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리뷰할 애니는 2020년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었던, 동명의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하는 마녀의 여행입니다.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어린 나이에 뛰어난 재능과 노력으로 마녀가 된 일레이나가 여러 나라로 여행을 떠나며 다양한 모험을 하는 이야기' 입니다.

2020년대 작품 치고 특이하게도 굵직한 스토리의 줄기가 없는 로드무비 애니메이션으로, 과거 （현재는 작가의 정치 성향 논란으로 국내 발매는 중지된） 인기를 끌었던 키노의 여행과 유사하단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좋았던 점들>

우선 돋보이는 점은 작화가 아주 좋다는 점입니다. 제작사는 C2C라는, 원래 하청을 많이 하던 제작사의 자회사이고 이 작품 전에는 메이저급 애니는 거의 없었지만 굉장히 뛰어난 작화력을 보여줍니다.

컷에서 보이듯 인물 묘사, 구성, 배경, 색감 등 여러 방면에서 아주 뛰어난 작화를 보여줘서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습니다.

액션, 연출에 있어서도 생각보다 다양한 장면이 나왔는데, 주인공이 마녀이다 보니 빗자루를 타고 마법을 사용해 전투를 하는 장면이 주로 나옵니다.

속도감 있고 화려한 이펙트를 쓰는 가운데서도 작붕이 나오지 않은점은 정말 높게 평가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배경음악도 생각보다 퀄리티가 있었습니다. 특히 경쾌한 캘틱 풍의 음악은 저도 신나는 여행을 하는 느낌이라 들으면서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기본적으로 주인공 일레이나 혼자만의 로드무비다 보니 주인공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 질 수 밖에 없는데, 목소리 매치가 잘 되고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 성우, 감초처럼 등장하는 매력있는 조연, '캐릭터'를 뒷받침해주는 스토리,무엇보다도 외적•성격적으로 다양한 매력을 보여 준 일레이나란 캐릭터의 매력 덕분에 혼자서 극을 잘 이끌어 갔다는 느낌입니다.

（원작을 본 적이 없어 애니메이션 스토리로만 평가하겠습니다）

스토리도 옴니버스식 구성이라 OP/ED를 제외하면 약 20분 분량으로 기승전결을 다 담아내야 하는데, 특별히 구멍이라 할 에피소드는 없었고 각 에피소드 모두 재미가 있었습니다. 

마녀의 여행은 특히 옴니버스식 구성에 혼자 진행하는 패널티가 있음에도 각 에피소드 모두 겹치는 내용 없이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지녔고 매력적인 조연을 배치해 지루함이 없었습니다. 로드무비물은 자칫하면 '원 패턴'으로 빠지기 쉬운데, 적어도 12 에피소드는 그런 면은 없었네요.

<아쉬웠던 점들>

씹덕커뮤에서 마녀의 여행 하면 심심찮게 나오는 짤입니다.

사실 이것도 제가 원작을 읽어 보진 않았고, 적어도 애니 12화까지 다 봤을때 일레이나가 이런 캐릭터까진 아니다~ 라는게 제 생각입니다만, 극 초반에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건 어느 정도 사실이긴 합니다.

일레이나는 어느 한 나라나 개인의 사건에 휘둘릴 입장이 되어선 안 됩니다. 적어도 마녀의 여행 애니메이션은 한 에피소드를 길게 끌지 않는 로드무비를 지향하기에 그렇습니다. 때문에 어느 정도 시리어스한 에피소드가 되면 방관자적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한 스토리에 중심에 있는 인물이-그것도 시청자들이 감정이입 할 수 밖에 없는-어떤 갈등의 해결 없이 방관한다는 건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생각합니다.

다만, 극이 진행될수록 일레이나가 '밈처럼'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캐릭터가 아닌 기본적으론 선하고 책임감이 있는 캐릭터라는걸 보여 주기 때문에 후반부와 초반부 묘사는 조금 거리가 있는 편입니다.

이렇게 괴리감이 생기는 이유는 일레이나가 여행을 하며 '성장하는' 캐릭터가 아닌 이미 '완성된' 캐릭터이기에 생기는 것이기도 한데, 원작 묘사가 그렇지 않다면 감독 연출 방향성이 잘못되었거나 의도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말이 길어졌는데, 방관자적 입장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닌 '일관성'이 부족했다는 게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차라리 극 끝까지 쿨한 태도를 유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이 외에 아쉬웠던 점은 일레이나가 수전노라는 묘사가 있는데, 마녀의 여행 세계관에선 마녀가 꽤나 대접받는 전문직이라 조금은 억지 설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크게 두드러지는 단점은 아닙니다.

마치며

만게에선 각종 일레이나 음해 밈으로 소모되는 작품이지만, 그런 밈으로만 소비되기에는 장르적 특이성도 있으며 작화와 내용 모두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원작 구현을 얼마나 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만 봐도 내용 이해에 전혀 문제가 없어 '찍먹'하기 가장 좋은 애니메이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 근데 마지막에 2기 떡밥은 나왔는데 제작 발표 소식은 오리무중입니다.

아무래도 제작사가 퀄리티는 높지만 다소 영세한 회사다보니 그런게 아닐까 싶네요. 아무튼 2023년의 겨울은 일레이나와 보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