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안나와 조이는 길드원들을 데리고 셋을 추적하면서 그들의 비정상적인 이동속도에 의문을 품었다.
"이상해..."
"뭐가 말입니까?"
"너무 빠르단 말이다."
"그렇긴 합니다. 마치 잠도 안자고 달리는 것 같아요"
"수면시간을 줄여가면서 추적하는 것은 우리쪽도 마찬가지인데..."
"아마 놈들은 한계일 겁니다. 특히 회색머리의 마법사는 체력이 그리 강해보이지도 않았으니까요. 마법으로 신체를 강화해서 도주하는것도 이젠 힘들겁니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지 않나? 우리측 마법사들도 조만간 강제로 휴면에 빠질것 같은데."
"하지만 저들은 고작 3명입니다. 3명에서 1명이 이탈하게 되는 것과 길드에서 마법사 한두명 빠지는 것과는 엄연하게 다르니까요. 그리고 저들은 우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형국입니다. 성인남성 한명을 이끌고 도망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겁니다."
"그렇긴 하다만..."
뭘까 이 기묘한 위화감은? 잡힐듯 잡히지 않는게 비누거품이 남아있는 머리카락 마냥 찝찝하다.
"3인과 마주쳤을때 되도록 타겟만 확보하고 죽이지는 말도록 하지만 우리측에 사상자가 발생하면 그때는 자비를 베풀지마라."
"알겠습니다."
안나는 전력으로 앞으로 달리면서 생각했다.
'도망치는 것 하나는 쥐새끼마냥 잘도망치는군'
최근 몇년간 이렇게 긴박한 추격전을 펼쳐본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하긴 유산을 5개나 가지고 있는 자이니 평범한 인간은 아닐거라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 잘 도망치고있다.
명예도 자존심도 없는 듯한 태도를 보고 그냥 잔챙이인줄 알았는데 확실히 믿는 구석이 있긴 있었다. 회색머리 남자는 전형적인 간신배다.
강자에게 아부하고 온갖 수를 써서라도 양보따윈 하지 않는 놈들이지만 자기사람만은 끔찍하게 여기는 부류.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지키려고 하는 것 한 두개 정도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다. 하필이면 그게 그남자에게는 재수없게도 우리가 모으고 있는 아티팩트 였을 뿐
'가끔은 정의에는 희생이 필요한법.'
제압후에 끝까지 반항하지만 않는다면 적당한 금전을 놓고 악세서리만 회수해서 올생각이다. 친구의 유물을 가져간 것에 대해 처음에는 화가 나겠지만 곧 우리의 대의를 이해하겠지. 그의 마음을 이어 소중하게 다뤄주는게 내가 해줄수있는 최대한의 예의다.
"조이 몸이 가장 날랜자들만 골라 추려내도록"
"어찌 하실 생각 이십니까?"
"길드의 마법사들에게 지시해라. 남은 마력을 몽땅 때려부어 그들에게 신체강화 마법을 걸어달라고 최대한 이동속도가 빨라지는 마법이면 좋겠군"
"앞질러서 길을 막은 다음 뒤에서 포위하려는 생각이시군요"
"그래 더이상 시간을 지체했다간 놈들을 놓치고 만다. 우리길드라고 할지라도 왕도나 공작영지에 들어가버리면 함부로 움직일 수 없어. 최악의 경우 수십년씩 걸리는 장기전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 이자리에서 끝장을 본다."
조이는 손짓으로 수신호를 보내 안나가 지시한 대로 이행한 다음 자신 역시 선발대에 합류했다. 자신의 지부에 소속된 암살자중에 자신이 가장뛰어났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그들은 그림자속에 녹아들어 날랜 몸짓으로 낙엽을 밟으며 전진했다.
***
"놈들의 페이스가 떨어졌군"
"생각보다 느린데요?"
"그러게"
처음에는 잠도 줄이고 먹는 양도 대충 먹어가면서 도망쳤는데 이젠 적당히 잠을 자면서 밥도 제때 챙겨먹어도 따라잡히지 않고 있다.
체력안배를 하면서 움직여도 충분히 무리없는 수준까지 왔다고 판단되자 그들은 전력으로 도주하기 보다는 여유를 조금씩 찾으면서 이동중이다.
