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방은 리브 타일러....................



웃자에서 초딩초딩해서.. 정말 초딩이 나쁜건 알지만,
여기는 광주이고... 그렇게까지 발전한 곳은 아닙니다. 물론 하나의 시로써
대도시임에는 분명하지만, 아직 여기에는 가끔가다 웃자에 올라가는
추억의 과자들이라던지, 장난감같은게 문구점에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는,
그런 곳이랍니다.

아이들도 컴퓨터게임보단 밖에나가 놀길 좋아했고, 제 늦둥이 동생도 마찬가지 였죠.
제 나이 이제 24살이고, 제 동생은 제가 17살, 고1때 태어난 아주 어린 동생입니다. 올해로 유치원 마지막반을 다니게 됩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맞벌이를 하시고, 저 또한 일을 하고, 늦둥이 동생과 제 사이에 있는 둘째는 봄방학을 맞아서 유럽 외갓집에 가있기 때문에,
동생을 돌보아 줄수 없었던 어머니께선 잘 주지 않던 돈을 하루에 천원씩 주셨고, 동생은 그걸 가지고 문구점에 가서 재밌게 놀곤 했습니다.



그렇게 방학이 잘 지나가는듯 하다가, 오늘 드디어 일이 터졌습니다.
한참 일에 쩔어서 자고있다가, 동생이 우는 소리가 들리길래 일어나서 왠일이냐 물어봤더니,
동생이 알도 못하는 애한테 돈을 '뜯겨 왔다'라는 겁니다. 너무 화가났죠.
잠에 일어나서 멍한 상태였는데 그 얘길 들으니까 정신이 확들더군요.

대강 세수하고 옷 좀 입고 동생에게 그놈있는곳에 가자고 하였습니다.



문구점으로 데리고 가더군요. 그리고 그놈을 골라내며, 저놈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요즘 애들 영양상태 좋은건 알지만, 그렇게 좋은놈은 첨봤습니다.
처음에 봤을땐 덩치큰 중학생정도로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어쨌든 가서 따졌지요.

대강 대화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야" 라고 부르니 힐끔 절 쳐다보더군요.

"니가 얘（제 동생을 가르키며） 돈을 ...（뺏어갔냐 라고 말하려다가, 동생이 돈을 계속 뺏어갔다 했기 때문에 말을 끊고）
상습적으로 가져갔냐?"

적어도 중학생일것 같다는 생각에 상습적이라는 말을 알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상습적이 뭔말이래?" 갑자기 이러길래, 반사적으로 제 입에서

"너 나이가 몇이냐?" 하는 말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그놈도 얼떨결에

"열 둘인데요."라고 하더군요. 기가막혔습니다. 어떻게 12살이 5살 어린 놈한테 몇일인진 모르겠으나 상습적으로 돈을 뜯다니요.

"니가 얘（제동생） 돈 가지고 오면 뺏어갔냐?" 라고 물으니,

순순히 그렇다고 말하더군요. 그게더 기가막혀서,

"내가 쟤 누난데, 니놈이 돈뺏어갓다는거 듣고 왔거든."

"그런데 어쩌자고요"

왔거든- 이란 말이 끝나자마자 속사포처럼 그런데 어쩌자고요 라고 하더군요.
그 뒤에 SSibal.. jot까 이런말이 들리긴 했지만 무시하고.

"머리가 돌이냐? 얼른 사과하고 그동안 뜯은돈 내놓지 못해?"

라고 했더니, 그놈이 절대 그럴수 없다는군요. 그래놓고선 저를 갑자기 팍 밀치더니, 미칠듯한 스피드로 도망갔습니다.


황당해서 야!!!소리를 질렀더니, 문구점주인 아줌마가 나오시더군요,
전부터 친했던 분이라 도대체 쟤가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쟤 요즘에 어린애들 돈뜯는 애들중에 제일 나빠! 아마 네 동생도 한달정도 뺏겼을거야.
내가 직접당한건 아니라서 신고까진 못하겠더라고... 그런데 지가 말하기로는
지 아빠가 무슨 경찰이라네? 그래서 신고해봤자 오히려 신고한 사람이 잡혀갈거라고
아주 소리를 치던데. 그러니까 애들이 아무말도 못하지."


그 말을 듣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멈추지 못했습니다.
제 동생도 바보는 아니지만, 소심한 성격이라 그 말을 듣고 저나 부모님께 말하면, 혹시라도 잘못되서
부모님이나 제가 이상이 있을까봐.. 아니면 겁을 먹어서인지 말을 못했던것입니다.


