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점점 적절해져가고 있다. 몇주 전만해도 이런 날씨가 어니었는데 가면 갈수록 날씨가 적절해져만 간다. 민주화라는게 정말 급속히 진행이 되는것같다. 날씨 덕분에 학교가는 날을 제외하고는 부엉이바위에서만 틀어박히게 된다.

우리 집은 死가족으로 부모님과 나. 그리고 쌍둥E 남동생이 있다. 태어난지 몇십초 차이난다고 내가 성님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나와 동생 녀석 사이에는 그런 개념은 없다. 그냥 "야".로 통일한다. 부모님도 특별히 제재를 가하지 않아서 우린 어릴적부터 쭉 그렇게 쓰고 있다. 일란성쌍둥이라서 그런지 나와 동생은 많은 것을 공유하고 통하고 함께 한다. 지금도 그렇다.


"아. 쓰벌. 글 짤렸네"
"야 내가 아까 세로드립 치라했잖아."

거실에는 나와 동생 녀석 컴퓨터가 2대가 있다. 우린 취미도 같아서 게임도 꼭 같이 한다. 이렇게 후덥지근한 날엔 밖에 나가지 말고 디씨나 조지는게 상책이다. 선풍기 한대로 이 적절한 몸을 식히며 적절스크림을 빨며 욕을 해대며 디씨질을 하는것. 그것이 바로 우리 형제들의 민주화 해소법이다.

딸을응응응

한참 민주화가 진행되는데 거실에서 빠따가 울린다. 귀찮다. 나는 동생 녀석의 허벅지를 툭툭 찼다.

"녀석, 제법 튼실한걸. 저리가서 전화나 받아".
"싫어. 이 암퇘지야, 어차피 니가 다음타자잖아 갔다와"
"...핡"

요새 들어 느끼는건데 이녀석 말빨이 점점 느는 것 같다. 아닌가? 디씨질을해서 당연한 말인가? 딸.딸.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기를 받는다.

ANG?
"..진성이냐?"
"성님?"

의외의 목소리다. 부모님이 우리에게 전화를 할때 거의 나무빠따로 전화를 걸어오는데 쇠빠따로 걸어오는것은 처음이다.

"왠일이냥께 나무빠따 냅두고."
"지금부터 아빠가 하는 말 잘들어. 절대 밖에 나가지 말랑께. 지금 암캐성님을 데리러 가고 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고. 동생이랑 집에서 나오지 말랑께. 그리고 이제부터 다른 선수 말을 믿지마. 절대로."
"..어? 무슨 말이냥께.?"
"시간이 없당께! 진성아 제발 그렇게 해다오. 무사히 있길 바란당께."

ANG. ANG. ANG.

통화가 끊겼다. 평소 성님의 목소리가 아니다. 장난기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이정도의 진지한 구라를 칠 분은 아니다.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 머릿속은 그대로 얼어 붙어 존슨도 굳어 버린다.

"이 음탕한녀석, 바지가튀어 나왔잖아."
"어? 응."

그제서야 존슨이 풀린다. 다시 터벅터벅 걸어가 의자에 앉는다. 디씨는 일단 뒤로하고 알트탭을 누르고 게이버를 킨다. 실시간 검색창과 수시로 뜨는 뉴스에 무슨 일이 이는지 대충 훑어 본다. 아무것도 없다. 성님이 정말 장난치는건가? 아니야. 그럴리없다. 성님의 목소리에서 그런 것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야."
"ANG?"

나의 기분을 알리 없는 동생 녀석은 열심히 게임 중이다. 나는 동생의 바짓속 존슨을 강제로 세운다.

"ANG? 뭐야!"

예상대로 짜증을내는 동생. 나는 굳은 존슨으로 동생에게 아빠에게 들은 내용을 정자와 함께 그대로 전달했다. 처음엔 기분좋아했던 동생이 내 존슨과 진지한 정자갯수에 점차 차분해져간다.

