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올라갑니닷!!^^

점심들 맛있게 드셨지요?'-'

복수의 수레바퀴가 끼긱끼긱 돌아가기 시작했다는디..

과연 누구에 의해 어드렇게 굴러가게 되는걸까요?

어느덧 뱅기 사고가 난지 5개월이 흘렀다는군요

갑부 한 사람 죽었으니 이제 슬슬 재산다툼할 때가 된 듯..

그 집안 꼬락서니가 어떨런지...

그리고 과연 첫번째 희생자는 누가 될 지...

함께 보러 가시죠!!'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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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어둠의 문（cafe.daum.net/blacknovel）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mypre




괌으로 가던 비행기 - 2


1.


사고가 있은 지 다섯 달이 지났다.
수요일의 저녁...평창동의 어느 대 저택의 넓은 거실 안에서는 검은 정장 차림의 작은 남자가 상복을 입은 유족들 앞에 앉아 뭔가를 열심히 말하고 있다. 정신없이 이야기하는 그를 바라보는 다섯 명의 눈은...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하나같이 빛나고 있었다.

넓은 테이블을 가운데에 둔 채 중앙에 앉아 침을 튀기면서 이야기하는 검은 정장의 남자 옆에는 약간 나이가 들어 보이는 초라한 복장의 중년의 남자가 뭔가 불만스런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젊은 남자는 부인으로 생각되는 옆에 있는 여자와 함께 진지한 표정으로 검은 정장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년의 남자와 젊은 남자의 양 옆으로는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두 남녀가, 한명은 상당히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고 다른 한명은 여기 앉아 있는 모든 사람들 중 가장 관심없다는 표정으로 하품을 하고 있다.

"고인이 남긴 특별한 유언이나 생전에 남겨둔 표시가 없다면 일단 고인 소유의 재산은 배우자,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그리고 3촌 이내 방계혈족 순위로 상속됩니다. 배우자께서는 돌아가신 분과 같은 비행기에 탑승하고 계셨던 관계로 함께 돌아가셨고 장손께서도 역시 같은 운명을 맞이하셨으니 현재 상속순위는 일단 제 앞에 계신 다섯 분께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특별한 합의가 없다면 일단 원칙은 균등 분할입니다. 그리고 합의 기간은 향후 3개월이구요."

어이없게 휴가 여행 중 비명횡사한 친구의 죽음을 슬퍼할 새도 없이 그는 비행 사고로 사망한 김수산의 12억의 분산된 은행 예치금 및 20억 어치의 부동산 기타 여러 재산의 분할 문제에 관해 유족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중이었다. 170cm의 작은 키에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 그리고 변호사에 어울리지 않는 가무잡잡한 얼굴과 약간 쳐진 흐리멍텅한 눈을 가진 그는 고인 김수산의 이복동생 변호사 김승현이었다.

"복잡해요...그러니까 간단히 말하면 어떻게 되는 거에요?"

"한마디로 말하면 고인이 남기신 모든 재산은 그와 관계있는 아무한테도 가지 않고 지금 여기 빤히 눈뜨고 있는 철준씨, 성준씨, 재준이, 그리고 수연이 너한테 똑같이 나누어진다는 거야."

사고로 김수산과 관련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몰살했다. 당시 그가 타고 있던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 95석 중 80석이 그의 친척 및 주요 측근들이었다. 최근 담보로 잡은 토지의 경매 절차를 마친 김수산은 또다른 노른자위 땅을 얻은 것을 축하하며 여러 사람들과 함께 햇살좋은 괌으로 여행을 떠나는 중이었다. 휴가가 그의 장례식이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입버릇처럼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세계적인 부동산 가치 상승 회사를 만들겠다는 말을 하던 장남 민준을 제외하고는 우습게도 그를 따라나섰던 수많은 측근 중에 그의 아들 딸은 없었다. 승현은 그들이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학생인 막내딸 수연과 재수생인 넷째아들 재준은 공부해야 한다는 핑계로, 명문의대를 나와 강남에서 개업 중인 의사 성준은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를 따라가지 않았다. 그리고 대학 동기와 함께 획기적인 사업 아이템을 발견했다며 아버지의 재산 수억을 들고가서 사기를 당해 하늘에 날려버린 무능한 홀아비 철준은 애초에 아버지의 부름을 받지조차 못했다.

