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과 아틀리에 제1장 제3화 [0]

렌첼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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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8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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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첼리노

김선생과 아틀리에
제1장
제3화 -첫 모험-



창문 밖 따사로운 아침 햇살,창문 밖 시끌벅적한 마을사람들의 대화에 눈을 떴다.
간밤에 스스로에게 출제한 문제를 생각하며 잠들었다. 어찌됐든 새롭게 부여받은 삶이다.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도 나쁘지 않을거다.
하지만,

"…… 역시 타인에게 도움을 줄때만큼 뿌듯한 순간도 없지."

나는 캡슐주사기를 팔에 꽂으며 말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10몇년간 환자들을 돌봐왔기 때문일거다.
그때 난 어째서 회복마법을 달라고 했을까? 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의사였기 때문에?
사실 다 맞는 말이다. 어느것도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뭔가가 허하다.'
그래. 무언가 가슴속이 허하다.
어째서 그럴까? 잘 모르겠다. 슬쩍 본 창문 너머로 같이 길을 걷는 노부부가 보였다. 그것을 보니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건 어째서 일까?
…… 모든것을 잃고,정신없이 살아왔다. 잊기위해서,일까? 아니길 바란다. 적어도 이제는 추억이라 부를 수 있으니까.

"…… 후,고민해봐야 소용이 없지. 움직이자. 오늘을 위해서."

걷다보면 우연히 답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아닐지도 모르지만,멈춰있는 것 보다는 낫겠지.
나는 여관에서 나와 식당으로 향했다. 벌써 점심때다. 오늘은 어제와는 다른 식당으로 가려한다.
이미 꾸중을 들은 곳에 가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도 없거니와,새로운 곳을 체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럼 다음으로 베이컨네 식당에 가볼까?"
2번째 식당은 Mr.베이컨이다.
여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그곳은,이상하게 점심 때 부터 손님이 붐볐다.
그렇게나 맛있나? 속으로 의문과 기대를 품은채 들어갔다. 그리고 곧바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곳의 종업원 아가씨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이렇게 나이를 먹고 평가질 하는게 예의가 아니지만,아마 감옥에서 봤던 입이 험한 아가씨 수준으로 예쁘달까?
둘다 금발에 장발이지만,여기는 포니테일이고,그 아가씨는 한쪽을 땋은 머리였지.
뭐,그전에 이 세계 사람들의 얼굴값 평균이 무척 높았것도 한 몫 했으려나.
'그랬구만.'
아마 손님들의 대부분이 여기있는 아가씨를 보러 온 거겠지. 그도 그럴것이 대부분 남성 손님밖에 안 보이니까.
대학교에서 공부할 적에 친구들이 자주가던 음식점이 생각났다.
'걔들도 맨날 알바하는 애를 보러 갔었지.'
새록새록 떠오르는 추억을 뒤로 한 채로 아가씨를 불렀다.

"아가씨! 여기 자리 남았어?"
"네! 혼자이신가요?"
"어~ 메뉴는 오늘의 추천으로 부탁할게."
"네~ 그럼 이쪽 카운터로 와주세요."

오늘도 카운터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그리고 이곳도 마찬가지로 아가씨와 주방의 힘찬 목소리가 마치 화음을 이루는 듯 했다. 음…… 어제의 가게보다 넓은데,홀을 혼자보는 모양이네?

"역시 나는 시안쪽이 취향이라니까."
"뭐야,이 로리콘 놈이."

옆 테이블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마법기사단 부단장이라느니,누가 더 좋다느니 하는 이성취향이야기였다.
참고로 웨이트리스 아가씨의 이름은 소피아라는 모양이다. 뭐,별로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여기,주문하신 오늘의 메뉴 나왔습니다~!"

그새에 주문한 요리가 나왔다. 소피아는 생긋 웃어보이며 접시를 날랐다. 오늘의 메뉴는 생선요리에 해산물인 듯 하다.
'역시 중요한 것은 맛이지.'
한 입 베어문 그 맛은 썩 나쁘지 만은 않았다. 하지만 어제의 식사와 비교하자면 고양이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그래도 나름 괜찮은 식사였다.

*

식사를 마치고 길드를 찾아갔다. 돈은 많이 있지만,더 모아둔다고 나쁠게 없으니까.

"여,또 왔냐?"
"어,또 왔지."
"오늘도 약초를 캐러 가냐?"

나는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다.

"쩝,사냥은 영 성미에 안 맞아서 말이야."
"뭐야,그게."

대머리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파티를 짜보라고,반 마족이더라도 마법 실력에 꽤 자신이 있는 모양이던데,상위로 올라갈수록 돈도 명예도 보장된다니까."
"명예를 쫓는 일은 이골이 났지. 이래뵈도 예전에 살던 곳에서는 나름 유명한 의사였거든."
"하하하하하하하하! 좋아,좋다구. 그 자신감."

호쾌하게 웃는 대머리.

"그럼 좀 있다가 다시 올게."
"참,기다려봐."

가려고 뒤돌아선 내게 대머리는 종이와 펜을 건냈다.

"괜찮다면 파티모집란에 니 이름을 올려주지 않겠어? 사실 어제 너가 나가고 난 뒤로 길드 안이 꽤 떠들썩했거든. 다들 마족의 실력이 궁금하다고 하더라고."
"음,글쎄다."
"길드차원에서 부탁할게."

나는 매끈하지만은 않은 머리를 긁어며 답했다.

"습... 네가 그렇게 까지 말한다면야,뭐."

나는 대머리에게 종이와 펜을 건내받아서 '파티 모집 광고'란 밑에다가 글을 몇자 적었다.

[파티 모집 광고]
이름:김수현
클래스:의사(신관)
랭크:F
비고:회복마법의 대가,김선생이라고 부르도록

"자,여기."
"오우,고맙다고. 이 녀석들아! 마족의 실력을 보고 싶다면 어서어서 응모하라고!"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음,오늘말고 내일로 부탁하지."
"오우!"

그렇게 뜨거워지는 길드를 뒤로 하고 나는 채집준비를 하기 위해 여관으로 향했다.
여관에 도착해서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노래를 들으려 했지만,왠걸,배터리가 동나 있었다.

