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이 한 번 불 때마다 살갗을 도려내는 듯한 추운 겨울날 스포티지를 타고 가는 이 누구인가?

그들은 바로 아비와 땅개로 오늘 입대를 하는 아들이었다네

아비는 아들을 조수석에 태우고 간다네

안전하고 따뜻하게 안고 엑셀을 밟는다네

" 아들아, 왜 그렇게 떨고 있느냐? "

" 아버지, 저기에 마철두가 보이지 않으세요? 시뻘건 각개빤쓰를 걸치고, 팔각모를 쓰고있는 미철두가? "

" 아들아, 그건 그냥 자욱한 안개란다 "

" 귀여운 아쎄이! 해병으로 오려무나 함께 재밌게 전우애를 하자꾸나 "

" 내무반에는 맛있는 짜장면이 준비돼있고 내 구릿빛 궁둥이는 널 반기고 있단다. "

" 아버지! 마철두가 저를 유혹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세요? 마철두가 궁둥이로 피리를 부는 소리가? "

" 진정해라, 아들아 걱정 말거라. 저건 마른 풀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거란다. "

"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쎄이! 나랑 해병에 가지 않으련? "

" 내 후임들이 너를 기다르고 있단다. 내 후임들이 밤마다 축제를 열자고 하는구나. "

" 너를 위해서 밤마다 포신을 세우고 해병싸가를 부를 거란다. "

" 아버지! 아버지! 보이지 않으세요? 저 음침한 곳에 서 있는 마철두의 후임들이? "

" 아들아, 아들아 진정하거라. 저건 단지 낡은 버드나무 가지일 뿐이란다. "

" 너무 사랑스럽구나, 너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했단다. "

" 만약, 네가 해병에 오기 싫다면 나는 너를 억지로라도 데려가겠다! "

" 아버지! 아버지! 엑셀을 밟아요! 마철두가 제 팔을 잡고 저를 끌고 가요! "

아비는 공포에 질려 급하게 엑셀을 밟았네

따흐흑 거리는 아이를 옆에 태우고서

두려움에 떨면서 육군 훈련소에 도착해 옆을 보았더니

아들은 어느새 빨간 빤쓰만을 몸에 두르고 앉아 있었다네.

- 1815년 발표 된 작자 미상의 고전 해병싸가 마왕（馬王）의 한 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