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하늘에
구름 한 점 외롭게 흐르더니,
붉은 노을과 함께 해가 집니다.
흑단 펼쳐 놓은 듯 캄캄한 밤하늘에
고운 달 뜨고, 총총히 별 뜨고.

계절이 오고 가도,
내 마음이 흐렸다, 개었다, 하여도
닿을 수는 없지만,
여전히 한결 같은 하늘을 봅니다.

어린 시절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들리고,
떠나버린 사랑의 쓸쓸한 뒷모습이 보이고,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푸근한
미소가 그려지는 하늘.

한숨 뒤, 들이 쉰 숨에
시리도록 맑은 가을 소슬바람을
삼킨걸까요.

뜻밖에,
차가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흐름니다.



- 은사시나무

제가 좋아하는 계절이 있습니다.
유치하게 이름 붙여서 스스로 부르기를
상실의 계절이라 합니다.
바로 가을에서 겨울에 이르는 계절이지요.

그리고 그 계절 속에
제가 좋아하는 하늘이 있습니다.
비를 좋아해서 흐린 하늘을 물론 좋아하지만,
그보다 시리도록 맑게 개는 그 계절 하늘을 좋아합니다.

보는 것만으로 한없이 투명해지고,
숨을 들이쉬면 가슴 구석구석까지 불어가는
그 차갑고 깨끗해지는 청량함이란‥‥,
그래서 추운 겨울을
여름보다 끔찍히 사랑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알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지만,
그래도‥‥그냥‥‥그냥 적어 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