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헤헤헤...

간만에 이른 아침부터 인사!_（__）_

서울엔 지금 비가 오는군요...

이 곳은 그렇다 치고..

남쪽에도 또 비가 오는 건 아닌지...

피해 복구가 하루빨리 이뤄지기 위해서라도 그 곳은 한동안은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군요..

어찌됐든 어두침침한 날씨 속에...

괌행 뱅기는 여정의 중반부에 진입하면서 슬슬 스펙타클해지고

사건전개도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자 그럼 우리도..함께 달려 볼까요?'-'）z

고고~~~!!!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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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어둠의 문（cafe.daum.net/blacknovel）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mypre


12


김일수의 사무실은 당산동의 외진 곳에 위치한 조용한 건물 3층 구석에 있었다.

승현은 구질구질한 계단을 걸어올랐다. 건물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계단과 계단 저편에 보이는 복도에 이런저런 잡동사니와 담배꽁초, 쓰레기들이 굴러다녔다. 변호사가 된 뒤 이런 구질구질한 건물엔 거의 들어오지 않았던 승현으로서는 약간 눈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계단을 지나 지저분하게 널린 콜라 찌꺼기들을 살짝 넘어 승현은 일주일에 몇 번이나 청소를 하는건지 알 수 없는 복도를 지났다.

승현은 김일수의 사무실 문 앞에 섰다. 낡은 문짝에 붙어 있는 A4용지 한 장이 그를 반기고 있었다. 승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식사중입니다. 용건이 있으신 분은 아래 번호로 전화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분명히 어제 전화해서 오늘 오후 4시에 가겠다고 약속을 한 것 같은데..승현은 중얼거렸다. 시간은 정확히 오후 3시 5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시간에 밥을 먹는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약속 시간을 버젓이 잡아 놓고 정확히 시간을 맞춰 온 사람을 바람맞힌다는 것이 더 짜증났다.

"이 사무실엔 비서도 한명 없나..."

보통 사무실 주인이 자리를 비워도 이런 개인 사무실에는 기타 잔무를 보거나 손님을 맞는 비서가 한명쯤이라도 있게 마련이다. 의문을 중얼거리면서도 승현은 다시한번 낡아빠진 건물을 돌아보았다. 복도 구석에 엉켜 있는 먼지 덩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불쾌한 와중에서도 승현은 피식 웃었다.

"역시 불황은 불황이야...요즘같은 때 뒷조사같은 거나 할 사람이...그것도 이 당산동 같은 데에 많을리가 없지..."

계속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승현은 문에 붙어 있는 종이에 쓰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몇번 울리지 않아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숨을 헐떡이는 여자 목소리였다. 승현은 잠시 당황했다.

"헉헉...여보세요?"

"여...여보세요?"

"네..무슨 용건이시죠?"

"김일수씨 핸드폰 아닌가요?"

"맞는데요. 어떤 용건이냐니까요!"

여자가 상당히 시니컬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그 와중에서도 여자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묘한 기름기가 승현의 귓속에 감지되었다. 수화기 멀리서 어디서 들어본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제 통화한 남자는 크게 소리치고 있었다.

"젠장... 누구야!"

"저..전 오늘 김일수씨와 만날 약속을 했던...김..김승현이라고 하..합니다만...."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이라는데요?"

"뭐야 오늘? 몇시래? 왜 벌써부터 전화하고 지랄이야!"

"나도 몰라요! 몇시에 약속하셨죠?"

승현은 전화를 받지 않은 사람치고는 목소리가 상당히 크게 들린다는 것을 느꼈다. 한쪽 귀를 전화에 댄 채 승현은 문에 귀를 대 보았다. 어이가 없었다. 여자와 남자는 사무실 안에서 소리지르는 듯했다. 갑자기 이 건물에 들어올 때부터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짜증이 폭발했다. 승현은 핸드폰에, 그리고 사무실 내부를 향해 문에 대고 크게 소리질렀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 박힐 수 있을 만큼...