"아나,계속 키고 있었나…"

여기는 따로 충전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흠…… 나중에 스킬로 어떻게든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허전함을 달래기위해 회종시계의 오르골을 돌렸다. 늘 듣던 노래가 나오자,향수에 젖어 왼쪽 인공눈에 이식한 사집첩을 머릿속에 펼쳐보았다.
내게 가족이라고는 여동생과 어머니 뿐이었다.
아버지는 여동생이 태어나고 얼마 안 되서 돌아가셨다. 한 6년을 함 께 살았나?
분명 기억도 바래질 정도로 어렸을 텐데,아버지의 따뜻함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 사람이 되겠다고 맘 먹은 것은 내가 좀 더 철이 들 무렵이었다. …… 여동생에게 더 잘 해 줄걸 그랬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코끝이 찡해졌다. 나는 뜨거워지려는 눈시울을 비비며 가죽주머니를 챙겼다.

*

성문 밖에 강가를 따라 어제의 그곳으로 갔다. 곳곳에서 나는 풀냄새. 졸졸흐르는 물소리. 쨱쨱쨱 이름모를 새소리.
어렇게 한가한게 얼마만인가 싶다. 센터에 있을 때는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생각해보니 간만의 휴일에,그것도 자던 도중에 급사한거잖아.

"에밀레 교수님께 면목이 없네."

지금도 무척이나 바쁠 센터상황을 생각하니 왠지 입안이 썼다.

"에이,이미 지난 일이고. 나 없다고 무너질 센터도 아니고. 다 잘 지내겠지."

나는 기분을 전환할 겸 스탯창을 열었다.

이름:김수현
성별:남자
종족:인간
레벨:6
직업:의사
HP:3200/3300
MP:114300000/114300000
STR:105
VIT:50
DEX:86
AGI:35
INT:7384000
LUC:20

패시브
마력회복:LV MAX
마력효율:LV MAX
언어지식:LV 1
공간창고:LV 1

액티브
회복마법:LV MAX
빙결마법:LV 3

스킬포인트:0

"마법이란게…… 굳이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됐었던 모양이네?"

나는 어제의 일을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얼음덩이를 그렸다.
그러자 허공에서 쩌적,얼어붙는 소리가 나며 얼음덩이가 두둥실 떠있었다.

"오호라,이거 신기한데."

나는 얼음덩이를 손으로 낚아챘다. 동시에 바로 얼음덩이를 떨어뜨렸다.
상상이상으로 차가웠다. 아니나 다를까,손에 감각이 거의 없다.
스탯창으로 보니 체력이 줄어있었고,'동상'이라는 상태이상에 걸려있었다.
"레쿠페라티오!"
즉시 내게 회복주문을 걸었다.
휴,하고 한숨을 돌리자 마자 코에서 뜨거운것이 쏟아져 나왔다.
첫날에 있던 불상사가 기억이 났다.
아차 싶었지만,때는 이미 늦었다. 그나마 빠르게 캡슐주사기를 꽂았지만,캡슐주사기를 팔에 놓은채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

"……….! …………………..! …………!"

뭐지?

"저……! ………….세……! ……….요!"

뭔가 시끄럽다.

"이봐……! 정………세……! 저기요!"

나는 부르르 눈썹을 떨며 눈을 떴다.

"저기요! 정신차리세요! 저기요!"

그러자 눈앞에 왠 금발머리의 미청년이 나를 열심히 깨우고 있었다.
나는 오만상을 지으며 일어나 앉았다. 머리가 아파서 고개를 숙인건 덤이다.

"다행이군요. 피웅덩이를 봤을때는 어떻게 되나 싶었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눈을 찡그리며 미청년을 올려다봤다.

"어우……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일어나실 수 있으세요?"

미청년은 나를 부축해서 일으켜 세웠다. 동시에 얼굴에서 뚝뚝,피가 떨어져내렸다.
미청년은 수건을 꺼내서 내게 건냈다. 나는 감사인사를 하며 수건을 받고,거기에 마법으로 물을 적셔서 얼굴을 닦으며 주위를 빙 둘러보았다.
미청년의 곁에는 후드를 깊게 눌러쓴 채 커다란 지팡이를 든 사람과 팔짱을 낀채 입을 씰룩이는 금발머리 소녀가 보였다.

"아이고,이거 수건을 더럽혔네요. 비싸보이는데……"
"괜찮습니다."

미청년은 호쾌하게 웃어보이며 수건을 다시 건내받았다.

"이런 곳에 쓰러져있으시다니,전투가 있었나요?"

미청년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말을 했다.

"아뇨,아뇨. 우습게 들리겠지만,약초를 캐러가는 도중에 지병이 돋아서요."
"아,아,예."

미청년은 당황하면서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이제 됐지? 가자."
"잠깐만,에스텔. 그래도…"

곁에 있던 금발머리 소녀가 가자고 재촉했다. 꽤나 예쁘장하게 생겼는데……
저거,저거. 환자를 앞에 두고 하는 태도가 무척이나 4가지가 없다.
그래도 발목을 잡은 건 확실하니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이거,폐를 끼친것 같은데,일행분 말이 맞습니다. 전 괜찮으니 먼저 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하하하,웃어보였더니 금발머리 소녀가 입을 더 쌜쭉거렸다.
반대로 미청년은 연신 괜찮냐고 물었다. 그 순간,풀숲이 요란하게 움직였다.
나를 제외한 3명의 시선은 곧바로 풀숲을 향했다.

"고블린이에요."
"전투준비를 할까?"
"잠깐,그런 것 치고는…"

나도 천천히 시선을 풀숲으로 옮겼다.
사락사락 소리를 내며 거기에 나타난 것은 온몸에 상처가 난 피투성이의 고블린과 한 쪽팔에 화살이 꽂힌 고블린.
둘다 숨을 헐떡이는게 당장이라도 죽을것만 같았다. 잠만,저 피투성이의 고블린……
설마?

"랜슬롯?"
"… 김… 선…ㅅ."

피투성이의 랜슬롯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옆에 서있던 고블린은 짧게 '오빠?'라는 단어를 내뱉고는 마찬가지로 쓰러졌다.
이거 상황이 안 좋다. 나는 바로 그들 곁으로 달려갔다.

"잠,잠시만요!"

뒤에서 미청년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내 시선은 오로지 랜슬롯의 상흔에만 집중을 하고 있었다.
이건 칼에 베인 흔적이다. 특히 다리는 거의 못 쓰게 되었다.
아마 무언가에게 쫓겨서 도망쳐 온 거겠지.
다른 고블린의 팔은 크게 부어있었다. 숨을 색색 거리는게 이쪽도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아 보였다.

"늦지 않았기를…!"

나는 입고 있던 옷을 찢어 고블린의 팔에 묶었다. 그리고 화살을 뽑으려 화살대를 잡아당겼다. 순간 고블린의 팔에 힘이 들어가는게 느껴졌다.

