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그것은 어느 초가을의 오후,

난데없이 걸려온

어머니의 전화 한 통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잔소리 말고 오늘까지 엄마 계좌로 이체해.

알았지? 그럼 엄마 끊는다~」


한 참 학기가 진행 중이었던 그 날씨 좋은 9월의 한 복판에.

그렇게 나는 대뜸 휴학을 당했다.

그것도 하나 뿐인 아들내미의 등록금을 노린,

사업에 눈 먼-_- 모친에 의해서, 강제로.







그래도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없는 살림에 잘 살아보자고

홀로 계신 모친께서 사업 한 번 해 보겠다는 데

그깟 대학 등록금이 대수랴.







그러나 그 해 10월,

나름대로 편안한 백수 생활을 즐겨보려던 나는,

다시 한 번 모친 손에 이끌려

어느 번듯해 보이는 익산의 신발가게 사장이 되고 만다.

당연히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모친의 계략이었다.







「엄마, 이런 것 까지 계산 하고 나 휴학 시킨 거였지-_-」


「글쎄에~ 어쨌든 잘 해봐 아들~

여기에 우리 전 재산 들이 박은 거 알지?

이거 망하면 우리 쪽박 차는 거야.」


「자..잠깐; 엄마는 뭘 하고

이렇게 연약한 나만 장사를 하는 거냐고-_-;;」


「엄마는 서울에서 외삼촌이랑 물류 조달 하는 거지~

자, 여기 가게 열쇠.

지낼 방은 저 앞에 모텔에 달방 잡아 뒀으니까

거기서 자면 될 거야.

가게 문은 알아서 일찍 열고 늦게 닫는 거,

엄마가 말 안 해도 알겠지? 그럼 엄마 간다~ 우리 아들 파이팅~ 」






-_-;;;







그렇게 나는 모*-_-*텔에서 출퇴근 하는,

잘나가는 신발가게의 사장이 되었다.

그 때가 내 나이 스물 둘.

한 참 세상 물정 모르고 뛰놀기 바빴던 시절,

너무나 갑작스럽게 지게 된 사장역할의 시작이었다.















#1. 저요? 이 가게 사장인데요.




출근 첫날.







어제 밤 모텔의 야릇한 조명 아래서

잠을 잤더니 온몸이 므흣; 하다.

왼쪽 위에 [19]라고 빨갛게 써져 있던 채널은

또 어찌나 재밌던지..으흥흥ㅡ,.ㅡ;;




잠깐; 이..봐봐들;; 우연히 본거야;






9시쯤에 가게 문을 열고 청소를 간단히 한 후

손님 맞을 준비를 다 하고 나니 10시가 좀 넘는 시간.

음..배가 고프다-_-;

어젯밤도 근처 편의점에서 사온 걸로 대충 때웠는데..







문득 가게 앞을 바라보니 문득 1000원 김밥집이 눈에 띈다.

오늘은 저걸로 때워 볼까.









「아줌마, 요 앞에 신발가게에요, 참치김밥 두 줄 배달해 주세요~」


나는 날렵하게 그 김밥 집으로 뛰어가 주문을 하고는

가게로 돌아왔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 손님은 없다.

개장 1시간 째, 아직까지 매상 0원-_-.

엄마 말로는 익산에서 가장 목 좋은 곳이라

하루에 30, 40만원 매출은 문제없다던데.

에이, 몰라. 어떻게 되겠지.







나는 카운터 아래에 있는 CD 플레이어에

가지고온 박효신의 앨범을 넣고는 잠시 음악 삼매경에 빠진다.






좋은~ 사람~~（으음~메웨~）

사랑했었~다면~（으음~메웨~）

헤어져도~오~ 슬픈 게 아니야아아아아~





캬..자슥.. 소가 우는 구나.










「김밥 왔습니다.」


순간 가게문의 딸랑이가 울리는 가 싶더니 김밥이 배달 온다.

쳇. 손님인줄 알았더니. 좋아 밥이나 먹자.








「얼마에요?」


「4000원입니다.」


나는 무의식중에 카운터를 열려고 했지만,

당연히 아직 카운터는 빈 깡통이다.

어쩔 수 없지.

내 지갑을 열어 만 원짜리를 내밀며 배달 온 알바생을 보았다.









「자.....요...」


앗....오...저 어울리지 않게 상큼한 마스크라니..


예쁘다.....-///-

살짝 단발머리에 노란색 앞치마....

머리에 김밥나라로 쓰여진 모자를 쓴 것 까지..

옴팡지게 아리따운 아이다.







「네. 여기 잔돈 6000원.」


「아..네....」


이쁜이 알바생은 나에게 잔돈을 거슬러 주고는

살짝 인사를 하며 가게 문을 나선다.







아..첫눈에 반했다는게 이런 느낌인가.

아... 이놈아, 너 여기 사장하길 백번 잘했다..-_ㅠ..

