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는 각각의 미장센이 있잖아요?

인셉션처럼 처음 볼 때는 이해하지 못해도, 해석본을 보거나 몇 번씩 다시 돌려봤을 때 ‘와, 이런 뜻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가 있고,

스물처럼 영화 내내 무한한 꽁트와 유머로 관객들을 웃겨주는 영화가 있다면,

리틀 포레스트처럼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고 자연에 녹아든 것 같은 이색적인 느낌을 주는 영화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영화란 무엇일까요?


물론 이 질문의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답이 없다는 것이 답인데요..!

좋은 영화란 개개인의 기준에 따라 변하는 것이고, 남에게는 재밌었던 영화라도 나에겐 재미없는 영화일 수 있는 것이니까요.

저는 몇 년 전까지 극한직업이나 엑시트같은 영화를 싫어했습니다.

볼 때만 즐겁고, 관객에게 심오한 생각을 하게 유도치않으며 영화에 깊은 맛이 없는 양산형 영화라고 생각했거든요.

인생은 아름다워, 포레스트 검프같은 영화들만을 진또배기 영화라고 생각했고 위에서 말한 영화들은 단지 일차원적 재미만을 추구하는 대중적, 상업적 영화라 생각했죠.

그러던 어느날,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보게 됐습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에 대한 글이었어요.

사람들은 흔히 다양한 단어와 박학다식해보이는 용어들을 문장에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더듬지 않고 조리있게 말하는 사람들을 말을 잘한다고 얘기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자면, 어떤 사람이

“고언에 따르면, 젠체하는 사람은 기휘하라 했습니다. 그 사람이 아무리 절륜하다 해도, 국궁하지 말라는 얘깁니다.”


...;;

어떤 느낌인지 아시겠죠?

요약하자면 어렵지 않고, 알아듣기 쉬운 말들로 사람들을 편히 이해시키는 사람이 진정으로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화도 이의 연장선에서 생각하면..

과연 아가씨가 극한직업보다 훌륭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가씨는 정말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박찬욱 감독의 압도적인 영화 미장센과, 퀴어, 시대 등 많은 장르를 적절히 영화에 녹여낸 대단한 영화지요. 영화가 끝나면 인터넷에 ‘아가씨 해석’ 을 쳐보게 될 정도로 영화내내 의구심이 들고 궁금한 점들이 많죠.

반대로 극한직업을 보고나서 극한직업 해석을 쳐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웃으며, 끝나고 재밌었다며 속시원히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극한직업은 우리나라 관객수 2위에 올라있는 역대 최고의 코미디 영화입니다. 개봉시기도 좋았지만, 스물에서는 선정적 꽁트로 호불호가 갈리게 중타를 쳤던 이병헌 감독이 극한직업에서는 완벽하게 대중성을 찾으며 가족 코미디 영화로 대박을 쳤죠.

제 기준, 아가씨는 극한직업보다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생각이 들어요.

결국 좋은 영화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영화가 아닐까?

과연 영화 보는 내내 머리를 싸매고, 해석하려 신경쓰는 영화가 생각없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보다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전 이제, 어려운 사족이나 용어들을 붙이며 유식해보이는 걸 피하려 노력합니다 ㅎㅎ̆̈;; 물론 일반상식의 최저선은 지켜가면서요..!

문득 오랫동안 해왔던 생각을 글로 남기려다 보니 길어졌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