"그럼 확인해보면 될거 아냐?"
"..나가자고?"
"넌 너무 털이 많아."
"그건 너랑 나와 별 차이 없는걸로 아는데?"
"시끄러. 난 크기가있다구. 나가보자."
"구라일수도 있잖아?"
"성님이 그런 거짓말을 하겠어? 그리고 쇠 빠따로 걸었다는건 폰이 없어졌거나 존슨이 안슨다는거잖아. 그럼 무슨 일이 있긴 한걸거야."

그러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동생 녀석. 다시 존슨을 세우고 간단히 ㄸㄸ리를 친다. 역시 기분만 좋아진다. 스마트 폰으로 친구들에게 내 빠따셀카를 보내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통신상태 불량이라고만 뜨기만 할뿐 친구들에게 연락이 되지 않는다. 뭐지..?

일단 내 방에서 대충 빠따를 들고 나갈 채비를 한다. 동생 녀석은 쇠빠따를 들고 현관문 앞에 서있다. 활동하기 편한 이호성 싸인 티셔츠를 입은 우리 둘은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었다. 우리 집은 일반 자가 주택으로 되어있다. 2층으로 되어 있고 앞에 조그만 빠따가 깔려 있고 밖을 가로 막고 있는 작은 빠다문이 하나 더 있다.

주위에는 작은 5층높이의 빠따와 그 앞으로는 빠따분실신고센터, 여러 빠따판매점과 중고빠따매입점 등이 있다. 묘하게 떨리고 흥분되는 마음을 빠따로 누르며 집앞 빠따문을 열었다. 여느 시즌리그때와 다음없는 우리 동네 분위기에 추욱 하고 빠따가 처진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동생은 빠따웃음을 친다.

"개뿔. 담배나 사러가자."

기우였을까?너무나 같은 동네 모습에 안도가 되기도 하지만 작은 실망도 생겼다. 편의점과는 거리는 5분도 안되기 때문에 나와 동생 녀석은 여유롭게 걸어 갔다.

"근데 사람이 이렇게 없었냐?"
"그러게, 빠따도 하나도 굴러다니지않고."

편의점 앞에는 커다란 야구장이 있는데 빠따들이 하나도 없었다. 우리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편의점을 열고 들어 갔다. 그리고 코를 찌르는 악취에 우리는 눈쌀을 찌푸렸다.

"무슨 냄새지?"
"어서오세요."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알바가 우리를 반겨 주었다. 하지만 이 구토를 유발하게 하는 악취는 도저히 참아낼 수가 없었다.

"말부루주세요."
"네."

하고 담배를 건네주는 알바. 잠깐..알바의 왼쪽 손.. 언제부터 보라색에 짧았지? 내 생각을 읽었는지 동생도 담배를 받지 않고 물끄러미 알바를 바라보았다. 우리의 시선을 느꼈는지 알바도 우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하고 태연스럽게 말하는 알바.

"아뇨 그런건 아니고"

ANG?

마침 알바 옆에 있는 전자렌지에서 다 돌아갔는지 소리가 나다. 알바는 그 소리에 재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착각이었을까 알바의 눈이 광기로 물들어 보인 것은. 버튼 하나로 전자렌지를 열자 처음 편의점을 들어왔을 때 이상의 악취가 우리의 후각을 자극시켰다.

"야 그냥 가자. 여기서 못 사겠다."

눈쌀을 잔뜩 찌푸리고 짜증을 부리는 동생. 나도 같은 생각이기 때문에 발길을 돌렸다. 어차피 편의점은 근처에 많다.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는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아주..조..옷..

뭔가 알바가 말하는 소리가 난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알바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대로 굳어져버렸다. 전자렌지에서 꺼낸 것은 작은 기차였는데 알바는 그것을 두손으로 바퀴를 받치고서 연료창부터 거침없이 뜯어먹고 있었다. 우리의 시선은 전혀 느끼지 못했는지 '그것'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있었다.

