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나의 팔보다 끼인 너의 손가락이 더 소중하다 [0]

그냥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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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0 00: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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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수필

어렸을때는 분명 영특한 아이였다. 공부를 잘하지는 않았지만 남들 다 다니는 영어학원 하나 안다니고, 학교에서 알파벳을 배워와 써왔으니 이 아이는 천재가 분명하다.

"김씨 아주머니, 아침부터 열심히시네."

"아이고, 조금이라도 덜 늙을때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지."

"거 몇년째 그렇게 아침에 일찍나와서 늦게 들어가면 몸상해. 쉬엄쉬엄 하고 그래"

"무슨.. 부지런히 벌어야 우리 아들 고기한번이라도 더 맥이지"

"아들은 요새 무슨일 한디야?"

"... 아니 뭐 요새는 공부하고 있제."

"그려? 공무원인가 뭔가 준비한다고 하지 않았어? 아직 안됬는가벼?"

"나랏일 하는게 어디 쉬운가... 조만간 붙겠제 뭐..."

"우리 아들은, 언젠간 꼭 크게 된다 점쟁이가 그랬어... 지금은 약간 방황하고 있는거여."

"하여간 몸조심혀. 우리같은 사람은 병나면 큰일나."

"그래... 고마우이.."

말 끝나고 일어서자마자 날카롭게 날아오던 요통이 등을 강타한다. 숨쉬지도 못하는 고통이지만 그런것은 중요하지 않다.

아픈티를 내서는 안된다. 아픈티를 내면 일을 내주지 않기때문이다.

"어디보자.. 오늘은... xx빌라 xx동 xx호 청소가 있는데... 근데.. 이 아지매가 젊은사람인데 싸가지가 없어. 괜찮혀?"

"아이고, 시켜만 주면 열심히 하지요."

누가 보더라도 으리으리한 아파트. 인터폰에 번호를 누르고 들려오는 앳된 소리.

"누구세요?"

"xx청소입니다. 청소하러 왔습니다"

"지금 시간이 몇신데 이제 오는거에요?"

이윽고 열리는 출입문에 경비복을 입은 젊은 청년은 이쪽을 주시한다.

들어서던 70평짜리 아파트. 넓은 집의 탁트인 전망에 눈이 휘둥그래진다.

"아줌마, 일 똑바로 안하면 알지? 나 단골인거."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30살 초의 나잇대의 어린 새댁이 반말을 하며 따박따박 말하는 꼬락서니가 영 보기좋진 않지만, 그런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2시간동안 쓰라리는 허리를 부여잡고 마친 청소에 잘가라는 말한마디 없이 현관문이 쾅하고서는 닫힌다.

송골히 맺친 땀방울이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이 다음 집을 가야한다.

어느덧 날은 어둑해져 가로등불만 아른거린다.

"김씨 아줌마. 오늘도 수고했어. 여기 일당"

14시간을 일하고 받은 15만원. 최저시급을 조금 넘긴다만 이게 어디인가.

아들이 좋아하는 치킨을 한손에 사들고서는 집으로 돌아간다. 오늘은 아들이 밥을 먹었을까 하는 부푼 기대를 안고 현관문을 들어선다.

아침 그대로 붙어있는 포스트잇에 반찬통들은 말이없고 이내 절망감이 밀려온다.

사온 치킨을 들고 걸어잠긴 문에 노크를 한다.

똑똑똑-

"아들. 밥 먹었어?"

이내 말이없고 한번더 문을 두드리자 들려오는 소리.

"아 왜. 씨발!"

아무말없이 치킨을 방문에 내려두고 지친 몸을 침상에 눕힌다.

아마, 힘들었겠지. 아비도 없이 어미 하나로 자란 아이라 잠깐 방황하는것 뿐일것이다. 우리 아들은 원체 머리가 좋기에 나중에 공무원이던 장관이던 무엇이라도 되서, 장가도 들고 손주도 데려올것이다. 심성은 분명 고운 아이인걸 알기에 괜히 무안하고 미안하니까 저렇게 말하는거겠지. 아마 몇년대로 대성하여 이 두칸짜리 방이 아닌 오늘 청소하던 커다란 아파트에 살게 해줄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니 그런 큰집은 바라지도 않는다. 우리 아들은 머리가 좋으니 뭘해도 성공할것이다. 그저 조금 지치고 힘들어 저럴 뿐일것이다. 우리 아들 조금이라도 따뜻하고, 맛있는 밥을 차려주지 못하는것이 그저 한이다. 앗- 허리가 아프다. 병원을 갈까? 아니야. 무슨 병원이야. 병원갈 돈으로 우리 아들 맛있는거 조금이나 더 먹이면 그걸로 된거지. 병원은 나중에 우리 아들이 성공하면 그때 가도 늦지 않을것이다. 3년? 아니 어쩌면 내년에 당장 공무원에 붙어 합격증을 떡하니 들고와서 맛있는 밥을 사주지 않을까. 아마도 조만간 대기업에 붙어 사원증을 들고와 맛있는 밥한끼면 병원같은데 가는거보다야 훨씬 낫겠지. 아마 ...

시야가 흐려지며 이윽고 시끄러운 알람소리가 난다.

급하게 놀라며 알람을 끈다. 아들이 자고 있다.

아들이 깰까 조심조심 걸어다니며 밥상을 차린다. 급히 옷을 챙겨입고 조용히 현관문을 나선다.

오늘은 아들이 아침밥을 먹기를 기원한다.

* 컨텐츠 출처 : 창작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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