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8 22: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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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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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과 디지몬.
이 둘의 관계는 마치 전교 1,2등을 다투는 두명의 학생이라 할 수 있다.
다만 1등이 전국 모의고사 1등인거고 2등은 이제 학교에서나 2등인 그런 학생들 말이다. （??? : 야! 2등도 잘한거야!）
포켓몬은 전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1위 IP이라서 비교자체가 어렵다는게 흠이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디지몬을 무시하지마라.
포켓몬의 압도적인 성공이후 수많은 아류작들이 등장했지만 현재까지도 존재하는 것은 디지몬뿐이다.
살아남았다는 것, 그것은 강하다는 것! 을 우리는 디지몬을 통해 볼 수 있다.
내가 어릴적, 그러니까 아직 나에게 순수함이 존재했을 적 무려 KBS, MBC와 같은 공중파에서 만화영화를 방영해주었다.
이젠 30대를 넘어 40대를 바라보는 아저씨들처럼 일요일 아침 디즈니 만화동산을 기억하는 것이 아닌 오후 6시 즈음이 되면 원피스, 디지몬, 포켓몬 등등을 해줬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런 해택의 시대을 나와 5살 위의 형은 놓칠리가 없었고 아주 즐겁게 만화영화를 시청했었다.
당시에도 포켓몬과 디지몬의 치열한 인기싸움은 마치 손오공과 베지터의 싸움과도 같았다. 물론 포켓몬이 손오공이다.
다만 나와 형은 포켓몬이 아닌 디지몬을 봤었다.
선택받은 아이들이 친구인 디지몬과 디지털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 포켓몬이라는 지들 이름 밖에 말하지 못하는 이상한 생물과 모험을 떠나는 것이 더 좋았던게 아니라 그냥 단순하게 우리 집에는 SBS가 안나왔다.
우리집은 유선 방송이 아니라 정말 공중파만 신청했기 때문에 투니버스, 챔프는 고사하고 KBS1, 2, EBS 1, 2, MBC 정도만 나왔다.
SBS는 Seoul Broadcasting System의 약자라서 전라도 순창이 깡촌에서는 유선 방송을 신청해야만 나오는 그런 고오급 방송이었다.
그리고 절망스럽게도 하필이면 포켓몬은 SBS에서 방영했었고 KBS에서는 디지몬을 방영해주었다.
그러니까 선택지가 없었단 말이다.
어른의 사정으로 디지몬을 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헛소리를 왜 이렇게 길게 적느냐
요는 이것이다.
어른이 된 지금 이젠 두가지 만화를 다 볼 수 있었던 글러먹은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둘 중에 무엇이 더 좋냐는 질문을 받으면 망설이지 않고 난 디지몬이라 답한다.
유년기를 책임져준 디지몬에 대한 의리냐? 아니다.
그런 낭만적인 것이 아닌 정말 디지몬이 더 좋기 때문이다.
포켓몬과 디지몬
두 애니매이션은 상당히 닮았다.
어린 소년과 소녀가 지구상에서는 없는 생명체와 함께 모험을 떠난다.
모험의 끝, 소년과 소녀는 성장한다.
라는 유사한 기본 플롯.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포켓몬의 성장은 ‘함께하는 성장’이고 디지몬의 성장은 ‘상실을 통한 성장’이다.
포켓몬은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포켓몬은 포켓몬 세계에서 동물을 대신하며 생태계를 구축해있고 인간의 삶에 밀접하게 존재한다.
아이들은 포켓몬과 함께 ‘포켓몬 마스터’라는 목표를 위해 모험을 떠나며 그들과 함께 고난을 극복하고 꿈을 향해 나아간다.
하물며 포켓몬의 수명은 인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아이들이 노년이 되어도 함께 있을 정도로 평생의 친구이다.
포켓몬이 진화라는 과정을 통해 성장을 하게 되듯이 아이들도 그들과 함께 경험치를 쌓고 성장해나가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자아의 성장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포켓몬의 주제는 ‘함께’하는 것이다.
포켓몬과 아이들은 산에서 들에서 때리고 뒹굴고 사막에서 정글에서 울다가 웃다가도 하며 재밌는 애기도 신나는 놀이도 짜증나고 실증나고 울고 싶은 일에도 서로 나누어주고 위로해주는 관계를 ’함께‘ 한다.
모험의 끝에도 목표를 이루었다고 하여 포켓몬과 이별이 아닌 목표를 이루고 집에 다시 가는 과정도 ’함께‘다.
믿고 힘을 주는 친구와 평생을 같이 하는 ’함께하는 성장‘인 것이다.
하지만 디지몬은 어떠한가.
