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광기의 고려외교 팩트체크 [14] |
작성 2021-01-24 16: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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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려 사신은 폐백을 관리에게 보내면서 편지 끝에 날짜를 갑자（甲子）만을 썼더니, 동파는 이를 물리치면서, “고려가 우리 조정에 신하로 자칭하면서 연호를 쓰지 않는다면 내가 어찌 감히 받겠는가.” 하니, 사신은 글을 바꾸어 ‘희령（熙寧 송（宋）의 연호）’이라 쓰자, 그제야 체례（體禮）에 맞았다 하고 받았으니, 이것은 동파의 묘지（墓誌）에 실렸다.”
그냥 기록을 아예 왜곡했다. 처음에 갑자를 썼지만 소동파의 항의를 듣고 송나라 연호로 바꾸었다. ‘당나라 연호’를 썼다는 건 근거도 없는 자료 왜곡. 그리고 이 찌라시에서는 이에 대한 고려의 반응을 자극적으로 서술하는데, 정작 고려의 공식 반응은 드러나지 않음.
그리고 고려는 거란으로부터 책봉받고 있는 입장이었기에 애초부터 송나라와의 외교 문서에서 간지를 사용하고 있었다. 『송사』의 “왕휘（고려 문종） 이후부터 사신이 끊이지는 않았으나 契丹의 책봉을 받고 거란의 정삭（正朔）을 사용하여 송나라 조정에 올린 글이나 기타 문서에 대부분 간지를 사용하였다.”라는 기록이 있기 때문. 이건 고려 사절단의 문제가 아니라 소동파가 이제까지의 관습을 문제 삼은 것.
2.
“회동제거（淮東提擧） 황실（黃實）의 말로는 고려에 사신으로 갔던 사람의 이야기로서, 보낸 선물 중에는 가짜 금은（金銀） 알이 있었는데, 고려인들은 모조리 깨뜨려 알맹이까지 쪼개 보니 사신들은 심히 불쾌하게 생각했다. 이때 고려 사람들은, ‘감히 우리가 오만한 것이 아니라, 혹시 거란 사람들이 보고 진짜로 여길까 봐 걱정스러워서 그러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이것으로 본다면, 고려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보낸 선물을 거란 사람들과 나누어 가지는지도 모를 일이다. 혹은 이 일을 상세히 알지 못하고는 말하기를, 거란이 고려가 우리에게 내통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 하고, 더러는 다른 기회에 고려로써 거란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 자도 있으니, 이 어찌 틀린 것이 아니랴.” 하였다.
찌라시에서는 ‘송나라 사신 면전에서’라고 하는데, 이 기록에서 송나라 사신 앞에서 그랬다는 내용은 없음. （기록 정황상 그랬을 가능성도 있기는 하겠지만 과연..?） 그리고 문제가 되는 금은 알이 전부 다 진짜였다는 말도 기록에 없음. 오히려 기록에서는 가짜 금은 알이 있다는 이야기만 함.
그리고 여기에서 말하는 ‘알’이 원문에서는 ‘정（錠）’이라고 하는데, 다른 기록에서 보았을 때 금은을 세는 단위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금은으로 거래할 때 금 몇 ‘정（錠）’, 은 몇 정이라고 썼던 것에서도 확인됨. 그렇다면 고려 측으로서는 앞으로 상거래에 쓰일 금은의 진위를 확인해 본 것이라 할 수 있음. 특히 고려 측 변명처럼 이것이 거란과의 조공이나 무역, 혹은 일반 상거래에 활용되다가 가짜인 게 드러나면 피해는 다 고려가 입게 되니...
3.
“지금 양절과 회남에서는 공사가 소란을 겪고 있으며 문서가 빈번히 오가고 있습니다. 관리는 접대에 지쳐 있고 물품의 조달로 인해 행시（行市）는 근심하고 있습니다. 명주로부터 윤주까지의 7주는 고려 사신 접대에 통상 약 24,600여 관의 비용을 쓰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회남과 경동 2로 및 경사에서 접대하거나 물품을 사여하는 비용이 더 필요합니다. 그 비용도 10여만 관 이상입니다. 만일 이 돈으로 절서의 굶주린 백성을 진제（진휼）한다면 몇만 명을 살릴 수 있을지 모릅니다.”
“저들이 바치는 조공품은 모두 아무 쓸 데 없는 노리개인데, 소요되는 것은 모두 국고의 財貨로서 백성의 피땀입니다. 이것이 첫 번째 폐해입니다.”