"잠시만 참아!"

뽑아낸 뒤에는 회복마법을 이 둘에게 걸었다.
상처는 순식간에 치유가 되었고,랜슬롯은 '으으…'소리를 내며 이마를 짚으며 일어나려했다.

"랜슬롯,무리하지마."

나는 천천히 그를 부축하며 일으켜세웠다. 옆에 있던 고블린은 정신을 잃었는지 그대로 누워있었다.
정신을 차린 랜슬롯은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김선생! 여동생…"

그리고 여동생을 보자 그 다급함은 많이 누그러들었다.

"이쪽이 여동생이었나보지? 걱정마. 회복마법을 걸었으니까."

나는 손을 여동생 고블린의 코에 갔다데서 숨을 쉬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숨을 쉬고있다.

"아마 잠든걸거야."

랜슬롯은 나와 여동생을 번갈아 보다가 여동생을 안으며 말했다.

"김선생. 고맙다. 죽을 뻔 했다."
"뭘,이 정도 가지고. 친구잖아."

나는 랜슬롯의 어깨를 토닥였다.

"친…구?"
"그래,어려울 때는 돕고 사는 거라고 했지?"
"고맙다. 김선생. 고맙다."
"잠,잠깐! 왜 고블린을 회복시켜 준거야!"

뒤를 돌아보니 금발머리 여자가 화를 내고 있었다.

"그야,친구니까?"
"하~?! 인간과 고블린이 친구라니,말도 안돼!"
"거 참,꽉 막힌 아가씨네."

나는 일어서며 말을 했다.

"그리고 나는 인간이 아니거든."
"뭐?!"

경악하는 금발머리와 자세를 고쳐잡은 후드.

"반마족이야,반마족. 반은 인간이고,반은 마족. 혼혈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딱히 이상할 것 도 없잖아."
"김선생,마족이었나?"

뭔가 경악한 듯한 고블린에게 나는 눈짓을 보냈다. 그런 내 말에 더 크게 반응한 쪽은 미청년이었다.

"당신이 그 반마족?! 길드에서 말한 신관이 당신인가요?!"

뭐야,한 솥밥이었나보다.

"저쪽 마을의 길드에서 말한 신관이면 내가 맞아."
"그렇군요! 사실 당신께 부탁할 일이 있습니다."

미청년은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면서 이야기했다. 뒤에 있던 금발머리 소녀,에스텔인가? 가 뭐라고 말할 새도 없이 말이다.
미청년이 달리자 내 뒤에 있던 랜슬롯과 여동생이 움찔했다.
그걸 알아챈 나는 미청년을 제지했다.

"워워,거기서 말하라고. 내 친구가 인간은 불편하다는 모양이니까."
"그,그런가요?"

미청년은 발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서 자기 사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선 저 3명은 화이트 라인이라는 파티란다.
이번에 근처 다른 마을의 오크퇴치 의뢰를 받았는데,하필 회복술사가 다쳐서 빠졌다는 모양이다.
덕분에 회복술사를 새로 모집하려고 어제 길드에 들렀던 참에,반마족이야기를 들었다나보다.
참고로,미청년은 알렌,금발머리는 에스텔,후드는 조피라고 하고,후드는 보랏빛 머리의 소녀였다.

"방금전에 본 회복마법은 훌륭했습니다! 실례라고 생각하지만,꼭 저희 파티와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알렌은 필사적이었다. 그렇게까지 회복술사가 없나보다. 흠,마침 나도 무료하던 참이었고……

"좋아. 그러지. 참,방금 전 부터 반말해서 미안하지만,괜찮지?"
"네,괜찮습니다. 것보다 이렇게 쉽게 승낙하셔도 괜찮습니까?"
"원래 직업이 신관이니까. 잘 됀거지."
"그렇습니까? 그럼 곧장 길드로 가도록 하죠."

알렌의 말에 바로 '예스'라고 답해주고 싶지만,신경쓰이는게 있어서

"아니,먼저들 가있어. 곧 따라갈게."

라고 답했다.

"그,그런가요? 그럼,먼저 가있도록 하겠습니다."

순순히 따르는 알렌. 음,고마운 친구구만 그래. 그렇게 셋은 먼저 마을로 향했다.

*

"랜슬롯,어쩌다가 다친거야?"

나는 약초를 캐며 신경쓰였던 친구에게 말을 건냈다.

"여동생,다쳤다. 그래서 김선생,찾았다."
"그랬구만."

랜슬롯도 약초를 뜯으며 나에게 답했다.

"그런데 다른 인간과 만났다. 싸우다,무기를 잃어서 도망쳤다."
"그래? 잘했네. 것보다 다친 여동생을 데리고,대단하다,야."

나는 웃으면서 랜슬롯에게 말했다.

"인간들,고블린 싫어한다. 김선생,마족이라서 다르다."
"아아,마족이란거,뻥이야."

뭔가 뒤에서 흠칫,하는게 느껴졌다.

"저 멀~~리에서 왔는데,내가 워낙 강하다보니깐,그냥 대충 둘러댄거야."
"김선생도 인간?"
"그렇지."

나는 맞장구를 치며 다 캔 약초를 가죽주머니에 담았다.

"그럼,김선생도,고블린 싫어하나?"
"아니지. 친구라고 했잖아."

나는 랜슬롯의 곁에가서 그가 캔 약초를 주워담았다.

"친...구,인가."
"그래,친구. 인연이 닿으면 친구가 되는 법이다."
"김선생,좋은 인간."
"허,참. 쑥쓰럽게 왜 이래."

나는 그말에 웃으면서 답했다. 약초도 거의 다 캔듯하다. 또 가죽주머니 2개가 빵빵해졌다.

"참,랜슬롯."
"왜 그러냐?"
"무기 잃어버렸다고 했지?"
"그렇다. 검,부러졌다."
"그럼 내가 새로 하나 구해다줄게."

랜슬롯은 나를 올려다 봤다.

"진짜냐?"
"그래,그래. 대신,여기말고 다른데로 이사해. 수도다 보니까 경비가 빡쌘 모양이더라고. 또 다른 모험가를 마주치면 그때는 정말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그런가. 알았다."
"읏차,그럼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라고,정산하고 무기를 사다줄테니까."
"알았다.'

랜슬롯은 끄덕였다.

"오빠?"

그 사이에 여동생쪽이 깨어났나보다.

"오오,카타리나,괜찮냐?"

