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말년에 있었던 일. FIN [2]

삶이무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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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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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무의미함

터억둔탁한 무언가에 걸린 하이바는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허공에 멈춰 대롱대는 하이바 너머로 목이 완전히 뒤로 젖혀진 신병이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헤헤.”

 

 

 

신병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몸 속에서 죽어 있던 뭔가가 깨어나기 시작했다퍼억콰직뭔가 부숴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지이잉머리가 깨질 듯 아파왔다.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당장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야속하게도 석상처럼 굳어버린 몸 때문에 그 귀신을 병신처럼 봐야만 했다.

 

 

 

 

 

-.”

 

 

 

 

 

천천히 내게 다가온 신병은 검지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며 웃었다그리곤 하이바를 가볍게 내려 놓으면서 작게 소곤거렸다.

 

 

 

 

 

하지마.”

 

 

 

 

 

그 말과 함께 내 몸은 더욱 거세게 조여져 왔다몸 안에 있는 장기들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한 더러운 기분과 함께 숨이 턱턱 막혀왔다.

 

 

 

 

 

!”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신병의 옷자락을 잡아 보지만 신병은 여유로운 웃음과 함께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만 했다그렇게 얼마나 돌았을까신병은 곧 휴대폰 쪽으로 걸어가더니 조심스럽게 주운 뒤 상수가 숨겨 두었던 곳에 고이 넣어두고는 내게로 걸어왔다.

 

 

 

 

 

으득으드득목이 완전히 뒤로 젖혀져 있어 걸을 때 마다 나는 뼈 소리가 공포스러웠다한발자국천천히 다가오는 신병을 빤히 바라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그야말로 병신이었다.

 

 

 

 

 

덜컥하늘이 날 돕기라도 한건가급격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그러자 거짓말처럼 내 몸은 자유로워질 수 있었고 문 쪽을 바라보니 상수가 급한 숨을 들이키며 서있었다.

 

 

 

 

 

.. 괜찮아?”

 

 

 

 

 

그 말은.. 내 상태를 알고 있었다는건가?

 

 

 

 

 

“..봤어?”

 

 

 

 

 

상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난 네 비명소리 듣고 달려온건데뭐라도 본거야?”

 

 

“..내가 소리를 질렀다고?”

 

 

그래 임마살려달라고 아주 발악을 하던데.. 뭐야별일 아니야?”

 

 

 

 

 

상수의 말에 난 넋이 나갔다짧은 시간 동안 이쪽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모두 다른 차원에서 행해졌다는건가다리가 풀리려는 것을 간신히 지탱하며 훈이와 신병을 바라보았지만 둘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없었다.

 

 

 

 

 

여깄던 훈이랑 신병 어디갔어.”

 

 

 

 

 

내 말에 상수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는데같이 있던거 아니였냐?”

 

 

“....”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렇게 무거운 침묵만이 감돌 무렵 난 휴대폰이 숨겨진 곳으로 다가갔다그러자 상수는 급히 문을 닫고서는 내게로 다가오며 말했다.

 

 

 

 

 

뭐하게.”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혹시 모를 간부에게 걸릴까봐 그러는 것일까하지만 난 상관 없었다지금 이 물건이 모든 일의 원흉이기 때문에 이것을 없애야만 한다상수와는 관계가 많이 틀어지겠지만 잘만 설명한다면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상수야.”

 

 

.”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 제대로 들어오해 하지 말고 그냥 내가 하자는대로 해.”

 

 

 

 

 

내 말에 상수는 마른침을 삼키고는 문쪽을 한 번 보고서는 말했다.

 

 

 

 

 

알았어.”

 

 

 

 

 

난 관물대에 있는 휴대폰을 꺼내며 상수에게 내밀었다.

 

 

 

 

 

아무래도 이게 원인같다.”

 

 

“..?”

