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6 21:51:22
ⓞ 추천
ⓤ 단축URL
|
0
134
Judys
|
0.4MB
 |
한 2년 전쯤 심심해서 올려봤던 슬레이어즈 시리즈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호응을 해주셔 몸둘바를 몰랐었습니다. 하지만, 3편까지 연달아 올리고 나니 중요하게 다룰 만한 내용도 없었고, 더 하면 뇌절의 뇌절이지 싶어 그만 뒀는데 오랜만에 생각나 댓글을 읽어보니 4편을 원하는 분들이 계셨더라고요.
https://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pds&number=1136007 3편 （링크는 문제 시 삭제.）
물론 그 이유 때문이라고 하면 거짓말이겠고, 그보다는 단지 이번에도 심심해서 흑역사 취급 받는 4,5기를 다시 보다가 생각나 한 번 또 이야기를 풀어보려 작성하게 됐습니다. 워낙 오랜만인지라 지난 번에 다뤘던 중복 내용도 거르지 않고 그대로 쓸 예정이니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4,5기 안보신 분들은 스포일러 주의）
슬레이어즈 애니메이션 4,5기가 있었어?
3기 TRY를 끝으로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더이상 제작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놀랍게도 그 후 약 10년이 지난 2008년에 4기 제작이 발표됐습니다. 제 기준에선 다소 뜬금없는 소식이었는데, 어쨌든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팬들 사이에서 흑역사, 혹은 라오어2마냥 존재하지 않는 작품 취급을 받을 만큼 처참한 모습을 보여줬죠.
그 중심에는 애니메이션 버전임을 감안해도 제대로 박살 난 설정과 스토리 라인이 있었는데, 비주얼에 민감한 분들은 작화에도 문제가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마법의 이펙트나 연출이 빈약하다는 건 공감하는 바이나 색감이 짙어진 걸 제외하면 잉? 작화 자체가 저열했나? 싶은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아마 취향의 영역인듯?
자, 그럼 도대체 어떤 설정이 그렇게 박살 나서 마음에 안 들었던 거냐? 한다면 요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총체적 난국이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건 최종 보스의 스케일이 너무나 작아졌다는 겁니다. 애초에 해당 시즌을 완결로 상정했던 1기의 흑막은 마왕 '루비아이' 샤브라니구두의 7조각 중 하나인 적법사 레조였고, 이에 따라 더 강한 적을 내세울 수 없었던 2기 'NEXT'에서는 당시 존재하던 최강의 마족이라 할 수 있는 5심복 중 최강의 마족, 명왕 피브리조가 마지막을 장식했죠.
4,5기와 같은 오리지널 스토리였던 3기 'TRY'는 이세계의 마왕인 '다크스타' 듀드라니구드의 강림을 주도하는 바르가브 （공식 설정은 아니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용신관 취급을 받습니다.） 가 최종 보스였는데, 앞선 둘에 비해 격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해당 세계의 신인 '흑룡신' 볼피드의 힘을 흡수해버린 듀그라니구드가 만약 성공적으로 소환됐다면 가장 큰 재앙이 될 수 있었던 만큼, 그에 대한 팬들의 반발이 크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오히려 대중적으로는 가장 성공한 시리즈로 평가 받고 있죠.
하지만, 4기인 레볼루션에서 리나 일행은 고작 자나파 따위에게 쫄아 버리는, 웃어 넘기기엔 너무 큰 설정 붕괴를 보입니다. 심지어 마지막 전투에서는 자나파를 쓰러트리기 위해 라그나 블레이드와 드래곤 슬레이브를 연달아 사용하기까지 하죠. 짝퉁 빛의 검이라곤 하나 자나파가 라그나 블레이드를 맞고도 끄덕 없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데, 심지어 이 두 주문을 탈리스만도 없이 리나가 연달아 시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탈리스만 없이 로드 오브 나이트메이어의 주문을 사용한 리나는 머리가 백발이 되어버릴 정도로 마력이 고갈된다는 표현을 애니메이션에서도 직접적으로 한 바 있으므로 애니방패가 적용되는 영역은 아닌 듯합니다.）
마족 계보.
근데 이렇게 설명하면 '그게 뭔데 씹덕아?' 라는 표현이 나오기 딱 좋겠죠? 그래서 슬레이어즈 세계관의 마족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드리려 합니다.
1편에서 썼듯 이 세계는 혼돈의 바다 위에 세워졌으며 '루비아이' 샤브라니구드와 '적룡신' 쉬피드의 대립구도처럼 모든 세상이 마왕과 신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 중 샤브라니구드의 영역인 리나의 세상에서는 5,000년 전 있었던 신마전쟁으로 인해 샤브라니구드는 7조각으로 나뉘어 봉인 되었고, 그의 5심복인 명왕, 패왕, 수왕, 마룡왕, 해왕이 마족 진영의 우두머리가 되었죠. 한편 쉬피드 역시 4용왕을 남기며 혼돈의 바다에 가라앉았다고 전해집니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렇게 5대 심복들은 실무를 담당해줄 직속 부하를 밑으로 두었는데, 이들을 각각'신관'과 '장군'으로 불렀습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수왕（Greater beast）' 제라스 메탈리옴은 둘의 역할과 힘을 모두 부여한 부하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제로스죠.