디지몬은 디지털 몬스터의 줄임말로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닐뿐더러 모험의 배경도 디지털 세상으로 아이들이 원래 살았던 세상이 아니다.
디지털 세상 속에서 아이들은 파트너 디지몬을 만나고 디지털 세상에서 현실세계로 돌아오기 위해 치열하고 처절하게 모험을 이어나간다.
디지몬은 데이터기에 현실세계에는 특수한 조건으로만 넘어올 수 있고 모험 중 죽음을 경험하기도 한다.
특히 ‘또 다른 세상’이라는 점은 아이들에게 선택의 기로에 서게하며 둘중 하나를 포기하게끔 만들어 정신적인 성장을 이루어 내기도 한다.
태일이만 홀로 현실세계로 넘어 온 에피소드（디지몬 어드벤처 21화）를 예로 들면, 자신만이 편안하게 살 수 있었으나 디지털 세계에서 남겨진 동료를 위해 자신을 기다리는 감기걸린 어린 동생을 뒤로한 채 다시금 디지털 세계로 돌아가는 장면은 아직까지도 디지몬하면 떠오르는 에피소드 중 하나이다.
더욱 더 잔인한 건 선택받은 아이들이 나이를 들고 어른이 되어버리면 파트너쉽 관계가 끊기게 되어 파트너 디지몬과 이별을 하게된다.
목숨을 걸며 함께 싸웠던 친구들을 아이들은 순식간에 잃게 되는 것이다.
진화의 특징으로이 점은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파이리가 리자몽이 되듯이 딱딱 정해진 포켓몬과 달리 디지몬은 환경, 먹이, 전투 횟수 등등 수많은 것의 영향으로 변화하며 그 모습도 천차만별이다. 마치 아이들의 꿈이 무궁무진하다는 것과 같이.
그러나 나이가 들고 그 무궁무진한 꿈은 일편적인 꿈으로 혹은 꿈 자체가 흐릿해져간다.
가능성이 옅어지는 것이다.
그럼 우리가 아는 아구몬이 워그레이몬이 되는 그런 정해진 진화는 무엇이냐 물을 것이다.
그런 진화는 아이들이 가진 특성（태일이는 용기, 매튜는 우정 등）들의 영향으로 그와 연관된 가장 이상적인 진화체로 진화하게 된다.
스컬 그레이몬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당시 태일이의 용기는 용기가 아닌 만용이었다. 때문에 기존과 다른 진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즉, 디지몬은 아이들의 가능성을 뜻한다고 보면 된다.
어른이 되어버리면 그 가능성은 약해지고 결국 정해진 결과로 되어 더 이상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파트너쉽 관계는 끊어지고 마는 것이다.
즉, 디지몬에서 나타내는 성장은 ‘상실을 통한 성장’이다.
난 오히려 이런 점이 좋았다.
사실 살아간다는 것은 항상 밝고 좋은 일만 일어날 수 없다.
더군다나 진로라는 우리가 성장하면서 꾸준히 이어가는 첫 번째 레이스에서는 그런 절망감이나 좌절감이 두드러지게 된다.
우리는 꿈을 꾸지만 현실을 알게되고 점차 꿈이 아닌 직업을 추구하게 되며 나의 무한했던 가능성을 스스로 억누르며 없애간다.
우리의 가능성을 없애는 존재는 누구인가. 현실에 순응하는 우리 자기 자신들이다.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좌절을 격지만 우리는 이런 좌절감을 견디어나가며 점차 성장해간다.
과연 그것이 나쁜 것일까? 가능성이 점차 줄어들어 눈 앞에 보이던 수만 수천가지의 길이 하나의 길로 되어가는 것이 꼭 나쁜 것일까.
내가 생각한 답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다.
현실을 알고 그 안에서 최대한의, 최선의 노력을 한다.
그리고 이루어내는 것이다. 내가 정한 바른 길을.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포기할 수 있다. 길을 걸어온 과정에서 많은 것을 두고 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이 길을 나아가다 결국 그 길의 끝에 다다르게 된다.
그것이 성장한 것이고 그것이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자리를 잡고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다시 걸을 수 있다.
두고 왔다면 다시 찾으러 가면 된다. 그 과정이 험난해도 우리는 괜찮다. 지치고 힘들때 돌아와 쉴 곳이 있기 때문에.
디지몬 어드벤쳐 극장판 : 인연에서 아구몬은 대학생이 된 태일이의 뒷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태일이 너, 이제 다 컸구나’
그 시절 우리와 함께했던 친구가 이별을 하며 말해준 말이다.
이별은 슬프고 가슴이 미어지지만 그럼에도 괜찮다.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결국 파워디지몬에서 다시 만난 태일이와 아구몬, 다른 파트너 디지몬과 선택받은 아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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