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도시 - 1화 [6]

육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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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9 19: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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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다

내 이름은 이준우.
오림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생이다.
오늘은 아침을 먹고 오지 않아서 그런지 유난히 일찍 배꼽 시계가 울려대었다.
그래도 4교시였던 영어 수업이 끝나고 마침내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그 때.

"아 영어 새끼 자는데 존나 깨워대네. 야 공우진! 일로 와봐."

말한 인물은 노랗게 물들인 머리에 180cm가 넘는 키, 그리고 흰 피부의, 요즘 젊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꽃미남에 가까운 외모를 가진 남학생이었다.
잘나가는 형을 둔 덕분에 소위 말하는 일진 무리 사이에서 상당한 인정을 받고 있는 인물, 한동욱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불림받은 것은 우리 반, 아니 우리 학년 먹이사슬 내에서 최하위층으로 손꼽히는 공우진이었다.
못난 얼굴, 왜소한 체구, 음침한 분위기 때문에 친구도 없고 반 내에서 일진 무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아이였다.

공우진은 한동욱의 부름에 군말않고 그에게로 뛰어갔다.
괜히 쓸데없는 말을 했다가 그의 '장난'이 더 가혹해질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나 불렀어?"

맨 앞자리에서 전력으로 뛰어와 숨을 헐떡이는 공우진에게 한동욱이 나지막히 한단어를 내뱉었다.

"철괴."

한동욱의 말에 공우진이 자세를 잡았다.

퍽..!

주먹질을 시작으로 그의 무자비한 폭력이 이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도 나를 비롯한 아이들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한동욱를 저지할 수 없었다.
괜히 그에게 밉보였다간 공우진의 자리를 자신이 대신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고요해진 교실 안에 한동욱 패거리의 말소리와 구타 소리 만이 들려왔다.

외면.

공우진과 같은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 대부분의 아이들이 선택한 방법이었다.
1분 여 간의 구타가 끝나고..

"오 아직도 버텨? 맷집이 꽤 늘었는데? 이러다가 몸짱되겠어?"

한동욱의 말에 그의 패거리 애들이 자지러지게 웃어댔다.

"나랑 내기하자. 내 발차기 못버티면 우진이 너가 내 수학 숙제 대신 해주는거야. 오키?"

상당히 불합리한 내기였지만 공우진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응.."

퍽!!!

한동욱의 발길질에 공우진은 그대로 뒤로 나자빠졌다.
버텨봐야 한동욱의 숙제는 어차피 자신이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버텼다는 이유로 더 구타를 당할 것이 뻔했다.
그는 공우진에게 수학책을 던지며 말했다.

"6교시 전까지 숙제해놔. 내기에서 졌으니까 우진이 니가 하는거다? 아! 그리고 5교시 체육이니까 체육복 빌려놓는 것도 까먹지 말고."

"알았어.."

한동욱이 바로 뒤에서 킬킬대고 있는 김승태에게 물었다.

"승태야 오늘 메뉴 뭐냐?"

"임연수 튀김이던데?"

"아 씨발. 야 오늘 나가서 짱개나 때리자."

한동욱은 패거리 아이들과 함께 교실 밖으로 사라졌다.
그의 패거리가 나가고 싸늘했던 교실 안에 다시 활기가 찾아왔다.

"아 오늘 급식 임연수 튀김이야?"

"저번에 설문조사 때 1점 줬는데 또 나오네 어휴.."

반 아이들은 친한 아이들끼리 모여 자기들의 급식 차례가 오기 전까지 수다를 떨었다.
그 와중에 교실 뒤편에 쓰러져 있는 공우진을 챙겨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괜히 공우진을 챙겨줬다가는 한동욱 패거리의 눈 밖에 날 수도 있었다.

공우진은 우리 반 내에서 '없는 사람'이었다.
아이들은 그를 '없는 사람' 취급을 하며 방금 전 일의 외면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으려 했다.
오히려 공우진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가 있음으로 인해 자신이 한동욱 패거리에게 괴롭힘을 당할 우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부끄럽지만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두들겨 맞은 채 교실 바닥에 나자빠져 있던 공우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울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점심먹고, 다른 반에 가서 체육복을 빌리고, 한동욱의 수학 숙제까지 해주려면 시간이 빠듯했기 때문이다.

