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나는 잘못이 없다 [0]

너이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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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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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이녀석


제목:나는 잘못이 없다

"여러분, 중2병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이 중2병이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지칭하는 것이지요? 사춘기의 중학교 2학년 아이를 생각해봅시다. 본인이 동경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으로 생각하고, 본인이 선택한 길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길이며, 본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하죠? 자기에게 심각하게 취해있죠. 그러니까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말씀도 안 듣고 본인의 생각과 욕구에만 이끌려 다니는 거지요.

중2병에 걸린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멘트가 뭐죠? '나도 다 컸어!' 겨우 15살짜리, 만으로는 13살이거나 14살밖에 안 된 꼬꼬마들이 본인이 다 컸다고 생각하다니, 이게 병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우리 어른들은 이 아이들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합니까? 한심하다, 아직 어리다, 본인이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지 모른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들이 객기만 넘칠 대로 넘쳐서 까불고 있다고 생각하시죠? 우리가 봤을때는 이 아이들은 중2병에 걸린 어린 아이에 불과한데. 하지만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도 이 이상 위를 플랑크톤마냥 떠다니는 아이들이 대지 위를 걷게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한테 당연해 보이는 것도 이 아이들은 이해를 못하고 앉아있습니다. 왜일까요?

바로 이 아이들은 우물 안 개구리이기 때문입니다. 바다를 만나보지도 못한 아이에게 바다를 알라고 하면, 알 수 있겠어요? 시간이 지나 중2병이 낫는 이유는 더 넓고 웅장한 물과 계속해서 마주하기 때문인 거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른이 된 것이고요. 아직 이 아이들은 보지 못한 것입니다. 본인이 한낱 개구리밖에 될 수 없는 세상을, 본인이 그토록 믿었던 세계는 결국 작디 작은 우물 안에서 이루어졌던 망상에 불과했던 것을. 그렇게 햇빛을 직면하고 타오르는 피부를 느끼는 시점부터 그 아이들은 어른이 돼가는 것이죠. 우리는 더 작아지면서도, 점점 커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에게 물어봅시다. 어른들이 보고 있는 현실 역시 진실일까요? 우리들이 보고 있는 이 세상이, 우리의 감각과 믿음이, 진실이고, 모든 것일까요? 우리가 바라보는 이 세상이, 과연 세상의 진짜 모습일까요? 우리는 정말로 바다에 와있는 것일까요?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아직 바다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다만 청소년기보다 우물이 더 커졌을 뿐이죠. 그 우물의 벽은 우리가 볼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있는 이 물에는 경계가 없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이 우물도 걷고 걷다 보면 결국에는 벽이 나오기 마련이고, 그때 우리는 아직 우물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직면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몰라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우물인지, 바다인지. 우리를 비추는 것이 달인지, 태양인지. 우리가 있는 곳이 지옥인지, 천국인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지. 우리는 우리의 두 눈으로, 피부로, 직접 보고 고통스러워하지 않으면 진실을 알 수가 없습니다. 진실은 언제나 고통스러운 법이죠. 진실은 언제나 우리가 갈 수 없는 곳에 서서, 이리 오라고 손짓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세계에 태어난 지성 생물체인만큼, 그 진실에 다가가지 않으면 안 되는, 어찌보면 선택 받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이라는 종이 특별하다면, 인간은 그 진실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일단 생물학적으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입니다. 그 중에도 아종으로 많이 나뉘겠지만, 그렇게까지 나누는건 의미가 없죠. 이미 섞일 대로 섞였으니까. 그리고 우리는 개인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는 종을 이루는 개체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우리를 특별한 존재라고 언제나 생각하지 실상은 다른 금수들과 다르지 않은, 지구에 정착해 살고 있는 생물 중 하나일 뿐입니다. 갑자기 앞뒤가 안 맞죠? 방금전에 인간이 특별하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에 불과하다니, 다른 금수들과 다를 바 없다니, 별 말도 안 되는 소리만 지껄이고 있죠? 자, 제 말을 끊지 말고 계속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진실을 향해 나아가지 않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에게 인간, 혹은 사람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합니다. 진실을 향해 나아가 두 눈과 피부가 다 타버리도록 이성의 태양을 바라보고, 진실을 끌어 안지 못하는 자들까지도 우리는 인간으로 취급해야 할까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는 종을 이루는 개체, 그 이상으로 그들을 취급해야 할까요? 