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육군 해안경계부대 출신임.
군대에서의 절반 이상을 해안소초에서 지냈는데, 소초에서 야간 상황근무를 하던 중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어.
받아보니 중대장 사모였어.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사모가 왠일로 전화를 했을까...
사모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부끄러운 듯이 내게 묻더라.
"거기 중대장님 계신가요?"
분명 중대장이 관사로 퇴근했다고 주둔지 위병소에서 확인까지 했는데 이게 무슨 소리지? 난 당황했어.
그 순간, 덕구가 짖기 시작하는거야. 똥개지만 군용차나 중대 간부들 차는 기가 막히게 알아체거든. 이윽고 중대장의 승용차가 소초로 들어오더군.
"잠시 기다려 주세요." 사모에게 말하고 우선 소대장을 깨웠어. 그리고 다시 수화기를 들었지.
"여보세요? 지금 막 중대장님이 여기에 오셨어요. 전하실 말씀이라도......"
"아뇨아뇨. 거기에 가셨으면 됐어요.....미안한데요, 중대장님 아침밥 좀 먹여서 출근시켜 주세요. 제가 전화했다고는 하지 마시고요. 미안해요. 수고하세요."
중대장 쉐퀴. 그 밤중에 싸우고 집에서 쫒겨나온게 고작 소초냐.
아무튼 중대장은 병장 몇이랑 라면 끓여 먹고서 잠들고, 아침에는 내 부식 우유를 뺏어 먹고 출근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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