엄니~ 지 사장질 잘 할께유~ 잇힝~








내가 이런 생각으로 알바생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사이

그녀가 잠깐 멈칫 하더니 다시 나를 향해 뒤 돌아 선다.






오오, 왜 그래 이쁜아; 너도 나한테 한 눈에 반한거니?+ㅁ+





「저.....괜찮으시다면..」


어엉~ 괜찮아~ 이쁜아~ 난 아무 때나 괜찮은 놈이야..



「바로 앞 가게니까..」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하핫~ 너무 갑작스럽잖아..부끄럽게..*-_-*





「그릇은 좀 갔다주시면..^^」


...-_-





「아, 네-_-;」


「감사합니다~ 그럼」


알바생은 귀찮은 딱지 하나 때었다는 듯 기쁘게 달려간다.

사는 게 다 이렇지 뭐.

나는 잠시 한 숨을 쉬고는 계속 해서

소 울음소리（우워워워~）를 질러대는 박효신의 노래에 맞추어

김밥을 먹었다.








음, 근데 이 김밥 생긴 게

어딘가 시골 할머니의 단무지 딸랑 들어간 김밥 같이 생겼단 말야.

알바생이 연습 삼아 만들어 본걸까.

에이 뭐 어때. 맛있기만 하면 되지.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김밥 한 개를 집어 먹은 순간,

물컹, 하는 느낌이 내 입안에서 전해져 온다.





물컹?-_-?





헉 뭐야, 김밥에 단.무.지.가 빠졌잖아.

이것들이 정말-_-^





나는.. 참을 수 없어서~


얼굴로 날아간 내 주먹에~

일터에 가시던 어머님은 또 다시 학교에~ 불려오셨어...



.....-_-; 아 미안;

2000년도 개그였어;








어쨌든 나는 정말 참을 수 없어서

그 김밥을 들고 김밥집으로 졸라 뛰어 갔다.

거금 4000원이나 주고 산 김밥에

김밥의 생명줄과 같은 단.무.지.가 없다니!!








나는 과감하게 문을 열어 제치고 소리쳤......




...





소리칠려고 하는 순간 내 눈에 들어 온 것은,








주인으로 보이는 사장에게 김밥에 단무지 안 넣고 말았다고

보기 민망할 정도로 혼나고 있는 이쁜이의 모습이었다.





「이, 이, 김밥들 다 어떻게 할꺼야!

어휴 내가 속터져 정말.

넌 어떻게 김밥에 단무지를 안넣고 만들 생각을 하니!!!

응? 말을 해봐!! 이거 다 어떻게 할 거냐구!!」





아...젠장..-_-; 여기서 나까지 지랄하면

저 이쁜이는 완전 새- 되는 거 아니야;

아악~ 나까지 저 애를 핍박했다가는

나중에 장*-_-*가도 못 가게 될 거야.





「아, 저...기요..」


나는 큰소리로 알바생을 혼내느라

내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있는 주인을 향해

살짝 용기를 내서 말을 했다.



「네, 네, 손님. 김밥 때문에 오셨죠?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아르바이트 학생이 실수를 해서. 제가 바꿔 드릴게요.

참치김밥이신가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제가 단무지 안 들어간 김밥을 졸라..아니;

정말 좋아하거든요.

어떻게 이런 제 입맛에 딱 맞게 싸준 김밥이 있나하고

들고 온 거였는데, 이 학생이 싼거였나봐요^^.」


「아...네..」






나는 슬쩍 주인 아주머니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쁜이의 얼굴을 보았다. 젠장, 역시나 이쁘다.

난 이쁜 여자한테는 정말 약해-_ㅠ.






「어디 가서 이런 김밥 구하기도 힘들텐데,

더 있으시면 몇 줄 더 주세요. 정말 맛있네요.

이 김밥. 모양도 이렇게....음...우둘툴툴-_-; 한게..아..하하하^^;

정말 맛있어요~」





그렇게 나는 원하지도 않던

단무지 없는 김밥을 다섯줄이나 사서 그 김밥 집을 나섰다.

아.. 아직 매상도 한 건 못 올렸는데.

아침 한 끼에 돈을 벌써 얼마를 쓴 거야.


엄마; 나 이러고 살아-_ㅠ.







「저..저기요.」


내가 괜한 짓 했나, 하는 후회를 살짝 하며

여전히 소 울음소리로 울부짖는 가게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뒤에서 그 이쁜이의 목소리가 날 불러 세운다.






「저... 괜히 저 때문에...」


「아, 괜찮다니까요. 저 정말 단무지 없는 김밥 좋아해요.」


나는 끝까지 졸라 멋있는 놈으로 보이고 싶어서 오바를 또 했다.

솔직히 단무지 없는 김밥 좋아하는 새끼가 어딨겠냐..ㅠ_ㅠ..






「그래도.. 알바생이신 것 같은데..

김밥을 다섯줄이나 더 사신 것도 그렇고...」



「저요? 하하^^; 걱정 마세요. 저 이 가게 사장이예요.」








to be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