"그 인간이 워낙에 전적이 화려해서 말이야..."

승현의 옆에 앉아 있던 철준이 말을 꺼냈다.

"건드려본 여자가 한둘이어야 말이지...내가 아는 나보다 어린 여자만 8명이라구...그 여자들이랑 그여자 소생들이 가만히 있겠어?"

"법적으로 그분들은 아무 상속순위가 없는 분들입니다. 안심하셔도 돼요."

"어이 삼촌...어디까지나 법은 법이고 사람 사는 건 사람 사는 거란 말이야."

불평에 가득찬 눈을 굴리며 철준은 쇼파 끝좌석에 앉아 있는 수연과 재준을 가리켰다. 말을 잇는 그의 눈이 묘하게 빛났다.

"저런 어린 것들한테 돌아갈 돈이 자기들한테 안왔다고 불평불만 터뜨리면 어떻게 되느냔 말이지...그러니까...내 말은 확실히 해두려면..뭔가 좀 필요하다는 거야... "

거친 목소리로 뭔가를 위압하려 애쓰는 듯 지껄이는 그의 말을 들으며 승현의 기분이 슬슬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승현은 끝이 뻔한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듣기에는...유산 관리인한테는 선관의무란 게 있다고 하던데 말이야. 복잡한 재산 청산해서 넘기는 동안에 무슨 일이라도 나면 어쩔 거냐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뭐요?"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수연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둘째 오빠의 말을 가로막았다.

"잠깐 애들은 끼어들지 말아봐. 아니 왜 삼촌은 괜히 애들까지 불러모아가지고 이런 얘기하기 힘들게..."

승현은 조용히 앉아 말같지도 않은 말을 중얼거리는 철준의 입을 노려보고 있었다. 부유한 아버지의 실패한 자식의 탐욕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명문대를 졸업했다지만 10년동안 백수로 살면서 아버지의 재산만 축내고 있던 그는 언젠가는 내가 우리나라를 뒤집는다며 항상 큰소리치곤 했다. 비록 세상을 뒤집으려다 자기만 뒤집어졌지만....

이 인간의 속셈은 뻔했다. 만 19세가 아직 되지 않아 법적으로 미성년인 수연과 재준의 대리를 맡아 재산을 관리하겠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미성년자 관련 법정 대리 제도는 그야말로 밀키스에 암바사 탄 식이어서 말도 안되는 판례들이 산적해 있었다. 따라서 이 사람이 어떤 탈법 행위를 저질러 그들 분의 상속 재산을 자기 앞으로 넘겨 버려도 여기 있는 두 명의 아이들로서는 할 말이 없을 것이었다. 승현은 단호히 말했다.

"합의를 보셔야 합니다."

"음?"

"상속이 완료되고 그에 관한 이해 관계가 청산될 때까지 그 재산을 대상으로 한 법정 대리인 선임 및 재산 관리인 선임은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상속인들끼리 합의를 보아 유산 관리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그걸 제외하면 현재 수연이와 재준이의 상속분을 철준씨께서 가지고 가실 방법은 제가 아는 한에서는 없군요."

"뭐...누가 누구껄 가지고 간단 말이야! 난..난..!"

얼굴이 붉어진 채 당황해하는 철준의 건너편에 앉아 있던 성준이 승현에게 말을 건넸다.

"저런 인간을 유산 관리인으로 선임할 수는 없어요. 우리는 유산 관리인 같은 건 선임하지 않을 테니까 청산절차와 이런 저런 분할 절차나 밟아줘요. 삼촌이 수고하시겠네요.."

