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감정의 격차 [3]

Xzi존전사12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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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8 22: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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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zi존전사123X

그는 언제부터인가
불을 켜두고 집을 나서곤 했다

맞춰놓지 않은 알람이 꺼졌다고 투덜대고
하지 않은 전화를 왜 받지 않냐며 우기곤 했다

내지 않은 돈 때문에 불려가길 십수번
그는 단지 기억이 안난다고만 말했다

바쁜 와중 현관 비밀번호를 묻고
늘상 가던 식당의 위치를 헷갈리는 그에게

나는 점차 걱정보다는 짜증이 났고
병명의 무게보다 보험금에 눈이 돌아갔다

그가 무언가를 헷갈리고
다시 기억하고

떠올리고
완전히 잊어가길 몇 번이나...

언젠가 그가 나를
이름이 아닌, 그 정다운 호칭이 아닌

누구에게 가져다 붙여도 좋을
무미건조한 대명사로 불러주었을 때

나는 비로소 그가 겪은 세월을
잊어가는 것의 고통을 체감했다


켜놓은 불에 대해선

냈다고 우기는 몇 푼에 대해선
깨고 싶어하는 그의 투덜거림에 대해선

기어코 필사적으로 찾아가고 싶어가는
그 식당과 그의 안식처에 대해선

그만큼 분개하지 못했는가
그만큼 눈물흘리지 못하였는가

못난 자식을 잊은 것이
그에게 가장 큰 위로라는

더없이 덧없는 평론만을 남긴 채
그는 또 오늘 하루를 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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