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驚蟄)의 바람이 지리산을 훑고 지나갔다.
하지만 대지가 머금은 냉기는 여전했다. 얇은 무관복 틈새를 파고드는 날 선 바람이 뼈마디를 거칠게 긁어댔다.
목적지는 산청(山淸).
조선의 척도로 칠십 리가 훌쩍 넘는 데다, 굽이치는 산자락을 끼고 도는 탓에 온종일 안장 위에서 버텨야 하는 지루한 캔버스였다.
터벅, 터벅.
얼어붙은 산길 위로 군마의 말발굽 소리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가죽 안장의 차가운 감촉을 느끼며, 나는 허공에 반투명하게 떠오른 숫자를 응시했다.
[현재 잔여 포인트: 68,500 Pt]
[현재 카르마(업보): 7,617]
진주성에 당도하기 전 바위 뒤에서 100포인트의 잔액을 쥐고 벌벌 떨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나는 수만 포인트의 재화를 손에쥐고 걷는 조선의 무관이자 한 고을의 현감이다. 수백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전생의 끔찍한 업보. 그 무거운 죄악을 알고난 순간부터, 오만하지 않으리라 수없이 다짐했지만, 어깨가 으쓱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