소동파의 기록만을 보면 일어나는 왜곡 중 하나. 소동파의 기록에 따르면 고려의 진상품은 별 거 없고, 이들을 대접하는 데 드는 비용이 엄청났다고 서술되어 있습니다. 사절단 대접이 호화로운 것은 사실이니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송이 그렇게 대접한 것이니 고려 사절단이 송에서 깽판을 부렸다고 하는 것은 알맞지 않은 예시죠. 이 시기 고려의 사절단이 송나라 수도 개봉부로 오는 경로가 바뀝니다. 원래라면 산동반도로 상륙하는데, 거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강남 지방인 명주에 상륙해서 항주를 거쳐 개봉부까지 올라오죠.
“과거에 고려 사신들이 오갈 적에는 모두 등주를 경유하였는데, 희녕 7년（1074） 그의 신하 김양감을 보내와 아뢰기를, “거란을 멀리하고 싶으니 길을 바꾸어 명주를 경유하여 대궐에 이르겠습니다.”하니, 그렇게 하도록 하였다. 군현에서 접대하는 옛 준례가 없어 백성들이 퍽 괴로웠는데, 규정을 만들어 반포하고, 비용은 모두 관에서 지급하도록 조칙하였다. 또 고려 사신이 중국말에 익숙하지 못한 까닭으로 재리를 엿보는 자들이 사사로이 왕래할까 염려하여 고려 사신이 이르는 곳마다 왕래를 금지시켰다.”
이것 때문에 사절단의 경로가 더 길어졌고, 이로 인해 피해가 더 커지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위 기록에서 보이듯이 당연히 송도 나중에 여기에서 비롯되는 폐단을 없애려고 시도하죠.
고려가 송에 바치는 진상품이 많지 않았다는 점은 기록에 따라 갈립니다. 소동파는 고려 배척론을 주장하던 사람이었으니 고려 측에서 바치는 진상품이 별거 아니었다고 기술하지만, 다른 기록에서는 진상품 양이 꽤 되거나 많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휘（고려 문종）가 이부（二府）에 물품을 보낸 것이 많자, 조칙을 내려 시장에 위임하여 되도록이면 겸백을 팔아서 보답하도록 하였다.” - 『송사』
“진상한 사은품을 살펴보니, 어의（御衣） 2령, 금요대（金腰帶） 2조, 금사라（金鐁鑼） 1면, 금화 은기（金花銀器） 2,000냥, 색라（色羅） 100필, 색릉（色綾） 100필, 생라（生羅） 300필, 생릉（生綾） 300필, 복두사（幞頭紗） 40매, 모자사（帽子紗） 20매, 계병（罽屛） 1합, 화룡장（畵龍帳） 2대, 대지（大紙） 2,000폭, 묵（墨） 400정, 금은으로 도금하여 가죽으로 싼 병기[器仗] 2부, 세궁（細弓） 4장, 효자전（哮子箭） 24개, 세전（細箭） 80개, 안장과 고삐 2부, 세마（細馬） 2필, 산마（散馬） 6필 등을 잘 받았다. 근래에 사신을 갖추어 그곳에 예물을 보낸 것은 나의 지극한 뜻으로 경（卿）의 공경하는 마음에 보답하려 하였는데, 사신과 공물과 글을 갖추어 조정에 와서 더 많이 보답하니, 그 정성과 공손함을 생각하면 참으로 가상하다.” - 『고려사』에 기록된 송 황제의 칙서. （근데 이때 송 황제가 받은 게 태풍으로 인해 절반 정도가 유실된 것이었다는 게 함정입니다.）
오히려 당시 명주 지주（知州）였던 증격（‘격’자가 불명확.）이라는 사람은 소동파와는 다르게 고려가 바치는 공물이 너무 많다는 주장을 상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애초에 당시 송나라와 고려의 경제력을 비교했을 때, 송나라가 더 많이 주어야 하는게 당연하지 않나요....? 아니 이미 국토랑 인구부터가 몇십 배인데......;; 고작 조공품 10배 차이 나는 거 가지고...
4.
“우리나라가 동파（東坡）에게는 가장 잘못 보였던 모양이다. 고려가 송（宋）에게 서사（書史）를 구하면, 동파는 한（漢）의 동평왕（東平王 동평헌왕（東平憲王）） 고사（故事）를 인용하여 상소를 올려 준열하게 배척했다.”
