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방바닥에 떨어진 찹쌀떡 하나 [5]

사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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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6 01: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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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틱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건 아무래도 좋았지만, 떨리는 이 마음을 주체할수는 없었다. 무려 12년동안 공부한 결과를 테스트 하는 날이니 어쩔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 하지만 혹시라도 실수를 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두려운 생각에 머릿 속이 새하얗게 변한다.

뭐, 오늘은 수능날이었다. 그래서 평소와 달리 재빠르게 일어나 씻고 밖을 나오니 시험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이었다. 여러 매스컴에서는 수험생을 응원한다는 기사를 보내고 있고 벌써 나같은 수험생 녀석들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도 넉넉하고 긴장된 마음을 풀기 위해서 느긋한 마음으로 편의점에 들어가 김밥 한줄을 먹고 음료수를 마시려고 음료수를 가져와 계산하기 위해서 카운터에 놓았다.

"900원입니다."
"네."

알바생의 말에 지폐를 꺼내기 위해 지갑을 열려고 하는데 그 때 문득 카운터에 있는 찹쌀떡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박! 수능기원)

이라는 거창한 디자인의 표지가 장식된 찹쌀떡들이 예쁘게 포장되어 진열대에 나열되어 있었다.

"아 그러고보니까 수험생이신가봐요."

그걸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대학생으로 보이는 알바생이 싱긋 웃으며 나에게 말을 건넸다.

"아. 뭐, 그렇죠."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캔커피를 손에 든 채 편의점을 나왔다. 저런 상술로 파는 찹쌀떡을 사기에는 내 지갑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수능 시간은 어느 새, 슬금슬금 다가왔고 버스를 탄 나는 시험을 보는 학교 앞 정류장에 내려서 추워진 날씨의 한기를 내뱉고 다시 들이마셨다. 주변을 슬쩍 보니 나같은 수험생들로 학교 앞은 붐비고 있었다. 부모님과 온 녀석도 있었고, 후배들을 이끌고 온 녀석도 있었고, 나같이 혼자 온 녀석도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공부했던 것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학교 정문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저기요......"

여러 응원으로 시끌벅적한 학교 주위 사람들 소리에서 음침한 목소리가 들렸다. 슬쩍 옆을 바라보니, 거기에는 얼굴이 심할 정도로 새하얗고 핏기가 하나도 없는 동그란 얼굴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마치 찹쌀떡 같이 보였다고 해야하는 걸까.

"네?"

내가 대답을 하자 그 여자아이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뭐를 꺼내더니 음침한 목소리로 나에게 건넸다.

"수능......, 잘 보세요......"

그러고는 싱긋 웃었다. 눈꼬리가 뱀꼬리 같이 올라가며 동그란 얼굴이 일그러졌다. 순간 기분이 확 나빠졌다. 나에게 호의를 베푸는 건 고마웠지만 무언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그래요......, 고맙습니다."

나는 찹쌀떡을 받아들고 한 번 고개를 까닥인 뒤에 다시 앞 길을 걸었다. 몇십걸음을 걸었을까.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 다시 뒤를 돌아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인파 속에서 여기서 가까운 여자고등학교의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나를 보고 입꼬리를 비정상적으로 치켜 올리고 낄낄 거리고 있었다.

"뭐야. 저 년!"

등골에 소름이 끼쳤다. 사람이 어떻게 하면 저렇게까지 기분이 나빠질 정도로 웃을 수 있을까. 아니다. 진정하자. 오늘은 아주 중요한 날이니 괜시리 기분만 잡쳤다간 시험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 집중하자.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어느 덧 학교 본관 앞에 도착한 나는 볼따구를 두 번 정도 짝짝소리가 날 정도로 두드린 다음에 본관으로 들어갔다.

"하, 썅......"

학교를 나온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어버렸다. 제기랄. 온갖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온갖 과목에서 빌어먹을 정도로 망해버렸다. 내 인생도 망했고 대학 입시는 이제 꿈에도 꿀 수가 없었다. 12년동안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재수는 꿈도 꿀 수 없다. 1년이라는 시간과 많은 돈을 또 허비할 수는 없었다.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부모님한테 전화할 수도 없었다. 그저 정처 없이 길만 걷다가 이내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느 새 빌라로 들어가 집 문 앞에 도착한 나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도어락이 해제 되는 소리를 들었다.

