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면 애를 낳지 말아야 한다.

이 말은 돈에 미쳐버린 이 사회가 만들어낸 수없이 많은 천박한 말들 중 단연코 가장 천박한 말일 것이다.

이 저열한 비난과 비겁한 자기 변명이 유독 역겹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저변에 배금주의적 사고방식이 그대로 담겨 있을 뿐 아니라 거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그것을 윤리적 영역으로까지 끌어들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의는 잘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 이 시대 사람들,
한반도 반만년 역사 이래 전 국민이 밥을 굶지 않는 유일한 시대에 태어나 한평생 부족함이라곤 상대적 박탈감밖에 느껴보지 못했으면서 신념을 조롱거리로 전락시키고 가치관을 거세시킨 이 배부른 사회가, 생명의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한 말이다.

물질적 풍요로움이 보장된다고 해서 없던 책임감이 갑자기 마법처럼 생겨나지 않는다.
그것은 참으로 모순적이게도 이 사회가 증명하고 있다.
가난하면 애를 낳지 말아야 한다고 말 하는 사람 중 부자가 되었을 때 자녀를 많이 낳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돈이 많아야 애를 키울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실제로 돈이 많아져도 애를 제대로 키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돈에서 책임감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에서 돈을 지혜롭게 사용할 혜안이 생겨나는 것이다.

매일매일 가족을 위해, 자녀를 위해 몸과 영혼을 아낌없이 불사르며 헌신하는 아버지 어머니들에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존경과 위로의 말씀을 바친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진정으로 듣고 싶은 말은, "제게 건물을 남겨 주셔서 감사해요"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말이 아닐까.

당신들의 거름 위에서 우리들이 비로소 싹을 피울 수 있었다.
단 한 순간도 살아있음으로 인해 당신들을 원망했던 적은 없다.
결핍은 원망의 대상이 아니라 성장의 원동력임을 가르쳐준 당신께 감사드린다.


날씨가 춥습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웃대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