"오늘 오후 4시에 약속이 잡혀 있습니다! 지금 안에서 뭐하는지 모르겠지만 빨리 문 안열어요! 고객을 이따위로 대접해도 되는 겁니까!"





"흐흠....그래서...그사람에 대해 뒷조사를 해달라 이겁니까?"

김일수는 크게 한번 헛기침을 했다. 애초에 연락을 할 때부터 무슨 일을 맡길 지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은 승현이 잘못이었겠지만 눈앞에 있는 50대 초반의 주름가득한 얼굴, 그러면서도 상당히 날카로운 눈매를 한 사립탐정은 그와의 약속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본의아니게 비서와의 즐거운 오후 시간을 뺏은 셈이군....승현은 다섯 평이 채 안되어 보이는 사무실 내를 살펴보았다. 미처 치우지 못한 휴지 조각이 눈에 띄었다. 그는 피식 웃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네. 제가 가지고 있는 건 30년쯤 전에 찍은 그사람의 사진과, 유재훈이라는 그 사람의 이름뿐입니다. 1984년, 특히 등기부 이전 목록 등과 관련한 일들을 좀 자세히 조사해 주셨으면 합니다. 또 그뒤 그 사람의 행적, 어쨌든 그 사람에 관한 모든 것을 상세히 조사해 주십시오."

사립탐정은 승현이 말하는 것들을 작은 크기의 노트에 열심히 적어내려가고 있었다. 그런 그를 향해 승현은 유재훈의 사진을 내밀었다. 비서가 커피 두잔을 타 내왔다.

"흠...이건...꽤나 잘생긴 얼굴이군요. 키가 좀 작고...이마에 사마귀 붙은 거 빼면..말입니다."

"그렇습니까? 어쨌든 부탁합니다."

"그사람의 이름이 뭐라고 했죠?"

"유재훈이란 사람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비서가 타온 커피를 한모금 마시며 김일수는 승현을 향해 말했다. 승현은 커피잔을 내려다보았다. 금이 간 분홍색 잔에 들어 있는 커피에 날파리 같기도 하고 모기같기도 한 정체모를 조그만 벌레가 둥둥 떠있었다. 승현은 커피를 마실 생각이 확 사라졌다.

"이런 뒷조사는 처음 해보시는 겁니까?"

"네...그렇습니다만..."

"보수 얘기는 언제 할겁니까?"

"보..보수요..."

약간 신경질적으로 커피잔을 내려놓은 김일수는 비서를 향해 소리쳤다.

"무슨 한약도 아니고, 커피에 설탕 세숟갈 넣으랬잖아!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비서가 신경질적으로 다가와서 테이블에 설탕 통을 쾅 내려놓았다. 승현은 그 모습을 보며 막내조카 수연의 모습을 연상했다. 김일수가 커피잔에 설탕을 떠넣으며 승현을 향해 말했다.

"식사시간, 취침시간 제외 시간당 10만원입니다. 조사 종료후 돈은 지급받습니다. 언제까지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시간당..5만원이면...이틀만 해도 400여 만원입니까..."

약간 주눅든 목소리로 승현이 말했다. 그런 승현을 보며 테이블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서있던 비서가 킬킬대며 웃었다. 김일수가 자못 근엄한 표정으로 승현에게 말했다.

"아실 지 모르겠지만 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립탐정 중 하나입니다. 정수혁 형사한테서 듣고 오셨다고 했죠? 그 친구도 저한테 여러가지로 많이 얻어갔답니다. 그 친구가 제가 얼마쯤 받는지는 말을 안했나보군요."

