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2020-11-07 13:18:00
ⓞ 추천
ⓤ 단축URL
|
96
35,494
코하쿠토
|
|
MP4
 |
★☆브금 들으면서 읽어줭.☆★
해군 인지도 바닥 극복을 위한 두 번째 글이다.
해군은 고대부터 내려오던 뱃사람의 문화가 전세계로 퍼져나가 정착한 사례가 많아.
그래서 어느나라 해군을 봐도 비슷한 미신과 전통이 많음.
（뱃사람들은 우리랑 종족이 다르더라.）
~~~~
1. 배는 "진수식"으로 태어난다.
이건 내가 직접 겪은건 아니지만 중요해서 1번으로 넣었어.
진수식은 말 그대로 '물에 처음 띄우는 의식'이야.
예로부터 뱃사람들은 배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했어.
육지에서 만들어진 배가 바다로 나가는것은, 자궁속에서 만들어진 아기가 세상으로 나가는 것 처럼 엄청난 의미를 지녀.
또한 바다의 신을 달래는 종교적 의미를 가지고 있어.
0.6MB
|
대통령, 참모총장같은 VIP가 행하게 되며,
현대에는 샴페인 병을 깨뜨리며 의식을 거행해.
（고대 바이킹들은 샴페인대신 산사람을 제물로.. 했다더라 ㄷㄷ）
이 때, 웬만하면 여자의 손으로 해야하는데, 남자가 하면 부정탄데.
주로 행사에 참가한 VIP의 '아내'가 집행해.
직접 샴페인 병을 던질순 없으니까 병과 연결된 줄을 진수도끼로 내려쳐서 끊는 식이지.
이로써 배는 "이름"을 갖게되고, 육지와 연결된 줄（탯줄）이 끊어지면서 바다로 진수하게 되지.
전세계 모든 해군의 공통 의식이야.
2. "현문"은 신성한곳.
군함에 올라가기위해 육지와 군함을 잇는 다리를 "현문사다리"라고 해.
우리는 이 현문을 통과하는것 말고는 배에 탈 방법이 없어.
또 대부분 현문 너머엔 예식갑판（제사를 드리는 갑판）이 있지.
↑ 세종대왕함의 현문사다리. 유일한 출입구.
그래서 이 현문은 아주 신성한 공간이야.
예절을 지켜야 해.
현문을 지나는 모든 사람은 예외없이 예식갑판의 국기를 향해 경례를 해야하고, 복장은 단정해야 돼.
또한 현문은 유일한 출입구이므로 365일 24시간 현문당직자가 상주하면서 승함/하함하는 모든 인원을 기록하고 목적을 보고받아야해.
누가 타고있고, 누가 어디갔으며, 총 몇명이 있는지.
아주 개같은 당직이지. ^^
3. 진정한 뱃사람이 되는 "적도제"
군함이 적도를 통과할때 집행하는 의식이야.
범선시대부터 내려온 전세계 공통 문화지.
↑ 적도제중인 순항전단
예식갑판에서 진행되며,
주로 적도통과 경험이 있는 수병이 해신 역할을 맡아.
함장이 적도 통과 요청을 하면, 해신이 통과허가를 하는거야.
함장 : "해신님, 제가 부디 적도를 통과할 수 있게 해주소서"
해신 : "이놈!! 평소에 뱃사람들을 힘들게 굴렸겠다! 네 죄를 알렸다!"
옆에서 보던 갑판사관 : "그건 함 일정이 빡빡해서.."
해신 : "흐으으으으음.... 그럼 자네가 춤을 춰 이자리에 모인 승조원을 달래주면 적도 통과를 고려해보마."
적도를 지난 해군은 진짜 뱃사람으로 인정받지.
4. 해군만 느끼는 감동 "대함경례"
해상에서 군함이 서로 마주칠때마다 실시해.
주로 한 배가 경비 마치고 돌아오고, 다른 배가 교대하러 나갈때 자주 함.
