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3년. 금감원에서 제시한 자격증 평균 취득기간. 순진하게 뭐 2년, 길어야 3년 고생좀 하면 되겠다 싶어서 진입을 했지. 남들 취준할 시간에 저거 준비해서 전문직 자격증 따고 취업하고 뭐 아님 말고. 근데 애초에 마인드가 썩어빠져서 그런가 학원에서 수업만 듣고 집에 가기 일수였고, 저녁에 친구 불러서 밥먹고 놀고 그러다 2년을 날려먹었지. 차라리 알바나 여행이라고 갈껄.

근데 아까 말했지. 평균 2.5년~3년이라고. 내가 방황하던 2년 사이에 시험 털고 나가는 괴수들이 있더라. 아니, 엄밀히 말하면 괴수는 아니고 조온나게 성실했던 애들이었겠지. 반면에 나는 정신 못차린 미친놈이었고. 얘내들 보니까 정신이 들더라. 아까 그르맨처럼 엉엉 울지는 않았지만 후회가 막심하게 밀려오더라고. 그러면서 겁나더라. 이러다 내 인생 조지는 거 아닌가 싶어서. 아, 이미 반쯤 조졌나?

결국 저 2년은 매몰비용이 된 채, 27살에 다시 처음부터 공부하겠다란 선택을 했지. 저거 준비하는 순간 다시는 취업으로 돌리기 힘들다는 리스크를 짊어진 상태로. 그러면서 다짐을 했어. 30살 전에 이거 못따면 무스펙에 취업도 말아먹었겠다 그냥 중랑천에 빠져 죽자고. 그 뒤로는 뭐 말 그대로 3년 갈아 넣으니까 되더라.

저 3년에는 무휴학으로 1차 준비한 것도 있고, 2차 말아 먹어서 1차 다시 본 경험도 있고 남들에 비하면 파란만장했는데 아무튼 되긴 되더라고. 뭐 자격증 따는거랑 취업이랑 결이 다르다고 할 수는 있지만, 멘탈 붙잡고 버티면 뭐가 되었든 언젠가 되긴 되더라고.

아직 취업 못한 사람들의 속사정을 세세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나같이 인생 허비한 놈 조차 언젠가 되는게 자격증이고, 취업인 거 같어. 근데 여기 있는 스게맨들 보면 다들 생각 있고, 성실하게 사는 것 같더라. 나보다도 다들 마인드셋 좋고, 성실하니 조만간 좋은 결과 있을 거 믿어 의심치 않으니 지금은 고통스러워도 잘 견디길 바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