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괴담대회]창작입니다. [0]

고냥고냥이

아바타/쪽지/글검색

2018-12-15 15:53
추천 4 반대 0 조회 352

고냥고냥이

  올해 여름의 일이다.

  어머니를 묻어드리고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자동차를 다른 역에 세워 두었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야 했다.

 

  귀찮긴 했지만 장례식이 끝나면 귀신이 붙을지도 모르니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을 거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다.

 

  귀신을 때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지하철을 탔다.

 

  “저기 이상한 사람이 저를 계속 따라오는 것 같아요.”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앉은 여자가 속삭였다. 맞은편 검은 모자를 눌러 쓴 남자가 자신을 계속 따라오니 내가 내리는 역에서 같이 내리겠다는 것이다.

 

  20여분 뒤 열차는 서현역에 도착했다. 나는 여자와 함께 내렸다. 그러나 맞은 편 남자 역시 함께 내렸다.

 

  여자는 자신을 조금만 더 숨겨달라고 했다. 선을 베풀면 늘 복을 얻는 법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여자와 조금 더 동행했다. 다행히 ak프라자 지하주차장에 도착했을 무렵, 남자는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여자는 안심하지 못했는지 조금만 더 같이 있어달라고 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차에 여자를 숨겨주기로 했다. 조수석에 타면 들킬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트렁크에 여자를 집어넣었다.

 

  사람의 신체 구조상 승용차 트렁크에 들어가면 문이 잘 닫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문이 닫히는 것을 방해하는 팔과 손, 다리와 발을 트렁크에 있던 밧줄로 포박했다.

 

  여자를 트렁크에 싣자마자 남자가 등장했다. 아직 날 발견하지 못해 안심했는데 재수 없게도 전화가 울렸다. 남자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남자는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무서운 마음이 들어 곧장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남자가 뛰어오기 시작했다. 엑셀을 밟았다. 트렁크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주차장을 빠져나와 한참을 달리자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사람이 차보다 더 빠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집에 도착하자마자 차고에 차를 세우고 여자를 꺼냈다. 혹시 남자가 따라올지도 모르니 벽장에 조금 더 넣어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자가 발버둥처서 조금 힘들었지만 다행히 무사히 벽장 안에 넣을 수 있었다.

 

  무서운 일이 일어났다. 다시 전화가 왔는데 발신인을 보니 어머니였다. 전화를 받았다. 흐느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비명소리도 들렸다. 당신께서는 아무것도 잘못하시지 않으셨는데 용서를 빌고 계셨다.

 

  맙소사. 컴퓨터를 켜고 어머니께서 묻히신 선산을 찾아보았더니, 마침 어머니께서 묻히신 위치에 수맥이 흐르고 있었다.

 

  친구에게 전화하려던 찰나, 혹시나 해서 뉴스를 확인해보았다. 내일부터 이 무더위를 날려버릴 장마가 시작된다.

 

  장마가 시작되면 관에도 물이 찰 태니까 관을 옮기는 수고로움은 필요 없었다.

 

  관에 동봉해놓은 식빵이 조금 더 빨리 눅눅해질 수는 있겠지만.

 

  아아, 어머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어머니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배가 고파졌다. 냉장고를 열었는데 먹을 만한 게 없었다. 슈퍼에 갈까? 하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다. 무엇보다 남자가 나를 쫓아 집 근처까지 와서 서성이고 있을지도 몰랐다.

 

  물론 사람이 차를 쫓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아까 그 남자, 꼭 인간 같지가 않았다. 기분 탓이긴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마침 벽장에 넣어둔 여자가 생각났다. 역시, 착한 일을 하면 복을 얻는 법이다.

 

  여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두 다리를 잘라내었다. 하나는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냉동실에 넣었고 다른 하나는 욕실로 가져가서 손질을 했다.

 

  손질이 끝난 고기를 맛있게 구워서 방으로 돌아왔을 무렵 벽장에서 심하게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그제야 여자를 생각하고 고기를 절반 덜어서 여자에게로 가 나누어주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여자는 고기를 먹기도 전에 숨을 거두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여자를 욕실로 데려가 고기만 따로 분리했다. 뼈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 처리가 곤란했는데 묘안이 떠올랐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여자를 묻는 일을 도와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한 명만 제외하곤 전부 승낙했다.

 

  아아, 기쁘다. 비록 여자를 지키지 못한 것은 마음 아팠지만 내일이면 어머니의 얼굴을 한번 더 볼 수 있다. 물론 그땐 진짜 이별이겠지만 말이다.

 

  tv에서 자주 나오는 ‘죽은 어머니의 얼굴을 한번만 더 볼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 같은 말이 조금이나마 공감이 되었다.

 

  아아, 어머니를 생각하니 다시 배가 고파졌다. 잠들기 전, 조리기구와 여자의 고기, 고추장하고 김치로 배낭을 쌌다.

 

  내일 마지막으로 어머니께 당신의 김치찌개를 해달라고 부탁드려야겠다.

 

* 컨텐츠 출처 : 창작자료
* 펌 불허용 (타 사이트 등록을 불허하며 우클릭, 드래그 등이 금지됩니다.)

ⓞ 게 시 물    추 천 하 기
  로그인 없이 추천가능합니다.
추천되었습니다.
스크랩 되었습니다.
ⓞ 추천   ⓧ 반대   ⓡ 답글   ▤ 목록
← 뒤로   ↑ 맨위   ↓ 맨밑   ㉦ 신고   ♡ 스크랩

답글 작성하기 (로그인 필요)
로그인   메인   사이트맵   PC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