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비케이입니다.

파견 잘 다녀와서 글 업데이트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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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중심 리허설 무대에 도착한 성은은 데뷔 3개월의 신인답지 않은 눈매로 무대, 동선, 음향장치 등을 점검하기 시작한다.
“음...PD님! 제 무대가 의자에 앉아서 하는 무대인데...여기에 의자를 배치하시기 보다는 조금 더 뒤에 배치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PD님 생각은 어떠세요?”
“그래? 음...본인이 그렇다는데야 뭐, 어차피 앵글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도 아니니까.”
“헤헤～감사합니다!”
신인가수면 약간은 주눅들 때도 있을 법 한데도 그녀는 언제 어디서든 당당하다.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하지만 정중하게 피력할 줄 알고 그것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 관철시킨다. 세상에, 3개월짜리 햇병아리가 PD와 직접 무대조율을 하다니...
“김PD님, 오늘도 죄송합니다. 성은이가 워낙 무대에 욕심이 많아서...”
“아, 괜찮아요. 하루이틀도 아니고 익숙해졌습니다. 이제는 리허설 때 저 녀석이 안나타나면 왠지 모르게 이상할 것 같더라니까요, 하하하～”
처음에는 신인 주제에 무대에서 여러 가지 요구를 하고 다니는 그녀를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 건방지게 보는 시선, 어이없게 보는 시선 등. 하지만 그녀를 겪어 본 사람은 더 이상 뒤에서 그녀의 행동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그녀의 당돌함은, 당돌함 그 자체라기보다 자신의 무대에 대한 열정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나는 무대 아래에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정신없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무대체크에 여념이 없는 그녀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여자로서라기 보다는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을 봤을 때 느껴지는 아름다움이랄까.
드디어 무대체크를 마친 성은. FD에게 냉큼 마이크를 받고는 나를 찾는다.
“아아아～마이크 잘 나온다, 오바. 진우오빠! 내 기타 좀 줘～”
큭...마이크에 대고 왜 나를 찾는 거냐. 조용히 부를 수도 있잖니...
“응? 어, 그래. 여기”
나에게 기타를 넘겨받고는 미리 자리잡아놓은 의자에 쪼르르 달려가는 그녀. 풋, 저 녀석 또 흥분하기 시작했구나. 아무튼 천상 무대체질이다, 너는.
자리에 앉은 성은은 후욱 짧은 심호흡을 내뱉고는 무대 아래 스텝에게 신호를 준다.
MR이 흐르고, 그녀가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노래하기 시작한다.
잔잔하지만 힘이 들어있는 그녀의 데뷔곡, ‘맴돌아’다.

아직도 넌 내 기억 속에 선명한데
네 온기는 안개 속에 흐릿한데
오늘도 기억을 붙잡고 눈물 흘리는데
난 더 이상 네 온기 느낄 수 없어

아직도 난 너를 놓지 못하는데
내 상처는 오늘처럼 선명한데
오늘도 사랑을 붙잡고 애원하는데
난 더 이상 네 온기 느낄 수 없어

사랑한다는 말이 아직도 입가에 맴돌아
그대 달콤한 목소리 아직도 귓가에 맴돌아
그대 부드런 입맞춤 아직도 입술에 맴돌아
이제 그대의 온기는 내 주위 서서히 겉돌아

사랑은 원래 사라지는 거니
나한테는 이런 말 하지 않았잖니
점점 더 묻혀가는 내 사랑이
그대의 존재를 겉돌게 하잖아

매일 듣는 노래지만 오늘은 좀 더 내 마음 속에 파고든다. 이수연. 그 세글자가 내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 마치 망치로 정수리를 맞은 듯 슬픔이 내 머릿속을 덮친다. 하아. 아직 헤어진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건가. 어떻게 하루가 이렇게 길다는 말인가. 이별이 이런 건가.
그녀가 떠났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 삶의 이유가 되어줬던 사람이 나를 떠났다. 수연과 나는 헤어졌다.
헤어짐을 인지한 것이 잘못인걸까. 이별은 내 온몸을 휘감고는 나를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무릎이 떨리고, 머릿속이 하얘지고, 오한이 나서 나도 모르게 두 팔로 온몸을 감싸고, 얼굴엔 핏기가 가신다. 속이 뒤틀리고 매스껍다. 눈앞이 흐려지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죽을 힘을 다해서 버텨봤지만 결국 난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이봐요! 괜찮아요?”
지나가던 스텝이 나를 발견하고 일으키려한다. 난 그런 그를 제지했다.
“...괜찮습니다. 잠시 다리에 힘이 풀려서...잠시만 이렇게 있을게요, 잠시만.”
하아...하아...이별이란 거...이런 건가...
문득 고개를 들어 여전히 열창하고 있는 성은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그녀도 불과 몇 시간 전에 실연을 당했다고 말했다. 성은아, 너는 괜찮은 거니? 난 이렇게 죽을 것처럼 아픈데...너는 괜찮니? 못난 나는 이렇게 무너져가는데...너는 괜찮은 거니?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노래만 부르고 있다. 눈부시도록 멋진 자신의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름다운 그녀가 아름답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랑한다는 말이 아직도 입가에 맴돌아
그대 달콤한 목소리 아직도 귓가에 맴돌아
그대 부드런 입맞춤 아직도 입술에 맴돌아
이제 그대의 온기는 내 주위 서서히 겉돌아

사랑은 원래 사라지는 거니
나한테는 이런 말 하지 않았잖니
점점 더 묻혀가는 내 사랑이
그대의 존재를 겉돌게 하잖아

이제 나는 너의 주위를 겉돌겠지
달처럼 너의 주위를 서성이겠지
하지만 너에게 다가갈 순 없겠지
이제 나는 너의 기억에 맴돌겠지

사랑이 이런 거겠지. 아름다운 모습으로 노래하지만 그 입술에서 나오는 노래는 미치도록 슬픈. 그래서 더할 나위없이 아픈. 그리고 그 아픔에 끊임없이 맴도는.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흐른다. 누가 볼까봐 얼른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취하고 싶다. 제정신이 아니고 싶다. 제정신으로 이 상황을 버텨낼 힘도, 용기도 없다.
하아...오늘은...술이 고픈 날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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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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