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도 솔솔 쏟아지겠다...

색다른 엽기코드를 하나 구경해보아요 =_=）/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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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준하



그녀는 오늘도 뜨게질을 한다. 그녀의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그녀는 어려서부터 무언가 만들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도 항상 그녀에게 뜨게질을 해서 옷을 만들어 입혔다. 자신이 그

만큼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옷을 입었을 때의 그 포근함을 잘 알기 때문에 자신의 아이에게도 그렇

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배운 뜨게질은 그녀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후 더 자주

하게 되었다. 그녀의 아들 건이가 살며시 뒤에서 끌어안는다.

" 엄마, 이번에는 뭘 뜨는 거야? "

" 음.... 우리 건이 여름옷. 나시랑 바지.."

" 에이, 연두색보단 파란색이 더 좋은데...."

" 다 뜨고 나면 연두색도 예쁠거야."

" 알았어. 엄마! 나도 뜨게질 가르쳐 주라. 응? 엄마아.."

" 어이구, 남자가 뜨게질 배워 뭘 하실려구요?"

" 나두 엄마처럼 떠서 인형 만들고 싶단 말야."

" 됐어. 나중에 엄마처럼 뜨게질 잘하는 아가씨랑 결혼해. 그럼 네가 하지 않아도 돼잖아."

" 흥! 치, 엄마는....."

건이는 삐졌는지 자기 방으로 가버린다. 그런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슬며시 미소짓는다. 아빠보

다는 자신을 더 닮아서 만들기를 좋아하고, 손재주도 있는 아들이었다. 그녀는 다시 놓았던 뜨게질

을 시작했다. 지금 그녀는 행복했다. 여유로운 생활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이 있기에..

이 행복은 오래갈것 같았다. 정말 영원토록.....




그녀는 믿을 수가 없었다. 앞이 캄캄하다. 머리속이 하얗게 탈색되어 버린 느낌. 이럴수가...

" 무.. 슨... 소리..야? " 있는 힘껏 나오지 않는 소리를 목 밖으로 애써 밀어 낸다.

" 우리.... 이혼하자." 짧막하지만 사형선고와 같은 남편의 목소리.

" 이혼? 그럼 우리 건이는 어떡하고!!! 우리 건이는!!!" 거의 악에 바친듯한 그녀의 외침. 절규에

가까운.......

" 그녀에겐 내가 필요해. 당신이나 건이보다도.... 그녈... 사랑해" 나직하지만 단호한 남편.

건이보다도? 그여자 보단 건이가 더 당신이 필요해.... 건이가....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린듯

풀썩 주저 앉는다. 남편은 방 밖으로 나간다. 멀어지는 발자국..... 그녀는 겨우 힘을 낸 듯 자

리에서 일어난다. 발길이 닿은 곳은 건이의 방. 잠들었던 건이가 시끄러운 소리에 깼는지 그녀를

본다. 그녀는 별일 아니라고 아이를 다독거렸다. 아들을 안심시켜 자리에 눕힌후 생각에 잠긴다.

그녀의 귀에 잠든 아이의 잠꼬대가 들려 온다. 눈물맺힌 아들의 꼭 감은 눈. 그 눈을 본 순간 그

녀는 결심을 한다.




오늘도 그녀는 뜨게질을 한다. 그런데 그새 다른 것을 만들고 있었다. 하얀실로 뭔가를 뜨는 그녀

뒤로 건이가 살며시 다가든다. 건이가 그녀를 뒤에서 안자, 전에 없이 흠칫 놀라 뒤를 바라본다.

크게 뜬 그녀의 눈은 곧 건이와 마주치자 부드럽게 바뀌며, 놀라 두근거리던 심장도 서서히 안정을

되찾는다.

" 엄마, 옷 안뜨고 뭐 뜨는 거야? "

" 건이가 아빠랑 매일 같이 있고 싶다고 그래서 엄마가 아빠인형 떠 줄려구...."

" 와아! 그럼 난 매일 아빠 안고 잘 수 있겠네?"

" 그래......" 목이 말라온다. 소리가 나오지 않을듯. 침을 삼키고 한번의 한숨과 짧은 침묵뒤

아들을 데리고 나와 유치원차에 태웠다. 자신을 보며 밝게 웃고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아들. 그

아들을 위해 자신이 할 일이 많음을 깨달은 그녀는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갔다. 실을 만들어야 한

다는 강박관념이 생긴듯 그녀는 서둘러 움직였다. 약간 노란듯 하얀 이 실은 생각보다 만들기가 많

이 까다롭고 다루기도 힘들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알기전에 일을 끝내야 했기에 마음이 조

급했다. 처음 작업했을 때의 두근거림과 말 할수 없이 혐오스럽던 느낌은 이제 들지 않는다.

