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山淸)의 거리는 무참했다.
아침 햇살이 폐허를 비추었지만, 온기는 없었다. 처마 밑에 웅크린 채 얼어 죽은 노인, 흙바닥을 파헤치며 마른 뿌리를 씹는 아이들. 집을 잃고 떠도는 백성들의 몰골은 핏기가 거세된 조악한 석고상 같았다.
나는 군마 위에 앉아 그 참혹한 정물화(靜物畵)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무엇을 먼저 칠해야 하는가.'
성벽을 높여 요새화를 서두를 것인가.
총을 쥘 수 있는 자들을 색출해 정규군부터 양성할 것인가.
아니, 그 어떤 거창한 전술적 붓놀림도 물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단순히 돌을 쌓아 성벽을 높이는 방식은 삼류다. 고립된 산성에 틀어박히는 짓거리는, 결국 굶주림이라는 지우개에 스스로를 지워버리는 자살 행위에 불과하다.
전쟁의 척추는 결국 보급과 경제다. 나는 군인이기 이전에 이 텅 빈 도화지를 책임져야 할 현감이었다.
"경제개발 2개년 계획."
입술 사이로 건조하고도 기계적인 단어가 흘러나왔다. 여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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