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나가지마시오 37화 [2]

삶이무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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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9 22: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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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무의미함

 벌벌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크게 심호흡을 했다. 아저씨는 창가 쪽으로 다가가 녀석들을 주시했다. 지금 이 순간 살고 싶다는 절박함이 전신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대체 왜 일까. 그동안 무수히 많은 죽음의 고비를 넘겨왔음에도.. 지금 이 감정은 뭐란 말인가. 

 

우리…… 살 수 있을까요?”

 

아저씨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차라리 살수 없다고 말해요. 그게 더 편할지도 몰라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메시아시여…….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은혜가 멍하니 서 있었다. 그 옆에 있는 남자는 황송하다는 듯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메시아라니…… 정말 미친 게 틀림없구나. 은혜는 느린 동작으로 남자의 어깨를 잡았다.

 

메시아시여…….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저대로 두면 그대로 죽을지도 몰라. 정말 저 사이코 녀석은 도움이 되지 않는구나.

 

어이, 미친 아저씨! 빨리 돌아와!”

 

동생이 소리쳤지만 남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남자는 그저 묵묵히 걸어가기만 했다. 괴물들의 시체에 다가간 남자는 바닥에 흥건히 고여 있는 피를 조심스럽게 마시기 시작했다.

 

크아아!”

 

그것을 시작으로 녀석들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방아쇠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저 미친 아저씨가 정말!”

 

당구대 뒤에 몸을 숙이고 있던 동생이 남자에게 뛰어갔다. 위험해. 남자는 몰라도 동생이 다쳐서는 안 돼. 발이 저절로 움직였다.

 

위험해!”

 

준우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멈출 수 없었다. 남자에게 뛰어가는 동생의 모습이 슬로우 화면처럼 보였다.

 

크아아아!”

 

바로 앞. 소리가 가까웠다. 괴물들은 동료들의 시체를 무너트리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남자와 동생을 보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제길! 소총을 들어 녀석들의 머리 쪽으로 겨누웠다.

 

크아아아!”

 

잔뜩 흥분한 괴물들은 남자와 동생에게 뛰어들었다. 힐끗 뒤를 돌아보자 아저씨와 준우 아저씨도 출입구 쪽으로 소총을 겨누웠다.

 

순식간에 여러 개의 손이 창틀 사이를 쥐었다. 부드득. 진퇴양난이군. 빨리 움직여야 했다. 최소한의 행동으로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했다. 제길! 어쩔 수 없어. 동생 쪽은 아저씨들에게 맡기기로 하고 창가 쪽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두두두두.

 

괴물들은 머리에 총알들이 박힌 채 나가떨어졌다. 그 사격을 시작으로 아저씨들의 사격도 시작되었다. 녀석들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들렸다. 대충 고비를 넘기고 동생과 남자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차마 공격을 성공하지 못한 3~4마리의 녀석들과 운 좋게 남자에게 접근한 2마리의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드러내며 남자의 살점을 금방이라도 뜯을 기세였다. 어쩔 수 없다. 총을 들어 남자의 몸을 겨누웠다. 이런 식의 공격이라면 총알이 남자의 몸을 뚫어 뒤에 녀석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었다. 그도 사람이긴 하지만 먼저 죽음을 자초한 것은 저 남자였다.

 

퍼억. 퍼억.

 

착각일까. 남자를 덮치려던 두 마리의 괴물이 좌우로 멀리 나가떨어졌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나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크아아아!”

 

남자는 뛰쳐나오는 괴물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퍼부어댔다.

 

녀석들은 몸 여기저기가 깊게 파여 그대로 피를 토하다 죽어 버렸다. 믿을 수가 없었다. 평범한 남자의 힘이 이 정도란 말인가?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듯 남자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보이지도 않는 빠르기였다. 인간의 모습으로…… 괴물들을 장난감 다루듯 없애고 있었다.

 

크아아아!”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상념이 퍼뜩 깨졌다. 나와 아저씨, 준우 아저씨는 그대로 창가 쪽으로 다가가 녀석들에게 총알 세례를 퍼부어 주었다.

 

괴물들은 픽픽 쓰러지는 동료들을 보자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완전히 물러난 것은 아니었다. 아까처럼의 원을 그리듯 건물을 포위하기만 할 뿐, 우리를 보는 눈빛은 굶주린 야수의 그것과 같았다. 빌어먹을 녀석들. 저 정도의 수라면 가망이 없었다.

 

…….

 

아까보다 더 많은 괴물들의 사체가 널려 있었다. 하나같이 몸 어딘가가 쪼개져 있었다.

 

…….

 

남자가 서서히 뒤를 돌아보았다. 붉은 눈이었다. 하지만 괴물을 상징하는 털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아저씨…….

 

아저씨도 남자를 보고 있었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것 같았다.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은혜를 잠시 바라보고는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꼭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창문에서 서서히 물러났다. 창문 앞에 도착한 남자는 밖에서 우글거리는 녀석들을 보며 입을 크게 벌렸다.