그저 하루하루 의미없이 연명하고 쾌락에 빠져 사는 것만 즐기며, 자기 자신이 바라볼 수 있는 것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이 만성적 중2병에 시달리는 자들까지도 인간의 범위에 포함시키기에는 저를 비롯한 '진짜 인간'이 되고자 진실로 다가가는 자들에게 무례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제가 저들과 같은 '인간'으로 취급되다니, 개, 돼지로 취급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제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잡히겠죠? 세상엔 진실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철학자들은 보통 진리라고 부르는데, 진리라는 것은 너무 형이상학적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진실이라는 표현을 쓰겠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그 진실이라는 것을 바라보지 못하고 본인이 바라보는 것만이 진실이고 전부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생각 없이 살아갑니다. 즉, 대부분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중2병에 걸려있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는 종을 이루는 개체를 뛰어넘은 '인간'이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를 바다 속 개구리라고 부를 수 없듯이, 이들에게도 인간이라는 명칭은 사치인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우리의 만성적인 중2병 상태를 뛰어넘어, 인간이 되기 위해 진실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진실을 향하는 길은 아주 고통스러울 것이고, 끝없이 우리를 지탱해줬던 우물의 벽을 무너뜨릴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실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물 안 개구리가 어떻게 바다를 찾아갈 수 있을까요? 태어나서 한번도 바다를 마주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때까지 우리들의 우물을 빠져 나오는 과정에는 더 큰 물을 만나는 단계가 존재했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지금 우리가 존재하는 우물보다 더 큰 물, 즉, 바다를 마주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그 바다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우리는 우리에게 주문처럼 걸린 만성적인 중2병을 낫게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청소년기, 중2병에 걸렸을 때를 떠올려 봅시다. 우리 주위에는 언제나 어른들이 있었어요. 부모님이나 선생님, 형제나 자매일 수도 있고, 또 친척일 수도 있죠. 그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한번쯤 우리의 중2병에 대해 꾸짖거나 타이른 적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듣지 않았죠. 왜죠? 우리는 아직 한번도 우리가 마주하고있는 것들이 진실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적이 없었거든요. 우린 생에 태어나서 처음 만끽하는 자신에 취해있기 때문에 눈이 뵈는 것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우리는 중2병 시절을 거친 만큼 우리가 바라보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음은 깨달은 상태입니다. 즉, 만약 우리가 지금 다시 중2병에 걸렸고, 선생님이나 부모님같은 어른들이 그러한 우리의 상태에 대해 타이른다면 우리는 우리가 중2병에 걸려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는 그 사람의 말들을 천천히 들어보고 중2병을 탈피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보다 진실에 한걸음 더 다가간, 더 어른스러운, 더 인간적인 존재입니다!

제가 지금 이런 자리에서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요? 예상하셨겠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제가 당신들보다 진실에 더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이 이런 말을 하는 것입니다. 즉, 제가 진실에 완전히 다가갔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당신들이 보지 못한 우물 너머의 진실을 저는 바라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당신들의 중2병을 고쳐줄 수 있습니다! 저는 당신들을 계몽시키기 위해, 인류의 진보를 위해, 우리가 생물학적 종을 넘어선 초월적인 존재가 되는 것에 이바지 하기 위해, 저는 이 세상에 나타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바라본 진실을 이 우매한 존재들에게 가르쳐주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를 해보거나, 조카를 잡고 계속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도 해봤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무대를 설치하고 강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를 미친사람으로 취급했습니다. 자기들이 바라보는 것이 진실이 아닐 리 없다고, 본인들이 우매한 존재이며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는 종 이상의 무언가로서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에 언제나 야유를 보냈습니다. 그들은 청소년기에 중2병을 겪고 일어선 어른이라고 자처하면서도, 그때 그 시절보다 조금밖에 더 나아지지 못했습니다.왜 대체 본인이 바라보는 것이 진실이고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왜 그렇게 자만한 것이죠? 그들은 왜 인간이 되려 하지 않고 개체에 머물러 있으려는 것일까요?

