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몇 달 전 어머니가 수술을 하신다고 글을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가 2차수술이었는데요. 몇 년 전 했던 갑작스러운 뇌종양수술 때도 저는 웃대에 글을 올렸고
많은 분들이 위로를 해주셔서 정말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제가 2차 수술 글에서 왠지 모르게 자꾸 이번에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적었었어요.
근데 그게 현실이 될 줄이야...
사실 어머니의 뇌 수술 자체는 잘 진행되었어요.
그 이후 오른쪽 마비를 이겨내기 위해 재활운동을 몇 달간 하시면서 항암치료를 병행하였고,
몇 달 뒤 갑자기 급격하게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어요.
어머니는 잠들었어요.
그 이후로 계속요.
말도 못하고 숨만쉬고 계셨다고 해요
그런 상태가 두 달 정도 또 지속되었어요
학교에 다니는 저는 간병인으로 있는 친형이 보내주는 사진을 보자마자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어요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는 형의 연략을 받았어요.
더 이상 할 수 있는 치료가 없다고 했어요
어머니는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지셨고, 저는 기말고사 기간, 학교에서 근로를 하던도중 그 소식을 듣고
서둘러 조퇴를 하여 어머니를 보러갔어요.
마지막 면회때 저와 이야기하던 어머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쇠약한 상태로 눈을 감고 코를 골던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어요
정말 저는 가족들 앞에서 울기 싫었는데
너무 눈물이 나더라구요..
이 글을 쓰면서 그 때를 생각하니까 또 눈물이 왈칵 나요.. ㅎㅎ
결국 형한테 자리를 잠깐 비켜달라하고
엄마옆에서 끅끅 울었어요..
엄마는 말도 못하고 볼 수도 없지만, 들을 수는 있을거라는 말에
하고싶었던 말들을 다 했어요
사실 엄마를 보러갔던 그 날은 꽤나 엉망이었어요.
정신이 없어 온라인 수업에 출석하지 못하였고
기말고사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심지어 집에 오는길에 제 교통카드를 잃어버렸거든요
하지만 무엇보다 더 슬펐던 건 엄마가 이제 제 삶에서 사라진다는 거였어요
얼마지나지 않아 엄마는 임종실로 옮겨졌어요
임종실은 1인실이었고, 저희 가족은 주말마다 면회를 갔어요
너무나도 힘들었지만 말하지 않았어요
누구보다 제일 힘든건 엄마였을테니까요
그러다가 결국 어머니는 돌아가셨어요
저는 너무 슬픈게
그래도 엄마와 얘기라도 하고.. 눈을 마주하고
그렇게 서로의 마지막을 대비하고 싶었는데
그런거조차 하나도 할 수 없었으니까.. 그게 제일 슬펐어요
어머니는 헐떡이던 와중 갑자기 크게 숨을 마시고 후우..- 내뱉더니
그대로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신 이유는 암이 점점 퍼지면서
장기의 기능을 하나씩 마비시켰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그 이후 장례식이 열렸어요
부모님의 지인분들, 제 친구들, 여러 사람들이 와주었어요
뭔가 실감나지 않았어요
눈물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어요
왜그랬을까요
하지만 관에 누워있는 엄마를 봤을때는 너무나도 눈물이 차올랐어요
길고 고된 장례.. 어머니가 화장터로 들어가던 순간..
아직도 눈에 생생해요.
그렇게 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그나마 서류정리를 잘하는 제가
모든 보험금 처리와 사망신고 업무를 했어요
그렇게 정신없는 일상이 지나가고
저는 가끔씩 밤에 아직도 눈물이 나요
이상하게 엄마가 돌아가셨던 그 날
장례식이 진행되던 그 날
저는 눈물이 나지 않았어요
그저 현실같지 않았어요
맞다, 어머니가 임종실에 있었을 때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만들러 사진관에 방문했었어요.
혹여나 엄마의 증명사진이 있을까 해서
엄마가 입원해계셨던 재활병원에 들러 엄마의 짐을 받아왔어요
혹여나 지갑에 엄마 사진이라도 있을까봐요
신도시에 있는 병원이라 사람도 별로 없었고,
저는 집에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엄마의 가방을 뒤적거리다 지갑을 발견했어요
근데 지갑에 엄마사진은 없고 저랑 형, 동생 사진만 있더라구요
그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파요
엄마가 좋아했던 음악을 들으면서 요즘은 혼자 방문을 닫고 눈물을 흘려요
가끔씩 너무나도 할 일이 없을 때나, 뜬금없이 엄마 생각이 날 때가 있어요
그럴때면 저는 세숫대야에 가득 찬 물이
순식간에 증발해버리는 상상을 하곤해요
그렇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아요
저는 아직도 일을하고, 학교도 다니지만
어딘가 모르게 망가진 느낌이에요
언제쯤 저는 엄마의 죽음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죽음에 관한 많은 책도 읽어보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하지만
쉽지않아요
열심히 제 인생을 살아도 어딘가가 공허한 느낌..
저는 오늘도 방에서 혼자 엄마가 자주듣던 노래를 들으면서 혼자 울다 잠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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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50
그리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