"뭐야 별것 아니잖아! 이대로라면 무사히 브라이트 영지에 도착하겠는데요?"
"알리사... 불길하게 쓸데없는 복선 깔지 말아줄래..."
테드가 째릿하고 쳐다보자 알리사가 휘파람을 불며 시선을 피했다.
"에이 설마 무슨일 있겠어?"
"뭐 알리사말도 딱히 틀린건 아닌거 같군 놈들은 지치고 있고 우리는 오히려 체력을 아껴가며 움직이고 있으니까"
"거봐 테드 선생님도 내말이 맞다 잖아."
"딱히 큰 변수가 없다면 말이지. 그렇지만 그 변수가 눈앞에 나타난 것 같군."
둘은 클레도르에 말에 오만상을 찌뿌리며 클레도르가 바라보고 있는 곳에 정신을 집중했다.
"..."
"..."
쿵... 쾅... 쿵... 쾅...
정확하게 반대방향에서 들리는 지축을 흔드는 소리
"알리사?"
테드가 알리사를 보며 빙긋이 웃는 표정을 지으며 쳐다보았다.
"거참 마수가 튀어나온건 내잘못이 아니잖아~"
조금찔리는게 있는지 알리사가 뒷머리에 깍지를 낀 손을 얹으며 시선을 회피했다.
"거대 멧돼지로군"
마수 중 하나 거대 멧돼지. 일반적인 동물과는 다른 위협적이면서도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짐승을 일컫는 말 '마수' 보통 야생동물은 적대 의사가 없으면 피하거나 도망치거나 하지만 마수로 분류된 카테고리에 있는 놈들은 죄다 잡식성인 주제에 육식을 좋아하고 굉장히 호전적이다.
반대로 개체수도 잘불어나고 고기의 맛도 일반적인 가축보다 훌륭해 인간과 마수는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에 있다. 마수는 배를 채우기 위해 인간을 사냥하고 인간은 질좋은 고기를 얻기위해 사냥하는 애증의 관계다.
단순히 인간을 잡아먹는 마수와는 다르게 인간의 경우 그들의 부산물을 이용해 도구를 만들거나 촉매로 쓰이기도 하니 완전이 같은 시각에서 접근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같다.
"꾸우우어웍!"
많이 굶주렸는지 핏발이 선눈으로 정확하게 우리쪽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음... 귀찮아졌군"
이놈을 상대로 시간을 오래끌면 따라 잡힐 것이기에 단기 결전을 내야 할것 같다.
놈이 침을 질질 흘리며 길을 막아서고 달려 온다.
테드와 알리사는 좌우로 흩어져 놈의 돌진을 피하고 클레도르는 공중으로 뛰어올라 멧돼지의 등을 밟고 튀어 올랐다.
그리고는 공중에서 화염마법을 사용하고서는 반대편에 착지해 놈을 노려보자 불구덩이에 휩싸인 멧돼지가 미친듯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콰아앙!
잽싸게 굴러 돌진을 피한 클레도르 건너편으로 멧돼지는 벽을 들이 박았는데 엄청난 거구에 들이 박힌 돌벽은 산산조각 으스러져 흘러내렸다.
"힉..."
"저놈에게 박혔다간 뼈도 못추리겠는데"
불에타들어가는 몸이 고통스러운지 몸을 한창 뒹구던 녀석은 몸에 붙은 불을 털어내고 분노에찬 눈빛으로 재차 달려들었다.
클레도르쪽으로 일직선으로 달려들던 녀석은 클레도르가 회피동작을 취하자 방향을 바꿔 테드쪽으로 달려들었다.
"뭐 이런놈이다있어!"
갑작스런 방향전환에 혀를 차고 굴러서 피한 테드가 화살에 바람 마법을 부여하여 파괴력을 높였다.
파아악!
파공성을 뚫고 날아간 화살이 멧돼지의 몸에 깊게 박혀 화살깃대밖에 보이지 않을 만큼 깊게 파고 들어 상처를 입히자 멧돼지가 비명을 질렀다.
"꾸우에웨엑"
더는 이길 수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왔던 길을 되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쫒지마라."
