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골통한 ( 刻骨痛恨 ) [6]

팬탐

아바타/쪽지/글검색

2019-06-05 19:03:17
추천 44 반대 0 조회 3,606

팬탐





각골통한 ( 刻骨痛恨 ) : 뼈에 사무칠 만큼 원통하고 한스러움. 또는 그런 일.















2년 전 여름이었을까, 민간부사관 준비 중에 있던 나는 앞으로 받아야할 체력검정을 위해 밤마다 집 근처 야산에서 운동을 하곤 했었다. 꼬박 두 달을 그곳에 올라가 운동을 했었는데 첫 한 달은 처음 올라가는 길이기도 했고 지리를 모르니 그냥 길이 나 있는 대로만 올라갔었는데 가는 길에 경사가 너무 가파르다 보니 조금 더 쉽게 가는 길이 없을까 이리저리 가보던 중, 주택가 뒤편에 아주 인적 드문 곳에 산 중간을 가로지르는 샛길처럼 보이는 길이 하나 나있었다. 사실 길이라고 하기도 뭐한... 그냥 올라갈 순 있는 ‘길’ 정도라고 해야 맞겠다.


나는 이 길로 한번 가보자 싶어 처음 그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정말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너무 캄캄해서 이건 뭐 라이트 없이는 절대 못갈 정도로 너무 어두웠다. 그럼에도 나는 무슨 배짱이었는지 휴대폰으로 플래시를 켜고 길로 들어섰는데 정말 괜히 왔다 싶을 정도로 평소 갔던 길보다 경사가 더 높았다.



한참을 그렇게 ‘헥 헥’ 대면서 길을 오르고 있었는데 문득 내 앞쪽에 서있는 사람 다리가 하나 보이 길래 본능적으로 플래시를 그 사람을 향해 비췄다.





“어 미안. 눈 부셨겠구나.”





초등학생 쯤 되 보이는 어린 남자 아이였다. 눈을 찡그린 채로 얼굴을 가리는 모습을 보고서 나는 곧장 플래시를 내 발쪽으로 옮겨놓고 그 친구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아이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 저기 올라가세요?”



“응. 운동하러 가. 근데 나 아저씨 아닌데”




“아 형이구나. 아저씨 근데 여기 지네 엄청 많아요.”




아직 아저씨라는 말을 들을 나이는 아니지만 뭐... 아직 어려서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치려고 했었다.





“그러게 나도 여기 한 달째 오는 중인데 올 때마다 보이더라. 근데 여기 길도 어둡고 너무 위험하지 않아? 너 혼자 온 거야?”






속으로 너무 늦게 물어봤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손가락만으로 산 중턱 즈음을 가리키는 시늉을 해 보였다.





“응?”




“쩌~기 엄마랑 아빠 있어요.”





“그렇구나.. 여기 너무 위험해. 부모님이랑 붙어 있어야지.”




그러자 문득, 아이가 내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아저씨 저 목말라서 그러는데 물 좀 주시면 안돼요?”



“어.. 어 그래.. 자 마셔.”




아이는 갈증이 많이 났던 건지 내가 건넨 물을 벌컥 벌컥 마시더니 날 가만히 쳐다보고 서있었다.



“왜?”




“아니에요. 근데요 아저씨 조금만 더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길 나와요. 거기로 올라가셔야 돼요. 그리고 내일부터는 절대 이 길로 오시면 안돼요.”





“응?? 왜?”




“저 이제 가야돼요 안녕히 가세요.”





그리곤 대답도 없이 인사만 한 채로 산을 내려가 버렸다. 나는 별 생각 없이 그저 다시 산을 올랐다. 그리고 불빛이 보이는 쪽으로 나가보자 웬 울타리가 쳐져 있었고 그 울타리를 넘어가면 바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곳을 나와 보니 산 초입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와...씨 뭔 길도 막혀있고 이렇게 힘들게 올라왔는데 겨우 여기밖에 안된다고?”




혼잣말을 하며 문득 아이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내일부터 이 길로 오시면 안돼요.’ 그래서 그런 말을 한 건가 생각하며 그래, 내일부터는 그냥 평소 오던 길로 와야겠다. 생각하며 산을 오르는데 바로 맞은편 한적한 곳에 위치된 정자에 있던 노인 분들이 나를 불러 세우시더니 내게 물으셨다.



“왜 산책길 놔두고 저 길로 오누?”



“아... 지름길인가 싶어서 와봤어요.”




“쯧쯧. 입구를 막아야제... 나오는 길만 막으면 뭐하나. 다음부터는 산책길로 다녀~”




조금 전 마주쳤던 아이와 똑같은 말을 하시는 노인을 보고 나는 문득 궁금증이 생겨 가까이 다가가 여쭈었다.





“근데... 이 길은 왜 출구만 막혀 있는 거예요?”





그러자 한분이 대답해주셨다.




“구신 들린 길이여 높지도 않은 산에서 사람을 빙빙 돌리가 요상한 데로 끌고 들어가.”






꽤나 흥미로워 보이는 이야기였으나, 난 그저 할아버지들의 오랜 믿음이겠거니. 생각하고 길을 나서려고 했다. 그러자 할아버지께선 그 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겠다며 잠시 앉아보라고 하셨다.




오래 전 일제강점기 시절, 이 동네에서 일본군들이 이유 없는 폭행 과 여성들을 막무가내로 산으로 끌고 들어가 강간을 한 뒤 죽여 버리는 일들이 많았다고 한다. 주민들은 그 만행을 피해 산으로 도망쳤다고 했는데 그 중에는 어린아이들도 몇 명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산이 그리 높지 않아서 일까, 며칠 사이 발각되어 모두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그들은 결국 산속에서 살해당하고 시신은 모두 불에 태워졌는데 이 길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일들은 모두 죽은 자들의 짓이라며 귀신들이 산에 발을 딛는 일본군들을 엉뚱한 곳으로 보내 죽게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이 길을 다니지 않는 이유, 폐쇄 된 이유라고도 덧붙이셨다. 그리고 산 아래에 절이 하나 있는데 아무도 몰라주는 그들의 원통함을 기리는 절이라고 하여 원통사 라고 한다...













* 컨텐츠 출처 : 창작자료

ⓞ 게 시 물    추 천 하 기
  로그인 없이 추천가능합니다.
추천되었습니다.
스크랩 되었습니다.

추천되었습니다.
스크랩 되었습니다.
로그인   메인   사이트맵   PC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