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국밥 [2]

닥터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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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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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블랑

 

 

소고기국밥

 

 

 

몇 살이나 먹었다고 이제 나이가 들었다는 것인지 요즘은 국이 없으면 밥 넘기는 게 싱겁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국밥이 좋다그날도 어느 소고기국밥집에 점심을 해결하러 들어갔었다그 음식점을 고른 데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배가 고팠고, “소고기국밥이라는 간판이 보였을 뿐이다메뉴도 단촐하게 국밥과 곁가지 메뉴 몇이 다였고 테이블도 거의 비어 있었다마침 나보다 앞서 들어온 한 손님이 주문을 했다.

 

소고기 둘이요

 

주문을 받은 아주머니는 주방을 향해 외쳤다.

 

국밥 두 그릇!”

 

아주머니는 우리 테이블로 왔고 손님은 국밥을 기다렸으며 주방에서는 소고기국밥을 만들기 시작했다그곳은 소고기국밥 간판을 건 소고기국밥집이었다그때 나는 나 혼자 생각하기로 꽤나 복잡한 문제를 가지고 끙끙 앓고 있었는데사는 게 이 소고기국밥집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선택지도 몇 없어 고르는 데도 어려움이 없고 무엇으로 부르더라도 무엇을 가리키는지를 서로가 다 알아서 어떻게 부르든 오해가 없는 세계.

 

그 국밥집의 분위기국밥의 가격국밥의 맛 같은 것은 진작 잊어버리게 되었지만 오직 다양하게 불리우는 그 국밥의 이름만큼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그 뒤로 나는 이따금씩 우리가 국밥의 세계에서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저이가 말하는 것과 내가 말하는 것이 실은 같은 것인데 그것을 호명하는 데 사용하는 표현이 서로 다른 것은 아닐까저이는 소고기라고 말하고 나는 국밥이라고 부르지만 실은 둘 다 소고기국밥일 뿐인 것은 아닐까정말 세계가 소고기국밥만큼 간단하게 생겼을 리는 없지만이런 가정법은 아주 가끔씩 내게 위로가 된다허기와 다른 어떤 것에 지쳐 국밥집에 들어가면 나는 메뉴의 이름을 일부러 절반만 불러본다순대국밥이면 순대요” 부대찌개면 부대 하나요” 하는 식이다그렇게라도 해서 말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름이 가리키는 뜨거운 실재로 허허한 속을 채우기 위해서 오늘도 나는 국밥집에 간다

 

 

* 컨텐츠 출처 : 창작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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