클레도르가 쫓으려는 제자들을 말리며 베네딕트 영지쪽을 바라봤다.
"놈들이 따라 붙었다. 전속력으로 뛰어!"
그 말에 손에 쥐고 있던 활을 갈무리도 하지 못하고 손에 쥔채로 테드는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젠장! 예전보다 월등히 빠르다!'
놈들이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몰라도 전보다 압도적인 속도로 우리를 따라잡고 있었다.
알리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이대로라면 따라잡혀요!"
"칫"
클레도르가 혀를 차며 인상을 찌뿌리고서는 손을 들어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뭔가가 바람을 가르며 날라왔다.
팍!
셋의 등뒤에 단검이 날라와 땅에 박혔다.
반사적으로 단검을 쳐다본 세사람은 단검이 날라온쪽을 쳐다보았다.
일곱 여덟쯤 되었을까 눈앞에 나타난 무장한 인원들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예의 녹색머리 엘프도 함께 있었다.
"드디어 따라잡았군요. 고생 많이 했습니다."
녹색 머리의 엘프는 예의 바른 목소리와는 다르게 짜증과 살기가 묻어나오는 얼굴로 쳐다보고 있다.
테드와 알리사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단검과 활을 들어 기습을 대비하면서 놈들을 노려보았다.
놈들은 순식간에 주위를 에워싸더니 포위한 상태로 무기를 겨누었다. 단검과 검으로 무장한 자들은 흉흉한 안광을 빛내며 살기를 숨기지 않았다.
"이것 참... 최대한 신사적으로 해결하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유산]을 넘겨주시죠"
"그게 네놈들의 본 모습인가 보군 입으로는 보호가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강도가 따로 없지 않나?"
"호..."
눈앞의 비굴해보였던 남자는 어느샌가 말투가 바뀌어있다.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그게 진짜 얼굴이군요. 누가 누굴 지적하는 겁니까? 그리고..."
녹색머리 엘프는 진심으로 분노한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죽일듯이 노려봤다.
"강도라고 하다니 입조심해라! 너희같은 우매한놈들은 우리가 어떤 숭고한 목적을 가지고 아티팩트를 모으는지 전혀 모르지 않나? 개인의 욕심을 위해 손에서 놓지않는 네놈과는 다르다"
그말을 들은 클레도르는 비릿한 비웃음을 흘리며 이죽였다.
"이건 엄연하게 친구에게서 물려받은 유품이다. 네가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는 없어 . 그래 좋다. 나 역시 숭고한 목적이 있으니 더는 쫒지마라. 너역시 내가 어떤 숭고한 목적을 가지고 이 것들을 지키는지 모르지 않나?"
"이자식이 끝까지 우롱하다니!"
"개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무력으로 빼앗는것이 네놈들이 말하는 숭고한 목적인건가?"
"정의에는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지 한명의 희생으로 천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내손을 얼마든지 더럽히겠다!"
"그점은 나와 같군. 하지만 난 너희처럼 역겨운 위선자 행세는 하지 않지 그게 너희와 나의 차이점이다."
"말이 안통하는 놈이로군. 이것은 네가 자초한 일이다 날 원망하지 마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단검이 날아든다. 연달아 쏘아진 단검 3개
휙! 휙! 휙!
바람을 가르며 단검이 날라오지만 알리사가 단검을 들어 쳐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살짝 놀란듯한 녹색머리 엘프가 한마디 했다.
"그 쪽에 꼬마들 한가락 하는것 같긴 했다만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훌륭하군 어떠냐 그쪽의 길드 대신 우리길드에 들어오면 지금 받는 보수의 두배를 쳐주지"
"뭐래 정신나간 아저씨가"
알리사의 말에 바통을 받듯이 테드가 문답무용으로 화살로 응수했다.
미스릴과 오리하르콘의 합금으로 된 특제 활을 들고 윗옷에 걸친 로브를 휘날리며 활시위를 당기는 테드의 모습은 전설의 명사수를 방불케 했다.
테드가 날린 활은 녹색머리 엘프의 뺨을 스쳐지나갔다.
"다음에는 빗맞추지 않습니다."