어두웠다. 사람 냄새가 나지도 않는 집. 공부에 방해가 된다며 자취방까지 구해줬던 부모님 생각에 나 자신의 한심함이 방바닥 구석까지 물밀듯이 밀려 왔다. 그냥 빨리 자고 싶었다. 가방을 방안에 던진 후에 옷을 벗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에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으려고 하는데 배가 고팠다. 그렇다고 밥까지 먹기에는 식욕이 나지도 않았다. 순간 아까 전의 기억이 났다.

"수능......, 잘 보세요."

그 기분 나쁜 여고생이 줬던 찹쌀떡. 분명히 가방 안에 있었을거다. 그거라도 먹을까. 나는 불을 켠 뒤에 침대에서 일어나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거기에는 일회용 스티로폼 용기에 랩으로 포장된 찹쌀떡 6개가 들어있었다. 나는 냉장고에서 우유를 가져와 5개까지 먹고 질려서 1개는 그대로 책상에 집어던진뒤에 10분동안 스마트폰을 만지다가 부모님의 문자와 부재중 전화를 무시하고 침대에 다시 누워 잠을 청했다.

사실을 알면 노발대발하실 부모님 생각에 앞 길이 철렁했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고 다 내가 자초한 일이기에 내일 저녁중으로 다 털어놔야 할테다. 어차피 부모님은 그렇게 된 이상 재수를 권하시겠지만, 나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저 오늘 밤이 길었으면 하고 염원했을 뿐이었다.

눈이 부신 아침 햇살에 몸이 반응해 나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 눈을 뜨자 마자 현기증이 일었다. 괴로운 아침이었다. 한참 동안을 그렇게 누워있다가 학교를 가야겠다는 생각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서 방바닥에 발을 댔다.

"뭐지?"

순간, 기분 나쁜 뭉클한 감촉이 발바닥에 전해졌다. 마치, 상한 돼지고기를 밟는 것 같은 느낌이. 곧바로 발을 떼고 밑을 바라봤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곧바로 비명을 지르고 침대에서 나가 떨어졌다. 엉덩이가 침대 모서리에 부딪혀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아무렇지 않았다. 내가 밟았던 것은 찹쌀떡이었다. 그것만으로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거기에 찹쌀떡이 있었느냐 같은 건 지금 상황에서 중요하지 않았다.

얼굴. 정확히 말해서 찹쌀떡에는 사람 얼굴이 있었다. 그 손바닥만한 크기도 안되는 하얀 가루 위에 눈, 코, 입. 그 모든 것이 오물조물하게 들러 붙어있었다.

내가 지금 헛 것을 보고 있는건가?

조심스레 찹쌀떡으로 기어가서 찹쌀떡을 바라봤다. 역시나 눈, 코, 입이 다 있었다. 온 몸에 식은 땀이 났다. 찹쌀떡의 눈은 그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소름이 끼쳐서 온 몸이 덜덜 떨렸다. 나는 씻지도 못한 채로 그대로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멘 후에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이 집에 혼자 있기에는 너무도 무서웠다.

하지만 뭔가 이대로 나가기에는 께름칙한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다. 도대체 찹쌀떡에 사람 얼굴이 왜 있는가보다는 저런게 내 집에 있기에는 너무 역겨웠다. 어제의 그 기분 나쁜 여자아이가 생각났다. 역시나 그 찹쌀떡 받지 말걸 그랬다.

나는 즉시 슬리퍼를 신고 방으로 달려가서 찹쌀떡을 바라봤다. 여전히 찹쌀떡은 공허한 눈을 한채로 천정 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멸스러운 눈빛이 들었다.

곧바로 발을 들어서 슬리퍼로 찹쌀떡을 밟았다. 뭔가 뭉개지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상쾌했다.

하지만 그 순간.

"끄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무슨 소리인지도 알 수 없는 고통의 비명소리에 두 귀를 막고 곧바로 발을 뗐다. 바닥을 바라보자 찹쌀떡의 눈과 코와 입에서 피가 줄줄 나오고 있었다.

더 이상 이 곳에 있으면 안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기겁을 한 채 방문을 닫고 신발을 신지도 않은 채로 그걸 들고 문을 부서지듯이 열었다. 뒤도 보지 않고 무작정 사람이 많은 곳으로 달려갔다. 주변 사람들이 미친 사람 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그런건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 뭐지?

피눈물. 이 세상의 소리라고는 차마 할 수 없는 비명소리. 찹쌀떡. 기분 나쁘게 웃는 여자아이. 찹쌀떡. 찹쌀떡.

"우웨에에엑."