저는 그래서 여기에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들은 '미개하기 때문입니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 태어났다고 해서 모두가 인간이 되는 유전자를 가진 것이 아닙니다. 몇몇은 선천적으로 그저 연명과 번식과 쾌락을 위해서만 태어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에 불과하고, 몇몇은 진실에 더 다가가는 인간이 되는 유전자를 이어 받은, 선택 받은 존재인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아주 좋은 환경에 태어났음에도 진실에 다가가려 하지 않고 짐승의 상태에서 머무르려 하고, 어떤 이들은 아주 각박한 환경에 태어나 운명의 파도에 휘말리고 세상의 미움 속에 손톱을 뜯더라도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생채기에 흐르는 피를 마시고 또 다시 생채기를 만들어 냅니다. 결국 인간이 되는 것은 선천적인 조건에 의한 것, 즉 유전자에 의한 것이죠. 다시 말해 인간이 된다는 것은, 우리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자연선택에 따라 더 진실에 가까운 존재로 진화해간다는 것입니다. 더 우월한 존재로, 선택 받은, 더 신에 가까운 존재로.

그렇다면 저는 이 존재들이 더 진실에 다가가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바로 인간의 유전자를 가진 존재들을 계속 생산해내는 것입니다. 미개한 존재들이 아닌, 더 우월한 인간들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인간들이 태어나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점점 인간이 진화해감으로써 인간은 결국 존재 이상의 무엇인가를 이룬 초월적인 존재로 거듭나게 되겠죠. 제가 진실에 다가갈 순 없어도, 제 후손들이 초월적인 존재가 돼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바로 저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우월한 아이들을 생산해내는 것입니다. 생산이라는 표현이 너무 저급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생산보다는 탄생시킨다는 표현을 쓰겠습니다. 그들은 우리보다 더 진실을 향해 나아갈, 더 우월한 존재들일 테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사람들을 계몽시키는 것은 포기하고, 저처럼 진실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유전자를 보유한 여자들을 찾아 다녔습니다. 찾기 힘들었지만, 저의 생각들을 꾸준히 퍼뜨리니 저와 생각을 함께하는 여성들이 몇몇 나타나 저와 만나주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들과 몇 번의 만남과 대화 끝에 이 말을 했습니다. 저의 아이를 낳아 더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존재를 만들어 내자고.

하지만 그들은 위선자였습니다. 말과 생각으로는 저에게 동조해줬으면서도, 그 생각을 실현시키기 위해 본인이 감수할 고통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더군요. 이들은 진실에 다가가 초월적인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고통을 마주해야 한다는 저의 말에 동의했으면서도, 막상 그런 상황에 직면하니 뒤돌아 꽁무니를 빼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는 절망했습니다. 이제야 진실에 다가간 인간을 탄생시킬 방법을 생각했는데, 그 방법을 행할 수 있는 존재들은 그 고통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도망치기에 바쁘다니!

