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9 13: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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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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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같은
당신을 위해
작은 꽃밭
하나 만듭니다
당신을
향해오는
모든 슬픔의
무리 들은
감히 접근 못하도록
울타리는
화살나무로
빙 두르고
석류나무 한 그루
심어 놓겠습니다
얻어온 꽃씨들은
아무렇지 않게 뿌려주고요
해긴 여름날
꽃밭을 일구며
당신 생각에
활짝 피어난
석류꽃 순을
솎아냅니다
큼직하고
튼실한 열매를
얻으려면
어쩔 수 없는
나무의 아픔이겠지요
그리하며
생각합니다
나 또한
당신을 향해
솟아나는 무수한
감정의 순들이
몇번을
아니
수없이 솎음
당함을 예감합니다
뿌려놓은
꽃씨들은
시간 맞추어 피고 지는데
당신은 어찌 그리
눈길 한번 없는지요
바람결에
숨어들어
웃자란 명아주 강아지풀 개망초는
저절로 흔들리는데
바람 타고
오실 당신의
작은 발걸음
소리 놓칠세라
까치발로 귀 기울이고선
먼 곳을 한동안 응시합니다
흙 묻은
호미를 씻으러 간
작은 호숫가
산 그늘 깊어지고
내 시름도 깊어지니
멍하니 푸른 하늘을 올려 다 봅니다
흘러가는
구름 편에
내 마음 전하려 해도
구름은 손 닿을 수 없이
아주 높이 흘러갈 뿐입니다
아침저녁
바람은 바뀌어
풀벌레 소리에
가을은 저만큼 왔는데
내 사랑 석류 열매
설움에 크나크게 부풀어
어쩔 줄 몰라 하며
무심한 당신을
원망 한번 못하고
쩍 하니 입 벌리고
각혈하며 붉디붉은
루비 알알이 떨구어 냅니다
내 울음의
씨앗들은
언 땅
침묵으로 지혈하여
새봄 새날
새순으로
다시 태어나
지상의 한쪽에서
당신을 또 기다리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