주체 할 수 없는 욕지기가 올라와 그대로 바닥에 토를 했다. 길을 지나가는 주변 사람들이 더럽다는 표정을 한 채로 지나갔다. 그렇게 한 번 더 토를 한 뒤에 입을 닦고 휴대폰의 시간을 확인했다. 지각이었다. 이런 상황에 학교라니. 그래도 가야만 했다.

수능이 끝난터라 지각에 관해서는 담임이 크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속도 좋지 않아 그대로 점심시간까지 잤다. 어차피 수업도 끝난터라 영화같은 것만 봤으니 크게 상관은 없었다. 점심도 굶고 종례시간까지 멍하니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친구들이 이상하다고 욕을 해댔지만 확실히 이상한 일은 오늘 겪어버렸다.

정리를 할 수 밖에 없다.

그 찹쌀떡의 정체.
그 찹쌀떡의 얼굴.
그 찹쌀떡의 소리.
그 찹쌀떡을 준 기분 나쁜 년.

내 몸은 괜찮은건가? 그 찹쌀떡을 먹고 나서 내 몸에 어디 이상이 있는건 아닐까. 후회감이 밀려왔다. 괜히 그런거 먹는게 아니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게 단 한 가지 뿐이었다.

그 여자를 만나야만 했다. 그 여자를 만나서 어떻게 된건지 자초지종을 들어야만 했다.

학교가 끝나고 느레 그렇듯, 집에 같이 가는 녀석이 나에게 왔지만 오늘은 먼저 가보라 한 후에 나는 급히 학교를 떴다. 분명히 그 여자가 입었던 교복은 우리 학교에서 20분 정도만 걸으면 나오는 여고였다. 확실히 그 고등학교 교복이었다.

거의 뛰어가다시피한 나는 그 학교에 도착해 정문 옆에 서 있었다. 수능 끝난 고3 여자애들이 뭐야라는 표정으로 힐긋힐긋하며 쳐다보면서 지나갔다.

나는 팔짱을 꼈다. 그 여자는 분명히 3학년은 아닐테다. 3학년이라면 거기서 태평하게 엿같은 찹쌀떡이나 줄 시기가 아니라는 거지. 그렇다면 1학년이나 2학년인게 분명했다. 결론은 야자를 한다는 걸까. 기다릴수 밖에 없다. 이대로 집을 간다고 해도 그 망할 찹쌀떡을 볼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어머니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분명히 수능 관련 이야기겠지. 지금 그 것보다는 그 여자아이를 봐야한다. 나는 휴대폰의 전원을 꺼버렸다.

어느 새 달이 땅을 비추었고 이 곳 저 곳에서 가로등이 노란 불빛을 내뱉었다. 슬슬 여자 애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5분 쯤 지났을 때, 저 멀리서 그 여자아이가 보였다. 새하얀 얼굴과 기분 나쁜 입꼬리와 쭉 찢어진 뱀 눈꼬리. 그 년이 확실했다.

"야! 너 씨발......!"

순간 욱해서 그 여자 앞에서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내 격한 반응에 다른 여자아이들이 경멸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지나갔다.

내 앞에는 그 욕을 들은 새하얗고 동그란 얼굴의 여자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입을 O자 모양으로 짓더니, 이내 그 기분 나쁜 입꼬리를 끝까지 들어올려서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

두 눈동자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360도로 돌리며 혓바닥을 낼름 거리는 그 여자는 도저히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이질 않았다. 공포라는 감정이 턱 끝까지 몰아쳤다. 주변 여자아이들은 원래 저런 아이라는 듯, 신경 쓰지도 않은채로 서로 각자 길을 갔다.

이게 정상적인 상황인건가?

머리가 도무지 돌아가질 않았다. 지금이라도 이 여자아이 앞에서 도망가고 싶었다. 주변은 어느 새 아무도 없었고 텅빈 운동장에 나와 이 여자밖에 남질 않았다.

"당신......, 올 줄 알았어! 올 줄 알았다고! 깔깔깔깔!"
"뭐......, 뭣?"

여자는 아무리 봐도 실성해보였다. 올 줄 알았다니 뭘 올 줄 알았다는거지. 이 미친년은 도대체 나한테 뭘 원하는 건가.

"뭘 올 줄 알았다는건데? 나한테 도대체 왜 이래! 그 찹쌀......, 찹쌀떡 뭐야? 그거 도대체 뭐냐고! 씨발!"