 

 

훈이도 그렇고 그 신병 말야카메라를 찍을 때 발작을 했잖아왜 하필 카메라일까왜 액정 화면을 보고 그렇게 놀라는걸까분명 이 휴대폰에 뭔가가 있어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뭔가가그러니까.. 이걸 없애야 돼.”

 

 

 

 

 

상수에게는 생각의 시간이 필요한 듯 했다하지만 난 기다릴 수 없었다.

 

 

 

 

 

전역하면 새로 사주던가 할게지금은 내가 하자는대로 하자이걸 없애야 돼.”

 

 

 

 

 

내 말에 상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라고 답했다우린 그 자리에서 지체하지 않고 생활관 내에 있는 총기함을 열고서 소총을 챙겼다그리고 부대를 나와 무조건 달렸다딱히 정해 놓은 곳은 없지만 탈영 범위 내에서 병사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으로 갔다.

 

 

 

 

 

“....”

 

 

 

 

 

제법 수풀이 우거진 야산이었다꽤 낮은 편에 속하지만 진지공사 주 외엔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는 곳이기에 우리에겐 여기가 가장 이상적이었다난 바닥에 휴대폰을 놓고서 소총의 머리 부분을 잡았다.

 

 

 

 

 

개머리판으로 좀 찍다 보면 깨지겠지그보다 근처에 돌 있으면 좀 가져와.”

 

 

 

 

 

내 말에 상수는 군소리 않고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홀로 남게 된 나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왜 모두가 카메라를 켜고 액정 화면을 보면 그렇게 발작을 일으켰던 것일까왜 신병은 그리 흉한 몰골을 하게 된 것일까.

 

 

 

 

 

이런저런 잡생각이 들 무렵휴대폰은 내 손안에 들려 있었다그리고 액정 화면 구석에 죽은 듯 놓여져 있는 카메라 아이콘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리곤 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것을 터치하는 순간지잉카메라 특유의 소리가 나며 액정 화면이 바뀌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야..”

 

 

 

 

 

하지만 보이는 것은 죽은 나무들과 숲으로 이루어진 바닥이 전부였다역시나.. 다른 것이 없었다한숨을 쉬며 끄려는 순간 실수로 화면 반사 버튼을 건드른 것 같았다지잉다시 소리가 들려왔다찰칵뭔가가 찍히는 소리와 바뀌는 액정.

 

 

 

 

 

“!!”

 

 

 

 

 

그리고 그 화면 내에 비춰지는 흉측한 몰골의 병사 한명.

 

 

 

 

 

으아악!”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휴대폰을 멀리 던져버렸다.

 

 

 

 

 

뭐야?”

 

 

 

 

 

내 소리가 컸던 탓일까금세 모습을 드러낸 상수는 한 손에는 단단해 보이는 돌을 들고 있는 상태였다상수는 곧 나와 휴대폰을 번갈아 보더니 한숨을 쉬고는 휴대폰을 집어 올렸다지잉소리가 다시 들렸다.

 

 

 

 

 

“....”

 

 

 

 

 

말 없이 액정 화면을 본 상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 너 괜찮아?”

 

 

 

 

 

상수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 그 화면에 이상한 생김새를 한 병사 못봤어.. 얼굴 여기저기가 썩어 있는 듯하고 죽은 듯 눈감고 있는 병사 말야.”

 

 

 

 

 

내 말에 상수는 휴대폰을 가만히 보다가 나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봤냐?”

 

 

.. ?”

 

 

 

 

 

그 말인 즉상수도 그 병사를 알고 있다는 것인가?

 

 

 

 

 

그 병사 알어어떻게어째서 아는거야?”

 

 

 

 

 

내 말에 상수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상수의 무거운 침묵 속에서 난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이 녀석은 뭔가를 알고 있다알고 있는게 분명했다.

 

 

 

 

 

뭔가 알고 있지지금 나한테 뭐 숨기는거 있는거지빨리 말해.”

 

 

 

 

 

성큼성큼 걸어가 상수 앞에 서서 휴대폰을 뺏으려하자 상수는 강하게 거부하며 거리를 벌렸다.

