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

풋풋한 봄이 떠나간 자리에는
떨어진 붉은 꽃잎으로 사랑을 피우고

녹음이 푸르른 여름이 떠나간 자리에는
빗물 같은 눈물을 소나기처럼 쏟아내고

풍요로운 가을이 떠나간 자리에는
곳곳의 구르는 낙엽처럼 추억이 발에 치이고

손이 아리도록 시린 겨울이 떠나간 자리에는
무심하고 차가운 이별에 몸도 마음도 얼어붙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 긴긴 겨울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다시 이 사계를 반복할 테죠.