（그런 인간이 오후 네시에 비서랑 뒹굴고 있으셔..）

거미줄이라도 쳐 있을 듯한 사무실의 분위기와 건물로 봐서는 도저히 이 사립탐정이란 간판을 올리고 있는 인물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또 8년동안 형사로서 산전수전을 겪은 친구가 소개해준 사립탐정이라는 면에서는 신뢰가 가는 것도 사실이었다. 승현은 잠시 고민하다 결국 결단을 내렸다.

"조사는 이틀동안 할 수 있는 만큼 해주십쇼. 후불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여기 계약서에 우선 서명하시고...아..저희는 현금만 받습니다."

"알겠습니다."

계약서와 펜을 내미는 김일수의 표정이 상당히 즐거워 보였다. 이 사람이 국내 최고의 사립탐정이든 뭐든 간에 평소 같았다면 이게 바가지가 아닌지 확인해 보고 이것저것 따졌겠지만 승현에게 지금 그럴 정신은 없었다. 며칠동안의 과중한 업무로 몸과 마음이 거의 탈진상태였던 데다 어제 수혁과의 대화로 마음 한구석에 있던 어떤 불안감이 계속 머릿속을 지배해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승현은 김일수가 내민 계약서에 서명과 확인을 마쳤다.

"안녕히 가세요. 이틀 뒤에 뵙겠습니다."

비서의 인사를 받으며 승현은 김일수의 사무실을 나섰다. 약간 흐트러진 듯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시니컬한 인상을 주는 얼굴이 승현의 눈에 들어왔다. 행동만 그런게 아니라 얼굴도 좀 닮은 편이군...승현은 다시 막내조카 수연을 떠올렸다.

"그러고보니...그집에 연락 안한지 며칠 됐군..."

사무실 문이 닫혔다. 건물 정문 앞에 세워둔 차에 올라타서면서 승현은 한동안 바빠서 연락해보지 못한 성준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벨이 몇번 울리지 않아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승현은 수연이나 주희의 '여보세요' 라는 말을 기대했다. 그러나 수화기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

"여...여보세요?"

"....낄낄낄낄...."

승현은 순간 머리털이 쭈뼛 서는 것을 느꼈다. 전화기에서는 생전 처음 듣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상당히 쉰 듯한, 그러면서도 하이톤의 칠판을 긁는 듯한 목소리는 더욱 기분나쁘게도 이상한 톤으로 웃고 있었다.

"끼끼끼끼..키키키키키키..."

"김...김성준씨 댁 아닙니까?"

"크크크크크크.....킬킬킬킬..."

"대...대답을..."

"낄낄낄낄..."

"잘못 건 것 같군요..죄송합니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

상당히 괴기스러운 소리가 울려오는 수화기에 대고 승현은 어이없이도 전화를 잘못 건 것이 아닌지 확인했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누군가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기분나쁜 웃음소리를 점점 늘려 가다 더욱 크게 웃었을 뿐이다. 승현이 전화기에서 귀를 떼고 싶을 정도로...그러나 그것의 커다란 웃음소리 사이에 조그맣게 들려오는 어떤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그가 전화에서 귀를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살려...살려줘요...살려줘요....아악!"

주희의 목소리였다. 순간 승현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급하게 차에 시동을 건 승현은 평창동 쪽으로 차를 몰았다. 엑셀을 밟은 그의 발에 점점 강한 힘이 가해졌다.


13


"제발 늦지 않아야 할텐데...."

승현은 정신없이 중얼거리며 차를 몰고 있었다. 거의 평창동에 도착했다. 전화를 받은 지 30분만이었다. 아직 6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비오기 전의 축축한 공기가 열린 창문으로 들어왔다. 강하게 밀려들어오는 바람에 승현의 짧은 머리가 곧게 세워졌다. 눈을 뜨기가 조금 힘들었다. 평소에 그런 날씨를 좋아하지 않는 승현으로서는 창문을 닫았을 테지만 승현은 지금 창문이 열린 것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주희의 비명소리를 들은 이후 그의 머릿속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정신없이 차를 몰아 그녀가 있을 죽은 김성준의 집으로 향할 뿐이었다.