 

 

 

 

 

“...”

 

 

 

 

 

생전처음 보는 상수의 표정이다얼음보다도 차가워 보이고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운 두 눈은 내 몸 구석구석을 훑어 보는 듯 했다.

 

 

 

 

 

이건 안돼.”

 

 

“..야 새꺄거기다가 뭐라도 찍은거야뭐 누가 보면 안되는거라도 있냐보물지도라도 있냐고.”

 

 

 

 

 

내 말에 상수는 한걸음씩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네 말을 듣는게 실수였다이건 안돼.”

 

 

 

 

 

그렇게 말하며 걸음을 돌리는 상수를 보며 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얌마!’ 라고 소리치며 상수에게 달려가자 내 발소리를 들은 상수는 민첩하게 몸을 돌려 상상이상의 힘으로 나를 넘어뜨리고는 빠르게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

 

 

 

 

 

고통은 잠시갑자기 돌변한 상수의 태도에 나 역시 막무가내로 그 뒤를 쫓았다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상수와의 거리를 좁히는데 성공했지만 잡는데는 무리가 있었다.

 

 

 

 

 

허억!”

 

 

 

 

 

이대로는 막사까지 그냥 보낼 것 같은 불길한 마음에 있는 힘껏 상수에게 몸을 날리기로 했다하아심호흡을 하며 상수의 등 쪽으로 몸을 날리자 미처 피하지 못한 상수가 앞으로 고꾸라졌고 나 역시 그 옆을 굴러야만 했다하지만 내 손 근처에 휴대폰이 있는 것은 행운이었다.

 

 

 

 

 

완전히 손해는 아니다빠른 동작으로 휴대폰을 채가니 다시 액정 화면이 켜졌고거기에는 아까와 같은 병사의 얼굴이 있었다소리가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며 액정 화면을 보며 달려가기 시작 할 때..

 

 

 

 

 

“..?”

 

 

 

 

 

뭔가 이상했다여기저기 썩은 얼굴을 가진 병사의 얼굴이 묘하게도 낯설지가 않다는 점이다게다가 묘하게 내 시선을 따라 움직이는 죽어 있는 두 눈은..

 

 

 

 

 

이제 알았냐.”

 

 

 

 

 

툭툭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상수가 걸어왔다터덜터덜 걸어오며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얼굴을 한 상수는 한숨을 쉬었다.

 

 

 

 

 

조금만 있으면 됐는데..”

 

 

 

 

 

안타까운 얼굴로 연달아 한숨을 쉰 상수가 손을 내밀었다.

 

 

 

 

 

내놔그건 네가 갖고 있으면 안돼.”

 

 

무슨 소리야이 병사의 얼굴은 뭐고왜 날 따라다니는거지?”

 

 

아무것도 모르는 편이 좋아어서 내놔.”

 

 

 

 

 

그렇게 말하며 다가오는 상수는 여지껏 내가 알던 상수가 아니었다미세하지만 강렬한 무언가가 그의 몸을 덮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곧 내게 위해를 가할 것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여기 있을 순 없어막무가내로 휴대폰을 던지며 달려가려는 찰나 상수의 말이 더 빨랐다.

 

 

 

 

 

넌 죽었어.”

 

 

“..?”

 

 

 

 

 

그 말은 내 몸을 묶어두기에 충분했다아니 몸이 절로 굳어졌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상수는 귀찮은 듯 이마를 긁으며 말했다.

 

 

 

 

 

넌 이미 죽어있다고오래전에 말이야.”

 

 

개소리개소리 하지마새꺄!”

 

 

후우.. 불쌍한 놈 같으니라고.”

 

 

 

 

 

혀를 차며 상수는 내게 다가왔다한 걸음한 걸음크게 내딛을 때마다 땅이 울리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상수의 존재가 점점 커지는 것 같았다내 몸이 점차 굳어지기 시작했다제길.. 제기랄!

 

 

 

 

 

자살했어.. 이 부대에서.”

