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의 방문 [0]

스팸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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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7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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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게티

남자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싸늘한 공기가 도는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사무실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그곳엔 낡은 오르골, 동물의 발톱, 곤충이 갇힌 호박 같은 기분 나쁘면서 묘한 것들이 잔뜩 늘어져 있어 기다리는 동안 지루할 것 같지는 않았다.

딱, 토독, 따닥, 딱, 딱.

남자가 손톱을 물어뜯는 소리가 빗소리와 함께 섞여 방에 울려퍼졌다. 잘근잘근 씹혀진 손톱 끝으로는 핏방울이 새어나와 피맛이 났다.

"아, 언제 오는거야...."

남자는 짜증을 내며 방 안의 것들을 건드려보기 시작했다.

낡은 오르골은 낡아서인지 소리가 나지 않았고 헛돌기만 했다. 자수정은 차가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작은 돌들은 매끈하면서도 묵직했다. 뻣뻣한 고양이의 발은 저주 받을 것 같아서 패스.

"그만. 그건 손대지 않는게 좋아요."

여자가 온 것은 남자가 막 양의 형상을 한 가면에 손을 뻗었을 때였다.

"왜 이렇게 늦었습..."

남자는 뻘쭘하게 손을 거두고서는 괜시리 불만투로 여자에게 쏘아붙이다가 흡 하며 숨을 멈췄다. 여자는 피투성이까진 아니었지만 얼굴부터 옷까지, 전부 피가 튄 상태였다. 그것도 덜 마른 듯한 색의 피가.....

"죄송합니다."

여자는 피가 튄 얼굴로 해사하게 웃어보였다.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

출입문 쪽을 슬쩍 가리는 방향으로 여자가 다가섰다. 남자는 코에 확 끼얹어진 피냄새에 구토가 나올 것 같았으나 애써 덤덤한 척 하며 대답했다.

"별 것 아닙니다."

여자를 그대로 지나쳐 나가버리려고 했을 때, 여자가 속삭이듯 그에게 말했다.

"아래턱을 찾는 여자."

번쩍!

어두운 방 안에 순간 빛이 가득 들어찼다.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질 때처럼, 남자의 눈에 그 순간이 각인되었다.

"당신, 볼 줄 압니까?"

남자는 울상으로 급히 여자에게 다가섰다. 여자가 약간의 움직임으로 스르르 뒤로 걸음질하며 차갑게 웃었다. 빗줄기 사이로 내려온 희미한 빛이 여자의 창백한 얼굴에 부딪혀 여자의 얼굴은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여기, 여기까지 놈들이 쫓아온 거죠? 그렇죠?"

번개가 내리쳤던 순간, 남자는 보았다. 퀴퀴한 방 곳곳에서 자신을 보던 '그들'을. 남자는 머리를 붙잡고 욕을 해대었다.

"개,새끼, 개,새끼, 개,새끼들....개 같은...."

꾹극극극극윽기기긱.....

"성대가 갈라진 남자, 입 찢어진 남자, 혀가 다져진 소녀."

콰콰쾅! 천둥소리 요란하게 들리는 가운데 남자는 몸에 찌르르 전기가 도는 것같은 기분을 느꼈다. 드디어, 드디어 진짜를 찾았다!

".....같은 것 말입니까?"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여자가 건조하게 물었다. 남자는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여자에게 다가섰다.


어떤 점쟁이도 이 여자처럼 유능하고 용감하지 않았다. 귀신이 어디있는조차 모르는 무능한 점쟁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용하단 점쟁이란 놈들도 하나같이 도망가기 바빴다.

"점쟁이님, 아니아니 보살님. 저 좀 살려줍쇼. 저놈들 좀 쫓아줍쇼. 죽겠습니다! 여태껏 떳떳이 살아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돈이라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제발..."

남자는 무릎을 꿇으며 손을 싹싹 파리처럼 비굴하게 빌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목숨이 가장 소중했다. 자존심보다도, 돈보다도.

흑. 흐윽. 남자의 귀에 거리를 두고 나는 기괴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전에 선생님, 악령이란 게, 뭔지 아세요?"

여자는 다리에 매달린 남자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정면을 응시한 채로 생뚱맞은 질문을 던졌다.

"한 때 악한 인간었던 것이에요. 그리고 눈이 없는 저승사자는 악령을 잡으러 지금 길을 나섰어요."

끅. 그극그극극. 끽끽긱.

지옥에서 끌어올리는 듯한 '그것들'의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아니, 어쩌면 그저 가까워지는 것일지도.

남자는 불지옥에 내려진 거미줄을 붙잡은 사내처럼 알듯 말듯한 미소를 짓는 여자의 어깨를 콱 붙들었다. 현재 남자에게 있어서 여자는 유일한 구명줄이었다.

"저승, 저승사자! 저놈들을 잡으러 언제쯤 온답니까?"

여자의 얼굴근육은 반사적으로나마 움직일 법도 했으나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반사광이 없는 눈을 휘어접은 그대로, 여자는 계속 중얼거리듯 말한다.