여동생,카타리나는 그 말에 끄덕였다.

"다행이네,그럼 나 먼저 간다."
"알았다. 김선생. 고맙다."

나는 뒤로 돌은 채,양어깨에 짊어진 가죽주머니를 흔들며 '별거를 다'라고 전했다.

*

길드에 돌아가니,홀 안 쪽의 소파에서 화이트 라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카운터의 대머리에게 정산을 맡긴 뒤,화이트 라인 쪽으로 다가갔다. 알렌이 그것을 알아차렸는지 일어나서 나를 맞이했다.

"오셨군ㅇ"
"이거 미안,좀 만 더 기다려 줄 수 있겠어?"

그런 알렌에게는 미안하지만,나는 나의 말을 전했다.
이 말에 먼저 반응한 것은 4가지였다.

"하?! 무슨 소리야! 우리가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
"어디보자…… 한 2시간 정도 기다렸네."
"2…2시간? 그게 뭔데?!"
"여기는 시간 개념이 없나봐?"
"개념이 없는 건 당신이겠지! 몬스터나 회복시키고! 사람을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만들고!"
"에스텔! 그만해."
"하… 하지만…!!"

보다못한 알렌이 제지에 나섰다. 뭐,내가 좀 기다리게 한 것은 맞지만…… 이 4가지,상상이상이다.

"죄송합니다,팀원이 원래 이래서요."

그 말에 4가지는 뾰루퉁 해졌다. 알렌은 난처한지 '아하하…' 웃을 뿐 이었고,조피는 후드를 눌러쓴채 가만히 있었다.

"아니,에스텔…? 인가? 이 아이의 말도 일리가 있어. 내가 너무 기다리게 했고. 그런데 내가 좀 바빠서 말야.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줄 수 있겠어?"
"네,괜찮습니다."

이 호인은 웃으면서 괜찮다고 한다. 거참,미안할 따름이다.

"어~이! 정산 끝났다고~!"

카운터에서 대머리가 부르길래 나는 화이트 라인에게 손을 흔들고선 카운터로 달려갔다.

"자,여기 대금. 그런데 말야… 댁,몬스터를 회복시켰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대머리는 험상궂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차,싶었다. 망할 4가지.

"이야~ 이거 미안해. 내가 좀 아는 친구였거든. 그래도 여기서 이러면 안 된다고 잘 타일러서 멀리 돌려보냈어."
"따로 조항은 없지만,몬스터를 회복시킨다는 건 다른 모험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행동이라고."
"알았어,알았어. 다음 부터는 주의할게."

대머리는 나의 능청맞은 태도에 '흥'하며 카운터 안으로 들어갔다.
이거,괜찮은 거겠지?
나는 그대로 대금을 공간창고에 넣었다.
그리고 길드를 나와서 근처 무기점으로 향했다.
무기점에 들어서니 저만치에서 또 다른 귀가 길쭉한 난쟁이가 카운터를 보고 있었다. 아마 책으로만 보던 드워프 일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영화에서 나온것과 똑 닮았다. 이렇게 보니 사람의 상상력이라는 위대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이봐,주인장. 금화1닢으로 내 팔뚝만한 검은 살 수 있나?"
"음,잠깐 기다려보라고."

주인장은 곧바로 카운터 안으로 사라졌다. 곧이어 검을 한 4자루정도 들고왔다.

"자,보라고. 전부 다 내 자신작들이지."

아마 주인장이 직접 만든 것들인가보다. 나는 하나하나 살펴보며 추가주문을 하였다.

"그럼 이거의 반절정도 되는 검은 얼마정도 하지?"
"음,은화30닢."

나는 개중에서 약간 삼각형으로 생긴 검을 짚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그 은화 30닢의 검과 이 검을 같이 살게."
"좋다. 허리에 찰거라면 칼집과 벨트까지 합쳐서 은화 한 닢이다.어떠냐?"
"음… 그럼 허리에 찰거 하나하고,이거,이거는 등에 맬거거든,등에 맬 칼집과 벨트까지 부탁할게."
"알았다."

그렇게 말한 주인장은 안에서 좀 짧은 검 한 자루와 이것저것을 챙겨줬다.

"이가 나가면 가져와라. 은화 한 닢에 고쳐주마."
"오케이,오케이."

나는 두자루의 검과 이것저것을 가죽주머니에 넣고는 어깨에 맸다.
검을 두자루 산 이유는 간단하다. 하나가 부러지면 그에 대해 대비책이라는 것이 필요하니까 한 자루 더 구매했다.
그리고 장검 같은 경우에는 랜슬롯이 휘두르면 분명 대검이 될게 뻔하니까,혹시 몰라서 짧은 검도 준비하는 거다.
나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무기점을 나왔다.

*

시간이 좀 걸렸지만,무사히 랜슬롯과 만났다.
나는 가죽주머니에 담긴 검들과 칼집,벨트를 랜슬롯에게 건냈다.

"김선생,이것들은…?"
"어. 혹시 또 무기가 망가질 수 있으니까 두자루 사왔어."

랜슬롯은 검들을 살펴보며 말했다.

"전부 좋은 검이다. 김선생,고맙다."
"도우며 사는거지,안 그래?"

랜슬롯의 나의 말에 끄덕였다. 옆에서 카타리나가 랜슬롯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럼 나는 간다. 다음에 또 만나겠지."
"그런가."

나는 랜슬롯의 앞에 가볍게 주먹을 쥐어보였다.

"?"
"간단한 인사야. 주먹과 주먹을 살짝 맞부디치는거지."
"그런가?"

랜슬롯도 주먹을 쥐어보이더니,툭,하고 내 주먹과 살짝 맞부디쳤다.
주먹인사라는 거다.

"또 보자고."
"또 보자."

그렇게 랜슬롯 일행은 멀리멀리 사라졌다.

*

다시 길드로 돌아왔을때는 많이 늦어있었다. 해도 거의 다 져가는 모양이니까.
길드 입구에는 화이트 라인이,그중에서도 유독 4가지가 발을 동동구르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빠르게 다가가서 사과를 했다.

"미안해. 생각외로 시간을 잡아먹었네."

4가지는 흥,하고 고개를 홱 돌렸다.

"아닙니다. 일은 잘 끝냈나요?"
"어,덕분에 말이지. 여기에 있기도 뭐하니까,어디 술집에라도 가지 않겠어? 내가 살테니까,가서 천천히 이야기나 나누자고."
"아,감사합니다."

