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이것이 여포다-


관우는 자신의 언월도를 비스듬히 세운뒤 맹렬한 기세로 여포의 허벅지와 옆구리를 노렸다. 여포는 처음의 기세와는 반대로 밀리기 시작했다. 방어하는 것이 시원치 않았다.

그저 힘이 부치는대로 힘겹게 막는 것처럼 보였다. 여포는 몸마저 후들거리는 것 같았다. 관우는 더 기세등등하게 빈틈을 공략해 나갔고 여포는 여포대로 힘겨운 공격과의 사투를 벌이는 듯 했다.

그렇게 50합이 지났을때 관우는 이미 땀 범벅이 되어있었다. 그의 상징인 일자수염조차 땀으로 뒤섞여 짐승의 털처럼 푸석해져 있었다. 그러나 그 맹렬한 기세만은 여전했다.

그러나 여포는 달랐다. 힘든기색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닌가? 위태위태하게 방어를 하고 방천화극을 놓칠 듯 말듯하며 힘겹게 싸움을 하던 여포의 상태로 봐서는 신기한 일이였다.

이윽코 몇합이 더 지나자 관우의 공격역시 조금은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여포의 눈이 빛났다.

“수염..넌 넘어갈수없다..크큭..”

“후욱..후욱..!....설마?!”

“이제까지 당해준것에 백배로 복수하리라!!”

“고..공격을 막지 않고 흘려보냈단 말인가! 허!!”
그렇다. 흘려보냈기 때문에 힘들어 보일 수밖에 없는 것 이였다. 실제로 체력소모는 막는것보다 덜하나 다른이가 보기에 그렇게 힘들어보일 수밖에 없는것이다.

창과 손의 틈새를 어느정도 만든뒤 붙잡는다. 그다음에 공격이 오면 그 틈새를 이용해 반동하면서 방어하는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교한 것임이 틀림없었다.

여포는 대세를 읽었다. 그렇기에 인중의 여포라는 말이 나오는 것 이였다. 전투와 일기토에 있어서는 역시 여포를 따를 자가 없었다.

인간을 넘어선 동물적 육감. 상황에 따른 변칙성. 그러나 관우 역시 무식한 장수만은 아니였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으나 시간도 시간인지라 계산을 못한 것이 착오였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여포의 맹공이 시작됬다. 창길이가 긴 상태라 관우가 뒤로 조금씩 몸을 빼면서 싸워야 했기 때문에 힘들 수 밖에 없었다.

‘크흠...역시 적토를 공격하면서 속전속결을 해야하는것인가? 역시 여포로구나!’

관우는 한동안 고심한뒤 적토마를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 그 기세에 여포역시 맹공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장수의 일기토에서 말을 공격하는 것은 치졸한 짓이지만 그렇다고 해서는 안될일도 아니였다. 그러나 말이 부상당한다면 그틈새를 노려 자신이 목이 달아날 것을 아는 여포였다.

더욱이 관우같은 장수라면 그 틈을 놓칠 리가 없었다. 찰나의 순간이 자신의 목을 좌우한다. 아무리 힘이 빠졌다 하더라도 관우는 관우였다.

“수염..네녀석이 나를 죽이려고 안달이 났구나..큭큭!”

“흠! 네 너를 죽여야만 천하의 역적을 벌할수 있으니! 무엇이 급하단 말인가? 어서 이 싸움을 끝내고 싶을 뿐이다.”

“역적? 우리 아버지를 맘대로 낮추는군! 큭...넌 오늘 살아서 갈 수 없다 수염!”

“그대 같은 자가 역적을 따르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여포 그런 무용이라면 천하를 위해 쓸수도 있을 것 이였음을..!”

“닥쳐라! 수염!

여포는 견고한 자세로 말을 붙잡았다. 그리고 엄청난 괴력으로 그 긴 창을 한손만으로 운용하는 것이 아닌가? 관우 역시 놀랄 수밖에 없는 괴력이였다.

자신의 동생 천하의 장사 장비역시 사모를 운용할 때 에는 두손으로 운용했다. 그런데 사모보다 긴 방천화극을 집어 한손으로 운용하다니?

“정말 놀랄만 하구나..인중의 여포 마중의 적토라 하더니!! 역시 지금 죽이지 않는다면 얼마나 많은 민중들이 고통받을꼬!”