야심만만한 첫째형과 쓰레기 같은 둘째형과는 달리 셋째인 성준은 어려서부터 자신의 공부 외의 일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아버지를 싫어했지만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은 채 공부에만 몰두했다. （그렇지만 지독할 정도의 스트레스는 언제나 그의 심각한 단점 중 하나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지금은 자신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나이 32세에 의대에서부터 사귀어 온 여자와 결혼했다.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주희라는 여자였다. 승현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았다.

동그란 얼굴과 그다지 예쁜 구석은 없지만 전체적인 조화가 매력적인... 언제나 아름다운 얼굴이다. 키는 작았지만 아담한 몸 구석구석이 보기 좋았고 역시나 몸매도 괜찮았다. 불룩한 배가 약간 거슬리긴 하지만 그것은 거북한 거슬림과는 약간 거리가 멀다. 결혼 3년째에 겨우 잉태한 태아가 그녀의 뱃속에서 다섯달째 크고 있는 것이다.
김수산이 사고를 당하던 날 생긴 아이라는 것이 그들 부부의 마음에 걸렸지만 그것은 어쨌든 지금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애초에 아버지는 금전적인 문제를 제외하면 그들의 생활의 1%도 차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시동안 성준과 주희 부부를 바라보고 있던 승현의 머릿속에 처음으로 주희를 만나던 날이 생각났다. 그의 시선을 느끼는 듯 주희가 그를 바라보고 있던 고개를 돌렸다. 눈치없게 수연이 눈을 반짝이며 다시 끼어들었다.

"그럼 제 상속분이 돌아오려면 얼마나 걸려요?"

"그건..."

"그 참! 쪼끄만 게 돈욕심은 많아가지고! 좀 닥치고 니방에 들어가 있으라니까!"

승현이 대답하려는데 철준이 괜히 소리질렀다. 그의 고함에 발작이라도 일으키듯 수연이 갑작스레 몸을 부르르 떤다. 수연은 둘째오빠를 노려보며 쏘아붙였다.

"당신이나 제발 좀 닥치고 있지 그래? 무능한 아저씨? 이번에 돈받으면 또 어디가서 사기를 쳐먹고 오실까? 정신 좀 차려 이새끼야. 내가 한푼이라도 내줄 줄 알아! 또 사기쳐드시고 어디가서 농약이나 마시고 죽어. 좀 주위사람들 귀찮게 하지 말고!!"

"이런 미친년이! 뭐가 어째!"

짝!

승현이 뭘 어떻게 할 새도 없이 철준의 손이 수연의 뺨을 후려갈겼다. 수연의 얼굴이 홱 돌아가며 철준의 눈을 잡아먹을 듯 쏘아보았다. 성준과 주희가 나이차가 많이 나는 남매의 갑작스런 충돌에 잠시 당황해 하고 있었다. 승현은 속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이 집은 언제나 이런 식이다. 오기 싫었는데...

쿵!

그때 둔탁한 소리가 거실 안에 울려퍼졌다. 사람들은 괜히 흠칫하며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드르렁~푸우..."

산발머리를 한 말라빠진 젊은 녀석이 코를 골고 있었다. 현재 시각 저녁 8시...승현이 도착하기 3분전인 6시 반까지 자다가 수연이 열일곱 번이나 깨우는 바람에 겨우 일어난, 그러고도 거실 쇼파에서 계속 하품을 하며 수연의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재준이 테이블에 고개를 쳐박고 코를 골고 있었다. 성준과 주희가 황당스런 표정으로 시선을 교환하고 승현은 그틈을 타 철준을 말리는 동시에 수연을 얼렀다.

"수연아. 오빠한테 그러면 쓰니...아무리 미워도 오빠는 오빠란 말이야. 그리고 철준씨도 진정하세요. 어린 마음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뭘 그렇게 또..."