그렇게 나는 화이트 라인을 데리고 Mr.베이컨으로 안내했다.
맘 같아서는 고양이 쪽으로 가고 싶지만,왠지 귀찮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서 이쪽으로 왔다.
음식점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웨이트리스인 소피아를 불렀다.

"소피아! 여기 자리있어?"
"네~! 4분이신가요?"

소피아는 알렌을 흘끗,쳐다보며 베시시웃어 보였다. 왠지 곁에 있는 4가지가 반응하는 것 같지만.

"어. 오늘의 메뉴 4개 부탁할게."
"예! 여기 오늘의 메뉴 4개요~!"

오늘도 힘차게 대답을 하며 나와 화이트 라인을 큰 테이블 쪽으로 안내했다.
조금 기다리자 곧바로 시킨 음식이 나왔다. 소피아가 알렌을 눈으로 흘기는 것은 덤이다. 아마 마음이 있나보다.

"그래서 의뢰의 건 말인데요……"

들어보니 의뢰는 내일 진행하나보다.
여기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크진 않지만,그래도 작지만은 않은 촌락에서 요 며칠 오크가 계쏙 출몰해서 피해를 입힌다는 모양이다.
중간중간에 4가지가 틱틱거리는 것 만 제외하면 전부 좋았다. 문제는 이 다음이었다.

"알뤤! 웨 구지 이뤈 못섕긴 대뭐리를 뎨리고 가야 하냐고오오오오오!"

4가지가 금방 취해서 주정을 부렸다.
아니,대머리가 어때서 계속이러는지... 아마도 내 생김새가 맘에 안 드나보다.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좀 씁쓸했다.
뭐,덕분에 알렌과 4가지가 커플이라는 것을 알았다. 알렌녀석,고생깨나 했겠는걸.
조피는 계속 후드를 눌러쓰는데,말 못 할 사정이 있나보다.
이러저러해서 빨리 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내일의 집합장소는 아침 일찍 남문이라는 모양이다.

*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남문쪽으로 향했다.
아직 화이트 라인 일행은 오지 않았다.
이곳 남문은 마차 정류소 인가보다. 수많은 말 비스무리한 것과 마차가 즐비했다.
약속장소에 사람대신 뭔가 좋아보이는 마차와 마부가 대기하고 있었는데,화이트 라인이 불러놓은 마차라고 한다.
아마 개중에 부자가 있는가 보다.
1시간 쯤 지났을까. 화이트라인 멤버가 이쪽으로 오고있는게 보였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많이 늦었네요. 기다리셨나요?"
"아니,나도 방금전에 온 참이야.
"그런가요? 그럼 출발하죠."

알렌의 말과 함께 우리는 마차에 타고선 오크가 출몰한다는 마을로 향했다.

"그런데,잠시 괜찮을까요? 김…선생님?"
"어. 무슨일 인데?"

마차를 타고 조금 이동하자 알렌은 나에게 물었다.
참고로 자리배치는 나혼자에,반대편에 4가지,알렌과 조피였다. 뭔가 미안한걸?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회복마법의 레벨을 확인하고 싶은데요."
"아아~ 나는 뭐,이곳의 기준으로 봤을때는 S급 이던가?"
"거짓말!"

4가지가 큰소리로 외쳤다. 목소리가 우렁찬게 이거,장군감이다.

"S급은 동화속에서나 볼 수 있는 등급이야!"

일리가 있는 말이다. 처음보는 사람이 '나는 용사급이다.'라고 하면 나 같아도 안 믿을거다.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만,내가 살던 곳에서는 등급을 이렇게 표시를 안 하거든. 대신 숫자로 표시하지."

알렌은 당황스러워 하며 내가 재차 물었다.

"그럼 숫자로 표기했을때는 어느정도 인가요?"
"글쎄? 나도 최고가 몇인지는 모르지만,내가 살던 곳에서는 MAX였어."
"MAX… 인가요?"
"안 믿길지도 모르지. 그런데 실제로 그래. 참고로 다른 마법은 얼음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
"빙결마법 말이군요. 그럼 빙결마법은 어는정도 이신가요?"
"어디보자… 레벨 3이던가?"
"…그게 뭐야. 낮네."
"뭐,회복마법에 비하면 많이 낮지. 배운지 며칠 안 되서 말이야."
"실전에서 기대할 수 도 없겠네."

4가지가 비아냥 거렸다.

"자자,에스텔도 그쯤 해둬. 같이 일할 동료니까."
"…흥."

4가지는 내 일거수 일투족이 맘에 안 드는 모양이다.
전에 살던곳에서도 몇 번 진상을 상대해봤지만,그런 경우는 무시가 답이다. 무시하자,무시.
대화가 금세 사라져서 나는 잠깐 눈을 붙였다.
깼을 즈음에는 휴식을 취할곳에 도착한 모양이다.
들은바로는 그 마을에 가기전에 있는 모험가용 휴식처란다. 마을은 도시에서 반나절정도의 떨어진 거리에 있다는 것 같다.

"자,그럼 점심준비를 할까요?"

알렌은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뒤에 있는 두 아가씨는 요리를 잘 못한다는 모양이다.
그덕에 요리는 나와 알렌이 도맡았다.
식기며 주방용품을 마차에서 꺼내는데,뭔가 군대에 있을때가 기억났다.
예전부터 혼자 살아서 그런지,왠지 모르게 높아진 요리실력을 뽐내기에는 딱 적당했다.

"멋,멋진 솜씨네요. 김선생님."
"아,혼자 산지 꽤 됐거든."
"그,그렇군요."

그렇게 완성된 요리를 다 같이 먹었다.

"… 맛있네."

4가지는 나지막히 말했다. 굳이 대꾸는 하지 않았다. 무시하자.
다행히 일행들의 입맛에 맞았나보다. 그렇게 말없이 5명이서 밥을 먹는데,이번에도 말을 꺼낸것은 알렌이었다.

"깊이 파고드는 화제가 되는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만,김선생님께서는 회복마법을 쓴다고 하셨는데,신관이신거죠? 아니면 학교에서 교편을 잡으셨거나…"
"내가 살던 곳에서는 '의사'였어. 신관과는 조금 다르지만,똑같이 사람을 치료하고 고치는 직업이지. 여기서 그나마 비슷한게 신관이라서 그렇게 둘러댔지."
"의…사…인가요?"
"응,의사. 마법을 쓰지 않고 사람의 병을 고치는 직업이었지."
"흥,마법을 쓰지 않고 사람의 병을 고친다면 그건 연금술사지."