일렬로 서서 후임함（함장의 계급이 낮은배）이 선임함에게 경례를 하면, 선임함이 답례를 해주는 형식이다.
TV에서도 나왔던데 실제 대함경례를 하는 순간은 훨씬 가슴이 웅장해진다.
0.5MB
|
+ 대함경례는 상선과 군함간에도 실시되는데,
상선이 먼저 깃발을 내리면 군함이 마스트기를 내렸다 올려서 답례를 해주는 형식이다.
'해군함정이 상선을 보호해주고 있다'는 취지고,
전세계 공통으로 상선의 국적을 불문하고 해군에 예의를 표하지.
5. 출항할땐 힘찬 음악과 함께
맨위에 글 시작할때, 브금 틀어달라는거 기억나?
보슨파이프의 출항 휘슬과 함께 군함이 항구로부터 서서히 멀어지면, 불문율처럼 배경음악이 연주된다. （물론 고속정들은 그딴거없다.）
↑육지를 향해 경례하는 갑판병사들. 뚝배기 색깔별로 계급이 다르다.
보통 전쟁에서 군대가 출정할때 군악대가 바래다주며 사기를 돋구듯이, 군함 자체적으로 대공스피커를 사용해 배경음악을 깔아주는 것이다.
즉, 환송식에서 유래된 그것이다.
대부분 함가（부대가）나 군가 등을 틀어주는데,
따로 함가가 없는 군함들은 함장이 취향대로 선곡하기도 한다.
현재 인기가 많은 모스트픽은 "불멸의 이순신 OST"로, 군항에 가보면 이 음악 울려퍼지면서 출동나가는 군함을 볼 수 있을거다.
현측에 정렬해서 울려퍼지는 출항 음악 들으며 멀어지는 육지를 보고있으면 그제서야 힘겨운 원양 임무가 시작됐음을 실감한다.
6. 군함은 그 나라의 "영토"다
이건 비교적 잘 알려진건데,
군함은 그 나라의 영토로 취급받아.
우리나라 배가 순항훈련차 캐나다 토론토에 입항했다?
배에 타는 현지인들은 대한민국의 땅을 밟은것으로 간주되고, 혹시 사고가 생기면 대한민국 법이 발동된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땅들이 지금도 지구 곳곳을 바삐 돌아다니고 있어.
↑ 러시아를 항해중인 최영함
7. "함장"의 권한은 절대적!
군함은 떠다니는 영토취급을 받는다고 했잖아.
함장은 그 땅의 지배자이자 왕이야.
↑ 코로나로부터 3천명의 승조원을 구하고 경질된 미 핵항모 함장 캡틴 '크로지어'
함장의 지시는 '절대적'이고,
함내에선 사령관의 지침보다도 함장명이 우선시 된다.
유명한 상식으로, 배의 함장석은 대통령이 와도 함부로 못 앉는다는거!
고대부터 이어져온 중요한 전통이다.
8. "함상예절"은 알아두자.
얼마전에 <해군생활하면서 겪은 오해>글에도 써놨는데,
해군은 비좁은 군함에서 지내다보니 생겨난 독특한 예법들이 있다.
먼저, 경례를 할 때 팔을 좁게 펴는 "함상경례".
경우에 따라서는 드물게 앉은경례나 왼팔경례도 허용이 된다.
...애초에 경례를 할 형편이 안될때가 많음.
또한 경례를 대신할 수 있는 "길차렷".
해군함정은 매우 좁기때문에 두명이 동시에 지나가기 어렵다. 따라서 상급자가 지나갈때 벽에 바짝 붙어서 길을 터주는 행위만으로도 상대에게 예의를 표할 수 있음.
또한 상급자가 복도를 지나고 있을때 하급자가 바삐 앞지를경우 "실례하겠습니다"를 꼭 말해야한다. 이건 부조리가 아니라, 그만큼 복도가 좁아서 서로 부딪힐 일을 방지하는 것.