“철종이 즉위하자 고려에서 김상기를 봉위사로, 임기를 치하사로 보내왔다. 『형법서』, 『태평어람』, 『개보통예주』, 『문원영화』 등을 구입해 가겠다고 요청하니, 조칙을 내려 『문원영화』 한 가지 책만 하사하게 하고, 명마, 금기, 금백 등을 주어 그 예에 보답하도록 하였다.”
“원우 7년（1092）에 황종각을 보내와 『황제침경』을 바치면서 구입해 가겠다는 서책이 매우 많았다. 예부상서 소식（소동파）이, “고려가 들어와 조공하는 것이 터럭만큼도 이익은 없고 다섯 가지 손해만 있습니다. 지금 요청한 서책과 수매해 가는 금박 등은 모두 허락하지 말아야 합니다.”하고 아뢰니, 조칙을 내려 금박만을 수매하여 가도록 하였다. 그러나 끝내 『책부원귀』도 구입하여 귀국했다.
송이 고려에 언제나 책을 다 퍼주지는 않았습니다. 고려 배척론을 주장했던 소동파의 발언만을 맹신한 결과 일어나는 왜곡이죠. 물론 이 시기 고려와 친해져야 한다는 친선론자들이 많아 고려에 책을 하사하는 것을 찬성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송사』 기록에 따르면 고려 사람들이 원하던 책 중 일부만을 하사하는 사례가 발견됩니다. 그리고 고려 역시 송에 존재하지 않는 서책들을 보내주는 등 서책 무역은 양측 모두에게 득이 되는 점이 있었습니다.
5.
해당 기록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 그런데 연호 문제를 가지고 말할 게 좀 많지만, 애초에 고려는 송의 연호를 사용한 기간보다 거란의 연호를 사용한 기간이 더 깁니다. 963년-994년까지 송의 연호를 사용하다가, 994년부터 1016년까지 거란의 연호를, 1016년부터 1022년까지 송의 연호를 다시 쓰다가 1022년 이후부터는 거란 연호를 거란이 멸망할 때까지 계속해서 사용합니다. 이러한 점을 보았을 때 송이 고려에 거란 연호를 쓴다고 따지는 점이 오히려 적반하장입니다. 애초에 고려는 거란과 조공 책봉 관계를 맺었지, 송과 조공 책봉 관계를 체결하지는 않았습니다.
6.
“소동파가 항주 통판으로 있을 때, 고려의 조공 사신이 주군의 관리를 능멸하고, 당시 사신을 인도하는 관리들이 모두 관고（管庫 창고의 관리（管理））로서 세도를 믿고 제 맘대로 날뛰어 예절을 지키지 않았다 하여, 사람을 시켜 이르기를, “먼 지방 사람들이 중국을 사모하여 오니 반드시 공손하여야 할 터인데, 지금 보니 이렇게도 방자하니 이는 너희들이 잘못 지도한 것이라, 만일 이것을 고치지 않으면 마땅히 황제께 아뢰리라.”하니, 인도하던 관리들이 두려워서 수그러졌다.”
고려의 사신이 예법을 어겼다는 내용이 소동파의 글에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찌라시에 적힌 내용은 그저 작성자의 상상에 불과. 창고를 뒤집었다, 창고 물품 일부를 가져가려고 했다는 내용은 기록에 존재하지 않음.
7.
해당 기록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일단 1022년에 고려 사절단이 송에 오긴 했는데 “건흥 원년（1022） 2월에 한조 등이 하직하고 귀국하자, 순（고려 현종）에게 구례와 같이 물품을 하사하였다. 때마침 진종이 안가하자 또 그의 견물을 싸서 순에게 하사하였다.”라는 기록이 끝입니다.
귀주대첩 이후에 고려 사신이 송나라 수도에서 승전 기념 축제를 열었다는 내용이 인터넷에서 많이 퍼져있던데, 이게 어디서 비롯된 말인지 전혀 모르겠네요. 소동파가 올린 상소문 속에서도 이런 내용은 아직 못 찾았습니다. 혹시 출처를 아시는 분이 계신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8.
찌라시에서는 『송사』에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하지만 『동란섭필』에 있는 내용입니다.