4가지가 툭,하고 내뱉었다. 이 역시도 무시했다.

"내가 나고 살던 곳은 마법이란게 되게 희소한 나라였거든. 덕분에 아버지께서 많은 추앙을 받았지만 말야. 나도 원래 마법같은건 잘 못쓰던 편이었는데,나이를 먹더니 쓸 수 있게 되더라고."
"그렇군요. 그럼 그 목에 걸친 목…걸이?도 그런 도구인가요?"
"아,이거? 이건 '헤드셋'이라고,노래를 듣는 도구지. 지금은 못 쓰지만. 배터리가 나갔거든."
"배…터리? 말인가요?"
"음… 뭐,그렇지."

여태껏 말이없던 조피가 처음으로 말을 했다.

"신기한거에요."
"나중에 충전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꼭 들려줄게."

그렇게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식사를 마치고 이것저것을 정리했다.

*

마을에 도착했을 때에는 거의 저녁즈음이었다. 저물어가는 해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우리는 마을에 도착해서 미리 잡아둔 여관으로 향했다. 오크는 새벽에 출몰한다는 모양이다.
그때까지는 자유시간이고. 방배정은 나와 알렌이 한 방. 아가씨 둘이 한 방이라는 모양이다.

"그럼 시간이 되면 여기 여관으로 와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케이,오케이."

나는 화이트 라인을 뒤로 하고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한 1시간쯤 돌아봤을까? 대충 다 둘러본 것 같아서 여관으로 돌아왔다.
나도 초인은 아니니 조금은 쉬어야겠지.
그렇게 삐걱대는 나무계단을 올라 방에 들어가려는데,옆의 아가씨들 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매우 야릇한,의무방어전의 목소리였다. 소리를 들어보니 셋이서 하고있나보다.
'어우… 체력도 좋네 그래.'
피치못하게 남의 정사소리를 들어서 뻘쭘해진 나는 다시 여관을 나왔다.
나도 화상을 입게된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꽤 방탕하게 생활했다. 그래서인지 저들도 나름 이해가 됐다.
그나저나,알렌은 4가지 뿐만이 아니라 조피와도 사귀나 보다. 대단한 능력자네.
할 짓도 없었기에,그냥 배나 채우려고 음식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음식점에서,낯익은 사람과 마주치게 되었다.

"어머어머. 이거 되게 오랜만이네요. 우후훗."

머리에는 회색 비니를,몸에는 흰색 가운,그안에 방어력이라고는 쥐꼬리만큼도 기대하기 힘든 옷을 걸친 '마녀'였다.

"…그러게,오랜만이군 그래."

이거 야단났다. 이런곳에서 빵에 있던 동료…라고 할까,지인을 만나게 되다니. 자칫 잘못하면 나의 이상한 과거가 탄로날지도 모른다.

"그때는 너무 매정했어요. 아시나요? 저,당신을 꽤나 찾아다녔는걸요? 그보다 마족이라면서요? 어쩐지,마도귀족의 특제감옥에서 마법을 난발한다 했어요."

우후훗 소리를 내며 마녀는 이것저것을 말했다.

"그렇지,뭐. 그보다,이곳에는 어쩐일이야?"
"음~ 저를 찾는 아가들을 보살펴 주기 위해 왔다… 랄까요?"

뭐야 그게.

"그래? 그럼 볼일보라고."

나는 빠르게 자리를 떠나려고 했는데,뒤에서 마녀가 덥석하고 안았다.

"너무 쌀쌀맞은 걸요? 저는 그 날이후로 당신을 잊은 적이 없는데."

귓가에 요염한 소리를 내뱉는데,방금전의 의무방어전소리를 들어서인가,묘하게 불끈불끈하다.

"그래? 그런데 미안해서 어쩌지. 나도 급한일이 있거든."
"섹스,보다도 중요할까요?"

오우야.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엉,중요하지."

나는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으며 유혹을 뿌리쳤다.
애초에 나는 환자다. 뭐,옮겨지는 병은 아니지만,그래도 내쪽이 찝찝하다.
잠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는사이에,음식점의 문이 덜컹,크게 열렸다.

"나,나왔다! 오크다! 엄청난 수의 오크가 나타났어!"

곧이어 누군지모를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게 사실이야?!""어이어이어이,너무 이른 시간 아니냐고!""여자와 아이들을 대피시켜라!""젠장! 토벌의뢰를 받은 녀석들은 어디에 있냐고!""우선 급한대로 남자들은 무기를 든다! 가자고!"

"젠장."

예상외로 더 빨리 침공한건가?

"어머? 오크를 토벌하러 오셨었나보죠?"
"그래,미안하지만 이만 가봐야겠다."

그러자 마녀가 나의 팔을 안았다.

"저번에 진 빚,아직 못 갚았는걸요. 저도 도와드릴게요."
"…알겠다."

그렇게 급조된 2인파티가 현장으로 달려갔다.
문제가 발생한 곳은 마을의 동쪽.
도착했을 때는 이미 처참한 광경이 눈 앞에 펼쳐져있었다.
여자들은 3미터정도 되보이는 거구의 오크무리에게 겁탈당하고 있었으며,남자들은 짓이겨져 몇마리의 오크에게 으드득,으드득 씹혀먹히고 있었다.

"미치겠구만 그래."

아무리 피를 많이 봐왔다지만,이건 지나치게 고약하다.
신의 장난도 정도것이어야지,이건 너무나도 아비규환의 모습이었다.
약간 패닉에 빠진 나를 정신차리게 만든것은 마녀였다.
마녀는 무언가 주문을 외우더니 불덩이 몇개를 오크에게 날렸다. 불덩이를 맞은 오크는 순식간에 폭사.
곳곳에 살점과 피를 흩뿌렸다. 거의 포탄을 맞은 듯 했다.
순간 전쟁을 하던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지만,그것을 뿌리치고 나는 정면을 바라봤다.
순식간에 오크의 시선은 우리에게 꽂혔다. 동시에 몇 마리의 오크가 곤봉을 휘두르며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겔루 텔룸."

나의 말에따라 공중에 여러개의 얼음창이 만들어졌다. 동시에 나는 그것을 오크를 향해 날렸다.
최대한 심장에 겨눠서.
한 마리당 하나씩 얼음창에 맞을때마다 쩌적,그대로 얼어붙고는 산산조각이 났다.
'의외로 강력하자나?'
그렇게 혼자 속으로 놀라고 있을때,뒤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김선생님!"