"격실 용무법"도 정말 중요한데, 모든 상급격실（격실의 실사용자가 용무자보다 계급이 높은경우）에는 용무법을 하고 들어가야 한다. 용무법은 아래와 같으며 계급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해군이 토시하나 틀림없이 진행된다.
ex. 갑판행정실에 들어갈때
용무자 : （노크세번） "들어가도 좋습니까?"
갑판장 : "대기해!"
용무자 : "예, 대기하겠습니다!"
~
갑판장 : "들어와!"
용무자 : "예, 들어가겠습니다!" （이때 들어간다.）
용무자 : "필승! 병장 김xx, 갑판행정실 프린트 용무 있어서 왔습니다. 필승!" （허가를 받고 용무를 본다.）
~
용무자 : "돌아가도 좋습니까?"
갑판장 : "돌아가!"
용무자 : "필승! 병장 김xx, 갑판행정실 프린트 용무 마치고 돌아가겠습니다. 필승!" （이때 나갈 수 있다.）
그밖에.. 경례는 하루 두 번, 아침에 일어났을때와 저녁에만 한다. 어차피 비좁은 배에서 하루종일 얼굴부대끼고 지내니까 많이 할 필요가 없는거지.
다만 예외적으로 함장님은 보일때마다 경례를 해야하고, 밥을 먹거나 작업을 하고 있을 때에도 최초발견자가 "총원차렷"을 외쳐서 대표로 경례하고 하던일을 마저 진행할 수 있다.
9. "15분전, 5분전" 문화
해군은 모든 일정이 15분전, 5분전 카운트와 함께 돌아간다.
"땡..땡... 총기상 15분전, 승조원총원 육상에 집합 15분전."
"땡..땡... 총원일과정렬시작 15분전, 승조원총원 격납고에 집합 15분전. "
"땡..땡... 당직교대 15분전, 다음당직자 현문에 집합."
이는 군함의 기동방식상 어쩔수 없이 생겨난 문화인데,
군함은 자동차처럼 바로 출발하는게 절대 불가능하거든.
'최소 30분'이 필요해.
출항 30분 전까지 육전케이블 회수 및 출항요원이 배치되어야 하고, 15분 전까지 훗줄을 걷어올려서 한가닥만 남겨둬, 5분 전까지는 "현문"마저 철거해버려.
↑ 출항 5분전에 이미 현문이 철거된 인천함.
즉, 9시에 출항인데 영외숙소에서 자던 간부 한명이 8시 56분에 부두에 도착하면? 시간맞춰 일찍온게 아니라 그냥 탈영이다... 배 못타... 현문이 없는데...
애초에 출항 15분 전에도 배가 떨어져있어서 타기 힘들다.
그래서 해군은 모든 일정을 15분전, 5분전에는 준비완료해야돼. 대부분 행사 5분전에 이미 행사가 시작되고있어.
물론 모든 군대가 시간관념에 철저하겠지만... 특히 해군은 시간을 중시하며 병적으로 15분전, 5분전에 집착하게 됨.
......
근데 일어나는건 15분 일찍 깨우면서 자는건 그대로냐 시ㅂ
10. 깐깐한 방송문화
보통 육군 방송은 "후!후! 아아, 행정반에서 전파합니다. ~하시랩니다." 이런 느낌이더라?
해군에서 이렇게 방송하면 즉시 방송사고처분이고 심할경우 과실이나 징계를 받을수도 있어.
엥? 싶겠지만 일단 들어봐.
군함은 하나의 거대한 공장이야.
디젤엔진이 끓고있고 기괴한 금속음이 귓가를 훑어대. 항상 방현물 긁히는 소리, 깡깡 망치질 소리, 그라인더 소리가 들려.
게다가 내부는 비좁은 격실들이 바둑판마냥 다닥다닥 낑겨있어서 누가 어디있는지도 모르고 서로 의사소통도 안돼.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평어가 잘 들릴까? ㄴㄴ
따라서 해군의 모든 방송들은 정해진 규격과 문법이 있어.