"귀신은 악령을 볼 수 있어요..... 악령도 귀신을 봐요..... 그리고 눈이 없는 저승사자는 지금 삼도천을 건너고 있어요......"

저승사자니 뭐니 평소에는 믿지 않았지만 겪어보니 달랐다. 저승사자같은 허황된 것을 믿지는 않았어도 남자는 그것이 있음을 믿어야했다. 그것이 유일한 희망이었으니까.

"이상한 소리 하지 마시고, 저승사자요, 보살님. 저승사자는요?"

"그러면 악령은 그냥 귀신이랑 뭐가 다를까요? "

여자가 딴 소리를 하며 남자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폿 소리를 내며 웃었다. 꼭 사람의 웃음을 흉내내는 인형같은 그 모습에 남자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쥔 손에서 힘을 풀었다.

"사람을 해칠 수 있어요. 그럴 마음이 있으니까. 사람을 얼마든지 해칠 수 있어요. 그런 악령을 잡기 위해서 눈이 없는 저승사자는 지옥을 지나고 있구요."

끅극극. 끽기익. 꺽. 꺽.

굼벵이를 뜯어먹기 위해 그 시체 위에 오르는 개미처럼, 남자의 발을 타고 무언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으악!"

남자는 소리를 지르며 발을 털어냈다. 어두운 방 안에서 희미하게 손톱이 빛났다. 손 같은 것들은 스르르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지옥? 아까 지옥이라고 했지? 그럼 언제 오지? 내가 죽고 난 뒤.....? 미,친년아, 자문자답같은 건 하지 말고. 저승사잔지 뭔지 빨리 불러, 빨리 불러오라고!"

남자는 사납게 이를 갈며 품 속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희번득한 남자의 눈과 마주친 여자는 굳은 얼굴로 빠르게 말을 이었다.

"......눈이 없는 저승사자는, 지금, 문 앞에까지 왔어요."

흑. 흐윽...

얕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눈이 없는 저승사자는, 방 안을 더듬다가 혀가 다져진 소녀를 찾았어요."

세 명이 남았다.

끄극. 끅.

숨이 정체되어 사레들린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눈이 없는 저승사자, 방 안을 더듬다가 성대가 갈라진 남자를 찾았어요.

끽. 끽긱긱긱기긱.

흉악스레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눈이 없는 저승사자, 방 안을 더듬다가 아래턱을 찾는 여자를 찾았어요."

힉히힉. 히힉.

바람새는 소리가 들렸다.

한 놈 남았다. 한 놈만 더......

입 찢어진 남자 한 명만 남았다.

남자는 긴장한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를 섞었다. 이제, 다시 편히 살 수 있다.

조금만 있으면....

남자는 숨을 죽이고, 여자가 다시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시간이 지나 남자의 땀이 주륵주륵 흐르기 시작할 때쯤, 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눈이 없는 저승사자......."

남자는 그 말에 숨을 들이켰다.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긴 시간이 찰나에 지났다.

"입 찢어진 남자 덕분에 악령을 찾았어요."

여자는 굳어져있던 표정을 풀고 다시 활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남자는 여자의 해사한 표정을 보고 그제서야 안심하며 여자의 목에 대었던 칼을 떼었다.




남자가 칼을 대었던 여자의 목에서 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여자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자는 아직 여자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왜 여자가 싸늘했는지 조차도 눈치채지 못했다.





"눈이 없는 저승사자, 지금, 당신의 뒤에."




창백하고 시린 팔이 남자의 목을 휘감았다.



하하하하하하하......

남자의 웃음소리가 울렸다. 입 찢어진 남자는 여자의 옆에서 찢겨진 입을 더욱 크게 벌리며 그를 비웃고 있었다. 일반적으론 보이지 않을 이빨들이 빨간 살 사이에 올려져있는 상태로 쩍 벌어져 나타났다. 하얀 석류알 같은 이빨들이 남자는 불쾌하다고 생각했다.


하...



하하......


하....아........아....으아.....아아악!!!

왜..... 왜! 왜! 우릴 죽였어....? 왜....우릴 고통스럽게 죽였어....?흐....흐으....윽.....난....우리는...이렇게 죽고 싶지 않았었는데....


남자는 오열하는 입 찢어진 남자를 노려보며 몸을 뒤틀었다. 그러나 저승사자의 팔은 단단해서 꼼작도 하지 않았다. 남자는 악에 받쳐 더더욱 움직이려 들었지만 산을 미는 것처럼 영향을 끼치지 않는의미없는 동작만이 반복될 뿐이었다.

남자는 핏발 선 눈으로 여자와 입 찢어진 남자를 번갈아 보다가 나사빠진 웃음을 흘렸다.

"네가 저 여자랑 나 붙들고 있는 이 새,끼에게 불었냐?...이 시,발....너새,끼도 죽일 때 턱을 부숴놨어야 했는데."

* 컨텐츠 출처 : 창작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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