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 남자입니다.

고등학생 때 학교도 제대로 안 나가고 집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다가 어찌어찌 졸업은 했습니다.

남들 다 대학가고 군대갈 때 저는 놀았습니다.

뭐 제대로 논 것도 아닙니다.

집에 틀어박혀 닥치는대로 먹고, 게임하고, 자는게 제 일상이었습니다.

졸업 이후로 잠수를 타버려 주위에 친구라곤 없지만, 연락이 온다한들 오히려 제쪽에서 거절할 것 같네요.

친구들은 공부하고, 군대 다녀오고, 돈 버는동안 지난 3년간 전 뭘 한건지 모르겠습니다.

가뜩이나 키도 작은데, 스트레스로 탈모까지 오고 살도 많이 쪄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가까운 마트라도 나갈 땐 남들 시선이 의식되고 자꾸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아무도 절 안 쳐다본다는 건 알지만 제 겉모습에 자신이 없다보니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뻔하겠지만 용돈을 받아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막일하시는 홀아버지한테서요...

정말 못난 인간이죠?

저도 알아요.. 그동안 너무 생각없이 살았던 것 같아요.

왜 게임을 하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없어지잖아요?

한 시간이 두 시간이 되고, 두 시간이 세 시간이 되고, 이러다보니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흘렀나봐요.

지금까지 내가 이렇게 된 건 부모 탓, 환경 탓이라고만 핑계댔는데 사실 다 제 잘못이죠 뭐

아무튼 이제 군대도 가야하는데 고민이에요.

확실히 이 상태로는 무리인 것 같아요.

더 늦기 전에 가는게 낫겠지만 최소한의 일상생활은 회복한 후에 가고 싶어요.

살도 빼고, 알바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는 그런 것들요.

너무 오랫동안 이렇게 지내다보니 우선 문제가 뭐냐면 체력이 너무 떨어졌어요.

상하차 알바를 한 번 갔었는데 4시간 하고 팔이 떨어질까 부여잡고 집으로 온 기억이 나네요.

그래도 학생땐 힘깨나 썼는데..ㅋㅋ

이제 재활하듯이 차근차근 운동을 시작하려구요.

갑자기 폐인백수에서 뭘 시작하려니 해야할 것도 많고 겁도 많이 나네요.

또 무엇보다 겁이 나는 건 사람들이 나이와 과거를 물어보는 게 겁이나요.

당당해지려면 지난 과거를 인정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돼요.

잘못 살아왔다는 걸 알지만 너무 부끄러워요.

앞으로 바꿔 나가고 싶지만 과거가 수치스러워요.

누가 물어본다면 가족을 부양하고, 빚을 갚느라 이것저것 알바를 했다고 막 허언이 나올 것 같아요.

이게 변화의 시작인 것 같은데 첫 단추 꿰기가 저한테는 너무 어려워요.

어떻게하면 제 자신에게, 그리고 남들에게 솔직해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