짙은 구름이 조금씩 머리 위를 덮어가고 있다. 언제부턴가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소나기라도 내릴 듯했다.

평창동 골목으로 들어선 승현은 김성준의 집쪽을 바라보았다. 밝은 하늘색의 대문이 조금씩 가까워 오고 있었다. 미처 대문에 가까워지기도 전에 그앞 30미터정도 전방에 차를 세웠다. 승현은 열린 문 안을 잠시 살폈다. 초록색 나무들 저편에 짙은 먹구름 아래의 희미한 어둠 속에서도 불하나 켜지 않고 있는 성준의 집 거실이 보였다. 너무 늦은 걸까...그렇지만 승현은 일단 들어가 보기로 했다.

성준의 집은 미미한 소리로 그를 부르고 있었다. 드디어 빠져나올 수 없는 진흙탕 속으로 밀려들어가는 그의 운명을 반기며...

끼익~

뒷트렁크를 올린 그는 미친듯이 안을 뒤졌다. 일이 많지 않을 땐 일요일마다 나가서 야구를 하던 그는 자신의 밴 승용차 뒤에 야구방망이와 공, 그리고 글러브를 가지고 다녔다. 승현은 흠집이 많이 난 알루미늄 배트를 꺼내 두 손에 단단히 쥐었다. 두 손목의 근육이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승현은 주위에 누가 없는지 둘러보았다. 혹시라도 도움을 청할 만한 사람이 없을까 해서였다. 그러나 평창동의 골목길엔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았다.

일단 안에 무엇이 있든 자기 혼자 싸워야 한다. 승현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에잇!"
쿠당탕!!

승현은 현관을 박차고 집안으로 달려들어갔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널다란 거실과 고풍스러워 보이는 가구들, 고서화들이 그를 맞았다. 그리고 거실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쇼파, 주희가 눈을 뒤집은 채 천장을 올려다보며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엔 주희가 아닌 누군가가 있었다. 승현으로서도 한번 본 적이 있는 모습이었다.

찰캉!
"끼끼끼끼끼끼..."

그것은 두 손에 든 커다란 양손 가위를 주희를 향해 들어올리고 있었다. 승현이 꿈속에서 보았던 바싹 마른 그것의 형체가 초저녁의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그의 눈에 식별되고 있었다. 녹슨 철근을 연상케 하는 가늘게 휜 팔과 다리, 오래된 가죽과도 같은 피부 속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갈비뼈와 척추뼈...그리고 눈알과 피부, 그리고 빗자루같은 긴 머리가 붙어 있지 않았다면 말 그대로 해골의 모습이었을 그것의 얼굴이 승현의 눈에 사진처럼 찍혀 들어왔다.

승현은 겁이 많은 편이 아니다. 그렇지만 아까의 다짐도 간데없이 온몸이 알 수 없는 공포로 으슬으슬 떨려왔다. 순간 손에 움켜쥐고 있던 야구방망이를 놓치고 말았다. 날카로운 쇳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딸그랑~!

막 주희를 향해 가위를 내리치려던 그 미라가 승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승현은 숨이 막힐 듯한 공포감에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미라는 주희에게 잠시 눈을 돌리더니 다시 승현에게 눈을 향했다. 그리고 승현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승현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목이 막힌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허...헉..."

정면에서 본 그것의 모습은 더욱 끔찍했다. 창백한 얼굴에 붙어 있는 게슴츠레하게 뜬 두 눈이 승현을 향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승현은 그것의 이마를 보았다. 그것의 이마에 붙은 커다란 사마귀가 보였다. 눈앞으로 다가오는 정체모를 무언가에 대한 공포 속에서도 승현은 그제 화장터 앞 앨범에서 찾아낸 사진속의 인물을 떠올렸다. 차가운 눈빛, 그리고 이마에 붙은.....커다란 사마귀...

....유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