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알게 된 순간 [42]

절망적인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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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9-05-06 12:39:59
이동 2019-05-15 06: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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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인남자

유치원 다니던 7살 때

원생들의 부모님들을 초청해 학예회를 했었다.

우리 엄마,아빠는 맞벌이를 하는 중이셨고

학예회 전날 부모님은 미리 나에게 말씀하셨다.



"태준아, 엄마랑 아빠는 일이 바빠서 내일 아마 못 갈 거야.

그래도 혼자서 잘 할 수 있지?"

"응!"



그 질문에 나는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답했다.

왜냐면, 난 진짜로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었으니까.

엄마,아빠가 응원오지 않아도 나 스스로 모든 걸 마친다면

왠지 내가 조금 더 빨리 씩씩한 어른이 될 것만 같아

오히려 부모님이 못 온다는 소식이 기쁘기만 하였다.



학예회 당일, 나는 정말 혼자서도 잘했다.

내 친구들은 종종 실수도 하고

그럴 때면 엄마! 아빠! 하면서 울먹이기도 하고

그러면 부모님들은 내 친구들을 안아주거나 응원해주셨지만

난 그런 것도 없이 모든 걸 잘 해냈다.

어른이 되가는 것만 같아 가슴이 벅차올랐다.



학예회가 끝나고 모두들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도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유치원 선생님 한 명이 나를 부르셨다.



"태준이, 오늘 혼자였는데도 안 울더라? 너무 잘했어"



그러고는 나를 토닥토닥 안아주셨다.

뭐 이런 걸 가지고, 후훗, 하는 생각이 들길래

나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선생님께 인사 드리고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걸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 한 줄기가 뺨을 타고 흘렀다.

너무 깜짝 놀라서 팔뚝으로 황급히 눈물을 닦았을 때

입고 있던 병아리색의 유치원복 팔뚝에

샛노랗게 눈물 자국이 찍혀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왜였을까?

스스로가 혼자인 줄은 알았지만

남들도 나를 혼자라고 생각할 줄은 몰랐는데

남들이 그렇게 생각했었다는 걸 알게 되자

부끄러웠던걸까?



나는 언제 외로움을 알게 됐을까, 혼자서 곰곰히 생각해보는데

7살 적 흘렸던 그 알 수 없는 눈물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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