"이런 씨펄...이제 애새끼들까지 날 싸잡아서 무시하는구만. 한새끼는 형이 말하는데 왜 또 자빠져 쳐자고 지랄이야! 내가 이집에 다시 발붙이면 개새끼야 개새끼! 어이 김변호사! 유산 청산 절차 처리되기 전까진 나한테 연락하지 말어! 개새끼들...좆도...나중에 두고 보자고! 성준아 형 간다!"

나이는 다섯살 많다지만 그래도 삼촌뻘인 승현에게 김변호사라는 호칭을 붙이며 철준은 가방도 챙기지 않고 넓은 거실을 가로질러 현관문을 쾅 닫고 나갔다. 수연은 닫힌 현관문을 뚫어 버릴 듯 노려보고 있었다. 거실 안에 잠시 적막이 감돌았다.

"저새끼는...진짜 말종이야. 난 아빠보다 저새끼가 먼저 죽었으면 했는데 왜 안죽는 거야? 지겹게도 살아있어. 지긋지긋해! 이놈의 집구석 진짜 지긋지긋하단 말이야!"

"김수연! 보자보자 하니까 왜 자꾸 썅소리 하고 지랄이야! 안닥칠래!"

"오빠는 또 왜난리야! 오빠나 닥쳐!"

"드르렁~~드러렁~~~푸우우우..."

수연의 말에 성준이 다시 화를 냈다. 이번엔 둘이서 싸울 것 같았다. 거실의 분위기가 험악해져 가고 있었다. 아랑곳없이 테이블에 코를 쳐박고 자고 있는 재준의 모습이 그런 거실의 공기와 섞여 묘한 아이러니를 자아냈다. 승현은 입을 다물었다. 빨리 이 자리를 뜨고만 싶었다. 어쩔 수 없는 가족이었다. 한숨을 쉬는 승현을 몰래 바라보는 주희의 눈도 슬프게 빛났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빠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는데! 내가 이 집구석에서 돈빼고 배워쳐먹은 게 있는 줄 알아!"

"진짜 이년이 보자보자 하니까 사람 돌아버리게 만드네!"

"악! 왜때리고 지랄이야 이새끼야!"

쓸쓸히 현관문을 나서는 승현의 뒤를 주희가 따랐다.

"안녕히 가세요. 삼촌...당분간 수고하시겠네요."

"저보다 주희씨가 문제죠. 일 수습하시려면 괴로우시겠어요."

"아니에요...안녕히 가세요..."

형식적인 인사를 주고받으며 승현은 김수산의 셋째아들 성준 내외와 막내딸 수연, 그리고 넷째아들 재준이 살고 있는 집을 나섰다. 어이없게 자기도 모르고 있던 형 김수산을 만나면서 최소한 애정적인 면에서의 자신의 인생은 꼬여버렸다. 그리고 원치 않은 가족을 얻게 되었다.
어쨌든 저 가족은 구제불능이었다. 거의 무료로 관련된 소송대리를 해주고 있었음에도 언제나 그들은 자신을 불청객 보듯 바라보았고 이번에 유산 분할 문제에서도 혹여나 승현이 김수산의 이복동생이라는 이유로 자기들 상속분을 떼어가지나 않을까 불철주야 전화를 걸어 감시하고 있었다. 김수산이 죽은 뒤 승현은 철준과 성준으로부터 평소의 10 배가 넘는 연락을 받았다. 히스테리에 걸릴 것만 같았다. 승현은 고개를 저으며 차의 시동을 걸고 평창동을 빠져나갔다. 일산에 있는 자신의 원룸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초저녁을 밝히는 붉은 달이 하늘을 채워버릴 듯 떠오르고 있었다.


2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주는 차가운 물이 샤워기에서 쏟아져내렸다. 저녁 11시...성준은 복잡하고 괴로웠던 하루를 정리하며 샤워중이었다. 차가운 물이 성준의 단단한 몸에 와서 부딪혔다. 기분이 좋았다.

