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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 장례식을 다녀왔다.

서른 중반에 친구 장례식은 너무 이른거 같다.

여태 친구 조부모님이나 부모님의 상에는 몇차례 다녀왔었지만

친구 장례식은 처음이었다.

아니 고등학교때 낯선 병으로 먼저 보낸 동창이 있었지만 안면은 없었어서 이번을 처음으로 생각한다.

점심먹다가 연락받았다.

마지막에 한숟갈이라도 더 하려는 내가 숟가락을 내려놓게 되더라

연차쓰고 바로 달려갔었다.

아직 입관 전에 도착했고

15년 동안 친구랑 장난처럼 말했던 육개장을 받았다.

사실 전날 받았던 전화에서도 친구랑은 육개장 이야기를 했다.

장난처럼 내가 먼저가면 육개장 칼국수를 차려주마 했을때 너는 내가 먼저가면 육개장 전골을 해주마 3번 먹어라 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내 앞에 육개장을 받고보니 3번은 커녕 바라보기만 했다.

나름 약속이라 생각하며 입에 넣었지만 역시 안넘어가더라. 밥알은 모레알 같고 육개장은 그 모레알을 넘기기 위해 입에 밀어 넣을 뿐이었다.

잠깐 담배피러 다녀왔을때 입관이 진행되었던거 같다.

부모가 먼저 돌아가시면 고아고 자식이 먼저 저세상으로 가면 단장이라고 했던가

모르겠다. 한이라는 동물의 울음이 있다면 그런 소리였을것이다.

괴롭고 무섭고 죄송스러웠다.

나는 장례식장으로 향할 때 발인까지 함께하려고 했다.

하지만 도망갔다. 밤 10시도 안되서

괴롭고 무섭고 죄송스러워서 오래 있지 못했다.

좀 더 다독여주고 같이 만나서 술도 마시고 할걸

일한다고 핑계대며 만나지 못한날들, 술마시고 전화해 마냥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던것 등 모든게 나에게 후회로 밀려들어온다.

내가 좀 더 못해주고 더 못들어주고 더 이해해주지 못한게

괴롭고

울음이 괴로웠다.

친구의 가족들과 친구의 직장 동료가 날 보고 가장 친했던 친구로 인식하고 인사해주시는게

무서웠다,

내가 친구에게 가장 친한 친구로서 대해준게 남들이 봤을때 기준에 만족할까

나는 무서웠다.

그리고 죄송스러웠다.

가장 친한 친구란 놈이 친구를 보내주러와서 할 수 있는게 없다는게

감히 아픔을 헤아릴 수도 없을 뿐더러 눈물도 나지 않던 내가 죄송스러워 도망쳤다.

난 겁쟁이다, 괴롭고 무섭고 죄송스럽다고 도망치다니

한창 일할때 생각은 났지만 애써 일 쳐내느라 바뻤다. 친구 생각을 못했다.

휴일이라 문뜩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계속 후회가 밀려오더라

이렇게 해줄껄 저런건 이해해볼껄

세상 빠르게 해도 늦는게 후회라지만

후회만 밀려온다.

잘 보지 않던 넷플릭스로 시간을 때우고 게임을 하고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후회와 우울을 밀어내려했다.

밀어내고 싶다.

진짜 사람 보내주는거 너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