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봄날의 햇살은 따사롭다. 아름다운 여행 계획을 세우기 좋은 계절이다. 개나리를 필두로 목련과 벚나무가 서로 시샘을 하는 것처럼 먼저 개화하겠다고 다투기라도 했나 보다. 철쭉은 이런 상황이 분한지 씩씩거리며 꽃망울을 달고 있다.
고등학교 때 국어 시간이었던가. 아름다운 환경과 비극적인 사건을 대비하여 사건의 비극성을 극대화한다고 말했던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그러면서 뭐라고 그랬더라.......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고, 그래서 너희들의 시험 준비가 더욱 힘든거라고......
너와 함께 했던, 그래서 더없이 아름다웠던 나의 일상, 나의 삶, 나의 평온, 나의 삶이, 우연처럼 나에게 닥쳐온 사건을 더더욱 비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환경이었을까. 그랬다면 나는, 나는, 나는......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을 부정하는 수밖에 없다.

[사건 발생 1일 후]
뉴스1: 퇴근길 수인분당선 죽전역 인근을 지나던 전동차 안에서 흉기를 휘둘러 시민들에게 상해를 입힌 30대 여성이 첫 재판에서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현ㅇㅇ 판사는 19일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35）의 1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A씨는 “혐의를 다 인정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인정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재판부가 “어떤 부분이 억울하느냐”고 묻자 A씨는 “억울하다. 정당한 나의 행위에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나의 행위를 저지하고자 하였다. 더 나아가 나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을 하였다. 나는 나의 자기 보존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정당한 행동을 한 것이다”라고 답하였다. 또 “아저씨와 싸움이 붙었는데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며, “제가 그렇게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인정하되 양형에 참작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3일과 그 전날 식칼 2개, 회칼 1개, 커터칼 1개를 구입했고, 수인분당선 죽전역 전동차에서 흉기인 회칼을 휘둘러 피해자 3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그는 피해자 중 1명이 자신을 ‘아줌마’라고 부르며 휴대폰 소리를 줄여달라고 말하는 등 기분 나쁘게 했다는 이유로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2년 전]
뉴스: 대전 ㅇㅇ경찰서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8살 ㅇㅇ양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B씨를 구속 송치했습니다. 경찰은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 보호구역 치사상 · 위험운전치사상,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구속 상태로 대전지검에 송치했습니다. A씨는 지난 7일 오후 1시 40분쯤 대전시 ㅇㅇ동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 인도로 돌진해 길을 걷던 ㅇㅇ양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콜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을 웃도는 0.119%로 조사됐습니다.

[사건 1년 전]
뉴스: “1년 전 대전에서 일어난 대낮 음주운전으로 인해 초등학생이 사망한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오늘 해당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와 보도해 드립니다.”
“저는 지금 20XX년 대전에서 일어났던 음주운전 참사 사건의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오늘 해당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사건이 일어난 당시 가해자의 가정 환경이 불우함을 근거로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인정하되 양형에 참작 사유가 있음을 밝히고 가해자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해 3년의 선고를 내렸습니다. 이에 피해자의 가족은 양형의 참작 사유의 기준에 대해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사건 3개월 전]
어떤 행동을 해도 나의 슬픔에 합당한 판결을 얻지 못함을 깨달았다. 이에 나는 내가 속한 공동체의 사법체계에 대한 절대적인 부당함을 표현하며 이를 증거할 행위를 계획하고 실행하기로 다짐한다. 나의 행동은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일 것이며, 이와 동시에 나의 행동에 대한 사법 체계의 판단 또한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판단이어야 한다. 시행 시기는 3개월 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