나도 물러설수 없다. 어느 새 나는 그 미친 여자의 어깨를 마구 흔들고 있었다. 머리가 흔들리는 와중에도 여자의 동공은 사정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제 풀에 지쳐서 내가 어깨를 놓자, 여자는 갑자기 내 앞으로 달려오더니 그 동그랗고 기묘할 정도로 새하얀 얼굴을 들이 밀었다.

"내가......, 좋은 거 보여줄까.....?"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여자의 얼굴을 손으로 밀고 뒤로 나자빠졌다. 여자도 동시에 나자빠졌다. 그 순간 손에 이상한 감촉이 전해져왔다.

그건 마치 찹쌀떡을 손으로 집었을 때와의 같은 감촉......

"따라와......"

여자는 아무 말 없이 일어나더니 나에게 손짓을 하고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자빠져있는 내 옆을 터벅터벅 지나쳤다. 멍하니 그걸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린 나는 바지를 털고 그 여자아이를 따라갔다.

"도대체 이런데까지 와서 뭘......, 보여준다는건데?"

어느 인적 드문 가로등 불빛이 비춰지는 골목길에서 겁먹은 목소리로 말한 나는 계속해서 주변을 흘끔흘끔 바라보는 여자를 이상한 눈빛으로 지켜봤다.

"야. 너 도대체 뭐를......"
"괜찮은......, 것 같군......!"

여자는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자신의 명치를 두 주먹으로 퍽퍽 쳐댔다. 여자는 기침을 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무릎을 꿇고 침을 쏟아내었다. 그렇게 되었는데도 계속해서 명치를 쳐대는 여자였다.

"씨발! 도대체 뭔 짓거리를 하는......, 어?"

그 다음에 펼쳐진 광경은 나를 처절한 공포감에 밀어 넣었다. 여자는 웃고 있었다. 헛구역질을 하면서도 그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흘리며 침을 뱉고 계속 그 짓거리들을 반복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여자의 입 속에서 뭔가 동그란 것들이 잔뜩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걸 똑똑히 확인하고 그것이 뭔지 알 수가 있었다. 가로등 불빛에 비춰진 그건.

바로 찹쌀떡이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공기빠진 풍선 마냥 그대로 길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벌벌 떨리는 몸을 주체 하지 못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막고 그 광경들을 눈 속에 박아 넣고만 있었다.

명치를 때리고 헛구역질을 하고 인간의 한계를 넘어버린 크기까지 벌려진 여자의 입속에서 찹쌀떡이 나오고, 다시 명치를 때리고 헛구역질을 하고 여자의 입에서 계속해서 찹쌀떡이 나오고......

기절할 것만 같았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까를!까를! 꾸웨에에에에에엑. 까를! 까를! 꾸웨에에에에에엑."

웃으며 토하고 웃으며 토하고 그렇게 몇십 번을 반복한 여자는 바닥에 무수히 많은 찹쌀떡이 늘어진 걸 보면서 기쁘다는 듯 침을 닦고 바닥에서 콩콩 뛰며 깔깔 웃어댔다.

도저히 말이 나오질 않았다.

"거기......, 가만히 있어......, 내가 더 재밌는 거......, 보여줄게......"

한참 동안을 방방 뛰다가 갑자기 행동을 멈춘 여자가 천천히 나한테 고개를 돌리더니 음침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벌벌 떨리는 몸으로 간신히 고개를 가로젓자, 여자는 다시 한 번 크게 웃더니 어깨에 멘 가방을 열었다. 그러고는 가방 속을 뒤지더니 포장용 랩과 일회용 스티로폼 용기를 꺼냈다.

나는 그걸 보자마자 토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여자는 구토를 하고 있는 나를 신경쓰지 않고 무릎을 꿇은 채로, 자신의 몸에서 나온 찹쌀떡들을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하나 둘 씩 살피고 있었다.

"깔깔깔깔! 재밌고 즐거운......, 찹쌀떡 만드는 시간! 너도 먹고......, 나도 먹고 모두가 먹는 행복......, 한 시간. 맛있는 찹쌀떡! 영양도 좋......, 깔깔깔깔! 좋은 찹쌀떡! 모두 모두 모두 모두 모두 모두 모두 모두 먹어보자! 까아아아아아아알! 깔깔깔깔깔깔!"

