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0]

마스터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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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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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딸기


열 한시 삼십 분.
오전일 거라 생각하겠지만, 아쉽게도 자정을 달려가는 늦은 저녁이다.
사무실 입구 옆에 위치한 내 자리는 언제나 밝은 모니터 불빛으로 채워져 있다.
적막과 흑막이 감도는 사무실 안에서 외롭게 자판을 두드리는건 나 혼자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오래되었다.
자정까지 남아서 업무를 끝내고 퇴근하는 것과 야근이 일상처럼 된 것이 언제 부터일까.

아침 일찍부터 회사에 출근하여 바닥을 물걸레로 닦는다.
일찌감치 신입 때부터 습관처럼 달고 온 버릇이다.
물걸레로 바닥을 한참 동안 닦고 있을 때 회사 동료들이 한 두명씩 들어온다.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나는 물걸레를 벽에 기대어놓고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작았던 탓일까. 아니면 동료들의 기분이 좋지 않은 탓일까.
동료들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침체한 표정으로 의자에 걸쳐 앉았다.

"누가 바닦 좀 닦지?"

내가 닦은 바닥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일까.
과장님의 미간이 3차선 도로를 연상하듯 깊게 찌푸려졌다.
나는 다시 물걸레를 손에 쥐고 바닥을 뚫을것 처럼 닦았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한두 명씩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대부분 짝을 이루어 성향과 취향에 맞는 음식을 먹는다.
나는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사 들고 회사로 복귀했다.
혼자 청승맞게 앉아서 삼각김밥 포장을 뜯는 내 모습을 지켜보던
김 대리님이 고개를 좌우로 휘젓기 시작한다.

"창문은 좀 열고 드세요."

내가 창문을 열려고 일어난 찰나 입사동기 명훈씨가 창문을 열었다.
명훈씨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은 없었지만, 분명 좋은 사람이다.

한 시간의 점심시간이 끝나고 사무실에는 또다시 정적이 흐른다.
어제 야근 때문에 몸이 피로한 탓인지 연신 고개가 아래로 떨어진다.
잠을 깨기 위해 회사 복도에 위치한 자판기로 갔다.
커피 두 잔을 뽑으려던 순간 내 이름이 포함된 대화 소리가 들려온다.

"신입. 너 혹시 2팀 이수연씨 아냐?"

"이수연씨요? 글쎄요. 처음 듣는데요."

"어휴. 말도 마라. 너 입사하기 전에 난리도 아니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2팀 이수연씨 죽었잖아. 그것도 과로사인가? 혼자 야근하다가 죽었다던데."

"선배님, 저 겁주려고 장난 치는 거 아니에요?"

"저기 입구 옆에 보면 책상 있지? 저게 이수연씨 책상이야.
야간에 저절로 모니터가 켜진다는 소문도 있다."

"어휴..., 선배님. 장난치지 마세요.. 무서워서 야근 못할 거 같아요.."

* 컨텐츠 출처 : 창작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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