"그새끼...거짓말은 안하겠지...?"

성준은 재산에 관한 승현의 말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재산은 대충 자신이 알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많았다. 그리고 사고 이후 다섯 달동안 계속 어디선가 새로운 재산들이 튀어나왔다. 지금 아버지의 총 재산은 50억대 규모였다. 그중 순재산만 30억대...승현이 앞으로 어떤 수작을 부릴 지는 모르겠지만 성준은 지금 당장은 로또라도 당첨된 기분이었다.

"후후....뭘 한다...."

돈이 들어온 뒤 할 일에 대해 생각하는 성준의 눈에 이상한 것이 잡혔다.
아버지가 지방으로 이사가면서 그나마 제일 믿을 만한 아들이었던 성준에게 내준 이 집은 평창동에서 중간 정도 가는 수준의 저택이었다. 지하까지 합쳐 3층 규모에 방만 여섯개, 실평수가 68평이었다. 평창동은 한국의 비버리 힐즈이다. 넓은 집을 최고급의 인테리어 자재들과 가구들로 채우느라 아버지는 억대의 돈을 투자했다고 들었다. 처음 이 집을 자신에게 헐값에 넘긴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성준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그런 집의 욕실 역시 최고의 자재들로 만들어진 타일과 기자재들을 뛰어난 공장이들이 공사하였다. 그렇다면...지금 눈앞에 일어나고 있는 일은 상식적으로는 잘 설명이 안되는 일이었다.

...........후두두두두두....

소나기라도 내리듯 타일의 이음매 사이로 굵은 콘크리트 모래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와 함께 그것들이 쏟아져 내리는 타일들이 들썩들썩한다.
성준이 보고 있지 않은 곳의 많은 타일들도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천장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점점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마치 뭔가 천장 위에서 미친듯이 콘크리트와 타일을 밀어내기라도 하는 것처럼...상당히 괴기스런 광경이었다.
그러나 성준의 머릿속에 그런 공포감 따위는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그런 공포감이 떠오를 여유가 없었다고 하는 게 옳다. 그의 머릿속은 천문학적 숫자의 돈과 잠시 후 있을 임신한 아름다운 아내와의 섹스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젠장...평창동에서 뭔놈의 부실공사야..."

성준은 샤워기를 잠그고 모래들이 쏟아져 내리는 곳으로 향했다. 젖은 발바닥에 모래가 묻어나 기분이 찝찝했다. 계속 밑으로 쳐지면서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듯한 타일을 보며 성준은 발돋움을 했다. 꽤 높은 천장이지만 아버지를 닮아 키가 큰 성준으로서는 그 타일 정도는 떼낼 수 있었다.

........우수수수수수수수수수........
"헉!"

타일을 떼내는 순간 성준의 얼굴로 엄청난 양의 모래가 쏟아져내렸다. 미처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던 터라 성준은 몇 킬로그램은 될 것 같은 엄청난 양의 모래를 고스란히 얼굴로 받아내고 말았다. 성준은 욕을 하거나 화를 낼 새도 없이 자신도 모르게 손을 위로 올려 떨어지는 모래들을 휘저었다. 그리고...

탁...투드드드드....
"엇!"

불쾌한 소리가 욕실에 울려퍼졌다. 동시에 팔을 휘젓고 있던 성준의 눈앞으로 뭔가 떨어져내렸다. 성준의 왼쪽 손목이 허전하다. 그의 모래투성이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는 아직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지독하게 불쾌한 소리에 이은 왼손목의 허전한 느낌은 순간적으로 미칠 듯한 고통으로 이어졌다. 성준은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눈앞에 떨어진 것을 관찰했다. 그리고 그는 온 집이 날아갈 듯한 비명을 질러댔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모래로 가득한 욕실 바닥에는 미세하게 꿈틀거리고 있는 성준의 왼손이 손목 부분의 이음매에서 붉은 피를 철철 흘리며 떨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