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6 01: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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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는 마른 근육이었고 그 모습이 건강해 보였어.
여러 일들로 인해 내가 먼저 헤어지자 했지만
뒤늦게라도 제대로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서
24살때 그 당시 싸이월드에서 그 친구를 다시 찾을 수 있었어.
사진첩에서 그 친구가 올린 사진들을 보다가
운동하고 나서 찍은 탈의한 상체 사진을 봤는데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근육질이 되어있길래 감탄했었어.
마른 근육이었는데 이렇게도 커질 수 있구나 하고.
고등학교때는 집에서 간단히 맨몸 운동하고 5kg 덤벨이였나?
암튼 그 정도의 적은 무게의 덤벨로 운동하던 친구였는데
다르게 보였어. 그 모습이 '남자답다'는 느낌을 일어나게 했어.
나를 굉장히 싫어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지난일은 다 잊은것처럼
대해줘서 고마웠어. 그럴생각은 없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됐을 때도 그 친구가 먼저 사귀자고 하길래 알았다고 했어.
그런데 약간 바보같은게 미안한 감정이 아직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거절하기가 미안해서 사귄거였어. 처음 사귀었을 때나 두번째로
사귀었을때나 내 연애사에 낭만은 없었네.
그래도 나름 잘 사귀었고 2년 반 정도 인연이 이어졌었어.
그런데 이 친구를 통해서 느낀점이 있다면
그리스 조각상처럼 자신의 몸을 운동으로 아름답게 조각내며
빚어내는 사람이라도 마음은 불안정 할 수 있구나 라는 거였어.
어느날은 다른 방에 있던 남자친구가 인기척도 없길래 궁금해서
문을 열어 봤더니 공허한 눈빛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었어.
뭐하냐고 물어보니 왜 이제서야 들어온거냐는 듯
'내가 여기에서 얼마나 오래있었는데 아무 관심도 없는거야?
내가 걱정되지 않았어?' 라며 작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는데
그 순간 내 숨이 턱 막혀 버렸어. 어떤 낌새라도 느꼈으면 모를까
왜 갑자기 기분이 저리도 가라앉아있는지 나로서는 도통 알 수 없었고,
안다고 해도 그 당시의 나는 울적한 기운에 잠식된 사람을 어떤식으로
위로해줘야 할 지 몰랐기 때문에 당황 했어.
그 친구는 키가 190이 살짝 넘었는데 아마추어 보디빌딩 대회에
나갈정도로 일반인 치고는 헬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어.
그런데 그 거대한 몸이, '남자답다'고 느끼게 했던 몸이
기운하나 없이 축 늘어져 있는 걸 보고는 사실 두려웠어.
일으켜 세워주고 싶어도 내 힘으로는 상체도 일으켜 앉히지 못하기
때문에 그때는 그 거대한 몸에 깔려 죽을 것만 같았어.
20대 초중반의 남여가 연애하면 항상 웃을 일만 있을 줄 알았지
마음이 아픈것도 공유해야하는 사이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었어.
그래서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몰라서 당황했고 겁나서 숨이 막혔어.
문 앞에 서서 제대로 위로도 못해주고 '기분 괜찮아지면 나와'라고
한 후 문을 닫고 난 다른 방으로 들어갔어.
누군가와 인연을 맺는다는 건 정말 많은 감정들을 공유해야 하는
사이구나 라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고, 연애라는게 이젠 전혀 가볍게
느껴지지 않게 됐어.
이후로 '남자답다'라는 건 뭘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고
나는 꽤 많은 선입견들을 가지고 있구나 라는 것을 느꼈어.
조각 같이 다듬어진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자라도 마음이 울적해지면
몸을 가누기 힘들어지는 구나. 남자들도 자주 울고 싶어 하는 구나.
남자답다 라고 하는 칭찬은 어쩌면 큰 부담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일어났어.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게 하고,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게 하는..
그래서 난 몸을 거대하고 아름답게 조각내며 빚어내는
사람들을 보면 꾸준함과 인내심이 경이롭기도 하지만
걱정스런 마음도 일어나. 저 사람의 마음은 괜찮을까? 하고.
어떤 마음으로 운동하는지, 스트레스는 잘 풀리고 있는지,
스트레스가 잘 풀린다면 다행이지만 조금은 느슨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들어. 사실 본인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는 거지만.. 마음도 잘 돌봐주면 좋겠다 하고.
요즘 헬스 게시판에 다시 드나들면서 열심히 운동 하는 분들을 보니
이런저런 기억이 떠올라서 생각을 풀어내 봤어.
외형으로는 저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 제대로 알 수 없어.
나도 내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힘들지만
몸의 힘을 기르듯이 마음의 힘도 잘 기를 수 있도록 노력중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