그녀는 냉장고에서 재료들을 꺼냈다. 원래 흰색이 아니고 약간은 붉은색과 노란색들이 군데군데 묻

어 있는 재료들을 깨끗이 씻고 다듬기 시작했다. 얼마나 씻었을까. 재료들은 하얀색을 띄기 시작

했다. 더러운 물을 버리고 다시 한번 행군후 체에 담아 물기를 뺐다. 어느정도 물기가 가시자 말

릴 준비를 했다. 햇빛에 말리는게 가장 좋긴 하지만, 그녀는 남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았다. 전

자렌지에 말리기로 결심한 그녀는 몇번의 시행 착오끝에 타지 않게 말릴수 있었다. 그렇게 그녀가

어느정도 필요량을 말렸을 때는 아들이 올 시간이 되어 해가 마지막 빛을 발하며 넘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자신의 침대밑으로 그것들을 밀어 넣었다. 가슴이 다시 두근거린다. 아들이 보면

안된다. 실이 돼기 전의 모습은. 그녀는 자신이 잠을 자지 않았다는 사실도 잊은체 아들을 맞이

했다. 실은 첫 작업부터 그녀는 묘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상관

없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건이는 저녁을 먹으며, 오늘 하루의 일을 빠짐없이 얘기하기 시작했

다. 그런 아들을 행복에 겨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건이가 자겠다고 일어났다. 좀 이른 시간이었

지만 그녀는 아들을 방으로 데려가 재워주었다. 아들이 잠든 후 조심조심 방을 빠져나온 그녀는

자신의 침실로 가 침대밑에 숨겨 두었던 재료들을 꺼내 같은 굵기로 만들기 위해 갈라내기 시작했다.

이 작업은 더없이 지루했다. 하지만 그녀에겐 시간이 없다. 부지런히 손을 놀리던 그녀가 실을

꼬기 시작하였을때는 벌써 아들을 깨워 유치원에 보낼 시간이었다. 그녀는 피로도 잊고 기계인냥

일어나 침대밑으로 물건들을 치우고 아들을 깨워 밥먹이구 유치원에 보낸다. 아들은 엄마의 멍하니

피곤한 얼굴을 보며, 걱정을 한다. 아프지 말라고...그런 아들을 달래 유치원에 보낸후 다시 정신

없이 일에 매달린다. 어느정도 실이 만들어지자 그녀는 뜨게질을 시작했다. 사실 뜨는 것은 인형

같은 경우 몸체만 한두시간 이면 끝이지만 이 실은 만드는 것 만큼이나 다루는 것도 까따로왔기에

거의 반나절을 매달려 있어야 했다. 본체를 다 떳을때 그녀는 피곤에 지쳐 움직이기 힘든 자신의

육체를 발견했다. 하지만 멈출수 없다. 사랑하는 건이를 위해, 도저히 멈출수 없어.... 그렇게

자신을 채찍질하며 다시 검은 실에 손을 댔다. 검은 실은 너무 가늘어서 역시 두껍게 꼬아야 머리

카락을 만들수 있을 것이다. 검은실은 잘 엉키고 일반 실보다 배이상 가늘기에, 그리고 길이가 짧

은것이 여러개이기때문에 조금 꼬아 어느정도 굵기로 만든후 붙여야 한다. 자신의 눈이 벌게진

것도 모르고 그녀는 그렇게 검을 실을 꼬고 있었다. 여기에 몰두하느라 초인종소리를 늦게사 들은

그녀는 단숨에 대문으로 가서 건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오늘도 일찍 재워야 한다. 오늘만 힘들게

보내면 그녀가 해야 할 일이 일단락 돼는 것이다. 그 후의 일은 그 후의 일이다. 그녀는 마무리를

해논 인형에 머리카락을 꼬매고 눈, 코, 입을 수놓아 인형을 완성 시켰다. 이제 다른 평범한 실로

옷을 떠서 입히면 아무도 모를 것이었다. 이제 옷만 뜨면.... 그녀는 그 인형을 우선 자신과 아들

건이 만이 알고 있는 건이의 방 구석 비밀스러운 곳에 인형을 숨겼다. 그전에도 건이와 자주 아빠

몰래 숨겼던 곳이었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침대에 몸을 날렸다. 이제 무거운 짐을 벗은

듯 완성했다는 희열과 성취감, 안도감이 한꺼번에 그녀의 머리와 몸속의 긴장을 날려 버렸다. 그녀

는 실로 오랫만에 편안한 잠자리에 들었다. 엄마의 자궁속에 있었을 때의 편안함처럼....