여러분, 그렇지만 저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 여자들은 아직 미개하지만 분명 더 우월한 저의 유전자와 합쳐진다면 우리보다 더 우월하고 초월적인 인간이 태어날 것이라고 저는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물론 억지로 성관계를 맺는 것은 범죄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역사상의 위인들을 보십쇼. 독립운동가, 전쟁 참전 용사들, 그리고 그때의 패러다임을 뒤집는 완전히 새로운 이론을 내놓은 과학자와 철학자들, 이들은 인류의 진보를 위해서는 언제나 피를 마셨고, 그들의 양심을 논리에 버무렸습니다! 그들이 이러지 않았다면 우리 인류는 위대해질 수 있었을까요? 절대 아니죠. 저의 씨앗을 품은 여성들의 고통과 슬픔에는 유감을 표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을 받아 들이셔야 합니다. 그러면 당신들은 위대한 인류의 어머니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저 또한 이러한 우매한 인간들이 겁에 벌벌 떨며 만들어 놓은 양심과 법의 벽을 허물었기 때문에 위대한 인류의 아버지가 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저에게 벌을 주셔도 됩니다. 저를 찢어 죽이셔도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여러분이 미개하다는 것을, 아직 진실의 작은 한 조각조차 바라보지 못했다고 짖어대는 꼴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금 제가 말한 진실에 다가가가야한다는 사명을 이해하셨다면, 저에게 이 미개한 법을 적용시킬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고, 제가 행하려 했던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그리고 이게 우리 인류에게 얼마나 큰 보탬이 될지, 여러분들은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저를 사면하시고 저의 씨앗을 품은 여성들의 고통을 이해하셔야 됩ㄴ"

"이 빌어먹을 새끼야!"

피해자 중 한 명의 남편이 괴성을 지르며 휴대폰을 내던졌다. 휴대폰은 정확히 피고인의 머리를 강타했고, 그와 함께 공황에 빠져있던 참관인들의 반응이 일제히 터져나왔다. 경내는 비애와 흥분, 채념, 허탈의 도가니가 됐다. 판사와 검사는 눈빛을 교환했고, 검사는 다시 피고인의 변호인과 눈빛을 교환했다. 검사의 안타까운 눈빛에 변호사는 난감해하다, 이내 채념하듯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국선 변호사라도 변호사로서 행한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판사는 청중들을 자숙시키고 싶었지만 지금은 이성이 힘을 발휘하기 힘들거라는 생각에 일단은 가만히 지켜보았다.

피고인의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 피는 흐르고 흘러 눈커플 위를 지나갔다. 피는 천천히 피고인의 얼굴을 두개의 영역으로 구분짓는 곧은 경계선을 형성했다. 피고인은 앞을 바라보았다. 청중석에서 뛰쳐나와 욕설을 퍼붓는 사람, 피고인을 죽이기라도 할 듯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저주스러운 말을 중얼거리는 사람, 피해자의 이름을 외치며 오열하는 피해자의 부모뻘 돼 보이는 중년부부, 마지못해 이들을 저지하는 법정 공무원, 그리고 간헐적으로 터져대는 기자들의 카메라 섬광. 그곳은 혼돈이 지나가며 흘린 광란의 파편과 같았다.

피고인은 입꼬리 옆까지 흐른 피를 살폿 핥았다. 잠시 조용히 쩝쩝거리며 맛을 보다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시선을 떨군채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고는 이내 관중들을 향해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미개한 녀석들, 너희들은 이 피맛을 평생 모를거다." (끝)

후기: 웃대 문학에 자주 들어오는 분이라면, 이작품이 올라온걸 벌써 세번이나 보셨을지도...기억 안 하시려나 ㅋㅋㅋㅋㅋ
볼때마다 수정하고픈게 보여서 계속 지웠다 올리네요. 관종처럼 보였다면 쓰미마셍(엄근). 이번이 마지막 수정이 됐으면...
영향받은 작품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말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맨처음 썼던 단편소설이네요.
처음엔 병신의 연설만 생각없이 쓰다가, 마지막에 피고인의 변명이라는 설정을 넣었어요.
장황한게 딱 사이비 종교 사기꾼 화법이죠 ㅋㅋ
범죄를 그냥 생각없이 성폭행으로 했다가, 너무 개연성이 없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현실은 제 상상 이상이더군요 ㅋㅋ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아, 혹시 글 맘에 드셨으면 블로그 방문해주시면 감사하고 사랑스러울거시야요 하와와...
https://blog.naver.com/tjrrhs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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