녹색머리 엘프는 잠시 멍하니 서있더니 반사적으로 뺨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피가 듬뿍 묻은 손바닥을 보고 있는 사이 클레도르가 인상을 찌뿌리며 말했다.
"테드 쓸데없는 자비를 보이지 마라. 놈들은 우리를 향해 먼저 살수를 사용했다. 문답무용으로 머리통을 날려버렸어야 했어"
"하지만 놈들을 죽이기 시작한다면 길드 전체에 저희에 대한 척살령이 떨어질건데요?"
"...미안하다. 나 때문에 쓸데없는일에 휘말리게 됬군 이일에 대한 보답은 반드시 하도록 하마. 하지만 다음에도 방금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주저 하지 말고 죽여라. 책임은 내가 지도록 하지."
"네~네~ 선생님 성격에 오죽하시겠어요."
평소의 진중한 모습과는 다른 테드 또래의 모습이 섞인 농담 한마디에 클레도르가 살짝 쳐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사이 자신의 피를 보던 엘프는 팔을 부들부들 떨더니 무자비한 명령을 내렸다.
"수단방법 가리지말고 아티팩트를 손에 넣도록 생사는 확인하지 않겠다."
그 말과 동시에 사방에서 무장인원이 덮쳐들어오고 엘프역시 진심으로 열이 받았는지 차가운 얼굴을 하고 놈 역시 단검을 빼들었다.
삼각형 모양으로 서있던 자리가 순식간에 아수라 장이 되었다. 테드와 알리사는 크게 뛰어 거리를 벌리면서 난전을 유도했다. 클레도르는 슬슬 뒤로 빠지면서 한명씩 한명씩 끌어들여 1:1상황을 유도했다.
클레도르는 2서클 마법 파이어 월을 시전하여 길목을 교묘하게 좁히면서 숫적우위를 살리지 못하도록 지형을 바꾸었다.
길가 주변에 있던 식물들이 불에 타들어가면서 매캐한 연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알리사의 오른쪽에서 달려든 길드원중 한명이 사선으로 장검을 내리치자 알리사는 잽싸게 뒤로 백스탭을 밟으며 회피하면서 배를 향해 날라오는 찌르기를 단검으로 쳐냈다.
'생각보다 강한데?'
포위망을 좁혀오는 움직임이 둔해서 조금 수준을 낮게 보고 있었는데 선생님 말씀대로 전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숨 쉴틈 없이 내려치는 칼날의 공세를 막는 것 조차 급급하다.
녹색 머리의 엘프를 피해 길드원들을 공격하던 클레도르가 알리사가 소리쳤다.
"알리사 근접전으로 상대하지 마라!"
테드에 비해 알리사는 단검술에 대한 숙련도가 낮다. 차라리 도망치면서 마법을 사용하는게 효과적이겠지 그말을 정확하게 이해한 알리사는 마나로 신체를 강화하면서 거리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매직애로우!"
그녀의 입에서 마법의 화살을 부르는 주문이 나오자 길드원들이 동요하기 시작한다.
녹색머리의 엘프는 그모습을 보더니 소리를 질러댔다.
"놈은 암살자가 아니라 마법사다. 조심해라!"
소리지르는 놈을 향해 클레도르가 손짓을 하며 파이어볼을 시전하자 놈이 파이어볼의 여파에 튕겨나가며 땅바닥을 굴렀다.
"이런 개자식! 치사하게 수를 숨기고 있었다니!"
"패를 숨기는 것은 전술의 기본이다. 속은 놈이 잘못이지"
"죽여버리겠다!"
활활타오르는 나무 가 픽픽 쓰러지고 얼굴에 자잘한 그을음으로 범벅이된 엘프놈이 가차없이 단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눈으로 쫒기 힘든 스피드로 달려든 놈은 복부를 찌르는 척 페이크를 걸면서 목을 향해 단검을 그었다.
하지만 클레도르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손을 들어 쉴드를 펼쳐 막아내더니 다시 손에 쥔 구슬을 뿌리듯 손을 휘저어 매직애로우를 난사했다.
간발의 차이로 속도를 높여 매직애로우를 피하자 클레도르가 이번에는 양손을 휘둘러 더많은 마법화살을 난사해댔다.