경찰이 그녀의 집에 찾아 왔을 때, 그녀는 비교적 담담했다. 경찰이 이미 뼈와 살, 머리와 손,발등

모든 것이 분리돼어 조각이 나 냉동실을 빼곡히 차지하고 있는 그녀 남편의 시체를 찾았을 때에도,

그녀가 뜨고 남긴 실들을 발견하여 압수해갈 때에도 그녀가 신경쓴 것은 그녀의 아들 건이 뿐이었다.

그녀는 경찰을 잠시 기다리게 한 후, 친정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오게 했다. 아들을 마지막으로 끌

어안은 그녀는 아들의 귀에 무언가 조용히 속삭이고는 아들의 볼에 입맞추었다. 건이도 엄마를 끌어

안고 엄마의 볼에 입을 맞춰주었다. 울진 않는다. 그녀는 속으로 아들의 대견함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녀는 아들을 어머니의 품에 안겨주고는 경찰과 함께 집을 나섰다. 아들은 할머니의 품에 안겨 그런

엄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본다. 자신의 눈에서 사라질 때 까지....



그녀의 진술은 세인들을 모두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이혼하자는 남편에게 매달렸지만 자

신이 죽기전에는 애인과 살겠다며 메몰차게 그녀를 밀어냈다. 잠시 머릿속이 까맣게 변했다가 뚜

렷해진후엔 이미 남편은 싸늘한 시체로 변해 있었다. 그녀는 남편을 죽인 죄책감 보다는 아들 건이

가 더 걱정이었다. 그녀는 아들과 함께 있게 하기 위해 그를 아이에게 먹일까도 생각해 봤지만 배

설이 돼면 없어질 것이고 과연 아들이 눈치도 채지 못할까 하는 것이 의문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뜨게질이다. 핏줄을 좀 약하겠지만 근육을 파헤쳐 힘줄만을 골라 실을 만든다면? 조금은 거

칠고 잘 떠지진 않겠지만 일반 실들 중에도 비슷한 실은 많은 터 였다. 그녀가 이런 결심을 할 때

까진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남편이 죽은 곳이 화장실 이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다행이 아닐수

없었다. 그녀는 부엌에서 칼을 가지고 나왔다. 남편의 시체를 손질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진 않았

다. 그녀에겐 밤밖엔 시간이 없었기에 잠도 자지 않고 밤새 남편의 뼈와 살, 내장등 분리할 수 있

는 모든것을 분리해서 비닐봉투에 담았다. 내장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 변기에 물과 함께 여러번 나

누어 내려보냈다. 그리고 나머지는 혹여 실이 부족할까 냉동에 넣어 두었다. 그녀는 경찰에서 실

을 만드는데 시간이 걸려서 인형은 뜨지 못했노라고 진술했다. 결국 그녀의 집에서 그녀가 만든 실

만이 증거품들과 함께 압수되었다. 그녀는 변호인의 노력으로 정신감정을 받은후, 정신병원에 갇

히게 되었다. 그녀가 경찰에 잡힌 이유는 그녀의 시어머니가 매일 전화하던 아들이 전화도 없이 회

사도 출근하지 않는데 그녀가 아무말도 없자 수상히 여겨 신고한 때문이었다.




건이는 오늘도 할머니의 어께너머로 몰래 뜨게질을 배우고 있었다. 그는 눈썰미와 응용력이 좋아

만드는 것을 몇 번 보기만 해도 방법을 터득하곤 했다. 그의 나이 12살. 이제는 무언가를 알 나

이가 되었다. 문득 그는 6년전 자신을 떠나가던 엄마의 일을 떠올렸다. 엄마가 그일을 한 것은

자신이 일부러 자는 척 흘린 말 때문이었다. 죽은 아빠라도 좋아..... 사실 죽는다는 말이 무엇

인지 몰랐던 때에 한 말이지만 엄만 그말을 그대로 실천한 것이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아직도 엄만 병원에서 자신을 찾고 있었다. 비교적 제정신인것 같던 엄마는 병원에 입원하자 오히

려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그는 조심스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그러고는 자신의 방 구석으로 가 상자를 하나 꺼냈다. 뚜껑을 열자 조금은 낡았

지만 건조한 곳에 소중히 보관한듯 온전한 형태의 남자 인형이 들어 있었다. 손으로 잘 만지지도

않은듯 때도 별로 묻어 있지 않았다. 그것을 보며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 아빠, 엄마가 보고 싶지? 나도 그래. 아빠가 날 떠나려 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잖아.

하지만 괜찮아. 이젠 내옆에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나도 이제 뜨게질 할 줄 알아. 곧 엄마도

오게 해줄께....." 건이의 입가에 조금은 섬뜩한 미소가 비친다. 기다려 엄마. 내가 갈께.

나 보고 싶지? 나와 영원히 함께 하고 싶지? 기다려..... 아무리 많은 세월이 간다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