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 소나기 보라색의 진실 [49] |
작성 2020-11-15 22: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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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의 소나기에서
보라색이 죽음을 상징한다고 배웠는데
사실 작가 본인이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색이라 넣었다는 내용
이젠 이것이 너무 퍼져서
오히려 정설처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내용이 사실일 확률은
매우 낮으므로 농담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황순원의 성격과 저 짤의 출현 시기
이 2가지를 통해 검증해볼 수 있다
1. 황순원의 성격
저 짤에서는
‘아 그거? 그거 그냥 내가 좋아하는 색이라 넣은거야 허허허’
하면서 웃으시는 노작가의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이 이미자와 황순원 작가의 성격은 상당히 거리가 있다
황순원 작가는 저런 말 했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매우 결벽적이고 엄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드러나는 그의 성격을 보면
- 자기 작품에서도 해설집, 작가의 말, 머리말, 후기 등은 하나도 쓰지 않음
- 시와 소설 외의 글은 쓰지 않음
- 자기 제자들 작품에 추천사나 서문도 쓰지 않음
- 자기 작품 중 마음에 안 드는 건 그대로 폐기하고 언급도 못 하게 함
- 명예박사 학위, 문화훈장 다 거부
- 95년에 잡지와 인터뷰 하자 ‘이례적으로 침묵을 깨고 입열다’ 라고 할 정도로 인터뷰를 하지 않음（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며 인터뷰를 거의 안 했다고 한다）
- 신춘문예 심사 당시 자기 제자 작품이 올라오면 평가권을 다른 심사위원에게 다 넘김
1） 자기 작품에 관한 내용은 남기지도 않는 사람이
2） 항상 거절해온 인터뷰에서
3） 소설 속 중요한 상징의 의미를 밝힌다?
작가의 실제 성격을 모른 채
작품과 노작가에 관한 일반적 이미지만 가지고
덧붙여진 드립일 확률이 높다
2. 짤의 출현 시기
황순원 작가는 2000년에 타계했다
그런데 저 짤이 돌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다
2000년대에는 소나기의 보라색의 의미가
황순원이 좋아하는 색이었을 뿐이라는 내용이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는다
본인이 검색했을 때
일자가 가장 빠른 것은 2012년 6월 30일로
이 일자 이후로 인터넷에서 관련 내용과 짤이 돌기 시작한다
즉 2000년에서 2012년 사이
짤 내용은 전무한데
타계 전에 인터뷰 한 것이라면
그 동안 내용이 왜 없을까
2000년에 타계한 작가가
2012년에 나타나 인터뷰를 하기라도 한 걸까?
물론 숨겨져 있던 메모나 원고가 발견되었을 수도 있지만
그럴 땐 위로 올라가 작가의 성격을 다시 읽어보자
여튼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페북 초기 누가 드립 친 것이거나
트이따 망상글처럼 트이따에 올라온 글이
퍼지고 퍼져 저렇게 되었을 확률이 높은 것 같다
특히나 이 짤이
주입식 교육을 비판하는 용례로 많이 쓰이는 것을 볼 때
누구나 배운 내용 + 주입식 교육에 대한 반동 + 드립
3단 효과인 것이 아닐까
물론 황순원 작가가 어떤 의미로 보라색을 썼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색일 수도 있다
다만 그렇게 믿을만한 근거는 전혀 없다는 것
요약）
1） 소나기에서 보라색이 황순원이 좋아하는 색깔이라는 것은
2） 작가 성격과 짤 출현 시기를 볼 때
3） 드립일 뿐이다
번외）
（학생 시절 황순원）
잠깐 본 소녀가 소년에게 반한다는 것은
작가의 경험에 기반했을 확률이 높다
아직도 소나기에서 '난 보라색이 좋아' 황순원이 좋아하는 색깔이라 그냥 넣었다는 얘기 믿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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