“목이나 간수 잘하시지! 수염!”

그렇게 지루한 듯 둘만의 싸움은 벌써 100합이 넘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싸움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고 드디어 여포도 힘든 기색을 내보였다. 그때 여포의 화극이 관우의 얼굴을 스치면서 피가 흘렀다. 관우역시 움찔하면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 한수에 엄청난 살기를 느낀것이다. 조금만 늦어더라면 얼굴은 이미 꼬치가 되어있을것이였다.

관우가 움찔하자 여포도 흡족했는지 숨을 고르고 있었다. 순간 상대의 진영에서 징이 울리기 시작했다.

관우가 여포를 노려보며 말했다.

“봉수의 소리로군..（오늘 싸움은 봉해졌으니 후일 다시 싸우라는 징소리）”

“수염...목이나 닦고 있어라..크큭..”

“흐음!”

그렇게 서로는 각자의 본진으로 들어갔다. 관우는 힘겨운 듯이 천막안으로 들어갔고 여포는 흥분된다는 듯이 사수관으로 당당히 입성했다.


사수관안에서는 한창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화웅이 관우에게 죽자 항복할까하던 사수관의 사람들이 여포가 지원으로 오자 다시 맞서자는 것 이였다. 이미 반 동탁군에 항복하자는 편이 갈려있었고 여포가 왔으니 이길수 있다며 싸우자는 강경파들도 있었다.

여포는 본디 글을 모르고 생각하는 것을 싫어했기에 그런 논쟁에는 끼고도 싶지 않았을뿐 더러 끼어주지도 않았기에 여포는 마구간에 적토마와 함께 있었다.

그런 여포를 두고 논쟁은 더 혼잡스럽게 진행되었으나 본의는 어렵지 않은것이였다.

이 상황에서 항복이냐? 싸우느냐?

대전안의 공기는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중의 사수관의 재정을 돌보고 있는 갑부 전씨가 가운데에 있는 탁자를 치면서 말했다.

“이미 대세는 반 동탁군 이올시다! 우리역시 동탁에게 당한 것이 많지 않소? 우리가 그의 인품에 반해서 그에게 항복한 것인가? 아니올시다! 각자의 백성들을 살리고 싶고 또 황제를 가까이 모시고 싶다는 마음에서 항복한 것이 외다! 정신들 차리시오! 여포가 왔다고는 하나 그는 지장이 아닌 무장이요, 숙장이 아닌 체장이외다!”

서로의 말을 붙잡고 늘어지던 대전 안이 전씨의 말로 일순간 조용해 졌다. 전씨는 그런 대전을 빙 둘러보면서 말을 이었다.

“오늘 관우와의 접전에서 우위를 보여 사기가 올라가기는 했으나 이 사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수도 없을뿐더러! 지금 병사들 중에서도 반 동탁군에 투항하여 성을 빠져나가는 병사가 속출하고 있소이다! 비록 수비는 강경하게 할수있을지 몰라도 우리는 곧 죽을것이오, 호로관으로 도망친다하더라도 반동탁군이 도망가는 우리를 죽이지 않을꺼란 보장은 없소이다!”

죽는다는 말에 모두의 몸이 움찔했다. 그리고는 금새 얼굴이 파리해졌다. 그렇다. 그들은 언제 바닥날지 모르는 약간의 군량을 가지고 버티고 있었다. 설사 도망간다 하더라도 그들이 언제 뒤쫓아 죽일지 생각하기도 싫은 것 이였다.

강경파들 역시 침울해지며 고개를 숙이고 말았고 항복하자는 대외파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의 논지를 굳히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한사람이 전씨에게 몰아 부쳤다.

“흐음.. 전대인의 말도 일리가 있으나! 우리가 투항한다고 해서 저쪽이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큰 결과를 초래하는 것 이외다! 저들이 우리를 어떻게 믿는단 말이오? 거짓투항으로 오인 할수도 있소이다!”

전씨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눈을 빛냈다. 그리고 빙긋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여포를 잡아다 바치면 되는것이오. 그것 하나면 저들이 믿을 수밖에 없소이다.”

대신들 모두 눈을 빛내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회심의 미소들이 엿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