 

크오오오!”

 

인간에게선 나올 수 없는 소리였다. 엄청난 성량과 괴물 특유의 목소리에 귀가 벙벙했다.

 

저기 봐!”

 

누가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창문 밖에서 펼쳐지는 놀라운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서서히 그리고 확실하게 괴물들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순간 몸에 들어간 힘이 풀렸다. ‘살았다.’ 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털썩.

 

남자는 그대로 힘없이 쓰러졌다. 그러나 우린 점점 멀어지는 붉은 빛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씨발…….

 

이 소위는 입술을 떨며 말했다. 안도감에 내뱉은 말이었을까. 김 대위를 잃은 슬픔에 내뱉은 말이었을까.

 

어서 여길 떠야겠어. 준비하지…….

 

힘없는 아저씨의 목소리에 우리들은 천천히 움직였다. 사방은 온통 괴물들의 피와 살덩이들로 뒤덮여 있었다. 역한 화약 냄새와 비릿한 피 냄새가 속을 울렁거리게 했다. 아무 말 없이 출입구 쪽으로 걸어가 무수히 쌓여 있는 괴물들의 시체를 치워내기 시작했다. 1층으로 내려가려면 어쩔 수 없었다.

 

우욱.”

 

헛구역질이 나왔지만 멈출 수 없었다. 간신히 찾아온 기회였다. 이것을 놓치면 다시 녀석들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차례차례 시체들을 치워내자 대강 이동할 만한 공간이 생겼다.

 

은혜야. 가자.”

 

멍하니 이쪽을 보며 서 있는 은혜에게 손짓을 했다.

 

…….

 

얼른 은혜에게 뛰어가 손을 잡고 출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힘없이 딸려오는 은혜를 보며 모두 당구장에서 나왔다. 후우. 아직도 심장이 떨려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아저씨, 안에 그 남자가 있잖아요.”

 

그러나 아저씨는 들은 척도 안하고 계단으로 내려가 버렸다. 나는 동생에게 은혜의 손을 쥐어주고 당구장 안으로 들어갔다. 전에는 우두머리였을지 몰라도 우리를 구해준 남자였다. 버리고 갈 순 없었다. 다시 역한 냄새들을 참으며 남자에게 다가갔다.

 

도와줄게.”

 

어느새 다가온 준우 아저씨가 말했다. 고맙다는 인사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남자를 일으켜 올렸다. 나와 준우 아저씨는 남자의 왼쪽과 오른쪽을 부축하며 빠르게 당구장을 빠져 나왔다. 아저씨와 동생은 동그랗게 퍼진 괴물들의 시체더미를 대충 치워내고 있었다.

 

후우. 후우…….

 

숨이 차오른다. 금방이라도 몸이 쓰러질 것 같았다. 밴이 지나갈만한 통로를 만든 후 아저씨를 시작으로 모두 밴에 올라탔다. 나와 준우 아저씨는 트렁크 쪽에 남자를 조심스럽게 눕혔다.

 

부우웅.

 

시동이 걸리자 밴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치우지 못한 괴물들의 시체를 밟으며 낡은 건물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

 

밴 앞쪽 전자시계를 보니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총을 쥐고 창문 밖을 주시했다. 아직 새벽이라 안전하다고 판단하기엔 일렀다.

 

부아앙.

 

밴은 점차 속도를 내며 빠르게 이동했다. 그동안 머물렀던 건물과도 이별이었다. 그런데 자꾸 뭔가가 허전했다. 좌석을 훑어보니 우리들과 함께 했던 김 대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나라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겼던 김 대위의 표정이 떠올랐다.

 

…….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참기 위해 총을 꽉 쥐었다. 이 소위는 아예 넋이 나간 사람처럼 가만히 앉아 있었다. 동생과 준우 아저씨도 우울한 표정이었다.

 

밴의 속도가 점차 높아져만 갔다. 밴은 어두운 시내를 한참 벗어나 빠른 속도로 달렸다. 가로등이 빛나는 것을 빼면 도로는 완전히 어두웠다. 얼마나 왔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묵묵히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다.

 

어디로 가고 있는 거예요?”

표지판을 보니 안성으로 가는 거더군.”

 

동생의 물음에 아저씨는 짤막하게 대답하고 밴을 몰았다. 준우 아저씨는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제기랄. 이 짓도 오래 못해먹겠어. 하루도 마음 놓고 자는 날이 없으니 원…….

목이 두 개여도 모자를 것 같아요.”

 

 

 

동생이 준우 아저씨 말에 맞장구를 쳤다. 한 시간 만에 나눈 첫 대화였다. 이 소위는 여전히 멍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너덜거리는 팔의 소매가 안쓰러워 보였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지금 이 소위는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소위의 메마른 입술이 서서히 움직였다.

* 컨텐츠 출처 : 창작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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