어느 새 그런 박자 무시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찹쌀떡을 하나 둘 씩 일회용 스티로폼 용기에 담은 여자는 마지막 6개까지 담았을 때, 기쁜 듯 소리를 지르고 포장용 랩으로 그걸 정성스레 감싸기 시작했다. 구토가 멎은 내가 눈물 젖은 시야로 그 여자를 바라보니 그 새, 완성되어버린 '특제 찹쌀떡' 6개 모음 포장품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여자는 그런 이상한 소리를 내며 나에게 달려오더니 겁에 질려 있는 나에게 동그랗고 새하얀 찹쌀떡 같은 얼굴을 들이밀고는 포장된 찹쌀떡을 내밀고 씨익 웃으며,

"먹을래?"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는 그 순간 정신을 부여잡고 여자를 밀쳐낸뒤에 무작정 어디론가 달려나갔다. 달려나갈때마다 바닥에 무수히 펼쳐진 찹쌀떡들이 내 신발에 밟혀서 괴성을 지르며 터지고 있었다.

"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

그 괴상한 웃음소리에 뒤를 바라보니, 바닥에 자빠져있는 여자가 도망가는 나를 보며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그러더니 포장되어 있던 랩을 뜯고 찹쌀떡 하나를 입에 넣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맛있게 쩝쩝거리고 있었다.

"씨바아아알!"

발끝에서부터 밀려오는 소름과 경멸스러움이 내 머리 위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여기 있기 싫어서 무작정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 달렸다.

십분 정도를 달려서 숨이 거칠어진 나는 어느 새 시내에 있었다. 등에서부터 속옷까지 모두 땀으로 젖어버린 나는 몇 분 동안을 인파 속에서 멍하니 앞만 바라본채로 있었다.

그 때 뒤에서 어떤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수님 믿으세요! 이건 저희 교회에서 직접 만든 찹쌀떡이랍니다!"

찹쌀떡이 들어 있는 일회용 용기를 들이밀은 젊은 여자를 바라본 나는 괴성을 지르며, 그젊은 여자가 들고 있는 찹쌀떡을 빼앗은 뒤에 바닥에 집어던지고 있는 힘껏 밟아버렸다. 새하얀 찹쌀떡이 뭉개져 팥앙금이 잔뜩 튀어 나왔다.

"씨바아아아알! 찹쌀떡! 그 놈의 찹쌀떡!"

나는 미쳐있었다. 교회 여자는 눈물을 글썽이며, 괴성을 지르고 있는 나를 증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순간 찹쌀떡을 토해내고 있는 여자가 생각나서 뒷걸음질을 쳤다.

"아니야. 아니야. 그런게 아니에요. 전......, 씨발! 씨발!"

머리를 쥐어뜯고 다시 어디론가 달렸다. 한참동안을 달려서 도착한 곳은 결국에는 자취집 앞 공터였다. 힘이 쭉 빠져 또 다시 흙바닥에 주저 앉아 버리고 말았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어머니와 아버지로부터 온 부재중 전화가 수백통이었다. 분명히 수능 결과를 알기 위해 온 전화였을테다.

하지만 지금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온 몸에 끼친 소름과 아까 전의 끔찍했던 기억들을 잊을수만 있다면 수능 따위 아무래도 좋은 것이었다.

문득, 아침의 일이 떠오른다. 괴성을 지르며 피눈물을 흘렸던 찹쌀떡. 그건 아직도 자취집에 있을테다. 이대로 들어가기에는 지금 내 마음가짐으로는 아무래도 무리일테다. 그렇다고 경찰을 부른다? 그건 더 말도 안되는 일이겠지. 찹쌀떡 여자를 잡는다고 해도 우리집에는 볼일이 없을테다. 단지 찹쌀떡 하나로 경찰이 올 일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그저 그 찹쌀떡을 찢어발기고 우리집에서 버리기만 하면 될 일일테다. 찹쌀떡 여자가 나한테 무슨 원한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년은 아마 우리집 주소는 모를테니까 그년과 더 이상 마주치는 일은 앞으로 절대로 없을것이었다.

하지만 찹쌀떡에 왜 얼굴이 있는걸까?
그리고 어떻게 소리까지 낼 수가 있는걸까?
그 년은 도대체 뭐하는 년일까?

뭐, 됐다.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다. 그저 내 인생에서 찹쌀떡만 내쫓을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이다.

마침 공터 옆 전봇대에 모서리가 뾰족한 각목이 있었다. 찹쌀떡을 뭉개기에는 아주 좋은 물건이었다. 물론 슬리퍼를 신고 밟으면 그걸로 끝이겠지만 저 엿같은 찹쌀떡을 찢어발기기에는 이게 딱 최고였다.