놈이 역시 이번에도 피할 조짐을 보이자 클레도르는 손가락을 튕겨 화살을 피해 구르고 있는 녹색 엘프의 몸에 불을 붙였다.
1서클 마법 점화（이그나이트）를 맞은 잠시 균형을 잃고 쓰러지더니 황급하게 땅바닥에 몸을 뒹굴어 불을 껐다.
그틈을 놓치지 않고 테드가 뒤쪽으로 뛰는 것과 동시에 공중제비를 돌면서 허공에서 활을 쏘아 놈의 등에 부상을 입혔다.
"크악!"
허리를 새우처럼 구부리며 조이가 잠시 경직된 사이 클레도르는 남은 길드원들에게 다시 손을 펼쳐 매직애로우로 핀포인트 사격을 개시했다.
길드원들이 당황해 하며 피하려고 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알리사가 불쑥 튀어나와 인사했다.
"안녕?"
"!"
순식간에 달려든 알리사는 놈의 목의 뒤편에 단검을 가차없이 쑤셔박았다.
"커헉..."
손과 옷에 묻은 피를 보고 오만상을 찡그리긴 했지만 알리사는 멈추지 않고 옆에서 날아든 공격을 회피했다.
'대단해...'
테드는 그모습을 보면서 진심으로 감탄사를 흘렸다. 자신이 첫실전에 처했을때는 망설임이 극에 달해 위험에 처했었는데 그녀는 망설임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환영속 세계에서 훈련한게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그래도 혹시몰라 유심히 지켜보면서 도와주려고 했는데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듯하다.
'나랑은 각오부터가 다르군...'
선생님이 설득해서 마법의 길에 들어선 나와 스스로 노력해서 길을 쟁취한 알리사의 마음가짐은 근본부터가 다르다.
알리사의 손에 되도록 피한방울 묻히기 싫었지만 현실은 냉혹한법 그런말을 하기에는 자신은 아직 너무나 미약한 존재
그래서 테드는 헛된 망상보다는 한놈이라도 빨리 처치해 부담을 덜어주는 식으로 방향을 바꿨다.
튕겨나가듯이 박차고 뛰어나간 테드는 단검을 던지는 척하며 매직애로우를 만들어내 혼란을 한번주고 화살을 쳐낸 길드원의 틈을 타 미간에 투척용 단검을 투척했다.
눈을 부릅 뜬채 등잔밑 길드원의 몸이 허물어지고 그 모습을 본 엘프는 발악하듯이 외쳤다.
"흩어지지마! 놈들의 노림수다. 협공해!"
그와 동시에 일사분란하게 진영을 갖추고 공격을 시도하지만 그것은 클레도르가 노리던바였다.
사이좋게 뭉쳐서 달려드던 놈들을 향해 클레도르는 조용히 마법을 시전했다.
'파이어볼'
전조증상없이 허공에 갑자기 나타난 파이어볼을 아무도 피하지 못하고 정통으로 얻어맞았다.
"으아아아악!!!!!!!"
살이타는 매케한 냄새가 진동하고 비명소리가 울려퍼진다. 온몸에 불을 붙인채로 정신을 못차리는 길드원이 옆에서 활활 타고있던 수풀속으로 뛰어든다. 아마도 지금 옆에서 불이 났는지 절벽이있는지 구분이 안갈것이다.
불을끄기 위해 땅바닥을 뒹굴렀지만 클레도르는 자비없이 불의장벽（파이어월）을 시전해 방해했다.
인간이 가장 고통스럽게 죽는다는 화형식에 길드원을 전부 잃은 녹색머리 엘프는 절망에 빠진 얼굴을 했다.
'젠장 여기서 빠져나가서 알려야해!'
놈들은 생각보다 강했다. 특히 회색머리 남자는 손짓 한방에 길드원들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의 호위들은 상처하나 입지 않은 모습으로 멀쩡히 서있다.
애시당초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지부장님이라면 이놈들을 이길 수 있다.'
오러 사용자인 안나 지부장이라면 이놈들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눈앞의 삼인조는 왠만한 길드의 간부급만큼 강하지만 안나 지부장 역시 절정급 검사중 하나 진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등에 부상을 입었지만 충분히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에 품속에 넣어둔 연기옥을 꺼내 터트렸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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