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이클 베이 감독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양반이 영화를 '재미있게' -정확히는 볼거리가 풍부한 영화를 잘 만든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내 기준에선 뭔가 잘 만든다, 라고 말하기엔 살짝 애매한 감이 있다는 건 늘 오래전부터 느낀 것이었다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의 경우도 보고 나서 '이걸 리메이크라고 한 건가...' 하면서 한숨 한 번 푹 내쉬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선녀로 보일 지경이네...

크리스의 눈 앞에서 딘이 죽은 이후 크리스는 우연히 딘이 자신과 같은 유치원을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그녀의 친구들인 제시와 낸시 등등은 자신들의 부모가 자신들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지만 그럴수록 꿈 속에서 의문의 남자 프레디 크루거가 그들을 찾아와 계속 괴롭히고 끝내 살해 당하는 상황에 처한다는 내용.... 인데

원작이 워낙에 오래된 영화이고 설정 자체가 꿈에서의 살인이 현실에서 반영된다는 점 때문에 영화는 현실과 꿈이 교차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현대 기술의 힙입어 이 장면들의 연출은 나름 볼만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딱 거기까지

이 영화는 원작의 명성을 등에 업고 원작에 똥을 거하게 뿌려버린, 정말 최악의 리메이크다

프레디의 생김새가 원작이랑 심하게 다른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원작에서 희생자의 트라우마나 약점 등을 이용해서 집요하게 괴롭히던 그 프레디는 대체 어디 간거지?

심지어 바디 카운트 씬은 밋밋하기 그지 없을 뿐더러 원작에서 손꼽히는 명장면을 빼버리는 만행을 저지르질 않나

그것도 모자라서 프레디의 케릭터성 자체가 아예 소멸되다 못해 핵폭탄이라도 쳐맞은 미래의 디스토피아 세계 마냥 암울하기 그지 없다

원작의 프레디가 에너지 넘치고 희생자를 향해 여유있게 농담도 던지면서 숨막히게 압박하던 것과 달리

이 영화의 프레디는 어딘가 힘빠지는 모습으로 그저 스크린을 휘적일 뿐이었다

물론 원작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런 모습도 충분히 무서울 순 있겠지만

이건 케릭터 하나만으로 7편까지 제작된 시리즈 물이란 말이다

이 정도면 재창조가 아니라 그냥 완전히 다른 케릭터 데려와 놓고 프레디라고 우기는 꼴인데 원작 팬의 입장에서 이게 좋게 보일리가 없다

심지어 미국 영화 제작 환경을 생각해보면 마이클 베이가 신입 감독 데리고 와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휘했을 것이 뻔한데 이걸 이따위로 만든다고?

분명히 원작 안 봤을 거다. 아니면 원작에 대한 이해도가 존나 바닥을 기거나

심지어 스토리마저 원작을 바꿔버려서 주인공들 부모들을 그저 빡친 살인마들로 만들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왜 프레디가 자신에 대한 진실을 굳이 희생자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지?

얜 그냥 복수심에 눈 먼 살인마잖아

설득력 없는 각본에 매력을 잃어버린 케릭터라니, 이건 시리즈물 리메이크를 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태도가 전혀 아니다

제발 마이클 베이는 앞으로도 영원히 리메이크 제작에서 손을 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