결심을 한 순간, 온 몸을 감싸고 있던 공포감은 연기 퍼지듯 없어져버렸다. 그저 빨리 찹쌀떡을 없애고 자고 싶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온 몸이 피곤했다.

각목을 들고 빌라로 달렸다. 계단을 미친듯이 올라 집 앞에 도착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도어락을 해제 시킨 후, 깜깜한 집으로 쳐들어갔다.

나는 들어가자마자 이상하고 야리꾸리한 냄새에 코를 틀어 막았다. 마치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한달동안 냉장보관하지 않은 부패된 냄새 같았다.

"쭈어어어어어업! 쫘아아아아아압! 쩝쩝쩝! 쭤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업! 짭짭짭! 쫘아아아아아압!"

흠칫하고 놀랐다. 부엌쪽에서 나는 소리였다. 누군가가 대단히 질긴걸 먹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침을 꼴깍 삼킨 뒤, 각목을 고쳐 잡고는 어둠이 침식된 부엌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앞이 잘 보이질 않았지만 지금 여기서 불을 켠다면 정체가 탄로날것만 같았다.

그런데 분명히 우리집에는 그 조그마한 찹쌀떡만 있는게 확실할텐데.

지금 저기서 쩝쩝거리고 있는 놈은 대체 누구란 말일까?

그 순간 다시 공포감이 엄습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래도 일말의 힘까지 짜서 계속해서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에 도착한 나는 바로 불을 켜고 그 정체를 확인했다.

"먹을래?"

거기 있던건 찹쌀떡 여자였다. 그년은 여전히 찹쌀떡을 쩝쩝거리며 뭉개진 찹쌀떡을 손에 들고 나에게 건네며 씨익 웃고 있었다.

"씨발! 죽어! 죽으라고!"

나는 그 순간, 정신을 잃고 각목을 들고 그 년의 기분 나쁜 면상에 꽂아 넣었다.

"히익!"

기겁을 했다. 그 여자의 얼굴에서는 피가 아닌 검은 앙금이 나오기 시작했다. 앙금은 계속해서 쏟아져내려 내 발까지 흘러내리고 있었다.

"끄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여자는 괴로운 듯, 몸을 뒹굴다가 괴성을 질렀다. 그 소리는 분명히 아침에 들었던 찹쌀떡의 소리와 똑같았다.

"씨발......"

이젠 나도 모르겠다. 어떻게 된건지 나도 모르겠다. 나는 바닥에 떨어뜨렸던 각목을 들었다. 각목의 끝에서 검은 앙금이 뚝뚝 떨어졌다. 여자는 여전히 괴로워한채로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죽어버려. 이 괴물새끼야!"

있는 힘껏 그년의 배때기에 각목을 쑤셔넣었다. 그러자 아까보다 더 많은 검은 앙금이 쏟아져 나왔다. 자신감이 붙어서 팔, 다리, 머리, 목, 모든 부위를 찔러대었다.

"이히히히히히......"

나는 미소를 지었다. 부엌 바닥에는 검은 앙금들이 칠갑되어 있었다. 거기에는 여자라고 불렀던 뭔가가 조밥이 되어 바닥을 훑고 있었다.




(뉴스 속보)

- 다음 뉴스 입니다. 어젯 밤 ㅇㅇ구 ㅇㅇ동 빌라에서 혼자 자취를 하던 19살 수험생 정모군이 길을 지나가던 ㅇㅇ 여고 18살 한모양을 납치 해 엽기적인 식인을 한 혐의로 체포되어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원인은 만족스럽지 못한 수험결과로 인해 정신착란 증세를 보여 이러한 일을 벌인 것으로 보이며, 소년은 경찰에 체포될때까지 '찹쌀떡'이라는 단어를 계속 내뱉으며 피해자를 먹고 있었습니다. 검찰은 정모군의 집을 조사한 결과, 일회용 스티로폼 용기에 담긴 찹쌀떡을 발견했지만 보통 팥 앙금이 아닌 정체불명의 물질로 된 앙금이 들어있는 걸 확인하고 국과수 조사 의뢰를 신청했습니다.


"이형사님 피의자가 정신착란인건 알겠는데요. 그럼 결국에 그 정체불명의 찹쌀떡은 뭐였던 거죠? 국과수에서도 그 정체를 알 수가 없다면서요? 그럼 그건 도대체......"






-完.

* 컨텐츠 출처 : 창작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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