하지만 그놈 오늘 사람한번 잘 만난듯 싶습니다.
곧바로 제 친구에게 전활 걸었죠.

제 친구의 삼촌분도 경찰에 관련된 직장을 가지셨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상황에 대비해서 미리 말을 해놓고,
문구점 아줌마께 주소를 물었더니, 외상할때 적어놓은 주소가 있었다며,
그걸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리고 갔죠.


갔더니, 어떤 아줌마께서 나오시더군요. 그 아주머니께 제가 정중하게 말씀드렸죠.

"이 집 아드님 계세요?" 라고 했더니 그렇다고 하시더군요.

"아드님께서 제동생및 다른 애들에게 약 한달간 돈을 뺏어온걸, 이제야 알게되어서, 이렇게 말씀드리려고 왔습니다."

라고 여기까지 말을 마치자, 좀 불안해지긴 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초딩들의 부모는 자기 아들, 딸만 감싸려 드는 바보같은 사람들일까봐서요.

하지만 제 예상은 빗나가고, 그 말을 듣고 약 몇초후,
그 어머님께서 화난 표정을 하시곤 집안에 들어가셔서, 아들을 끌고 오시더군요.

" 이 애가 당신 동생 돈을 뺏었다구요?"
격양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네. 라고 짧게 대답하자,

갑자기 옆에 있는 빗자루로（문구점 옆에있는 주택단지에 살고있었습니다）
아들을 때리는것이 아닙니까. 너무 놀래서 말리려고 해봤지만, 약 30분동안
어머님은 때리려고 하고, 아들은 피하려고 하고, 전 말리려고 하고, 동생은 울려고 하고.

소동이란 소동이 다 벌어지더군요.

그러더니 어머님이 지치셨는지, 눈물을 흘리시며 저한테 사과를 하셨습니다.

"아들 하나있는것 좋은것만 주고 좋은것만 가르쳐주려 했는데 그게 오히려 더 나빠진것 같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라고 하시더니, 집안에 들어가셨습니다. 약 10분동안 들어가 계셨고,
나오시더니, 애 아빠에게 전화했으니, 곧 올거라며 집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더군요.

거절할만한 처지가 아니라서 조심스레 들어갔더니,
정말 경찰이신듯 사진까지 떡하니 걸려있었습니다.

아무 얘기도 안하고 있기에 뭐해서 어머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화를 풀고 있을때 쯤,

그 애 아버님이 들어오시더군요. 근무하다가 오신듯 하셨습니다.


와서 앉아가지고 사정을 듣고, 제가 잘 알진 못하지만- 으로 시작해서
이런저런 말씀 드렸더니, 아들을 무섭게 보시고는, 차마 때릴순 없었는지...


"약 한달이라고 했으니, 3만원이죠..? ..자 6만원 여기있습니다..
아들 하나 오냐오냐 키운게 이렇게 될줄은 몰랐네요. 그동안 댁 동생이 받은 충격, 돈으로 해결할순 없지만... 저희를 봐서라도 한번만 참아주십시오"


하더니 무릎꿇고 엎드리시며 저한테 막 비시더군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라 했으니, 외동아들이겠고, 그런 아들이 경찰에 신고당해서, 학교에 안좋은 기록이라도 있으면,
혹시라도 나쁜길로 빠질수도 있을것이고... 앞으로 인생도 그리좋지만은 않을테니...

부모님께서도 이렇게 사과를 드리는데 제가 뭐라고 할순 없어서, 돈은 3만원만 받겠다 하고,
앞으로 이런일 없도록 하셨으면 좋겠다는 말 드렸습니다.


그리고 나오면서 그 애가 동생에게 사과하더군요.
그 모습을 보면서 좀 씁쓸했습니다. 아버지의 직장을 자랑스럽게 여기는건 좋지만, 어떻게 그 어린 아이의 머리에서
그걸 가지고 이용하려는 생각까지 하였을까, 요즘 애들 영악하구나.

하는걸 피부로 느낄수 있었습니다.


요즘애들이 어쩌고... 그 부모도 어쩌고 하지만.. 제가 겪은 오늘 일은,
부모님들은 참 착하시고, 또 정직하신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애가 그렇게 나쁘게 자랐던건,
부모님의 영향도 없다고 보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영악한 생각을 아이에게 가르친건, 그런 초딩들을 싫어하는 네티즌이 존재하는 이 인터넷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