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2022-12-07 18: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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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은역시칼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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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다녀온 직후
약제 : 메틸페니데이트（18mg）
성분과 용량은 몸무게, 체질 등으로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함
복용 전 :
철학 입문서를 읽으면서 내 집중력을 실험해봄
휴대폰으로 1시간 알람을 맞추고 읽는데
중간에 고작 3줄이 이해가 안돼서
아니 이 뜻이었나? 이 말 아니었나?
아까 이런 말을 했었나?
이게 헷갈려서 단락 처음부터 다시 읽느라
두 문장을 이해하는데 10분 걸림
그리고 중간에 졸려 죽을 것 같아서 죽음
안자고 바로 일어난 것 같은데 5분 지나있음
휴대폰으로 시간 확인하니까 웃대 보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손으로 패턴 풀고 웃대를 열었음
아 시발! 이러고 입으로 손 깨뭄
의미 없는 행동인거 아닌데 그냥
이렇게라도 정신 차려서 계속 해보자 싶었음
그렇게 읽다가 이해 안되서 다시 읽고
꾸벅꾸벅 졸고 하다보니까
알람 울림
페이지를 확인해보니 페이지 30임
본문이 시작되는 부분이 페이지 15니까
1시간에 15페이지를 읽은 셈임
관심 높은 책은 정말 안막히고 술술 읽는데
철학의 벽은 너무 높았음
오늘 :
부비적대면서 일어남
시계 보고 오늘 아침에 약 먹어야 하는데...
생각하다가 이불 걷었는데 너무 추워서
다시 이불 덮고 잠
부비적 일어나서 어제 만들어놨던
김치찌개 먹고 약 먹음
유튜브 보다가 한 30분 있으니까
정신이 맑아지는게 느껴짐
정말로 그냥 느껴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겠다는
그 맑은 정신이 느껴졌음
어제, 오늘, 방금, 지금
모든 생각이 동시에 들던 그 혼돈이 걷히고
정말 맑은 하늘이 느껴졌음
내 안에 내가 있고 내가 움직이는 게 생소했음
책을 들고 휴대폰을 보았을 때
유튜브를 보고 싶기는 했지만
책을 읽을 수 있었음
읽으면서도 중간에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컴퓨터를 열어서 검색해봤음
컴퓨터를 열었는데 스팀을 열지 않았음
인터넷 창을 열었는데 웃대를 들어가지 않았음
책을 읽으면서 다른 생각을 하느라
집중을 못한 적도 없었음
물론 책을 읽으면서
'점심을 불닭쌈이다'
'어제보다 확실히 잘 읽히는 것 같네'
'아 어제 하던 게임 마무리 해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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