"..야."

그러면서 알바의 다른 손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까 본 것과 마찬가지로 보랗고 짧은 손이 눈에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마 사람이 낼수 없을 소리를 내며 아주..조옷..되는.. 소리를 냈다. 10분.. 15분.. EE분.. 체감적으로 그렇게 지난 것 같다. 우리 형제는 바보같이 알바가 '식사'를 끝낼 때 까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패기 때문인지 우리의 굳은 빠따는 쉽게 움직여주질 않았다. 마침내 식사를 다 마친 알바는 손에 묻은 연료까지 삭삭 핥고서는 입맛을 다셨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알바는 우리를 보고 낮게 위협했다. 그것은 사람의 모습이 아닌 한 마리 하마였다.

"아..앙대!!"

그제서야 빠따를 움직인 우리들은 문을 받차고 집까지 뒤도 돌아보123지 않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주 주옥되는거야. 아주 주옥되는거야. 아주 주옥되는거야."

도저히 사람이 낼 수 없는 소리다. 확실한건 저 빌어먹을 하마 녀석이 우리를 기차로 인식하고 있다는 거다. 빠따의 기로에 선 인간에게는 초인적인 힘이 발휘되긴 하나보다. 우리 형제는 정말 빛의 속도로 집 밖에 있는 철문을 열고 재빨리 문을 잠갔다.

우리를 쫓아온 하마 녀석은 더 이상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온 몸이 보라색이고 짧은팔다리에 검은색 눈동자와 톡 튀어나온 콧구멍, 언뜻보이는 칼까지. 여태까지 듣지도 보123지도 못한 괴생명체였다.

"하ANG..하ANG.."

우리 형제와 하마 녀석의 거리는 불과 10미터. 하마는 우리를 잠시 노려보더니 몸을 돌려 걸어갔다.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뱉은 우리는 바닥에 주저 앉았다. 너무 놀라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 이건 있을수 없는 일이다.

"..성님이 말한게 참이랑께요."

동생의 말에 나는 말없이 일어났다.

"일단 들어가서 생각하장께.."
"ANG.."

우리는 집 안으로 들어와 문을 꼭꼭 잠갔다. 1층과 2층에 있는 창문을 모조리 잠구고 구멍이란 구멍은 다 막았다. 온 몸에서 땀이 흘러내린다. 그리고 다시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확인한다. 인터넷에는 여전히 같은 화면이었다.

"뭐지..하마가 돌아다니면 분명 합필갤에 떠야 하는거 아니야?"
"..아니랑께. 잘보랑께."
"ANG?"
"아까와 그대로랑께. 인따넷 화면. 원래 여기 뉴스부분이 실시간으로 계속 올라가야 한당께. 인기검색어도 그렇당께. 몇분 단위로 순위가 바뀌는데 그대로랑께."
"그럴수도 있는거 아니야?"
"..그런가ANG?"

거친 숨을 내쉬며 동생은 인기검색란에 마우스를 대보았다. 지금 이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검색어들이다.

"성님..이거보랑께."
"ANG?"
"검색어들 앞글자만 세로로 보랑께.."
"A..N...G.."

그제서야 나는 깨닫게 되었다. 세로로 앞글자를 따서 우리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려고 했던 것을.

'밖.에.나.가.지.말.랑.께.' 라는 글자들.

"성님이 했던 말이랑께."
"...."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 것인지 대책이 서지 않는다. 과연 성님은 무사할까. 그리고 엄마의 상태는? 이 혼란스러운 머리를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대책이 서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여전히 통신 불량 상태로 아무에게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일단 여기서 빠따를 지켜보장께. 성님이 올때까지 기다려보는거랑께."

그게 최선일 것 같다. 나는 말없이 빠따를 끄덕였다. 앞으로 우리에게 닥쳐올 빠따들을 과연 감당할수 있을지 두려움이 더욱 커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