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

역시 늦게 잘수록 일어날 때는 괴로운법이다.

으윽,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그냥 늦게까지 자버릴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그냥 눈을 떴다.

생체패턴이라는건 의외로 한번 망가지면 고치기가 상당히 어려운거다.

그리고 고치기 어려운만큼 고생을 하게되는법.

어제는 예상외로 유라녀석과 함께한 시간이 길었다.

뭐, 그래봤자 처음갔던 고깃집말고 다른 장소를 갔던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녀석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나중에는 별로 먹지도않고 이야기만했다.

그 결과 알아낸 것이 있다면...난 녀석을 잘못봐도 한참 잘못봤다.

처음에는 그냥 반항기있는 고딩일진인줄 알았지만 사실 제법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이라고한다.

담배도 그 날 처음으로 반항심에 피웠던 것이고 가출의 원인이었던 부모님과의 갈등은 현재 제법 해결되었다고한다.

그리고 이건 내 추측인데, 유라는 제법 부잣집 딸내미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철부지같은 느낌이지만 곱게자란 티가 난다고나할까...

하여간 부모에게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 녀석의 말투나 행동, 모든 것에서 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게 눈에 보였을 때, 솔직히 조금 질투가 났지만 당연히 티는 내지않았다.

후우...부모라..?

에라, 모르겠다.

괜히 우울한 생각은 집어치우자.

자아...그럼 오늘은 뭘하면서 보낸다아...

"쩝..."

...오늘은 그냥 예전에하던 자격증 공부나 계속해야겠다.

솔직히 마냥 놀자니 그것도 그것대로 나름 불편하긴하다.

흐음...그래서 어디를 가야할까...

관련 서적을 찾으려면 도서관이 좋겠지?

집 앞에도 도서관이 있긴하지만 솔직히 거긴 그냥 작은 독서방? 같은 그런 수준이다.

역시 귀찮아도 학교로 가는 것이 정답인가..?

부우웅, 부우웅!

전화?

요란하게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엉? 회장님이네?

"여보세요."

"여보세요오? 이게 신입주제에 빠져가지고 너 어디야?"

"...집입니다만?"

"뭐! 너 지금 일어난거야?"

"...그렇습니다만?"

"아무리 유라랑 뜨거운 밤을 보냈..으읍!"
"언니!"
"이 년이 미쳤나? 어디 감히 언니의 통화를 방해하는..아, 네 서방님이랑 통화하니까 질투나니, 기집애야?"
"자,자꾸 이상한 소리하지마!"

"...뭐하십니까"

옆에 유라도 있나보다.

"음, 하여간 당장 동아리실로 튀어오도록"

"무슨일인지 물어도 되나요?"

"윤허한다."

"...무슨일이죠?"

"당연히 동아리 활동이지, 멍충아! 그걸 왜 묻니?"

...물어도 된다면서요

"동아리 활동이요?"

"하아? 너 이 동아리 부원이라는 것에 대한 자각이 없구나? 하여간 여자한테 빠진 사내놈은..."

"...그냥 밥만 먹었다니까요."

"웃기고있네! 네가 밥만 먹었는지, 유라도 먹었...읍!"
"이 미친년이 진짜!"
"미,미친년? 이게 돌았나!"

"하아..."

자매 둘다 있으니, 훨씬 더 피곤해진다.

"여보세요?"

전화를 바꿔받은 것은 이수진 선배였다.

"아, 선배님."

"흐응? 선배님?"

"...네, 누님."

"네가 우리 동생이냐? 누님이라고 하지마, 누나라고해. 너도 나한테 잔소리 할 것 같아."

어제 그 근육질 남성말인가?

전혀 안 그럴것같은 이미지였는데.

"동생이 잔소리하나보네요?"

"으으..말도마라, 어제도...아, 됐고 어쨌든 빨랑 동아리 부실로 오도록."

"네...뭐, 어차피 학교에 가려고는 했습니다만...동아리 활동이라구요?"

"그래, 원래는 동아리 이름만 지어놓고 탱자탱자 놀려고 했는데말이야."

아, 그러셨습니까.

오케스트라 뭐시기 동아리도 사실은 그러고 있다가 폐부위기에 놓인건가?

"하여간 여기오면 자세히 알려줄테니, 튀어와라."

"예.근데 거기에 유라가 왜 있습니까?"

"자기도 여기 동아리 들어온다던데?"

"...걔는 고등학생이잖아요?"

"회장 동생이잖냐. 모르냐? 어차피 이 세상은 인맥이야."

부정할 수 없군.

"..뭐,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어엉, 그래...아참, 올 때 메로나"

투욱, 뚜우...뚜우..

전화가 끊겼다.

...하여간 지멋대로구만

이러면 오늘 공부는 물건너 간건가?

그래도 뭐...혹시 모르니까 챙겨둔거는 그대로 가져가봐야겠다.


...
..
.


"동아리 작품 전시회?"

"그래, 우물우물"

"졸업 작품도 아니고 그건 또 뭡니까?"

"졸업 작품 전시랑 달리..쩝쩝, 이건 해도되고 안해도 그만이지만 상금이..우물우물, 걸려있단거지."

"...그거나 다 드시고 말씀하시죠."

회장은 내가 사온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은채로 설명했기에 상당히 거슬렸다.