화이트 라인이다. 아마 이변을 눈치채고는 빠르게 온거겠지.
불행중 다행인 것은 상황은 이미 종료되었다는 거다. 아니,종료됐어야 했다.
내가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상태를 확인하려하자 저멀리 숲쪽에서 나무를 나뭇가지 꺽듯이 부수며 덩치가 훨씬 커다란 오크가 나타났다.
더욱이 다른 초록오크들에 비해 이녀석은 회색이다.

"아…아니! 하이오크잖아!"
"저…저게 하이오크라고?!"
"…왜 저게 이런곳에 있는거예요!"
"이건 무리겠는데요?"

"하…하이오크닷!!!""하이오크라고?!?!?!""무….무슨!""어째서 이런곳에 하이오크가!""어서 기사단을 불러! 어서!!!""젠장!!!! 젠장!!!!!!"

바로 뒤에서 화이트 라인과 마녀,마을사람들의 비명이 들렸다. 아마 저 멀리 있는 존재는 적장인가보다. 그것도 무척이나 강력한.

"김선생님,후퇴해야 합니다!"

알렌은 내게 일렀다.

"그럼 여기 있는 사람들은!"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닙니다! 우리만으로는 역부족이에요! 어서 기사단을 불러오지 않으면……!!"
"닥치고 환자나 옮겨!!!"

나는 알렌에게 고함을 내질렀다. 눈앞에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의사로서 그들을 내버려두고 가라니,절대로 안된다. 못한다.
그런데 그에 발맞춰 하이오크 역시 큰 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동시에 내게로 빠르게 달려왔다.

"젠장!"

나는 주문을 외울새도 없이 얼음창을 만들어 하이오크의 발과 다리를 향해 여러발 날렸다.
통할까? 통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에 있는 모든 이들이 몰살을 당할거다.
다행히 그에 맞은 오크의 다리는 얼어붙더니 쩌적,하고 부숴졌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무슨?!?!?!"
"어머나?"

자신의 다리를 부여잡으며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는 소리와 뒤에서 뭐라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침착하게 주문을 외웠다. 훨씬 더 크고 강력한 얼음창을 만들기 위해.

"마그누스 겔루 텔룸!"

그러자 하이오크의 머리 위에 보다 큰 얼음창이 만들어졌다. 이상하게 화려한 장식이 가득한게 특징이었다.

"가랏!!!!"

나는 그대로 손을 아래로 휘두르며 얼음창을 하이오크의 머리부터 몸통안쪽으로 찔러넣었다.
하이오크는 비명을 지를새도 없이 얼음창에 관통되어 그대로 얼어붙은 뒤,마찬가지로 산산조각이 났다.

"하악,하악,습…… 끝난거겠지?"

무릎을 부여잡고 헉헉대며 나는 숲 너머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다행히 오크나 하이오크가 더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그런 내곁으로 화이트 라인 일행들이 달려왔다.

"알렌! 환자들을 한곳을로 옮겨줘! 에스텔,조피! 너희도 도와!"

상황이 상황인지라 무심코 고함을 내질렀지만,화이트 라인의 일행들은 당황하지 않고 내말대로 해주었다.
그렇게 일렬로 환자들을 눕혀놓고는 주문을 외웠다.

"레쿠페라티오."

그러자 곧 커다란 마법진이 그려지며 환자들을 치유했다.
원래라면 일일이 상태를 봐가면서 진단을 해야되지만,정말이지 편리하다.
'… 이거 저쪽 세계에서도 된다면,죽도록 바쁘지 않았을텐데……"

"김선생님!"

알렌이 내쪽으로 왔다.

"도움이 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방금전의 추태까지…"
"신경쓰지마. 방금 녀석이 꽤나 강력한 녀석이라서 그런거잖아? 훌륭한 판단이었어."

나는 알렌의 뒤를 봤다. 거기서 조피와 4가지는 놀란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녀는 그새 자취를 감췄다.

*

그렇게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나서는 촌장의 집으로 불려 갔다.
그렇게 좁지 않은 응접실에서,촌장은 우리를 테이블로 안내했다.
테이블 위에는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차가 고급스러운 컵에 담겨져있었다.
참고로 자리배치는 나,알렌,4가지,조피였다. 그리고 맞은편에는 촌장이 앉아있었다.
나이대는 나와 비슷해보이거나 그 이상이었다.
그런 촌장이 입에 걸릴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입을 열며 촌장은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오히려 죄송할 따름이죠."
"아뇨아뇨,덕분에 피해도 거의 없이 끝났습니다. 설마 하이오크까지 나올 줄이야…… 무사하셔서 천만 다행입니다."

연신 감사하다며,덕분에 살았다며 감사인사를 받았지만,찝찝한건 찝찝한거다.
결국에는 사상자도 여럿 나왔고. 한자릿수에서 그치기는 했지만,강간을 당한 여성들의 상처받은 마음까지 생각하면 미안할 따름이었다.

"역시 이번 의뢰는 없던걸로 하는게…"

나는 화이트 라인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멋대로 지껄였다.

"아뇨아뇨아뇨! 그럴 수는 없습니다! 오크를 수십마리씩이나 무찔러 주셨고,거기다가 갑자기 난입한 하이오크까지 처리해 주셨는데.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 될 쪽은 오히려 저희 측입니다."
"흠……"
"무척이나 지치셨겠지요. 저희 쪽에서 편히 쉬실 곳을 마련하겠습니다."

그렇게 연관에서 촌장의 집으로 방을 옮긴뒤,배정된 방에서 화이트 라인 일동과 이야기를 했다.

"방금전에는 미안했어. 내 맘대로 정할 일도 아닌데 의뢰를 없던걸로 하려고 해서 말이야."
"아뇨. 딱히 신경쓰지 않습니다. 김선생님의 말씀대로 저희가 추태를 보였으니까요. 그보다도…"

알렌은 깊이 고개를 숙였다.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뭐가? 나는 딱히 신경쓰지 않는다구?"
"하지만,그래도…"
"원래 우리는 자정쯤에나 녀석들이 올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잖아. 어쩔 수 없던거지."
"그렇다면 적어도,이번 의뢰의 모든 보수를 김선생님께 드리고 싶습니다."
"어? 그래도 돼?"

알렌은 웃으면서 이야기를 이었다.

"이래뵈도 호주머니에 여유가 있으니까요."

역시 부자였네.

"당신,그 마법은 대체 뭐야!"

알렌 옆에 있던 4가지가 물었다.

"뭐긴,얼음창이지."
"그,그런게 아이스 스피어라고?! 듣도보도 못 했다고!"
"그럼 잘 됐네,이번에 보게 되서."