 

 

개소리 하지말라고이 개자식아!”

 

 

자신이 지박령이 된 것도 모르고.. 차라리 조용히라도 지내지 그랬냐왜 멀쩡한 병사들을 괴롭혀서 내가 오게 만들어?”

 

 

 

 

 

내가 알던 상수가 아니었다그동안 내가 알고 지내던 놈이 아니었다그리고 이 놈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상수는 곧 품안에서 노랑 색과 붉은 색이 어우러진 부적을 꺼내며 내게 다가왔다생전 처음 보는 상수의 모습이 신기하게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공포스러웠다그건 단순히 귀신에게서 느끼던 공포가 아닌.. 무언가 다른거였다.

 

 

 

 

 

그래도 값은 제대로 받았으니 치르긴 하겠다만.. 안타깝구나넌 그대로 하루만 더 있어도 자연스럽게 성불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야.”

 

 

 

 

 

상수는 슬픈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그 거대한 기운이 내 몸을 짓누른다고 느껴질 때 쯤상수는 바로 내 앞에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넌 그동안 네가 보고 싶은 것을 보면서 지내왔던거야그러다 어느순간 자신이 군인이란 것을 깨달은 뒤 부대 여기저기서 떠돌기 시작한거지그걸 본 병사들은 모두 자지러지게 놀라거나 기절했고.”

 

 

개소리이 부대엔 정말 귀신들이 있다고내가 아니란 말야!”

 

 

 

 

 

어느순간 난 상수의 말에 부정하고 있었다상수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 전역 날짜는 기억하냐?”

 

 

?”

 

 

생각해봐군인들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그 전역 날짜 말야지금 생각나냐고.”

 

 

 

 

 

그 말에 내 머릿속은 하얀 백지화가 된 것 같았다방금 전만해도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 같았는데 어째서 기억나지 않는거지.. 어째서?

 

 

 

 

 

너 어제 근무 섰어 안섰어.”

 

 

 

 

 

다시 들려오는 상수의 물음에 내 머릿속은 하얘졌다이상한 일이다왜 자꾸 기억이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일까.

 

 

 

 

 

악질이야너도 모르는 사이 넌 악질이 되어 있던거야한이 얼마나 깊었으면.. 쯧쯧하루가 멀다하고 기억이 사라지니.. 그 때 마다 넌 다른 인격을 지니고서 병사들을 괴롭힌거다이제야 좀 알겠냐?”

 

 

“....”

 

 

 

 

 

내가 어째서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거지그보다 상수는 언제부터 나랑 같이 있던거지?

 

 

 

 

 

그 휴대폰 말이다.”

 

 

“?”

 

 

이승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체였어이걸 사용하면 널 볼 수 있을 것 같았거든물론..”

 

 

 

 

 

저벅저벅상수는 내 옆으로 걸어왔다.

 

 

 

 

 

처음엔 쉽지 않았지어려웠어그러다 문득 네가 이 휴대폰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알았지.”

 

 

개소리..”

 

 

그래서 난 덫을 놨어이걸 만지는 순간 너의 모습이 온전히 내 눈앞에서 보이는 일종의 트랩을 설치해둔거지그 덕에 난 손쉽게 퇴마를 할 수 있겠지만.”

 

 

개소리개소리하지말라고 새꺄!”

 

 

 

 

 

주체할 수 없는 화가 몸에서 끓어 올라왔다나도 모르게 상수에게 주먹을 휘둘렀지만 그보다 더한..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 내 몸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

 

 

 

 

 

어느새 부적을 새로 꺼내든 상수는 내 몸 여기저기에 무엇인가를 휘젓기 시작했다.

 

 

 

 

 

잘가라다음 생에는 나쁜 일 하지말고..”

 

 

 

 

 

순간 시야가 밝아져 오기 시작했다이게 꿈인가현실인가구분이 힘들어질 때 상수의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수고했다.”

* 컨텐츠 출처 : 창작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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