원우（元祐） 5년（1090년） 2월 17일에 왕백호（王伯虎） 병（炳）을 만났더니 그는 말하기를,
“옛날에 추밀원（樞密院） 예방（禮房） 검상문자（檢詳文字）로 있을 때 비로소 고려 공안（高麗公案）을 보았는데, 처음에 장성일（張誠一）이 거란 이야기를 하면서 거란의 군막 속에 고려 사람이 있어 자기 나라 임금이 중국을 사모하고 있다는 뜻을 말하더라고 하는 말을 듣고 돌아와 이를 황제에게 아뢰었더니, 황제는 이 말을 듣고 비로소 고려 사신을 불러 볼 뜻을 갖게 되었다. 추밀사（樞密使） 이공필（李公弼）이 뜻에 맞추어 친필로 문서를 황제에게 올려 고려 사신을 부르자고 청하여, 드디어 발운사（發運使） 최극（崔極）에게 명령하여 상인을 보내어 부르게 했다. 세상에서는 최극의 그른 것을 알면서도 공필의 잘못은 모르고 있으며 장성일 같은 자는 족히 이야기할 것도 없겠다.” 하였다.
뭔가 말이 안 되는 내용이 있는데, 거란과 송은 1004년 이후 전연의 맹을 맺고 장기간 평화에 돌입했습니다. 그런데 1090년에 만난 사람이 1004년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능...? 1000년에 "주인소가 고려 사람들이 황제의 교화를 사모하고 있으나 거란의 제재를 받고 있다는 상황을 스스로 아뢰니, 송（고려 목종）에게 전함（鈿凾）에 담은 조서 1통을 주인소에게 주어 돌아가도록 하였다."는 『송사』의 기록이 있지만 위 기록과 맞는 상황이 아닙니다. 이 주인소라는 사람은 거란이 아니라 송나라로 온 사람이거든요. 그렇다면 찌라시 내용처럼 ‘거란 송 전쟁 중에 송나라 교섭단이 거란 군막에 갔더니 고려 사신이 있었다.’라는 말은 일단 왜곡이고요. 기록에서도 양측 간의 전쟁 중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그냥 찌라시 작성자가 ‘군막’이란 표현을 확대 해석한 것에 불과하죠.
거란 황제는 주기적으로 ‘날발’이라는 이동 행궁에서 생활하는 행보를 보였기에, 개인적으로 ‘거란의 군막’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은 거란 황제가 궁성에서 머무르지 않고 천막을 치고 나오는 시기였고, 그 시기에 송나라 사절단이 찾아왔기 때문에 송나라 사절단 역시 그쪽으로 간 것이라 추측합니다. （박지원이 북경에서 황제가 열하에 있다는 소식 듣고 열하까지 찾아간 것처럼요.）
그리고 찌라시는 늘 그렇듯이 자료를 왜곡하는데 고려 사람이 요나라 사령관 앞에서 대놓고 그렇게 말했다는 명확한 정황은 없습니다. 그냥 사신이 그런 소리를 고려 사람한테 들었다는 것일 뿐.... 그냥 조용히 말했겠죠, 누가 눈치도 없이 그걸 다른 사람 많은 데에서 큰 소리로 말합니까
9.
이건 『송사』에 있는 내용이 맞습니다.
그런데 찌라시 작성자 분은 원문 해석을 잘못해 버리는....
“왕휘（고려 문종） 이후부터 사신이 끊이지는 않았으나 거란의 책봉을 받고 거란의 정삭을 사용하여 （송나라） 조정에 올린 글이나 기타 문서에 대부분 干支를 사용하였다. （고려가） 거란에 대해 한 해에 조공을 여섯 번이나 하였지만 （거란의） 가렴주구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거란에서는） 항상, “고려는 바로 우리의 노예인데 남조（송）는 무엇 때문에 고려를 후하게 대우하는가?”라고 하였다. （거란의） 사신이 고려에 이르면 더욱 거만하고 포학스러워 관반이나 공경의 비위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함부로 머리채를 잡아 흔들거나 채찍으로 쳤다.”
고려가 한 짓이 아니라 거란이 한 짓.....
어떤 분들은 고려-거란 전쟁에서 고려가 귀주대첩에서 거란군을 대거 패퇴하는 등 고려가 전쟁에서 이겼는데, 거란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하겠지만은, 고려-거란 전쟁은 고려가 거란에게 항복 사절단을 보내면서 마무리되었습니다. 거란 쪽에서는 귀주대첩 이후에도 고려 원정을 준비하고 있었고요.
개인적으로 『송사』의 이러한 기록은 송이 고려 사절단이나 고려 조정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채록하면서 기록상 과장, 와전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고려가 거란 아래에 있기는 해도 국왕이 거란 사절단에 농담도 던지는 등 수직적인 상하 관계는 아니었거든요.
결론 : '광기의 고려 외교'가 아니라 '광기의 찌라시'였습니다. 그냥 이거 작성하신 분이 광기에 빠져 있을 뿐 고려 사절단에게는 별 잘못이 없었다는 게 사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