05:35 0 0
    과찬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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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긔티라미슈
      2017-06-17 21:18:05 2 0
    공게 상주하면서 눈팅만 하는데...정말 글에 빨려들어가서 읽었네요. 앞으로도 이런 멋진 글 많이 부탁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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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잭더든
      2017-06-17 22:02:31 0 0
    제가 앞으로 더 잘주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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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애한테쳐맞다니
      2017-06-18 16:06:39 0 0
    와..몰입감 ㅎㄷㄷ하네요 시간이 얼마나 지나는지도모르고 쭉 봤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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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백성
      2017-06-18 22:47:23 2 0
    새로운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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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쪽만남은놈
      2017-06-19 02:06:26 1 0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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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ABRO
      2017-06-19 03:35:26 4 0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 표현의 세세함과 세련미가 전혀 거북하지 않았어요. 초록환타님 글 외엔 다신 이러한 글을 못 볼것만 같았는데. 정말 대단하세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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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잭더든
      2017-06-19 19:15:12 3 0
    아 저도 그 작가님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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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싸발싸뿜뿜
      2017-06-19 07:10:57 0 0
    진짜 몰입하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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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동훈
      2017-06-19 08:59:11 0 0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무료로 볼 수 있게 올려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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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nxkzl
      2017-06-20 03:15:53 0 0
    와.. 정말 이 한마디밖에 안나옵니다. 실제 작가분이라는 생각까지드네요. 읽어서 영광이였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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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상괴담
      2017-06-21 20:32:15 1 0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는 거, 정말 오랜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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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먹고싶다
      2017-06-22 05:27:38 0 0
    감탄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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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e부럴
      2017-06-22 23:29:25 0 0
    와드 박고 갑니다...두고두고 볼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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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39939
      2017-06-23 01:26:10 0 0
    와...영화 한편 본 느낌이네요.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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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나무
      2017-06-24 19:01:53 3 0
    공게에서 몰입도 있게 본 글은 몇 안되는데 머리속에 영화 한편이 그려질 정도로 글을 잘 쓰시네요. 책으로 만드시거나 시나리오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어도 될것 같아요. 정말 감탄하면서 읽는 도중에 녹취록 2에 요셉에게 빙의된 소녀가 언니에게 미안해 하라는 장면에서 누나에게 미안해 하라는 오타가 굳이 꼽자면 흠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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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잭더든
      2017-06-24 23:42:58 0 0
    창찬도 칭찬이지만...이토록 꼼곰히 읽어주셨다는데 너무 큰 기쁨이 느껴지네요.. 너무너무감사합니다 황금 나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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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경축소폭팔
      2017-06-24 23:25:15 0 0
    소름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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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nacky
      2017-06-25 11:21:52 0 0
    너무 재밌어서 북마크 등록해놓고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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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기
      2017-06-26 04:43:35 0 0
    머릿속에서 영화처럼그려지네요 정말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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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ww7694
      2017-06-28 16:29:22 3 0
    너무 재미있어서 동생에게 추천했습니다. 영화로 만들면 정말 멋있을 것 같아요. 로그인하게 만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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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선한날씨
      2017-06-28 22:28:13 0 0
    댓글러들 단체로 요실금 걸리게 만드시네... 잭더든... 당신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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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치같이
      2017-07-04 18:12:54 0 0
    정말 이미 등단하신 작가라 해도 믿을 수 있겠네요. 구성요소의 훌륭함을 떠나서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좋은글 읽게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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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옹울
      2017-07-07 16:45:07 0 0
    크....필력최고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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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옹울
      2017-07-07 16:45:43 0 0
    근데 소녀를 좀 늦게 등장시킨 것이 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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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쳐돌앗나
      2017-07-12 23:05:42 0 0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이야기에 빨려들어가는 느낌, 영화 한편을 본 느낌이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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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pplebloom
      2017-07-13 02:26:24 1 0
    역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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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다음
      2017-07-28 21:15:32 0 0
    다시 읽어도 소름이네요 구상하는데 얼마나 걸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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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덕그켬i그치미오쨩
      2017-08-07 09:30:16 0 0
    2시간 걸쳐서 봤네요ㄷㄷ 명작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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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낭만양품점
      2017-08-16 03:56:37 0 0
    이거 정말 대단하네요. 읽는 내내 영화로 봤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자기 전에 읽으려고 했다가 잠이 다 달아났습니다. 요셉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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