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나른한 남자 [1] |
2025-04-20 15: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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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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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나른한 남자
햇살이 벽을 타고
소파에 누운 내 발끝까지 흘러온다
창밖 나무는 게으른 바람과 눈을 맞추고
나는 그저, 숨을 쉰다
커피잔은 아침의 절반을 채운 채
식어가고 있고
책은 펼쳐진 채,
두 페이지 넘기지 못했다
휴대폰은 손 닿는 곳에 있지만
들어 올릴 힘은 없다
누가 문자를 보냈든,
지금은 세상이 조용했으면 좋겠다
배는 살짝 부르고
눈은 살짝 감기며
시간은 살짝 늦어지고 있다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지만
그건 내일의 나에게 맡기기로
나는 오늘을, 이대로
조금 더 눕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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