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이 씨하면 과거에 러브라이브! 선샤인!!을 감독하셨는데 이번에는 왜 걸즈 밴드 크라이에 참여하게 됐나요?

그전에도 프로듀서인 히라야마 씨랑 함께 애니를 만들었는데, 그게 일단락 난 타이밍...2019년 무렵이었죠. 그정도 타이밍에 '새로운 기획을 짜고 싶다'고 말씀을 주신 게 계기였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밴드라는 테마도 결정나지 않았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죠.

거기서 어떻게 걸즈 밴드가 소재가 된 건가요?

그리고 싶은 테마로 결정되어 있었던 게 토쿄 올림픽 이후의 일본을 감싸는 폐색감이나, 거기서 생겨나는 청년들의 팍팍한 삶이었습니다. 이걸 축으로 새로운 애니메이션, 새로운 캐릭터상을 모색했습니다. 처음에 구상한 것은 걸즈 밴드랑은 전혀 관계 없는, 근미래를 무대로 삼은 작품이었어요. 화면도 스토리도 버추얼해서 pc나 스마트폰에 추가로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가 당연하게 존재하는 세계는 강렬한 훅이 될 것 같았거든요.

이 시기부터3DCG로 작품을 만드는 건 결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상성도 좋을 거 같았어요. 근데 하나다 씨의 제안이나, 토에이 애니메이션의 포텐셜도 고려하면서 여러가지 요인에서 걸즈 밴드에 도달했습니다.

스토리는 어떻게 결정했나요?

앞서 얘기한 청년들이 어렴풋하게 느끼는 폐색감이나 그런 테마를 바탕으로 먼저 하나다 씨가 각본을 쓰고 그걸 베이스로 우리나 다른 스탭이 다듬은 흐름입니다. 내 전달사항은...'악인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한 기억이 나네요. '저쪽이 악이니까 이쪽이 정의'라는 구도는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수단이 다를 뿐이지, 각각의 정의를 가지고 행동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DCG 애니도 걸즈 밴드가 테마인 애니도 지금까지 몇 작품 존재했습니다. 과거의 작품에서 인스피레이션을 받은 게 있나요?

걸즈 밴드하면 케이온!이 있고 최근에도 뱅드림!이나 봇치 더 록!이나 여러가지 있죠. 근데 영향이 있었느냐 하면 크게 느끼지는 않습니다. 걸즈 밴드 크라이는 밴드 이상으로 캐릭터에 중점을 둔 작품이니까요. 밴드라는 구조가 같을 뿐이지, 그곳에 있는 인물은 전혀 다르니까요.

그래도 봇치 더 록!, 뱅드림 잇츠 마이고!!처럼 최근 몇 년 사이에 연이어 걸즈 밴드 애니가 등장한 사실은 확실히 놀라웠습니다. 특히 봇치 더 록!은 우리가 물밑에서 제작을 계속하는 와중에 발표되기도 했던지라 '같은 시기에 방송되려나....'하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많이 늦어지게 됐지만요.（웃음）

캐릭터상을 중시했다고 하셨는데 각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그것도 스토리랑 마찬가지로 하나다 씨가 만든 베이스를 바탕으로 다같이 의논해서 결정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우리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니나가 SNS에서 '미친개'란 말을 듣고 있는 점은 조금 뜻밖...이랄까 놀랐어요.（웃음）

우리는 딱히 임팩트를 줄 생각은 전혀 없었고, 스토리 안에서 사는 니나가 결과적으로 탄생했다고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서, 그리고 방송을 하는 중에도 캐릭터가 성장한 감각이 있습니다.

확실히 SNS에서는 니나의 캐릭터상이 확고하죠. 다만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주위외의 거리감을 급속도로 좁혀나가는 니나의 모습도 즐거웠습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미디어의 성질상 코미컬한 일면도 보여드리고 싶다고 생각한 게 한가지 이유. 그리고 추가로 그녀들은 영상에서 그려진 것 이상으로 긴 시간을 함께 보냈어요. 화면이 전환되면 그건 연속적으로 이어진 게 아니라, 그 사이에 수많은 사건이 있었을 것이고, 사이도 좋아지겠죠. 그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은 조금씩 본성을 보여준 게 니나입니다.

캐릭터 간의 관계성은 어떻게 구상하셨나요?