방송을 하기 전에 반드시 대본을 보고 두세번 연습을 해야되구.
（물론 짬차면 대본없어도 머릿속에서 암기&조합이 된다. 본인도 가능함 ㅋ）
예시를 써보자면
"알림! 작업원 차출지시. 각 부서 2명. 차출된 작업원 안전장구류 착용코 현문에 집합. 잠시후 7-2부두에 계류중인 부산함이 출항할 예정. 다시한번 알림! （한번 더 말함） 작업책임자 당직위병부사관. 이상 당직사관. 율곡 이이."
보면 "알림!"으로 시작해서 알림방송이라고 알리고, "용무-행동지시-책임자" 순으로 구성된다. 두 번 반복해서 못들은사람이 없게끔 하고.
주변에 다른배들이 붙어있을경우에는 어느배 방송인지 헷갈리는걸 막기위해 방송끝에 함명을 붙여야된다.
해군 방송같은경우는 옆에 붙어있는 다른부대（육상부두 및 타 함정）에도 선명하게 들리기때문에 '우리끼리 듣는방송'이 아니라 군기가 매우 엄격해.
말더듬기나 사투리도 안되고. 크고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실수없이 말해야해.
함급（함장의 계급）이 높은 배일수록 더 빡센 군기로 방송하지.
~~~~
+.그밖에 짧막한것들
1. '예포'의 유래는 해군
아마 육군 친구들도 예포가 뭔지는 알거야. 높은분들 참가하는 행사때 하늘에 대포를 쏘는 그거 ㅇㅇ
군함은 원래 출항할때 교전에 대비하여 전포 장전 상태로 항해하는데, 해상에서 우군 함선을 만나면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모든 함포를 해상에 쏴서 약실을 비우는거지.
2. '영송병'의 유래도 해군
위에서 언급한 '현문'은 특별한 존재다. 종종 고위간부들이 군함을 찾아왔을때 현문 옆에서 대기하던 수병들이 그들의 수발을 들어주고 현문통과를 돕던것에서 영송병이 유래됐어. 일반적으로 계급이 높으면 몸무게...도 높았기 때문에 더 많은 영송병들이 붙었고, 오늘날에 와서 계급에 따른 영송병 배치가 고정되게 된거지. 전세계 공통임.
3. '세일러복'의 유래도 해군.
Ship덕 친구들이 좋아하는 예쁜 교복이 사실은 해군제복이다. （애초에 '세일러'가 뱃사람이라는 뜻이다!）
19세기 영국 왕실에서 해군복을 패션으로 입던것이 계기가 되어, 각국 학교에서 교복으로 채택하게 된 것. 특히 군국주의 일본은 세라복을 적극적으로 애용해서 지금과 같은 '세라복=교복'이 되어버린것이다.
~~~~
0.9MB
|
마치며.
기형적으로 육군이 큰 우리나라라 그런지.. 해군에 대한 인식부재가 상당하다는걸 자주 겪는다.
하지만 반도 특성상 바다가 열려있어, 바다를 뚫렸을때 우리나라가 뚫렸고 반대로 바다를 이용해서 우리나라를 되찾았었다.
그만큼 정말 중요한게 바다야.
또 육로가 북한때문에 막혀있으니 평소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물건들이 해로를 통해 오고있어.
해군에 오라는 이야기가 아님. 군대는 빼는게 답이고, 헬조선에서 애국심은 흑우의 상징이다.
다만 모두가 당연하게 육군만을 논할때 최소한 해군의 존재와 정체성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본문에도 썼듯이 개성 강한 집단들이니 쉽게 잊진 않을거야.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장병들이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구.
물론 글에서 언급안한 육,공군도 저마다 희생하고 있음을 알아줘.
육해공 모두가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그날이 언젠가 오기를 바라며, 국군장병 모두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