그 때, 자빠진 상태로 울고 있던 공우진에게 누군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공우진은 그 손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힘내라."

나지막한 말과 함께 그 인물은 교실 밖으로 사라졌다.







"야 동욱이가 너 안좋게 보면 어쩔려고 그래?"

화장실에 가려고 교실을 나온 내게 불알친구 성엽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이거가지고 뭐라 하겠어. 아 그나저나 어제 쉐이커 르블랑 펜타킬 봤냐? 와 지리더라."

롤에 관한 얘기로 화제를 돌리자 성엽의 얼굴이 다시 눈에 띄게 밝아졌다.

"아 그거! 나 어제 학원까지 째고 봤잖아. 대박이던데?"



롤 얘기를 하며 더럽게 맛없는 급식을 먹고, 즐거운 체육 시간과 지루한 수업 시간이 지나가니, 드디어 하교 시간이 찾아왔다.

"야 오늘 너도 8반이랑 내전하는거지? 이번에 돈 걸고 하기로 해서 너 꼭 와줘야 돼."

내게 열을 올리며 말하는 성엽이에게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시험기간인데 뭔 내전이야 내전은."

다다음주면 중간고사였다.
뭐, 금수저에 공부라면 학을 떼는 성엽이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지만 나는 아니었다.

"준우야 오늘만~ 응? 8반 새끼들이 우리 보고 브실골이라고 존내 도발했단 말이야."

"응 안해~"

나는 매몰차게 거절하고는 집으로 향했다.
학교를 나와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서려는던 그 때..
뒤에서 누군가 나를 향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박성엽 롤 안한.... 공우진..?"

내게 뛰어온 인물은 공우진이었다.

"헉.. 헉.. 이준우. 급하게 할 말 있어."

"뭔데?"

아까 손을 내밀어준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라도 하려나 싶었는데, 공우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예상 밖의 말이었다.

"너.. 내일 학교 나오지마."

"뭐..?"

너무 뜻 밖의 말에 내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공우진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내일 학교, 아니.. 이 도시 내에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날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너 혹시.."

그때까지만 해도 공우진이 일진들의 괴롭힘을 참지 못하고 뭔 사고를 터뜨리려나 싶었다.

"너가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야! 이건....."

공우진은 무언가를 말하려다 자신의 입을 막았다.

"후.. 어쨌든 내일 학교 나오지마. 아니! 될 수 있으면 가족들이랑 먼 곳으로 도망쳐. 알겠지?"

"그게 뭔 개소리야. 공우진 너 진짜로 뭔 일 벌이려는 거야?"

나는 혹시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 우리 학교 애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공우진에게 말했다.

"너 괴롭히는 걔네들이 싫으면 차라리 경찰에 신고를 해. 괜히 후회할 짓 하지 말고.."

내 말에 공우진이 답답하다는 듯 크게 외쳤다.

"아니! 그런게 아니야! 아니라고!!"

공우진의 외침에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는 자기의 외침에 자기도 놀란듯 순간 입을 가리며 말했다.

"미,미안.. 어쨌든 나는 경고했어. 선택은 네 몫이야. 그리고.."

공우진이 주머니에서 붉은 알약이 하나 담긴 봉지를 꺼내 내게 건내며 말했다.

"딱봐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을 거 같은데.. 정말 큰 위기 순간이 닥쳤을 때 이걸 먹어."

나는 그 봉지를 받으며 물었다.

"이게 뭔데?"

"그건.."

공우진이 말을 하려다 순간 어딘가를 보고 표정이 굳었다.
공우진의 시선이 닿는 곳을 따라가보니 웬 바바리 코트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보였다.

"..이만 가볼게. 내 말은 꼭 명심해두는게 좋을거야 이준우.."

공우진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반대편으로 뛰어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나는 굳이 그를 붙잡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해야 되나?'

하지만 신고하기에는 딱히 공우진이 뭔 일을 벌이려 한다는 증거도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아무래도 무언가 찜찜해 붉은 알약은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나는 내일 찾아올 끔찍한 지옥을 알지 못한 채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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