누가 누구랑 같이 살고 있고 하는 문제는 이야기의 구성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결정했습니다. 처음에는 역시 니나랑 모모카였는데, 이 두사람을 중심으로 외부 캐릭터를 굳혀나갔습니다. 그리고 카와사키를 무대로 삼는 게 결정되어 있었던 점도 관계성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카와사키는 지방 출신이 많은 노동의 도시이기도 해서, 국도 1호선이 달리고 있는 희소한 장소입니다.

당초에는 밴드물이니까 시모키타자와나 이케부쿠로 같은 장소를 이미지했는데 하나다 씨가 라이브를 보러 카와사키를 갈 수 있다고 해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카와사키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어떤 인물이 어떤 관계를 만들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스바루는요? 애니를 보면 달관해 있어서 그녀가 밴드도 스토리도 받쳐주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스바루도 후발적으로, 애니를 만드는 과정에서 성장한 캐릭터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성격이 될 거라고 생각 못했고, 원래는 좀 더 지적이고 사람에 따라서는 교활하다고 느끼는 캐릭터를 상정했어요. 다만 목소리가 입혀지면서 우리가 느끼는 인상이 조금씩 달라지고, 모두를 받쳐주는 측면이 강해졌습니다.

역시 제작을 하는 도중에 점점 변화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것과는 별개로 작중에서도 캐릭터들은 성장하고 변화합니다. 오리지널 작품이면 어떤 성장을 시청자에게 선보일지 우리들조차 앞을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시나리오 미팅 때마다 뒤죽박죽 바뀐 기억이 납니다.（웃음） 애초에 따지자면 애니 속에서 그녀들은 성장을 할까?라는 생각마저 했어요. 그녀들이 한 일은 정답인지 오답인지 솔직히 말해서 알 수 없어요. 정답이라고 본다면 그건 성장이라고 할 수 있고, 오히려 잘못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죠. 오히려 양쪽으로 다 해석할 수 있는 깊이가 걸즈 밴드 크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완성품에도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대인 카와사키에 대해서 어떤 이미지가 있으신가요?

토쿄와 가까운 장소에 있음에도 땅값이나 월세가 싼 이미지...이것도 개인적인 걸즈 밴드 크라이의 테마로 '돈'이 있었어요. 그녀들은 어떤 집에 살고, 부모님한테 얼마의 돈을 받고, 몇 시간 알바를 하고 있는가. 밴드로 돈을 벌 마음은 있는지. 현실적인 문제로 돈은 인간의 행동력을 결정합니다. 카와사키는 그녀들 같은 젊은이들에게 따라다니는 돈이라는 문제를, 리얼리티를 가지고 그릴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종반부에 음반 회사와의 소통이 빈번하게 묘사됐는데 그것도 돈이 테마였기 때문인가요?

맞습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간다면 일로 돈을 버는 건 피할 수 없는 가치관이고, 그녀들이 그걸 배울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그녀들은 딱히 돈을 바라고 밴드를 하는 건 아니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니까요.

작품을 보고 궁금했던 게 소위 모브 캐릭터가 다른 회차에서도 때때로 등장합니다.

CG 애니메이션이니까 가능한 일이라는 이유에서 한번 제작한 3D모델은 적극적으로 재이용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제작 공정상 수많은 모델을 만들기란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걸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 다들 같은 지역에 살고 있으니까 당연히 재회하는 일도 있겠거니 생각했습니다.

변하지 않는 모습, 달라지지 않는 퀄리티로 재등장 가능한 게 CG의 메리트입니다. 한편으로 곳곳에 일반적인 작화로 그려진 장면도 있습니다.

스케줄이나 퀄리티 등 제작현장과의 협의를 통해 전부 CG로 표현하는 건 어렵겠다 판단하고 그렇다면 요소요소에 작화를 넣자고 결정한 게 실정입니다. 이것도 네거티브한 얘기가 아니라, 새로운 도전의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오프닝이 작화인 이유도 제작을 진행하면서 결정한 건가요?

그렇죠. 애초에 오프닝도 3D로 만들 예정이었는데 작화가 더 스무스하다는 이유에서 그림 콘티도 수정했습니다. 다만 그걸로 한가지 문제가 발생했는데...처음에는 전부 3D로 갈 생각이었어서 2D용 캐릭터표가 없었어요.

스탭은 물론이고 나도 포함해서 자료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죠. 돌아보면 작화가 제일 이레귤러였을지 모르겠어요.