"야야, 근데 누가 이거 사오랬어?"

"난데?"

회장의 물음에 역시 입에 아이스크림을 물고있는 수진 누나...이거 아직 좀 어색한데?

수진 누나가 대답했다.

"멍충아, 더 비싼걸 사오게 해야지! 이걸로 생색내면 어쩔거야!"

"어머, 우리 얘기 이런걸로 생색낼거니?"

"...설명이나 계속해주시죠."

"그러니까, 바보야."

내 설명요구에 대답은 유라가 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냥 자기가 다를줄 아는 악기로 아무 악보나 음악 하나 연습하면 되는거야.
그래서 부원중에 제일 잘하는 사람이 전시회에 나가는 거고."

"...처음에 물었어야했는데, 넌 왜 여깄냐?"

"뭐,뭐! 너,너가 무,무슨 상관이야!"

"회장님, 고등학생이 이 동아리에 들어와도 되는겁니까?"

"그래, 내가 허하노라. 내가 회장인데...우물우물, 불만있냐?"

"...아뇨."

고등학생이 대학교 동아리라...상당히 신선한 조합이네.

멀뚱히 우리 둘을 바라보던 수진 누나가 회장에게 물었다.

"근데 왜 네 동생은 쟤한테 반말이냐?"
"...? 우물우물, 나도 모르겠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그리고 왜 네 동생은 아이스크림 안먹냐?"
"그러게, 몸매 관리하나?"
"네 동생 몇키론데?"
"음...가장 최근 기억으로는..."

"잠깐, 거기까지! 수진 언니도 그냥 나한테 물어봐요!"

참, 재미나게 노는구나.

그런데 그건 그렇고 처음부터 물으려고 했던건데...

"동아리 부실이 왜 이렇게 텅텅비었습니까?"

현재 이 곳의 인원은 넷.

나, 유라, 회장, 수진, 끝.

내 물음에 회장은 분노를 표출했다.

"그래, 말 잘했다! 이것들이 전부...쩝쩝, 연예한다고 모이지를 않는다고!"

"언니, 몇개나 먹는거야?"

"일요일에 불러내는 동아리 회장이 미친거지."

수진 누나의 말이 맞다.

일요일은 아무리 동아리라해도 솔직히 활동을 쉬는 것이 대부분 아니겠는가?

특히나 이런 반놀자 분위기의 동아리는 더욱 그렇다.

"시끄러워! 회장 명령은 절대적이다, 몰라서 물어?"

"예전 동아리도 그러다가 쫑날뻔했지, 아마?"

역시 그랬군.

"이수진 네 이년, 어딜 자꾸 말대꾸야?"

"죄송합니다, 회장님!"

"말로만 미안하면 법이 왜있고 경찰이 왜있어, 앙?"

회장의 말투가 3류 건달같은 말투로 바뀌었다.

하..참 재주도 많은 사람이다.

"그럼...벗을까요?"

...네?

"그래.흐흐... 아니, 흐흐흐 벌로써 내가 직접 하나하나씩 벗겨야겠구나!"

"꺄악!"

갑자기 이건 무슨 촌극인가?

...좀 흥미롭긴하다만...

그냥 나는 잠자코 있었지만 내가 기대하는 것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헐, 쟤봐라 완전 기대하는 눈빛."
"허얼."
"...이, 벼,변태 자식아!"

순식간에 내게 시선이 모였다.

...솔직히 약간 유심히 보기는 했다만..

난 아닌척하며 능청스레 물었다.

"그래서...그거 기간은 언제까집니까?"

"빠르면 빠를 수록 좋은데, 일단은 다음주 이 시간까지?"

"부실에 있는 악기 써도 되는거죠?"

"그러어엄. 쓰라고 갔다둔거니까."

새삼스래 말하자면 이 동아리 부실은 제법 넓다.

아마 예전 전자음악 뭐시기 동아리였을 때에 폐부 경고를 받은 이유 중에 넓은 동아리 부실에 비해 인원이 너무 적다는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하여간 이 넓은 동아리 부실에 존재하는 악기는 바이올린이나 피리나 트럼펫같은 작은 것부터 피아노, 전자음악을 만드는 기계등 상당히 다양하다.

"너, 쓸 줄 아는 악기있어?"

유라가 물었다.

악기라...

"피아노 조금?"

"너 피아노 칠줄알어?"
"오오?"
"어머, 마이크쥐고 랩이나 부르던 얘가 피아노를쳐?"

피아노는 아주 어릴적에는 매일같이 쳤었다.

그래...그 때 말이다.

어렸고 행복했으며 모든 일이 일어나기전...

일상이라는 행복이 얼마나 쉽게 깨지는지 깨닫기전...

...뭐, 하여간 용건은 다 끝났으니...

"엥? 갑자기 너 어디가니?"

"원래 목적은 공부하러 온거거든요. 도서관에 있겠습니다."

괜히 쓸 때없는 생각을해서 기분만 상했다.

약간은 착잡한 마음으로 동아리 부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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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입니다.

조회수는 비슷비슷한데, 점점 추천수는 줄어드네요...끄응, 다른 분들하고 너무 분위기가 다른 글이라 그런가...재미가 없는건가 ㅠㅠ

오늘 밤 중으로 하나 더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