나는 입을 대빨 내밀면서 답했다.

"잠깐,당신,나를 바보취급하는거야?!"
"에스텔,그만둬. 우리의 은인이신 분이야. 김선생님께서 안 계셨다면 어떻게 됬을지…"
"그,그래도…"
"죄송합니다,김선생님. 에스텔은 드센면이 있거든요. 그래도 근본은 착한아이니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신경안써. 아직 어리잖아."
"어,어라다니! 벌써 어엿한 성인이란 말이야!"
"아,미안미안. 16세던가? 내가 살던 곳은 못해도 20살 이상은 되야 어른 취급을 해주거든."

4가지는 이것저것이 불만인 표정이다. 그래도 그럴 수 없어 '으그그그'거리는데,쌤통이다.

"하나,묻고 싶은게 있는거에요. 당신은 어디서 마법을 배운 건가요?"

조용히 있던 조피가 질문을 했다.

"그게 말이지,나도 하루아침에 생긴 능력이라서 말이야. 아버지가 마족이었어서 그런가 보더라고."
"그런…가요…"

마법사 같은데,지식을 얻고 싶은거겠지. 나도 이해한다. 모르는 지식을 눈앞에서 체험하고,그것을 탐구하는 것 만큼 즐거운 것도 없으니까.

"그럼 밤도 깊었겠다,이제 그만 자자고."
"네. 그러도록 하죠."

그렇게 우리는 편안한 밤을 맞이했다. 참고로 방은 여관에 있을때와 마찬가지다.

*

다음날,우리는 촌장의 아들을 데리고 도시로 귀환했다.
촌장의 아들이 같이 가는 이유는 상황보고와 추가로 난입한 하이오크에 대한 보고 때문이란다. 또한 마을의 피해를 도시의 공무원에게 전하는 일도 있고.
조만간 대를 이어서 촌장이 된다고 한다.

"이거 참,역시 모험가시네요. 마을의 실력있는 녀석들은 오크 한,두마리 정도는 별것 아니라고 기세등등했었는데,막상 떼로 몰려오니까 제대로 정항도 못했어요. 그런데 그런 오크들을 단숨에 퇴치하시다니."

촌장 아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마도 현장에 있었던 거겠지.
촌장 아들도 나에게 연신 감사하다는 말과 대단하다는 말을 했다. 듣자하니 딸이 있었던 모양이다.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

"그렇군. 사정은 알겠다."

길드에 도착한 우리는,촌장아들의 증언과 화이트 라인의 도움으로 사정설명을 했다.
하긴,아무리 마족이라고는 해도 저랭크의 모험가 꽤나 고랭크의 하이오크를 쓰러뜨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어려우니까.
그리고 오크무리가 생각외로 많았다는 점과,도중에 하이오크가 출몰한 점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들은 대머리는 깊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이건 길드의 잘못이야. 사전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지. 설마 하이오크까지 나올줄이야……"

이건 몇년만에 있을 법한 실수라고,대머리는 다시 한번 사과를 했다.

"그리고 보수의 건은 화이트 라인이 말한대로 처리해주마."
"감사합니다,마스터."
"참고로 추가 보상금도 지급될거다. 그건 어쩔거냐?"
"그것도 전부 김선생님께 드리십시오."

알렌이 말을 했다. 그에 나는 조금 놀랐다.

"괜찮겠어?"
"예. 사실상 혼자 퇴치하셨고,저희는 한게 없은까요."

알렌은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렇게 되었으니,부탁드립니다,마스터."

보수는 정산해서 내일 준다는 모양이다. 나는 화이트 라인과 헤어져서 여관으로 돌아왔다.

"후… 빡쌨다."

상상이상으로 힘들었다. 거기다가 그렇게 목숨을 거는게 모험가라니,역시 할게 못 된다.

"그래도 적응을 해야겠지. 내가 하고싶은 것을 찾기 전 까지는말야."

안정된 생활을 갖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이렇게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한 숨이 나왔다.
'그보다,레벨은 올랐으려나?'
문득 의문이 들어서 스탯창을 열었다.

이름:김수현
성별:남자
종족:인간
레벨:12
직업:의사
HP:14000/14300
MP:184300000/184300000
STR:305
VIT:150
DEX:186
AGI:135
INT:8384000
LUC:10

패시브
마력회복:LV MAX
마력효율:LV MAX
언어지식:LV 1
공간창고:LV 1

액티브
회복마법:LV MAX
빙결마법:LV 3

스킬포인트:6

레벨이 6씩이나 올라있었다.
'잘 됐다. 마침 시험해보고 싶은게 있었는데 말이지.'
나는 생각으로 '충전'과 관련된 생각을 했다. 그러자 새로운 스킬이 생겼다.

패시브
마력회복:LV MAX
마력효율:LV MAX
언어지식:LV 1
공간창고:LV 1

액티브
회복마법:LV MAX
빙결마법:LV 3
마력충전:LV 1

스킬포인트:5

이어서 '탐지'다.

패시브
마력회복:LV MAX
마력효율:LV MAX
언어지식:LV 1
공간창고:LV 1
마력탐지:LV 1
탐지:LV 1

액티브
회복마법:LV MAX
빙결마법:LV 3
마력충전:LV 1

스킬포인트:3

이어서 '도구제작'

패시브
마력회복:LV MAX
마력효율:LV MAX
언어지식:LV 1
공간창고:LV 1
마력탐지:LV 1
탐지:LV 1

액티브
회복마법:LV MAX
빙결마법:LV 3
마력충전:LV 1
마도구제작:LV 3

스킬포인트:0

"후,이정도면 됬으려나?"

나는 헤드셋을 목에서 빼서 충전을 하였다. 동시에 아이폰도 꺼내서 똑같이 충전하였다.
다행히 배터리가 충전되었다.
마도구제작은… 생각외이지만,그냥 필요할 것 같아서 만들었다.
예를 들면,내 의사라는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가운이라던가.

"크레아티오."

'창조'라는 의미의 라틴어를 읊조렸더니,눈앞에 치직,하고 가운이 생성되었다.
정확히는 실로 옷이 빠르게 짜여졌다. 나는 새로운 흰색 가운을 바라보며 흡족해했다.
나중에 일련의 소동이 조용해지면 다시 입자고,그렇게 생각하며 하루를 끝마쳤다.





원작: 다나카 -나이=여친없는 역사의 마법사-
원작자:분코로리

* 컨텐츠 출처 : 창작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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