라이브도 CG입니다. 신경을 쓴 포인트, 고생한 부분이 있나요?

...어려웠죠. 예전에 내가 감독한 아이돌 애니는 다양한 포메이션으로 캐릭터의 서있는 위치를 바꿀 수 있었어요. 근데 이번에는 록밴드고, 다들 악기를 들고 있으니까 움직일 수가 없어요. 드럼은 한발짝도 못 움직이고, 키보드도...토모가 키보드를 짊어지고 마구 돌아다니면 그건 그것대로 재밌겠지만요.（웃음）

그래서 카메라 워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토게나시 토게아리랑 다이아몬드 더스트를 보여주는 방식에 변화를 줬어요. 그림 콘티 시점에서 토게나시 토게아리 라이브는 내가, 다이아몬드 더스트는 미무라 씨가 각각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전부 내가 혼자서 맡으면 아무리 애써도 서로 비슷해지니까요. 비교해서 보면 다이아몬드 더스트의 라이브는 3D 연출에 추가로 고정 카메라 시점도 섞은 리얼리티가 있는 카메라 워크입니다.

라이브하면 또 하나 11화의 사운드 체크가 무척 디테일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운드 체크를 묘사하는 애니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죠.（웃음） 그 장면은 실제로 본편에서 할지 말지는 별개로 치고 모션 캡처 자체는 촬영했어요. 모션 캡처를 담당한 배우 분이 밴드 활동도 하셔서 평소에 하는 동작을 그대로 재현해줏혔습니다. 자료도 있겠다, 모처럼 CG로 본 적 없는 부분도 그릴 수 있으니까 리얼리티를 낸다는 의미에서도 넣어보자고 생각하게 됐죠.

음악하면 부제가 일본 록음악 곡명입니다.

완전 하나다 씨입니다. 100%（웃음）

하나다 씨가 제안하셨을 때 내가 아는 곡은 1/3 정도였었나...모르는 곡도 있었는데 가사를 읽어보면 스토리랑 매치해서 납득이 됐습니다. 최종화의 록큰롤은 그치지 않아는 신성 카맛테쨩의 노래인데, 토게나시 토게아리의 이미지랑도 잘 맞아서 확 와닿았습니다. 들려오는 말의 의미를 모르더라도, 마음 속에 남고, 울려 퍼진다. 음악은 그런 것이잖아?라는 말은 최종화에 담긴 테마이자, 토게나시 토게아리 멤버 다섯명의 공통인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이 종료된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시청자의 반응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한 애니니까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무척 감사합니다. 떠오른 아이디어도 가능한 담아냈고 뒷일은 보는 사람한테 맡기자는 심정이었기 때문에 어깨의 짐이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CG애니에 대한 알레르기는 가장 심했을 시기 만큼은 아니지만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그런 3D니까 재밌어진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3D니까 안 볼래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벽을 뛰어넘는 게 즐거워서 미치겠어요.

결과론이지만 셀애니였다면 이런 결과는 되지 않았겠죠. 처음에 3D모델을 만들었을 때 진짜 불쾌했거든요.（웃음） 하지만 거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묘한 자신감이 생긴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애니 본편이 완성될 무렵에는 자연스러운 조형이 되었고 스탭들의 노력의 결정입니다.

물론 나도 귀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물론 이걸로 끝이 아니라, 세간이 허락해준다면 걸즈 밴드 크라이도 더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시기상조이긴 한데, 소망은 가지고 있습니다.

최종화를 봐도 계속 그릴 여지가 남은 마무리였습니다.

확실히 그렇죠. 하지만 그 다음 내용을 그리는 건 어렵기도 합니다. 그녀들은 애니 속에서 하나의 골을 맞이했어요. 록밴드의 골은 잘 팔려서 부자가 된다거나, 히트곡을 만든다거나, 엄청 큰 무대에서 라이브를 한다거나 여러가지 있겠죠.

근데 토게나시 토게아리는 그걸 바라지 않아요. 오히려 다섯명이서 음악을 하는 게 골이고, 말하자면 최종화보다 전에 꿈이 이루어진 것이죠. 더 만들고 싶다는 마음과 동시에 꿈을 이룬 그녀들의 모습을 다 그려냈다는 생각도 합니다. 만약 최종화 이후에도 밴드 활동을 계속한다면 대체 어떤 가시가 돋아날지, 먼저 그것부터 상상해봐야겠죠.

인터뷰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