이와 마찬가지로 특이한 구성을 지닌 심복으로는 '패왕（Dynast）' 그라우쉐라가 있는데, 얘는 또 특이하게 각 2명의 신관과 장군을 두어 그들의 이름을 디, 너스트, 그루, 쉐라 라고 하였습니다. 이들의 이름을 모두 이어보면 다이너스트 그라우쉐라가 되죠. 애니메이션 버전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재밌는 기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5심복 중 강마전쟁의 여파로 가장 약해진 마룡왕이 '나를 상대하려면 빛의 검을 든 쉬피드 나이트를 데려와야 할 것이다.' 라고 얘기했던 사실 （말 그대로 상대해볼 만하다는 것.）, 그런 마룡왕에게 찢긴 제로스와 쉬피드 나이트가 호각을 이룰 것이라고 한 것이 작가 피셜이라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적룡신의 힘을 받은 최강의 인간이라 봐야 신관/장군 선에서 끝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전설 속에서 빛의 검을 든 인간에게 죽었다는 자나파 따위에게 샤브라니구드의 7조각 중 하나를 격파하고 명왕 피브리조까지 상대해 본 리나 일행이 겁을 먹는다는 게 어불성설.
마법의 종류?
리나의 세계관에서는 마법을 크게 '흑마법', '백마법', '정령마법', '신성마법' 으로 구분합니다. 더 자세히 하자면 리나 전용이라 할 수 있는 로드 오브 나이트메이어의 마법이나 TRY에서 등장했단 신마융합마법 등등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무수히 나눌 수 있는데, 이건 너무 피곤하니 패스.
어쨌든 흑마법의 대표주자는 주인공인 리나 인버스로 마왕의 힘 그 자체를 빌리는 주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드래곤 슬레이브는 루비아이 샤브라니구드의 권능을 빌리는 것으로, 인간이 구사할 수 있는 최강의 공격 주문이죠. 설정상으로 가진 모든 마력을 소모하여 그에 비례한 파괴력이 발현된다고 하니, 앞서 4기에서 라그나 블레이드와 드래곤 슬레이브를 연달아 시전했다는 것이 왜 넌센스인지 알 수 있는 부분.
어쨌든, 그렇다 보니 드래곤 슬레이브는 샤브라니구드에게 절대로 피해를 입힐 수 없으며, 마찬가지로 다른 마족의 힘을 빌린 주문들 역시 그 힘의 원천이 되는 자들에겐 무용지물입니다.
백마법은 엄밀히 말하면 후술할 신성마법의 짝퉁입니다. 1,000년 전 있었던 강마전쟁 당시 '명왕（Hell master）' 피브리조에 의해 리나 일행이 활동하는 카타트 산맥 일대가 결계로 봉인되어 신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에 기존의 신성마법과 비슷하게 사람들을 치유하고 정화하는 백마법을 신관들이 연구하여 사용 중이라는 것이 설정. 대표적인 사용자로는 아멜리아가 있습니다.
정령마법은 마족이나 신족에 비해 비중은 작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정령들의 힘을 빌린 마법으로 4대 원소를 기반으로 한 주문들이 대다수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마도사들은 대부분 사용할 줄 아는 것으로 표현되며, 대부분 강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어 그런지 사용 빈도만 보면 가장 높지 않나 싶네요.
다만, 작중 주적으로 등장하는 마족들은 본체가 아스트랄 사이드라는 차원에 존재하는 정신체에 가깝기 때문에 물리력으로는 피해를 줄 수 없어 정령마법으로 상대하려면 정신계 주문을 사용해야만 하죠.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라 틸트 라는 주문인데, 파괴력만 놓고 보면 드래곤 슬레이브와 비견 된다고 하지만, 사용 주체가 인간이라면 정신력에서부터 레벨이 다르기 때문에 마족에게 유효타를 먹일 수 없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흑마법과 만대로 신의 힘을 빌린다는 설정의 신성마법은 원작을 기준으로도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오리지널 스토리인 TRY를 통해 카타트 산맥 밖으로 나가 신의 힘이 통하는 세상에서의 여행을 그리고 있지만, 소설판은 3부가 되어서야 그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3부 자체도 2부 완결을 기준으로 약 18년만에 재연재 되다가 또 다시 연재가 멈춘 상태이기 때문이지요.
마르티나&정글스
사실 4,5기에 대해 할 말은 너무 많지만, 마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시간을 되돌려 2기로 잠시 돌아가 볼까 합니다. 여기에는 오리지널 캐릭터인 마르티나와 정글스라는 녀석이 등장하는데, 그중 마르티나는 자신이 만들어낸 가상의 마왕 '조아메르그스타' 를 믿는 괴짜죠. 언제나처럼 도적 소탕한답시고 여기저기 부수고 다니는 리나에 의해 자신의 국가가 개박살 난 뒤로 리나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쫓아다니지만, 결국 일행이 되어 모험을 돕는（?） 캐릭터가 되어버립니다.
사실 조아메르그스타 따위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굳은 믿음으로 기적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짠하기도 하고 점점 좋아지는, 그런 캐릭터죠. 정글스는 그런 마르티나와 결혼하게 되는 인물인데, 이 녀석 역시 처음엔 리나 일행을 죽이려 하는 악당으로 등장했다가, 명왕 피브리조에 맞설 때에는 배신하는 척하면서 피브리조를 죽이려 하는 용기를 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개그 원툴이었던 마르티나와는 달리 탈인간급 피지컬과 검술 실력을 지닌 가우리와 호각을 이룰 정도의 실력자라는 것 역시 반전 포인트.
이렇게 막상 쓰고 보니 처음 쓸 때만큼 재밌지는 않은 것 같네요.
그래도 슬레이어즈 시리즈는 심란할 때마다 보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매력이 있어 끊을 수가 없네요. （소설판은 지나치게 암울해서 주로 애니메이션으로 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